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광고 보고 왔어요(2)
낯설게 느껴지는 그 광고의 시작에 린다는 스킵 누르기를 보류하고 화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떤 사내가 커다란 동작으로 북을 두들기자, 원형의 파문이 퍼져나가더니 경복궁 성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녀에게 있어 일반적인 광고는 전혀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이런 감각적인 광고는 눈여겨보아야 할 대상이었다.
도입부가 꽤 조화롭다고 생각하던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던 그때.
화면은 성문내부로 빨려들어가듯 전환되며 궁 내부를 비추었고, 이내 전통복식의 노인이 소리쳤다.
"모두 시작하라!"
그 소리에 꿇어앉아 있던 유생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조금전 소리쳤던 노인이 근엄한 표정으로 그런 모두를 감시하다가 한 사내의 뒤로 다가가더니 흠칫 놀랐다.
린다는 광고속의 노인이 리얼하게 놀라는 장면을 보며 풉 하고 웃었다. 대체 뭐가 있길래? 이거 뭐 파는 광고야?
어느새 감각적인 광고는 희미해졌지만,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화면을 계속 바라봤다.
그때.
화면이 다시 한번 전환되며 흰 여백과 붓을 든 손이 나타났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계속 흥미를 보이던 순간, 사내의 손이 아주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리감기 효과를 집어넣은 탓에, 마치 무에서 유가 탄생하는 것처럼 놀라웠다.
성문과 성벽, 아름답게 느껴지는 구조물의 선 하나하나, 묵직해 보이는 하늘.
단지 흑과 백이 전부임에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 그림은 린다의 눈을 자극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평소와 달리 화면에 눈을 들이대다시피 가까이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광고이다보니 아주 짧은시간에 내용이 마무리되며 완성된 수묵화가 나타났다. 산하가 그려낸 경복궁은 실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우아함과 기품, 거기에 웅혼한 기상까지 여러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원본보다 그 느낌이 반감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 사이 광고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갔다. 산하가 그려낸 수묵화가 컬러로 번져나가며 실제 경복궁 모습을 비췄다.
그 아래 한국으로 오라는 메시지가 던져지며 광고는 끝이났다.
그런데 린다는 한국이라는 나라나 경복궁에 흥미를 가지는 게 아니라, 그림에 관심을 가졌다. 대체 저걸 그린 사람은 누굴까?
실제로 작품을 한번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방문해야 할텐데.
저 작품 하나 보려고 비행기를 탄다? 아빠한테 사실대로 말하면 혼나겠는 걸?
너무 보고 싶어서 고심하던 그녀는 다른 이유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첫째 한국에 사는 친구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다. 둘째,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을 직접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럴듯한 이유까지는 떠올리지 못한 린다는 스스로를 설득하려던 생각을 그만두고 크게 소리쳤다.
"아, 몰라, 그냥 갈거야! 돈이 얼마나 있더라...."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부자가 아닌이상 머니가 문제였다. 은행에 남아있는 잔액을 살펴보고 고심하던 린다는 두 가지 루트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첫번째는 부모님.
당장 방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선 린다가 허리를 척 하고 짚으며 외쳤다.
"저 배낭여행 갈게요. 지원 좀 해주세요. 나중에 갚을게요."
티 타임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는 딸의 당돌한 태도에 피식 웃어버렸다.
"린다? 또 뭘 보고 그런 결정을 한거니?"
찔끔한 린다가 어버버하고있자, 그녀의 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배낭여행이라, 참 좋은 일이지. 그런데 목적이 분명해야만 해. 목적이 뭔지 말해보겠니?"
"어, 새로운 나라의 문물을 접하고 싶어요."
"아주 흔해빠진 이유로구나. 이 아버지는 뭔가 좀 더 그럴듯한 대답을 원하는 거란다. 이번 결정이 충동적인건 아니었는지 묻고 싶구나."
"아빠,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 사람은 원래 충동적이기도 한 동물이라고요."
"린다? 세상살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독립해서야 알아차리겠구나. 급진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양식은 삶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단다."
어릴적부터 확고한 철학을 가진 부모밑에서 자란 린다는 뭔가 대꾸할 말을 잊어버렸다.
"알겠어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뒤돌아서는 딸을 바라보던 그가 다시 찻잔에 입을 가져다대던 찰나, 다음 계획을 떠올린 린다가 발걸음을 되돌렸다.
"아빠, 저 아르바이트 하나 더 할거예요."
왠지 긍정적인 표정으로 변한 그녀의 아버지가 딸그락 거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하나 더?"
"네, 직접 모아서 갈게요."
그녀의 아버지가 가볍게 손뼉을 몇번 치고나서 입을 열었다.
"린다, 조금은 훌륭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구나. 어느 나라로 갈거니?"
갑자기 인자하게 웃는 자신의 아버지 태도에 당황한 린다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함께 살아온지 이십년이 넘었지만, 이건 또 다른 패턴인데?
"린다?"
아버지의 재촉에, 얼떨결에 대답한 린다.
"코리아?"
그녀의 아버지는 의문이 뒤섞인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리아라, 네 어머니의 나라로구나. 드디어 관심이 생긴거니?"
어떤 광고 하나 보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에 찔끔한 린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어머니 모국이라는 건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네.
어머니는 내가 다섯살 되던 무렵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그녀에 관한 기억은 흐릿하기만 했다.
어릴때는 그런 어머니를 보고싶어하고 그리워했지만, 조금 자라서는 아예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녀와 관련된 무언가를 떠올리면 너무 보고싶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무언가를 충동적으로 해버리며 그녀를 잊어왔고, 실제로 아주 오래 한국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있었는데.
오로지 아버지의 정만을 받고 자란 린다는 왠지 속에서 슬픔이 올라오려는 걸 꾹 참았다.
이젠 다 컸으니 가볼때도 됐지. 이제 난 어린이가 아니야.
그런 딸의 시시각각 변해가는 표정을 바라보던 사내는 잠시 기다려 주었고, 자신을 설득하던 린다는 입을 열었다.
"네, 조금이요?"
"그렇구나. 그럼 그곳으로 가는 교통비와 체류비를 계산해서 내게 가져오거라."
"네? 왜요?"
"일단 해보면 알게다."
자라오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이거 무슨 긍정적인 신호인건가 생각하던 린다는 곧장 방으로 달려가 컴퓨터에 매달렸다.
언제 어느때 가는 비행기 삯이 얼마고, 도착해서 체류할 숙소 가격은 얼마이며, 식사비용부터 시작해 다양한 것을 계산에 집어넣고, 그녀는 한참만에야 거실로 나왔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빠?"
"......."
그 순간 바람이 거칠게 불며 창문이 덜컹거리자 그녀의 아버지가 퍼뜩 깨어났다.
"응...? 린다 왜 그러고 서 있니?"
"이거요."
린다는 꼼꼼하게 정리하며 써내려간 여행경비 계산을 내밀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것을 받아들어 살펴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진 돈은 얼마나 되니?"
"반의 반 정도요?"
"좋다, 이 여행을 응원하는 뜻에서, 네가 여기 기록된 여행경비를 절반 모은다면, 나머지 여행경비를 지원해주마. 어떠냐?"
"진짜요!?"
"그래, 린다. 열심히 하려무나."
"네, 고마워요. 아빠."
자신의 볼에 뽀뽀를 하고 방으로 황급히 사라지는 린다를 바라보던 사내는 흡족하게 웃었다.
그의 아내이자 그녀의 어머니 나라인 한국에 관해 그다지 관심 없어 하던 딸이, 배낭여행을 빙자해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려서라도 한국에 가려는 걸 보니.
드디어 충동적인 행동양식을 벗어나 계획적인 삶을 살아가려하는 증거라고 생각하면서.
며칠 후.
린다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나이에 따라 최저임금이 매겨지는 영국에서, 린다는 두번째로 높은 최저시급을 받고 있었다.
그 시급을 언제까지 모아야하나 떠올려보던 린다는 스마트폰 알림을 듣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지난 몇년간 펜팔을 하던 친구중 하나인 이선아에게, 곧 한국으로 갈거라는 쪽지를 SNS로 보냈더니, 이제서야 답장이 왔다.
그러고보니 무의식중에 어머니가 그리웠었나 보다. 굳이 한국친구와 펜팔을 했으니.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린다는 쪽지 내용을 살폈다.
<하이 린다, 내가 조금 바빴어. 한국으로 오겠다고? 그게 진짜야? 세상에. 언제 올거야? 일정 잡히면 당장 연락해, 나도 시간 비워둘테니까.>
바빠서 그랬었구나라고 생각하던 린다는 곧바로 답장을 써내려갔다.
<알았어. 우리 처음으로 보겠네? 아참, 궁금한 게 있어. 인터넷에서 경복궁을 소개하는 광고 영상을 봤는데, 혹시 거기에 사용된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는지 알려줄래? 정확한 건 캡쳐파일 보내줄게.>
그 답장을 받게 된 이선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복궁 광고?
***
여행지와 관련된 영상에 삽입된 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을 외국인도 보기 시작하던 무렵.
휴일을 맞이한 산하는 천상주를 만들고 자취방에 돌아와 조금씩 그 빛이 약해져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옅게 끼어있는 구름이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흩어지는 그 모습이 참으로 여유롭게 느껴졌다.
그 여유를 조금더 만끽하기로 한 산하는 자취방 내부에 놓여있던 의자 하나를 가져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의자를 놓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여유를 언제 느껴봤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불행하거나, 좌절하거나, 또는 행복하거나, 재미있었거나 하는 기억은 있었지만, 이런 여유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특히 저 푸른 하늘은 너무 가끔 보고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앉아있던 산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제 해가 서쪽너머로 반쯤 넘어가버린 시점이어서 사위는 상당히 어둑해져 있었다.
'오늘은 뭘 먹나...'
의자에서 일어서며 누구나 할법한 고민을 하던 산하는, 무심코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검은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신나게 걸어가는 만두가 보였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먹을거리를 사온 것 같다고 생각하던 산하가 장난스럽게 외쳤다.
"만두야, 내가 그쪽으로 갈게."
흠칫 놀란 만두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형님 거기서 뭐하십니까?"
"너 감시 하고 있었지."
"네?"
"또 맛있는 거 혼자 먹으려고 그랬지?"
"아니에요. 형님. 넉넉하게 사왔어요. 같이 먹으려고."
"농담이었어 인마, 많이 먹어."
"형님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이 봉만두, 형님 드리려고 물만두부터 군만두까지 풀 세트로 사왔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 이야 만두 기특하네. 진심이야?"
"당연하죠. 이거 보십쇼."
봉지를 펼쳐보이기까지 하는 만두를 바라보던 산하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럼 철호아저씨랑 같이 먹을까?"
"그럴까요? 그럼 가게 들어가 있을게요."
곧장 도로를 건너 호프집으로 들어서려던 만두는, 반쯤열린 호프집 문틈으로 눈을 부라리는 맹철호와 마주쳤다.
"봉만두!"
"네?"
"나만 빼먹으면 화낼뻔 했다?"
"다 듣고 계셨어요?"
"그래, 이 만두놈아. 얼른 들어와."
"네, 사모님은요?"
"친정갔어. 신난다 신나."
"......"
***
다음 날.
장관 집무실을 빠져나오자마자 긴장된 마음을 겨우 내려놓은 최중우가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장관의 아이디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관광 연계 전시회?
산하의 의향부터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우는 야외 등나무 쉼터로 향했고, 곧장 캔음료 하나를 뽑아 목을 축인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산하 씨?"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를 받은 산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지?
"네, 말씀하세요.
"이번 관광홍보를 기념해서 수묵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작가님께서도 참가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여쭤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시회요? 구체적으로 어떤건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네, 이번 관광 홍보 작업에 참여하신 작가님들 중 참여 의사를 밝히신 분에 한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최중우는 경복궁 근처 갤러리 대관으로 수묵화 전시회를 열어 관광지와 연계하려는 계획을 말해주었고.
산하는 마침 표구해서 찾아다놓은 두 작품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군요. 지금 2층에 한 작품이 전시중이긴 한데, 그쪽 일정이 어떻게 되죠?"
이내 최중우가 말해 준 전시일정을 듣게 된 산하가 흔쾌히 답했다.
"좋습니다. 저도 참가할게요."
"감사합니다. 관람객들이 크게 만족하실 겁니다. 믿고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자세한건 나중에 얘기해도 되겠죠?"
"네, 그럼요."
"그럼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통화를 종료한 산하는 오후 타임 장사를 준비하려고 기지개를 켰다.
"사장님 누구랑 통화하셨어요?"
"공무원."
"공무원? 공무원이 왜요?"
"몰라, 그냥 뭘 하재."
"네?"
"봄봄봄, 요즘들어 호기심이 많아지셨네요?"
그야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경쓰이니까 그러죠라고 속으로 말하던 새봄이 내심과 비슷한 말을 던졌다.
"그냥 궁금해서요."
"왜 궁금해?"
"그냥? 아참 저 냉장고 정리 좀 할게요."
왠지 도망치듯 냉장고로 다가가는 새봄을 바라보던 산하는 피식 웃고 말았다.
[1분 전, 윤새봄은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
영국발 인천공항 도착 예정인 한국 국적 비행기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의 여행을 책임지고 있는 로드릭 기장입니다. 우리 비행기는 곧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입니다....."
드디어 한국으로 날아온 린다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한국인 친구도 만나고, 콘서트장도 가고, 진정한 목적인 그림도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설레하던 그녀는 비행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점차 구름이 걷히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지형지물이 변해가는데, 곧 한국으로 추정되는 육지가 나타났다.
드디어 온라인이 아닌, 실물로 확인하겠구나라고 중얼거리던 그녀의 기대감은 한층 부풀어올랐다.
한참 후.
"린다!"
공항에 마중나온 이선아는 린다를 환영한다는 팻말을 마구 흔들었다. 실물로 처음 접하는 친구가 너무 반가웠던 린다는 어눌한 한국말로 그녀를 불렀다.
"선아?"
빠른 걸음으로 입국장을 빠져나간 린다는 선아와 손을 마주잡고 흔들었다. 오랜기간 펜팔을 하며 인터넷전화를 비롯해 사진까지 주고받아서인지, 둘 사이에 어색함은 별로 없었다.
"반가워. 내년에나 만날 줄 알았는데."
"나도, 린다 너 너무 이쁘다. 나 금발은 이렇게 가까이에서 처음 봐."
검은 머리칼은 유전학적으로 우성인자이지만, 그녀는 특이하게도 아버지의 금발을 물려받고 태어났다.
그 사실은 린다도 알고 있었고, 덕분에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래? 고마워."
아버지는 영국인, 어머니는 한국사람이라고 들었던 이선아는 그녀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금발이긴 하지만, 이목구비에 서양과 동양의 특징이 조화롭게 담겨 있어서 더욱 그랬다.
"가자, 린다. 내가 한국 방문 기념으로 맛있는 집 알아놨어."
"알았어. 정말 고마워."
그 후 서울 관광도 하고, 음식도 먹던 린다는 밤이 되자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선아."
"응?"
"미안한데, 경복궁 있잖아."
"아, 그거. 내가 알아봤는데. 경복궁 근처에서 며칠후에 특별전시회 한다더라. 예약해놨으니까, 보러가자."
"그래? 선아. 너무 고마워. 다음에 영국 놀러오면, 내가 가이드 열심히 할게."
"꼭이다?"
"당연하지."
며칠 후.
린다는 선아를 따라 경복궁 근처 한 건물앞에 섰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주간, 수묵화 특별 전시회>
<고궁 입장권 제시시 입장료 30% 할인>
선아는 전시회 기간을 살펴보더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안내문을 가리키며 웃어보였다.
"짜잔, 오늘이 전시회 첫날이야."
"와, 그런거야?"
"응, 잠시만..."
입구에서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예약번호를 보여주고 결제를 마친 선아는 린다와 함께 전시회장 내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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