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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124화 (124/445)

124화 아마추어가 미쳤다 (2)

약 2시간 전.

하이에나처럼 기삿거리를 찾아 헤매던 연예부 기자 임동연은 어제 짤막하게 뜬 뉴스를 보고 한참을 망설였다.

<하산해, 헤어 아티스트 대회 깜짝 참가>

<분야 전문가, 하산해 실력이 어떠냐는 질문에 ‘평범 이하’라고 답해>

- 다른 거 다 잘하는데 무슨 상관?

- 그러게요. 그런데 저긴 왜 참가하셨나 몰라요.

- 재미 삼아?

- 천상주 못 마신지 어언 100일 째. 술 좀 많이 팔아 주세요. 하산해 씨.

사실 이 정도면 또 찾아가 봐야 놀라운 소식이라거나, 재미있는 뉴스거리를 전혀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이건 어제 자신도 느낀 사항이었다.

그러니 대회가 끝난 후에 다른 기사들을 보고 짜깁기 정도로 하면 되지 싶었다.

거기에 더해, 헤어 대회 자체가 참가하는 본인이나 관심 있는 사람 말고는 그리 큰 재미가 없다는 게 포인트였기에, 임동연은 머리를 긁적이고 있기만 했다.

차라리 이런 기사보다는 유명 연예인이 소속사와 결별했다거나, 또는 모종의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는 등의 기사가 더 흥미를 끌 수 있었다.

아니면.

‘스캔들에 관한 소스라도 하나 터지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던 임동연을 누군가가 불렀다.

“임 기자, 뭐 해?”

2년 차 선배의 부름에 임동연이 고개를 돌렸다.

“여기 하산해가 나와서요. 헤어 대회 참가 취재 때문에…….”

“아, 그거? 가지 마. 딱히 건질 것도 없겠더라. 오전 회의 기억 안 나? 피디건 기획사건 전화라도 돌리자고. 뭐라도 하나 캐야지?”

“그게 좋겠죠?”

“그래, 오늘도 특종 하나 못 건져오면…….”

동료 기자가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부르르 떠는 몸짓을 보인 임동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곧장 전화기를 집어 들어 귀에 가져다 댄 임동연은 HO엔터에 전화를 걸었다. 물론 안면이 있는 그곳의 직원에게 거는 전화였다.

그런 식으로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렸으나, 입에 단내가 나도록 노력한 것에 비해 소스라고는 눈곱만큼도 얻지 못한 그는 시간을 살폈다.

‘왜 이렇게 찝찝해…….’

그 찝찝함이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던 임동연은 그게 바로 하산해 때문이라는 걸 알아챘다.

과거 그의 독특한 행보는 연예부 기삿거리를 꽤 제공해 주었고, 그 자신에게도 놀라움을 자아내곤 했다.

특히 아버지가 백철우 모창으로 이름난 하산해의 팬이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가 볼까?’

임동연은 살짝 인상을 구기다가 벌떡 일어서며 양복 상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곧장 밖으로 향하자, 그의 선배가 전화기를 손으로 틀어막고 외쳤다.

“임 기자, 어디 가?”

“취재하러요.”

“뭐? 어디?”

“이따가 말씀드릴게요.”

기자의 감이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걸 느낀 임동연은 곧장 차를 몰아 헤어 아티스트 대회가 벌어지는 장소로 향했다.

역시나 여타 대회와 다르게 생각보다 썰렁한 대회장 주변을 바라보던 그는 괜히 왔나 싶었지만, 곧 내부로 들어섰다.

기자 신분임을 밝히고 출입증을 받아서 하산해가 잘 보이는 관람석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시간을 한 번 더 살폈다.

곧 대회가 시작할 시각이라 그런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잔뜩 서려 있었다.

그와는 별개로 관람객이 너무 없었다. 죄다 참가자들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주변을 한번 둘러보던 임동연은 갑자기 우르르 몰려드는 관람객을 보았다.

거의 십여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현수막을 들고 오길래 무심코 살펴보던 임동연은, 자신도 모르게 짤막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산해가 최고야, 요리왕, 노래왕, 알콜왕…… 다음은? 헤어왕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팬으로 추정되는 저들과 인터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임동연은 슬그머니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중에서 후드티를 입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여성에게로 다가간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슈&이슈 연예부 기자 임동연이라고 합니다.”

“어? 맞죠?”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자신을 가리키는 그녀의 질문에 오히려 당황한 임동연이 되물었다.

“네?”

“그 왜, 있잖아요. 전에 하산해님 파스타 사랑 음반 나왔을 때, 뉴스 기사 쓰신 분. 엄청 호의적인 기사라서 제가 또 잘 기억하고 있죠.”

왠지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낀 임동연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과거에 쓴 기사 내용을 가만히 떠올렸다.

<그 무엇보다 빠르게, 전체 음원 차트 5위에 안착한 파스타 사랑, 인기 비결은?>

자신이 호의적으로 기사를 쓰긴 했지만, 이걸 다 기억하는 팬들이 있다니. 아무래도 기사 쓸 때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런 것도 다 기억하세요?”

“그럼요. 팬이라면 그 정도는 관리해 줘야 찐팬이라 할 수 있죠.”

“……아, 그렇죠. 그런데 여기 이분들이 다 하산해 씨 팬인가요?”

“맞아요.”

“오늘 응원 오신 거예요?”

“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신다니까 제가 다 설레고 그래서요. 중요한 약속도 취소하고 왔어요.”

“와, 대단한 열정이네요. 그럼 하산해 씨 대회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알 수 있을까요?”

“어…… 당연히 우승하실 거라고 믿어요.”

아무리 팬이어도 그렇지, 어제 예선전 후에 뜬 뉴스를 보기라도 한 걸까 생각하던 임동연은 내심과 반대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요. 우승하실 겁니다. 그런데…….”

눈에 콩깍지가 씐 것처럼, 하산해가 뭘 해도 이뻐할 진성팬 무리를 힐끔 바라보던 임동연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혹시나 뭐라도 얻어걸리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인터뷰하던 여성이 대답을 중단하고 ‘잠시만요’라고 하더니, 갑자기 캠을 들어 하산해를 비추는 게 아닌가.

그와 함께 버저음이 울리자 임동연도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대회가 시작된 것 같았다.

임동연은 더는 인터뷰가 불가능할 것 같은 팬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조금 전 서성이던 타 신문사 기자도 뭔가 생각이 바뀌었는지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다.

또 무슨 추측성 기사라도 쓰고 있는 건가.

스마트폰을 들어 하산해의 새로운 뉴스 기사를 살펴본 임동연은 허탈하게 웃었다.

<헤어 대회 본선으로 넘어간 하산해, 평범한 실력 드러내>

<하산해, 팬들의 기대와 달리 예선을 겨우 통과한 실력 본선에서 보여 줬다>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는 하산해, 향후 행보에 독이 될 수 있어>

이제 막 경기 시작했는데, 여기저기서 쏟아 놓은 부정적인 뉴스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나빠진 임동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러니 우리가 속칭 ‘찌라시’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던 그의 귀에 크고 작은 탄식이 들려왔다.

바로 근처에서 구경 중이던 하산해의 팬들이 내뱉은 소리였다.

실망해서 그러나 싶어 스마트폰을 꺼 버린 임동연이 고개를 들었다.

산하는 손을 번개처럼 놀려, 실핀을 거침없이 꽂아 넣어 고정하는 중이었다.

눈을 소처럼 두어 번 끔뻑이던 그는 생각했다.

뭐야?

저게 뭐 하는 거야?

다른 참가자와 달리 손을 무척 빠르게 움직이는 하산해의 모습을 보게 된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뭐 하는 거지? 자포자기 한 건가?

더 지켜보기로 한 그가 망원 카메라로 하산해의 반신 샷을 찍던 그때, 첫 번째 업스타일의 희미한 윤곽이 드러났다.

사실상 업스타일은 메이크업을 하는 이들이 필수적으로 배우고, 자격증을 따기도 하는 분야였다. 그중에서도 제법 어렵기로 알려진 파티번업은 말 그대로 파티 의상에 어울리는 머리 모양이었다.

산하가 모발을 총 네 갈래로 나눈 후에 망을 씌워 주고, 빽콤을 넣어 볼륨을 잡는 등의 과정을 거치자 굉장히 화려한 스타일이 드러났다.

버저음이 울리고 나서 십여 분 조금 넘게 지났을까?

시간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건만, 그의 첫 번째 작업은 거의 완성 단계였다. 그가 남은 모발을 안쪽으로 말아 핀으로 고정하던 무렵.

이를 지켜보던 임동연은 작업 중인 그의 사진을 한 번 더 찍었고, 이내 확대해서 들여다보았다.

“와…….”

오래전 프랑스 귀족가 여인의 화려한 파티 복식에 무척이나 잘 어울릴 것만 같은 그 화려함은, 부드럽게 굽이진 여러 갈래의 볼륨 속에 여실히 드러났다.

잘은 모르겠지만, 장난 아닌 것 같은데?

뭐야?

어제랑 너무 다르잖아?

놀람과 동시에 이해할 수 없었던 임동연이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무릎을 탁 쳤다.

이럴 때가 아니지.

주변에 몇 안 남아 있던 기자들은 음료수 마시러 간다며 사라지고 없었다.

이때가 기회라며 얼른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 임동연이 기사를 작성하려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네, 편집장님.”

“임 기자 어디야?”

“여기 헤어 아티스트 대회장요.”

한숨을 내쉰 편집장이 으름장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휴. 임 기자, 오늘 오전 회의 기억 안 나? 특종 잡아 오랬더니 결과 다 나온 거긴 왜 갔어? 당장 튀어 와.”

“지금 특종 잡았습니다.”

“뭐?”

“기사 써서 송고할게요. 끊을게요.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어서요.”

임동연이 따발총처럼 말을 쏟아내자 당황한 편집장이 말을 더듬었다.

“어? 그, 그래…….”

통화를 종료한 그는 곧장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한편.

어느 하나 흠잡기 힘들어 보이는 깔끔하고 화려하며 우아한 파티번업은 부갑선의 눈동자도 튀어 나오게 했다.

그녀는 헤어 솜씨가 대단하기로 소문난 유성준을 중점적으로 관람하며 ‘역시’라고 생각하다가, 연예인도 참가했다는 것이 떠올라 그곳으로 이동한 참이었다.

그런데.

자신조차도 쉽사리 흉내 내기 힘들어 보이는 손놀림으로, 실로 완벽하기 그지없는 업스타일을 연출해 내는 산하를 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마무리 단계에서 그것을 보게 된 그녀는 잠깐만에 완성된 헤어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뭐지?’

수십 년을 헤어에 매진해 온 것만 같은 손놀림과 결과물에 감동한 갑선은, 그 실력자가 연예인이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헤어 살롱의 대표로 있는 유성준과 비교해 봐도, 산하라는 사람이 상당한 우위에 있었다.

대체 저런 사람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얼핏 듣기로 모창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원래 헤어 쪽에서 일하던 사람인가?

의문과 동시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벌써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산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산하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신들린 듯한 손놀림을 보이며 깔끔한 면접 헤어를 순식간에 완성해 내고 있었다.

아까 그 실력이 허상이 아니었다는 걸 확실히 깨달은 그녀는 비서를 통해 산하에 관한 정보를 간단하게 얻었다.

“헤어 쪽에서 일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어요?”

“네. 지금 살펴본 바로는 없습니다.”

“그럼 실무 경력이 전혀……?”

“네. 더 알아봐야겠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실력은 어떻게 된 거지?”

의문이 가득하던 그녀에게 불현듯 예감이 찾아왔다. 저 사람이 최초로 아마추어 규정을 적용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시간은 조금 더 흘러, 대회장 한편에서 열심히 작업에 매진하던 유성준은 자신이 완성한 첫 번째 결과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그는 ‘내 솜씨가 어떠냐, 이 정도는 해 줘야 파티번업이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주변을 슬쩍 살폈다.

그런데, 주목받아야 할 자신에게는 시선이 온데간데없고, 다른 쪽으로 시선이 쏠려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심사위원들마저도 한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과제를 모두 끝낸 ‘하산해’라는 연예인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뭐야…… 이상한 짓이라도 했나?’

너무 멀어서 안 보이다 보니 궁금해졌지만, 예선전 실력을 보아하니 뭔가 웃긴 결과물이라도 만들어 냈나 싶어서 피식 웃던 그는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그와 반대로, 무아지경에 빠져 순식간에 과제를 다 끝낸 산하는 할 일이 없어 머리만 긁적이다가 느긋하게 다른 참가자들의 결과물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람석부터 시작해 심사위원까지 자신과 작업물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계속해서 눈을 마주쳐서 조금 민망했던 산하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 자신의 작업물을 바라보았다.

내일은 실제 모델을 앞에 두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자르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그때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산하가 가까운 관람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짝반짝.

또다시 반짝이 의상을 갖춰 입은 만두가 엄지를 치켜든 채 몸짓까지 해 가며 입 모양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아…… 안 가져온 줄 알았더니, 저걸 또 가져왔네.

“형님, 제 기를 받으십쇼! 으랏차차차!”

“…….”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저런 응원이라니.

그 옆에 앉아 있던 나세와 새봄은 벌써 슬금슬금 자리를 옮기는 중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산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도 참 대단하다.’

* * *

이슈&이슈의 임동연 기자가 처음으로 하산해의 헤어 실력을 알린 가운데, 타 인터넷 신문사에서도 뒤늦게 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예선전 손목부상 투혼으로 뒤늦게 알려진 하산해, 또 한번 일 저질러>

<헤어 대회 관계자,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손놀림이었다’>

<분야 전문가, 하산해가 업스타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주었다고 평가>

<하산해, 그의 재능은 어디까지인가?>

<아마추어 아닌, 전문가도 울고 갈 하산해의 헤어 디자인 솜씨에 모두 경악>

<헤어 대회 남은 2차전, 업계 관계자와 하산해의 팬 모두 주목>

- 엥?

- 이거 뻥 아니야?

- 이러다 설마 우승하는 건 아니겠지?

- 난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건 줄 알았더니, 뭐지……?

- 와, 저기 나름 전문가들 참가하는 대회인데. 미쳤다.

그 외에, 낮에 올라왔던 인터넷 기사들을 찾아간 네티즌들은 악플을 달았다.

- 뭐? 평범하다고? 아 진짜 찌라시.

- 그니까요. 예선 겨우 통과한 실력 좋아하네. 기자 맞음?

- 시간 좀 보게. 본선 막 시작할 시간 아님?

- 아주 그냥 소설을 써라.

산하와 관련된 뉴스를 살펴보던 유성준의 얼굴이 바닥에 버려져 밟힌 전단지처럼 구겨졌다.

‘젠장…….’

그저 재미삼아 참가한 것으로 생각했던 산하가 모두에게 주목받는 중이었고, 그 실력도 엄청난 것으로 소문이 났다.

실제 뉴스 기사에 잡힌 사진 속의 업스타일은 자신이 봐도 대단해 보였다.

패배감에 사로잡혀 몸을 부르르 떨던 그가 벌떡 일어섰다.

아직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남아 있었다.

바로 헤어 커트.

2차전은 실제 모델을 앞에 두고 겨루는 장이었다.

이번 업스타일은 하산해라는 연예인의 주특기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특기는 업스타일이 아닌 커트였다.

가장 높은 점수가 부여되는 2차전에서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생각하던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눈을 빛냈다.

같은 시각.

오민석이 전성기 시절 가장 자신 있어 했던 분야가 바로 헤어 커트였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산하는 내일 있을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소방도로에 진입해서 차를 세우는 산하에게, 새봄이 말을 걸었다.

“사장님, 오늘 관람객 보셨어요? 다들 사장님 보러 자리를 옮기더라구요.”

싱긋 웃던 산하가 그녀를 가리켰다.

“이게 다 봄봄봄의 응원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던 새봄이 기뻐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짜요?”

“뻥이야.”

“너무해.”

“너무하기는, 내일도 응원 올 거야?”

“안 가요. 뻥이라면서요.”

“슬프다. 만두도 안 오고, 나세도 못 온다던데. 봄봄봄 너 마저…….”

약속 때문에 2차전 당일날에 빠지는 만두와 고향에 내려간다던 나세를 떠올린 새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그럼 저라도 가 드려야겠네요.”

“어째 적선하는 것 같다? 봄봄봄, 그렇게 안 봤는데…….”

“아니거든요?”

“아니기는. 조심해서 들어가.”

“네, 사장님. 태워 주셔서 고마워요.”

“뭘 가는 길인데. 내일 보자. 잘 자고.”

“사장님도요.”

어딘가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던 새봄이 사라지자, 산하는 급히 차를 돌렸다.

‘아직 있겠지?’

급히 목적지를 찾아간 산하는 불투명한 쓰레기봉투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는 물건을 발견했다.

- 125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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