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123화 (123/445)

123화 아마추어가 미쳤다 (1)

눈앞의 메시지를 바라보던 산하는 왜 이런 미션이 떠올랐는지 알 것 같아, 헤어 자격증을 따려고 하던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노래에 관한 능력을 얻었을 때도 그랬지만, 오민석의 헤어 솜씨를 얻었을 때도 산하는 결코 그에 안주하지 않았었다.

헤어 기초에 관한 책을 사서 정독하거나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고, 오민석의 헤어 능력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은 채로 연습해 보는 등 개인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쩌다 찾아온 놀라운 능력에만 기대는 순간, 언젠가 그 능력이 사라지면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불안하긴 해도, 손 놓고 아무것도 못 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씩 웃었다.

특히 오민석의 놀라운 헤어 디자인 솜씨는 몸이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간 이런 능력이 전혀 없을 때 얼마만큼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나 궁금했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형님!”

귀에 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산하가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트로트 가수나 입을 법한 반짝이 의상을 착용한 만두가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한 손으로는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뭐냐?”

“뭐긴요. 형님 응원하러 왔죠. 우승은 우리 형님의 것!”

하하하 웃으며 피켓을 다시 한번 흔드는 만두를 보고, 산하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쟤는…… 왜 부끄러움을 모르지.”

“형님?”

“어, 그래, 만두야. 응원은 고마운데, 그건 좀 벗으면 안 되냐?”

“에헤이, 안 됩니다. 형님. 이게 오늘 트레이드마크 아니겠습니까? 이 정도는 해 줘야 응원할 맛이 나죠.”

“솔직히 말해 봐, 오늘 나 개망신시키려고 그러고 온 거지?”

“형님, 실망입니다. 이 봉만두, 형님만을 위해 준비했는데…….”

어딘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만두에게 다가간 산하가 그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억!”

“뻥치지 말고, 너 혼자 왔어?”

“아우, 형님. 제 옆구리에 구멍 납니다.”

“대답이나 해.”

“흐흐, 곧 올 거예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여성이 대회장 입구에 나타났다. 그중 새봄과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커다란 글자가 좌로 흘러가는 태블릿을 흔들었다.

“사장님! 아자아자!”

그 옆에 있던 나세도 비슷한 글귀가 흘러가는 스마트폰 화면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사장님! 꼭 우승하세요!”

그나마 다른 애들은 멀쩡하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일부러 응원까지 하러 온 만두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요란한 그의 행색을 잠시 바라보던 산하는 곧장 안으로 도망쳤고, 봉만두는 연신 산하를 불러대며 뒤따라갔다.

“형님! 응원석에서 지켜보겠습니다! 제 빡센 응원의 힘을 받으십시오! 우승은 형님 겁니다!”

* * *

헤어 아티스트 대회를 막후에서 진두지휘하는 이미용협회장 부갑선은 경기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상층부 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 과거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부갑선.

오래전 우연히 미용업에 뛰어들어, 자신에게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 그녀.

심지어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업을 즐기는 경지에까지 이르른 갑선은 그 당시 헤어미용사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실력을 인정받아 유일한 한국 대표로 기능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후, 매회 주최국을 달리하며 치러지는 권위 있는 국제 헤어 대회에도 출전해 우승 후보로 점쳐지기도 했던 갑선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국제기능올림픽이야 공동 메달이라는 제도도 있고 금메달을 딴 후배도 나왔다지만, 권위 있는 헤어 대회에선 그렇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독일에서 최초로 시작된 이 국제 대회는 전 세계의 실력자란 실력자는 다 모이는 진검승부의 장이었다.

누군가는 ‘이 대회 우승자가 진정한 최고’라고 말할 정도였다.

왜냐하면, 우승했던 사람도 매년 참가할 수 있긴 했지만, 그 우승자도 다음 우승을 장담하지 못할 만큼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 치열한 대회에 참가한 국내 미용인은 많았지만, 단 한 사람이 3위를 목전에 두고 고배를 마신 것이 성과의 전부였다.

누구라도 좋으니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줬으면 하고 바라던 갑선은 경기장을 죽 훑어보았다.

“회장님?”

“아, 무슨 일이시죠?”

“인터넷 방송을 하시는 분이 인터뷰를 요청하셔서요.”

“그래요? 알았어요.”

일반인의 흥미를 돋우고 더 많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요즘 TV보다 더 많이 본다는 영상 플랫폼의 한 BJ가 이 대회에 섭외되었고, 갑선은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관람석 상층부에 부스 형태로 마련된 인터넷방송 현장에 도착한 그녀는 BJ 안대희를 만나 악수를 했다.

“여러분, 드디어 이미용협회 회장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BJ 안대희입니다. 이 헤어 대회가 생긴 이래로 인터넷 방송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이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요즘 젊은 세대가 즐기는 매체라고 들었어요. 낡은 대회가 아닌 매회 새로운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건 그 결과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하! 역시 소문대로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시는군요. 다음 질문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학생부나 직장인, 현역 등을 다 폐지하고 하나로 통합하셨는데요. 이건 또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일각에서는 불만을 가지신 분도 더러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대회 진행 방식을 독일 대회를 의식해 만들었다는 걸 떠올린 갑선이 입을 열었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따지지 말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런 깊은 의미가 있군요. 그리고 보자……. 제가 조금 전에 자료를 받아 보았는데요.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볼 분이 SJ 헤어살롱의 대표 유성준 님과 헤어 아티스트 신소정 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신소정 님은 대회에 불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두 분 말고 또 눈여겨볼 만한 분이 있을까요?”

속으로 아직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던 갑선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그건 노코멘트 해야겠는데요?”

“알겠습니다. 제가 또 민감한 부분을 쿡쿡 찌른 것 같네요. 그럼 회장님…….”

왠지 피곤한 BJ와의 인터뷰를 한참 더 이어 가던 갑선은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뒷목을 주물렀다.

BJ를 괜히 섭외해서 이 고생이구나 하고 생각하던 갑선은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내년 독일에서 치러질 헤어 대회 참가 티켓은 국내 기능 경기 대회에서 몇 장이 주어졌고, 지금 치러지는 헤어 아티스트 대회에는 단 두 장이 배정되었다.

2년 이상의 실무 경력자만 참가 가능한 독일 대회 티켓에 관해 떠올리던 그녀는, 여태 아마추어가 우승한 사례가 없어서 그저 유명무실해진 규정도 함께 떠올렸다.

<아마추어 우승 시, 티켓 대신 독일 대회 관람을 위한 경비 제공>

<아마추어 우승 시, 아마추어 부문 참가 추천서 제공>

아마추어 부문은 독일 본 대회의 흥을 돋우기 위해 마련된 간단한 체험 요소였기에, 아마 이 규정은 평생 쓸 일이 없지 싶었다.

국내 헤어 아티스트 대회가 생긴 이래로, 아마추어가 1등을 차지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괜찮은 인재가 발굴되어 내년 독일에서 치러지는, 다시 말해 다른 나라를 돌고 돌아 실로 몇십 년 만에 최초 개최국에서 치러지는 의미깊은 국제 헤어 대회에서 우승. 아니, 상위권이라도 차지해줬으면 하고 바라던 갑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번 헤어 대회 예선에선 기초를 중점적으로 보는데, 헤어 커트부터 시작해 인컬, 아웃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전문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기는 중이었다.

이 점수가 모자라면 예선에서 탈락하지만, 합격선이라고 해서 대충하는 사람은 없었다.

예선부터 본 대회 1차, 2차까지의 점수를 총합해서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예선부터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본연의 실력만으로 하자니 진땀이 흘렀던 산하는 총 120분이 주어지는 제한시간을 확인하면서 굼떠진 손을 열심히 놀렸다.

작년에 예선 탈락자가 많이 나오면서 대회 분위기가 식어 버리자 예선 규정을 꽤 완화했다고 들었던 그는, 잘하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런 그를 상대로 소리없이 열띤 응원을 펼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봉만두였다.

멀리서 산하를 바라보던 만두는 평소와 달리 뭔가 조심조심 움직이는 그의 손을 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피켓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의 요란한 복장을 발견하고 멀리서 비추던 BJ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 여러분, 저분 보이십니까? 반짝이 의상에…… 피켓이 대박…….”

<산하네 요리 전문점의 헤어왕 박산하! 우승 확정!>

피켓에 쓰인 글을 읽던 BJ가 속으로 큭큭거리며 웃었다. 요리 전문점은 또 뭐고, 헤어왕에 우승 확정은 뭐야.

응원 복장도 요란하고 웃기네.

그는 대체 저런 부끄러운 응원을 받는 사람이 누군가 싶어서 응원하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갔지만, 대회 참가자가 워낙 많고 멀다 보니 찾을 수 없었다.

“저기 가까이 좀 비춰 보세요.”

그와 함께 일하는 카메라맨이 한참 경기장 참가자를 줌인해서 이리저리 비추던 찰나.

채팅창에서 누군가가 황당하다는 듯 글을 올렸다.

- 하산해!? 뭐야, 아조씨가 왜 여기서 나와?

- 무슨 소리?

- 그게 누군데요?

- 와 이 사람들 하산해 몰라요? 백철우 판박이 모창에 천상주 판매자.

BJ는 채팅창에서 힌트를 얻자마자 경기 참가자를 자세히 살폈고, 시청자의 도움을 받아 어딘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물론 육안으로는 알 수 없어, 카메라의 힘을 빌렸다.

“어? 여러분 진짜네요?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죠? 가수 하산해 씨가 여길 참가하셨……네요?”

전혀 예상지도 못한 연예인 참가자에 당황한 그가 말을 더듬다가 이내 흥분한 기색으로 변했다.

안 그래도 대회가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시청자도 죄다 빠져나가는 중이었는데, 괜찮은 화젯거리가 생긴 탓이었다.

“와! 여러분. 이거 빅 뉴스 아닙니까?”

그의 예상대로 시청자들도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 손이 조금 어설퍼 보이는데…….

- 그냥 재미로 참가하셨나 봐요. 이것저것 많이 하시던데, 이건 재주가 없으신 듯.

- 아무튼 신기하네요.

- 누군지 모르겠지만 검색하러 갑니다.

- BJ님 저분 위주로 구경합시다. 흑역사로 박제해야죠.

- 아니, 천상주나 더 만들어서 팔아 주시지 여긴 왜?

- 저 사람 유명해요?

- 내가 미쳐, 식당 문 닫으시더니 여길?

어딘가 조용하던 채팅창이 왁자지껄해지는 가운데, 인터넷 방송의 카메라는 줌을 최대한 당겨서 산하를 비추기 시작했다.

“아, 제가 헤어 공부를 조금 해 왔는데요. 하산해 씨가 손은 조금 둔하지만, 뭔가 정석적으로 하시는 것 같습니다. 기초가 탄탄하다고 해야 할까요?”

- 우! 사이비 평가관 물러가라.

- 예선은 통과하시려나.

- 빨리 떨어지시고 식당 오픈하세요.

- 그 식당 맛있어요?

- 엄청…… 아니다. 맛없어요. 가지 마세요.

이날, 산하는 심사관이나 참가자 등에게 헤어 솜씨로는 전혀 주목받지 못한 가운데 예선전을 치렀다.

그의 생각으로는 예선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반반이었다.

최종적인 결과는 오후 여섯 시경에 문자로 통보해 주겠지만.

그렇게 첫날 예선이 끝난 후, 어쩌면 미션에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민망한 표정으로 만두와 새봄, 나세를 만났다.

“형님, 평소 그 실력은 어쩌시고…….”

산하는 대충 생각해 뒀던 변명을 쏟아냈다. 어제 자취방에 물건을 옮기다가 손목을 삐끗했다는 등의 핑계를 듣던 만두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쩐지……. 아깝습니다. 사람들한테 형님 헤어 실력을 알릴 좋은 기회였는데.”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두지 뭐.”

벌써 다가와 있던 나세도 그를 위로하는 가운데, 새봄 또한 위로의 말을 던졌다.

“사장님, 다음부터 이런 대회 전날에는 절 부르세요.”

“널? 왜?”

“제가 대신 이것저것 해 드릴게요. 저 힘은 세잖아요.”

소매까지 걷어붙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새봄의 진지한 표정에 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시 말해 봐.”

“네?”

“녹음하게.”

“사장님도 참…….”

이날 오후 6시.

스마트폰을 살펴보던 산하는 문자를 받았다. 그곳에는 ‘예선 통과’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오!?’

내일 식당을 조기 오픈하겠다는 공지를 미리 준비하던 산하는 주먹을 마구 흔들었고, 그 사이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민석의 헤어 솜씨가 95%로 상승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주로 백철우의 모창과 천상주로 이름이 알려진 산하의 헤어 대회 참가는 관계자 몇 명에게도 화젯거리였다.

“하산해 씨가 이번 대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네요.”

“맞습니다. 제법 유명한 분이라 대회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대단한 재능을 가진 분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성취를 거뒀다. 뭐, 이런 의미도 되겠죠?”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점수를 살펴보던 때를 떠올린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분 점수가 진짜 아슬아슬했어요.”

“그러게요. 그래도 전문 분야가 아닌 것치고는 제법이잖아요.”

“그건 맞습니다.”

* * *

헤어 대회 본선부터는 예선에서 얻은 점수까지 더해 최종적인 결과로 순위를 가리는데, 본선 1차를 치르는 날이 밝았다.

본선에 참가하기 위해 입구로 들어서려던 산하는 갑자기 아는 척해 오는 누군가를 바라봤다. 그는 어제 주차장에서 만난 바 있는 유성준이라는 헤어디자이너였다.

“안녕하세요? 어제 얼핏 뵌 것 같은데 하산해 씨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예선이 끝나고 헤어 대회에 관련한 내용을 검색해보다가 하산해가 참가했다는 짤막한 뉴스를 발견한 바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자신은 인생을 건 분야인데, 연예인이 이곳에 참가했다는 걸 알아버린 유성준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마치 재미로 참가한 것 같지 않은가.

심사가 배배꼬인 유성준이 비꼬는 듯한 말투로 산하에게 말했다.

“다른 일도 바쁘실텐데, 이곳에 참가하셨네요?”

“저도 제법 관심있는 분야라서요.”

속으로 ‘네, 그러시겠죠’라고 말하던 유성준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습니까? 아무튼 대회 잘 치르시기 바랍니다.”

속으로는 ‘대회에서 개망신이나 당해라’라고 말하던 유성준이 악수를 마치자마자 한쪽으로 사라졌다.

왠지 악의가 엿보이는 듯한 그의 표정을 떠올리던 산하는 어깨를 으쓱하고 대회장으로 입성하려 했다.

그때, 뒤따라오던 만두가 인상을 구기며 유성준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형님, 저 자식 말하는 게 재수없네요. 코 좀 납작하게 해 주세요. 오늘은 자신 있으신 거죠?”

“신경 쓰지 마. 오늘은 그럭저럭 괜찮아.”

“다행히 예선은 통과하셨네요. 오늘부터 형님의 그 화려한 실력을 보여 주는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고맙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니, 오늘은 반짝이 안 입어 줘서 고맙다고.”

“…….”

한참 후.

대회 시작을 알리는 버저음과 함께, 커다란 전광판에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예선전이 어느 정도의 기본은 갖추었는지 평가해서 어중이떠중이를 걸러내는 자리를 겸했다면, 본선은 본격적인 실력 평가의 장이었다.

그만큼 예선보다는 평가 점수가 높았다.

주어진 시간은 80분.

오늘의 과제는 자신 앞에 주어진 마네킹을 대상으로 업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이었는데, 총 두 개의 마네킹이 준비돼 있었다.

첫 번째는 파티 드레스 의상에 어울릴 만한 파티번업이었고.

두 번째는 정장에 어울리는 면접헤어였다.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BJ의 카메라가 산하를 집중적으로 비추던 사이.

이제 오민석의 헤어 디자인 솜씨를 되찾은 산하는, 과제를 떠올리며 손을 쥐었다 펴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드디어 작업을 시작했다.

- 124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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