57화 명필(4)
"뭐겠냐?"
눈을 빛내던 봉만두가 손가락을 튕긴다.
"오케이, 딱 감이 옵니다."
"그래서 뭐?"
"그림이죠? 하긴 우리 식당 벽면이 조금 썰렁한 감이 있긴 했는데, 역시 안목이 탁월하십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산하.
"땡!"
"어, 아니에요? 딱 봐도 액자같은데, 그럼.....사진?"
"땡땡땡!"
만두는 이내 궁금해 미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니 그럼 뭔데요?"
"뭐가 그렇게 궁금해? 지금 들어가자마자 걸거야."
"형님 제가 들겠습니다."
산하는 곧바로 액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 비싼거니까 깨먹으면 감봉이야."
"......어, 그게 전 바쁜일이 있어서 그만."
슬그머니 발을 빼려는 만두의 뒷덜미를 한손으로 붙잡은 산하가 말했다.
"농담이야 인마. 그나저나 오늘도 손님이 많...... 저 어르신이랑 엔터 대표님 또 오셨네. 아니 저래서 기업이 굴러가나?"
봉만두가 손님들이 줄 서 있는 곳을 슬쩍 바라보더니 소리를 죽여서 산하에게 말한다.
"오늘 보니까 비서같은 사람들이 잠깐 결재도 받고 가고, 보고도 하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손님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그랬어요."
"그래?"
"특히 저 어르신은 나이도 있으신데, 우아하게 두루마기 입고 앉아서 기다리니까 고상해 보이면서도 웃겨요."
"웃길것도 많다. 재료손질 다 해놨어?"
"그럼요. 본무형님이 너무 열심히 하셔서, 저도 어마어마하게 열심히 했습니다."
"그거 어째 말에 뼈가 있는 것 같다?"
"그럴리가요. 형님 저 사나이 봉만두, 그런 사람 아닙니다. 함께 열심히 일하게 돼서 좋다 이런 거죠."
"하여간에 말은 잘해요. 얼른 들어가기나 해. 이건 내가 가져갈게."
"옛썰!"
산하와 만두가 식당내부로 들어서자, 새봄이 탁자를 닦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어? 사장님 그거 뭐예요?"
"메뉴판."
"네? 메뉴판이요?"
새봄은 의문스러운 눈길로 벽면에 걸린 메뉴판을 한번 바라봤다. 그곳에는 어느 식당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판이 걸려있었다.
멀쩡한 메뉴판을 놔두고 웬 새로운 메뉴판?
뒤따라 들어온 봉만두도 의아해하긴 마찬가지였다.
"형님, 그거 메뉴판이었어요? 메뉴판은 왜요? 저기 저거 멀쩡합니다만."
"너무 식상하잖아. 된장찌개가 명품인데, 메뉴판도 뭔가 좀 있어보여야 할 것 같아서 새로 만들었지."
"오, 형님. 혹시 유리액자가 아니고 나무판이었어요? 그 뭐냐 고택 현판으로 걸려있는 그런 종류? 깨지는 거라고 하시더니."
"땡! 봉만두는 맞는게 하나도 없어."
"아 진짜. 궁금해. 형님 빨리 벗겨보세요."
"자 이거 네가 벗겨서 저기 걸어."
"네, 형님."
산하가 내민 액자를 뺏다시피 가져간 봉만두가 포장을 뜯었다. 어느새 그 곁으로 다가온 새봄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그걸 지켜보는 중이었다.
이윽고 포장이 다 벗겨지고 액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만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형님. 붓글씨 메뉴가 웬말입니....어? 잠깐만 글씨 죽이는데요? 이거 얼마주고 써달라고 하신거예요? 이런것도 돈 주면 써줘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묻는 만두에게 산하는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표구값만 들었는데?"
"네? 에이 막눈인 제가 봐도 대단한 글씨같은데. 누가 공짜로 해줘요. 아! 혹시 형님 할아버님께서 붓글씨에 일가견이....?"
"땡!"
노이로제 걸리겠다는 표정으로 귀를 손바닥으로 막은 만두가 외쳤다.
"형님 그 땡 좀 그만하세요. 이거 대체 어디서 나셨는데요?"
"내가 썼어."
막아봐야 잘 들리기만 하는 손을 떼버린 만두가 되묻는다.
"네!?"
"내가 썼다고."
눈이 동그래지다가 피식 웃던 만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짓말! 형님, 왜 이런걸 속이려고 드세요?"
"내가 그렇게 할일이 없어보이냐?"
"어....그럼 진짭니까? 이런것도 잘 하신다고요?"
둘이 대화하는 사이 새봄은 바닥에 눕혀놓은 액자를 보며 쪼그려앉아 있었다.
서예를 어느정도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알법한, 명인의 솜씨임을 직감한 그녀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사장님, 이번엔 정말 거짓말 하셨네요? 솜씨가 대단한데, 어느분이 이런걸 써주셨어요? 서예 좀 하시는 분이면 이런거 안 써주실텐데. 돈 많이 주셨어요?"
"내 솜씨가 대단하긴 하지."
"이번엔 안 속아요. 얼마 주셨는데요?"
"믿기 싫으면 말고, 보자 이걸 어떻게 걸어야 잘 걸었다고 소문이 날까. 본래 자리말고, 그래 저 쪽 기둥옆이 좋겠다."
거짓이라곤 전혀 없어보이는 산하의 표정을 바라보던 새봄은 이해가 가지않아 고개만 갸우뚱했다.
잠시 후.
새로운 메뉴판이 벽에 걸리자, 식당에서 일하는 모든 식구가 감탄사를 토해냈다.
"사장님, 정말 뭔가 있어보입니다. 뭐랄까 힘이 막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이야, 본무 씨 감각 있으시네요."
"그런가요?"
"그럼요. 여기 막눈 봉만두는 잘 모르던데."
"형님, 저도 그런 거 느꼈습니다. 힘이 팍팍!"
"뻥쟁이 같으니라고."
그때 가만히 서서 감상하던 새봄이 산하에게 슬쩍 다가와 속삭이듯 말한다.
"사장님, 저한테만 살짝 말씀해주세요. 어디서 구하셨어요?"
"내가 썼다니까."
"진짜, 진짜진짜진짜 진짜예요?"
산하는 새처럼 조잘대며 귀엽게 의문을 표하는 새봄을 보자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 내가 쓴거 아냐."
"역시..."
"내 손이 마음대로 쓴거지."
장난에 당했다는 걸 알아챈 새봄이 고개를 한쪽으로 홱 돌렸다.
"사장님, 실망이에요."
입을 삐죽이던 새봄이 다시금 메뉴판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대체 저런 글씨를 어떤분이 써주셨을까 생각하며.
그렇게 잠깐 떠들썩하던 시간이 지나고 식당이 오픈했다.
새봄은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나 기분좋아질법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강본무나 봉만두도 살갑게 웃으며 손님들에게 알은척 했다.
"이틀만에 오신거죠?"
"이야, 그런것도 기억하세요?"
자신을 알아봐주는 직원에게 감동한 손님들이 마주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선두에서 기다리다가 함께 들어온 곽기훈과 강정열은 새로운 메뉴인 떡국을 먹을 생각에 싱글벙글했었다.
하지만 무심코 메뉴판을 봤다가 넋을 놓고 서 있기만 했다.
"기훈아, 저게 뭐냐?"
어느새 투닥거리다가 친해진 강정열의 부름에 기훈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어....아저씨 집에 걸려있는 글씨만큼 대단한데요?"
"그렇지? 그런데 저게...웬 메뉴판이냐?"
"그러게요....아저씨 그 벽에 걸린 붓글씨 비싸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 정도로 비싼건 아니다만. 그래도 귀한건데."
"귀한 거 맞아요? 돈만 주면 저런것도 써 주나 본데요?"
"어허, 이놈이. 그럴리가 없다.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을게야. 된장찌개 오천원이라..."
이내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 중 강정열이 요리중인 산하에게 슬쩍 물었다.
"저기 사장님, 뭐 좀 물어봅시다."
능숙하게 뚝배기 네 개를 불 위에 척척 올려놓던 산하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한다.
"네, 말씀하세요."
"저기 저 액자 메뉴판, 대체 어느 명사분이 써 주셨습니까?"
"아, 저거요. 제가 썼는데요?"
"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썼다고요. 잠시만요. 새봄아, 두부전골 나왔어."
"네, 사장님."
황당하다 못해 놀랄 노자였던 강정열은 바로 옆자리에 앉은 곽기훈과 눈을 마주치고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리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들었어?"
"네, 사실일까요?"
두 사람은 이미 산하의 놀라운 재능을 목도한 바 있었기에, 반신반의를 넘어서고 있었다.
"사실이겠지? 저 사람 아무래도 천재같구나. 천재. 어찌 저런 붓글씨까지....허. 놀랍구나 놀라워."
눈을 게슴츠레 뜨고 강정열을 바라보던 곽기훈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쳤다.
"아저씨, 산하 씨는 저랑 계약할겁니다."
"어림도 없는소리, 판소리와 붓글씨 조화가 참 좋구나. 딱 이 쪽이 맞는 게야."
"무슨 소리십니까? 판소리랑 붓글씨를 요새 누가 관심이나 둔다고, 노래가 딱입니다."
평소에도 조용하기만 하던 두 사람은, 산하의 식당에 피해를 안 주기 위해 귓속말로 조용히 다투기 시작했다.
바로 산하의 재능을 하나 더 엿본 것 때문이었다.
"어허 이놈이.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그러셔도 소용없습니다. 제가 먼저 점 찍었다니까요."
"이놈이 그래도."
누가 채가기 전에 협동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두 사람은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다퉜다.
그때, 산하가 슬며시 고개를 숙이고 두 사람에게만 들릴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였다.
"저기요, 두 분 그만 싸우세요. 요리 나왔습니다."
"이야..."
"오!"
언제 싸웠냐는 듯 화색이 돌던 두 사람은 떡국을 걸신들린 듯 퍼 먹으며 행복해했다.
***
영업을 끝낸 산하는 지하철역에서 아주 잠깐 버스킹을 행했고, 모두의 눈물을 쏙 빼버린 후 팁박스를 챙겨서 본가 단독으로 향했다.
오늘은 가족모임이 있는지라 따로 음향장비를 안 가져온 산하는, 홀가분한 몸으로 대문앞에 섰다.
"올! 박산하! 그거 뭐야?"
오빠라고 할때는 언제고, 어느새 본연의 여동생으로 돌아온 윤정이 저쪽에서 터벅터벅 걸어온다.
"여어, 윤땡. 이제 오나?"
"뭐야, 그 이상한 말투는?"
"땡땡이 치는 사람에게만 하는 말투야."
"뭐래, 썰렁하게. 그건 뭐냐니까."
"돈통."
"웬 돈통?"
"요새 살림이 궁핍해서 알바하러 다녀. 너 돈 좀 있냐?"
"미쳤...음원수익에 맛집 식당에, 티비 출연료까지 받는 사람이....뭐? 궁핍?"
"뭐 그런걸 다 들춰내고 그러냐. 들어가기나 해."
그때, 윤정이 손을 짝 하고 마주쳤다.
"아 맞다!"
뭔가가 떠오른 듯 고양이같은 표정을 지은 윤정이 애교를 피우기 시작했다.
"오라버니이...."
흠칫한 표정으로 팔에 돋은 닭살을 벅벅 긁던 산하가 뒤로 주춤 물러섰다.
"어우 씨 징그러. 얘가 미쳤나. 저리가!"
"오빵, 나 부탁이 있어용."
"안 돼, 돌아가."
"소녀 이렇게 비옵니다. 제발 제발, 이 가녀린 소녀의...."
토할 것 같은 표정이 된 산하가 구역질 하는 척 하며 얼른 대문안으로 도망쳤다.
"오빠! 야, 박산하! 내 말 아직 안 끝났단 말이야."
"꺼져!"
"야!"
아웅다웅하며 현관으로 들어선 산하는 계속 사인을 해달라는 여동생의 부탁에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
"몇장?"
"앗싸, 어 보자 셋, 다섯, 아 그래 한 열 장만 해줘."
"그래서 너는 뭐 해줄건데?"
"어....어..??? 어...."
이상한 말만 내뱉다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는 여동생에게, 산하는 마당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장독대 있지?"
"어, 왜?"
"시간날때마다 잘 보살펴."
"그걸 뭐하러 보살펴."
"먼지도 닦아주고, 주변 청소도 하고 그러란 말이야. 우리 식당의 보물 아니냐."
"아, 귀찮게....알았어."
"오케이, 내가 열 장 해준다."
그때, 거실에 앉아 신문을 보며 산하를 힐끔거리던 박상태가 이제서야 말을 꺼냈다.
"동네 부끄럽게, 대문앞에서 뭐 하는거야?"
"그러니까요 아버지. 이게 다 땡땡이 치던 윤정이 때문입니다."
"됐고, 너는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와?
"그냥 조금 바빴어요. 어, 형 왔네?"
화장실에서 나오던 박제동이 반갑게 인사한다.
"그래, 잘 지내냐?"
"늘 그렇지 뭐. 형수님은?"
"친정에."
"아기는?"
"예정일 아직 조금 남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이따가 가봐야 해."
"아...순산 하시라고 전해 드려."
"그래, 고맙다."
한참 후.
예전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저녁 식사가 끝나고, 모두들 산하가 요리해줬던 된장찌개에 관해 칭찬을 해대던 무렵이었다.
"엄마, 다음엔 떡국 해드릴게요. 깜빡했네요."
"떡국?"
"네, 요새 식당에서 부메뉴로 팔아요."
"그래? 맛있어?"
"그냥저냥 괜찮을 거예요. 그나저나 사인이라..."
산하는 윤정이 가져온 십여장의 사인용지를 바라보기만 했고, 윤정은 그걸 검지 손가락으로 콕콕 찍었다.
"오빠, 빨리."
"알았어."
안 보는 척 하며 볼건 다보는 박상태가 소파에 앉아 슬그머니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고, 장순희와 박제동이 가까이 모여들어 지켜보는 가운데.
산하는 볼펜을 들어 하산해라는 예명 석자를 자연스럽게 휘갈겼다. 그런데 그 글자가 보통 글자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서 튀어나올 듯한 힘을 느낀 윤정이 눈을 부엉이처럼 뜨고 말을 더듬었다.
"오, 오빠 이거 뭐야?"
"뭐긴 뭐야 사인이지."
"아니...이 글자 대체 뭐냐고. 저번엔 이런 사인 아니었잖아."
"새로 바꿨지."
"대박! 와 죽인다. 아빠! 이거 봐. 오빠 글씨 미쳤어."
"어머, 아들 이게 다 뭐니?"
"이야, 이런건 또 어디서 배웠어?"
다들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나 싶어 슬쩍 다가온 박상태는 눈이 튀어나오려 했다.
그곳에는 날렵하면서도 살아 꿈틀거리는 듯 힘있는 글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그는 아들놈이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숨기고 있는건지 의아해질 지경이었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아들의 재능때문이었다.
뒤늦게 천재성이 발휘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한 박상태는 속으로 씩 웃었다.
***
며칠 후.
이필묵은 며칠째 마당으로 쫓겨나 낑낑거리는 대형견 세마리를 바라보다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거실에는 잔뜩 화가 난 자신의 아버지가 씩씩거리며 찢어진 화선지를 매만지는 중이었다.
"너! 뭐하다가 이제 들어와!?"
늘 자상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호랑이로 변해 호통을 치자, 주눅이 들어버린 이필묵은 잘 포장된 액자 하나를 조심스레 앞으로 내밀었다.
"아버지, 이거..."
"뭐!?"
"죄송해서, 대신 하나 구해왔어요."
"어디가서 별것도 아닌 거 하나 구해와서, 뭐 죄송해? 아우 열받아. 이놈의 자식이. 내가 강아지새끼들 집안에 들이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빨리 분양시켜."
"아버지, 그래도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가족같은 애들이잖아요."
최근에 합가하며 같이 살게 된 이필묵의 아버지는 다시 한번 화를 냈다.
"가족같은 애들 좋아하네. 너한테나 가족이지. 그리고 가족이 이렇게 귀한걸 물어뜯고 난리치는 거 봤어? 내 팔자야..."
"그래도 아버지, 이거 한번만 뜯어보세요. 정말 좋은 붓글씨에요."
"일 없다. 그건 너나 가지고 다시 독립해. 이게 얼마나 어렵게 구한건 줄 알아? 에이!"
난장판 사건 이후로 며칠째 화가 안풀린 아버지의 거친 언사를 듣던 이필묵은 직접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꼴도 보기싫으니까 네 방에나 들어가."
"아버지 잠깐만요."
"잠깐은 무슨! 빨리 강아지새끼들 다 분양 안 시키면 개장수한테 줘버릴테다."
홧김에 내뱉는 아버지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포장지를 다 풀어버린 이필묵이 뒤집혀 있던 액자를 바로했다.
"아버지 화 푸시고 이것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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