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127화 (127/445)

127화 아마추어가 미쳤다 (5)

이 정도의 수치는 처음이었다. 51%라니. 실력에 따라 상향되는 수치가 다른 걸까 생각해 보던 산하는 다음 의문으로 넘어갔다.

평소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간단한 운동 정도는 해 왔는데, 과연 야구 실력이 얼마나 좋아질까?

잠시 넋 놓고 서 있는 산하를 의아하게 바라보던 기훈이 입을 열었다.

“왜? 뭐가 이상해?”

“아, 그냥 감이 와서요.”

“감? 무슨 감?”

“잘 던질 것 같다는 감?”

“그런 감도 있어? 난 그런 거 없던데.”

씩 웃던 산하가 검지와 엄지를 디귿 모양으로 만들며 말했다.

“그게 바로 기훈 형과 저의 간격…….”

“뭐 인마?”

“장난입니다. 자, 던질게요.”

“그래, 와라. 그 감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와인드업 자세를 취한 산하는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며 팔을 뻗었다. 그러자 조금 전과 전혀 다른 공이 쭉 뻗어 나가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퍽 하고 꽂히는 소리에 놀란 기훈은 글러브를 한번 쳐다보고 산하를 한번 쳐다보다가, 또 글러브를 내려다봤다.

“형, 또 갑니다?”

“자, 잠깐!”

“왜요?”

“너 방금 뭐냐? 이거…… 구속이 100? 아니 110은 되겠는데?”

“진짜요?”

“그래, 와, 산하 너 장난 아닌데?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그의 칭찬을 듣던 산하는 눈앞을 바라보았다. 해금 조건에 안 맞아서 횟수는 전혀 올라가지 않았다.

[현재 0/50]

이렇게 된 이상 지금부터 횟수를 올려놔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같이 가져온 경식구를 집어 들었다.

“형 이제 자신감 좀 붙었는데, 이걸로 저 뒤에서 던져 봐도 될까요?”

왠지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내던 기훈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 봐.”

“갑니다.”

산하가 거리를 잔뜩 벌린 후 자세를 취하고 팔을 쭉 뻗자, 야구공이 순식간에 미트에 꽂혔다.

이 모습을 보게 된 스카우트 안채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형편없던 한 사람의 투구 실력이 순식간에 늘어나 있었다. 구속, 제구력, 공을 뿌리는 자세까지. 초보치고는 괜찮았다.

‘뭐지……?’

호기심이 생긴 그는 오늘 이곳에 온 목적도 잊어버린 채 산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부터 산하는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연신 공을 미트에 꽂아 넣었고, 경쾌한 소리가 나기를 몇십 차례, 기훈이 포수 미트를 벗으며 소리쳤다.

“스톱!”

“왜요?”

“아우 손 아파……. 너 뭐냐?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감이 왔다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장난 아닌데? 너 우리 사회야구단 들어올래? 특급 에이스감이다.”

“글쎄요. 일단 연습이나 좀 더 하고요.”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냐, 오늘은 그만해야겠는데? 손이 좀 아프다.”

아직 유지 시간이 10분이나 남아서 아쉬운 표정을 짓던 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그만하죠. 형,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아니야. 재미있었어.”

“그럼 다행이고요.”

속으로 아쉬워하던 산하가 장비를 정리하려고 할 때였다. 어느새 근처로 다가온 안채훈이 말을 걸었다.

“저기요.”

공을 줍고 있던 산하가 고개를 들었다.

“네?”

“제가 받아드릴까요?”

“누구신지……?”

“아, 저는 프로 구단 스카우트인데요. 공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신 것 같아서요. 선출이라 나름 괜찮을 겁니다.”

잠시 고민하던 산하는, 자신이 직접 해 주겠다는데 거부할 게 뭐 있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감사하죠.”

이내 야구장 내부로 들어선 안채훈은 기훈에게서 미트를 넘겨받고 자세를 잡았다.

이제 막 문화와 관련된 능력이 7분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산하는 다급한 마음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퍽!

퍼억!

투구 코스 컨트롤도 조금 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글러브에 꽂히는 공도 초보라기엔 꽤 강하다 보니 채훈은 당황했다.

‘뭐지…….’

며칠 전만 해도 분명히 저 사람에게 배우는 것 같았고, 나타난 실력도 그에 걸맞았었다.

그런데 어떻게 잠깐 사이에 실력이 이렇게 발전하나 싶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그는, 다시 한번 공을 받고 확신했다.

재능이 넘치네.

그런데 나이가…….

아깝다.

안타까워하던 안채훈은 재능을 빨리 찾지 못한 그에게 속으로 위로의 말을 던지며 계속 공을 받아냈다.

잠시 후, 문화와 관련된 능력이 사라진 그 순간 산하는 공 던지기를 멈췄다.

[현재 38/50]

“그만하시게요?”

“네. 처음이라서 그런지 어깨가 엄청 뻐근하네요. 내일 일도 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어깨도 뻐근하고, 문화와 관련된 능력이 없는 채로 던지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그만두게 된 산하의 말에 채훈이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정말 야구는 처음이세요?”

“네.”

“와, 재능이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별말씀을요. 그냥 초짜 그 자체죠.”

“아닙니다. 단시간에 이렇게 잘 배우는 분은 처음 봐서요. 아무튼,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재밌었습니다. 공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통 선수 출신의 공을 많이 봐오던 그인지라 눈에 차는 실력이 전혀 아니었지만, 며칠 사이에 꽃피운 산하의 재능에 놀랐던 안채훈은 다시 한번 안타까워하며 자리를 이동했다.

* * *

실내 야구 연습장.

산하가 기훈과 함께 야구 연습을 시작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문화와 관련된 능력이 없어진 다음 날, 기훈은 감이 떨어졌네 뭐네 하며 그를 놀려댔지만, 산하는 속으로 웃기만 했다.

이제 기본은 어느 정도 배운 산하는 그를 깜짝 놀라게 해 주기 위해, 형 제동에게 잠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제 딱 6회만 더 채우면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경식구로 18m 이상의 거리에서 90km로 던지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산하는 형 제동에게 외쳤다.

“형, 간다?”

안전 장구를 착용한 제동이 포수 미트를 손에 끼우며 말했다.

“그래서 시구는 언제 하는데?”

“그건 나도 모르지?”

“뭐? 시구 연습하는 거라며?”

“맞아. 나도 언젠가 할지 모르니까 연습한다, 이거지.”

어이없다는 듯 눈만 깜빡이고 있던 제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산하야. 너 좀 짱이다. 준비됐냐?”

“됐어.”

거리를 잔뜩 벌린 제동이 포수 미트를 들어 올렸다.

“와라!”

“알겠어. 간다!”

곧 공이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제동은 이를 열심히 받아냈다.

폼이나 구속은 일반인 기준으로 그럭저럭 봐줄 만하지만, 제구력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동생을 바라보던 야구팬 제동은 속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이렇게라도 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후 산하는 어깨가 욱신거릴 즈음 원하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현재 50/50]

[해금이 완료되었습니다.]

공도 안 던지고 가만히 서 있는 동생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제동이 물었다.

“왜?”

“어? 아냐. 이제 그만하자. 팔 아프네.”

“그래, 그럼. 무리하다 탈 난다. 그러다 식당 영업도 못하면 어쩌냐.”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형수님이 올 때 뭐라고 안 하셨어?”

“뭘 뭐라고 해. 네가 도와달라고 했다니까 빨리 가라고 등 떠밀던데.”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형에게 산하가 의문을 표했다.

“왜 등을 떠밀어?”

“그걸 몰라서 묻냐? 네 형수가 도련님 팬이잖아.”

“……난 또 뭐라고, 유진이는 어디 아픈 데 없지?”

올해 12월 생일이 지나면 한국 나이로 3살이 되는 유진을 떠올리며, 박제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어디 아파?”

“그게 아니라, 어이없는 거 떠올라서 그런다. 유진이가 옹알이하다가 처음으로 그럴듯하게 내뱉은 단어가 뭔지 알아?”

“뭔데?”

“담톤“

“담톤?”

“그래, 정확히 말하면 삼촌.”

두 손을 번쩍 치켜든 산하가 외쳤다.

“크, 역시 우리 박유진! 삼촌의 진가를 알아보는데?”

“그때 네 형수 삐졌다.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삼촌부터 찾아서.”

그 말에, 조금 전과 달리 미안한 표정으로 변한 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겠다. 그나저나 유진이 못 본 지도 좀 됐네. 언제 유진이 한번 보러 가야겠는데?”

“그래, 언제 한번 놀러와. 네 형수도 엄청 좋아할 거다.”

“된장찌개 때문은 아니겠지?”

“빙고! 그거야. 잘 아네.”

피식 웃던 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다음에 한번 갈게. 아니면 식당 영업 시간에 와. 휴게실에서 먹으면 되지 뭐. 손님도 아니고, 가족이잖아.”

“너 바쁘다고 절대 안 갈걸?”

“그런가, 알겠어. 아무튼, 오늘 같이 연습해 줘서 고마워.”

“뭘, 공도 잘 못 받아줬는데.”

“아니야, 괜찮았어. 아 참, 형 얼른 가자. 시간 늦었다. 형수님 기다리시겠네.”

“오케이. 오랜만에 드라이브도 하고 재밌었다.”

티격태격하던 과거와 달리 친해진 두 사람은 잠시 후 각자의 차를 몰고 헤어졌다. 형을 배웅하고 차를 몰아 달려가던 산하는 길가에 트럭을 멈춰 세우더니 가방에서 글러브를 꺼냈다.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2년 전, 동준호는 시속 161km의 강속구를 비공식으로 던지고 좌절했다.]

[과거를 확인하시겠습니까?]

흥분한 기색을 띠던 산하가 얼른 과거를 들여다봤다.

[12년 전으로 다가갑니다.]

...동준호는 야구에 인생을 걸었다. 그만큼 재능도 있었다. 타고난 강건은 강속구를 뿌릴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언젠가는 메이저 리그에도 진출할 수 있을 거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 감독을 잘못 만난 게 죄였다.

욕심 많은 감독은 정식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 경기에서도 그를 과하게 자주 등판시켰고, 팔을 혹사당한 동준호는 어느 날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유망주로 주목받던 그가 두려워하던 부상이 찾아온 것이다.

결국 회전근개 부상으로 치료와 함께 휴식을 취해야 했던 준호는 다행인지, 무리만 하지 않으면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회전근개 부상을 입으면 선수 생명이 끝이라는 말도 있는 데다, 수술 후에 복귀한다고 해도 전처럼 플레이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걸 알고 있었던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끝장나는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프로야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던 준호의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그 후, 세월은 흘러.

프로야구단에 입단한 준호는 유망주였던 시절과 달리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상 당했던 어깨 때문에 주특기였던 강속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평범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조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감독의 눈에서도 점점 멀어졌고, 급기야 1군으로 올라가지도 못해 벤치 신세를 지는 날만 계속되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될지라도, 빛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졌다.

그 마음을 먹은 지 1년 후.

준호는 엄청난 강속구와 제구력을 선보이며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변화구도 더 발전해 있었다.

그러나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야구 시즌이 끝나가던 무렵, 연습을 위해 공을 뿌리던 그는 동료에게서 칭찬을 들었다.

“와! 이거 보이냐? 161? 죽이는데?”

그의 칭찬에 흐뭇하게 웃던 준호는 다시 한번 공을 던졌고, 이젠 다 나아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희미한 욱신거림이 끔찍한 통증으로 찾아오자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부여잡았다.

“준호야! 준호야!? 왜 그래?”

공을 받아주던 동료 선수가 황급히 달려왔지만, 준호의 비명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고교 시절 입은 부상이 다시 도진 동준호는 병원을 찾았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수술을 해야 하고, 다시는 전처럼 야구공을 던질 수 없다는 말이었다.

더 무리하면 팔을 아예 못 쓸 수도 있다는 말에 절망한 그는 집으로 돌아가 펑펑 울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수술을 끝내고 재활에 들어간 동준호는 의사 말대로 전처럼 강속구를 뿌리지 못했다. 강속구는커녕 변화구조차 던지기 힘들었다.

절망한 그는 결국 야구를 그만두어야 했고, 낡았어도 버리지 않던 글러브마저 라커룸 구석으로 집어 던졌다.

그 후 준호는 거의 2년 가까이를 폐인처럼 보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런 상황에도 곁을 지켜 준 여자친구와 걱정하는 부모님을 위해 정신을 차린 준호는 그간 모아 둔 돈에 약간의 도움을 받아 치킨집을 개업했다.

그 후 결혼에 골인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린 그는 세월이 흘러가며 한 가지 소원을 가지게 되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전성기 시절처럼 공을 뿌려 봤으면 하는.

...

[동준호의 뛰어난 야구 솜씨 관찰에 성공했습니다.]

[솜씨 일부를 가져옵니다.]꿈이 좌절되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먹먹해짐을 느끼던 산하는 항상 최선을 다해 공을 던져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 *

산하가 자신을 안 불러주자, 직접 야구 연습하러 가자고 나섰던 기훈이 입을 열었다.

“자, 오늘은 그 감이라는 게 살아나는지 보자.”

“그럴까요?”

두 사람이 곧장 야구 연습을 시작하자, 찰거머리처럼 고교유망주에게 들러붙어 투구 폼을 관찰하던 스카우트 안채훈이 그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자신도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야구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별 볼 일 없었던 프로 선수를 거쳐 스카우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떠올리던 채훈은 기훈과 산하에게 엄지를 슬쩍 치켜세워 주고 다시 고교 유망주 김유성에게 집중했다.

오늘도 김유성은 코치에게 혼나는 중이었다.

“김유성.”

“네, 코치님.”

“제구력 더럽다고 혼날까 봐 천천히 던지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제대로 던져 봐. 잘하던 녀석이 왜 이래?”

안채훈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유성이라 불린 선수를 바라보던 사이, 산하는 투구 폼을 잡고 공을 던졌다.

물론 전력을 다해 던진 게 아니라, 기훈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구속 정도로 줄인 참이었다.

하지만 폼이 남달랐다.

이에 놀란 곽기훈이 공을 받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산하, 너 뭐 잘못 먹었냐?”

“네?”

“폼도 그렇고, 제구력도 그렇고. 무슨 프로 같은데?”

“에이, 형 또 그러신다. 그냥 형이 절 좋게 봐서 그렇게 보이는 거죠.”

“그런가?”

“네.”

“아닌데…….”

그의 변명에 긴가민가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기훈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자! 와라.”

“갑니다.”

그 후 산하는 계속해서 공을 던졌다.

한참 후, 산하가 몇 번만 더 던지고 가자는 말을 던졌고, 기훈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였다.

안채훈은 다시금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산하의 폼은 프로 선수의 능력을 이어받은 만큼 정확하고 흔들림이 없었으며, 제구력 또한 대단했다.

그 모습을 보게 된 안채훈이 입을 헤 벌렸다.

“저 사람 진짜 뭐야……?”

잠시 그렇게 서 있던 안채훈이 후다닥 그쪽으로 뛰어가 철망에 얼굴을 들이댔다.

“잠시만요.”

“네?”

“그, 그 뭐냐. 정말 배운지 얼마 안 되신 분 맞습니까?”

잔뜩 흥분한 안채훈은 말까지 더듬었고, 산하는 왠지 곤란한 마음으로 답했다.

“네, 그런데요?”

“아니, 당장 사회인 야구 경기 나가서 뛰셔도 될 것 같은 폼인데…….”

그에 포수 미트를 벗어 던진 기훈이 얼른 채훈에게로 달려가 물었다.

“그렇죠? 맞죠?”

“네?”

“프로급 실력이죠?”

“어, 아니요. 프로급까진 아니지만 절대 초보 실력은 아니죠.”

실력을 억지로 죽였지만 그래도 티 나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생각하던 산하는, 그들의 시선과 질문에 나도 잘 모른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만 했다.

그러자 안채훈은 역시 저 사람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얼마 전보다 더 안타까워했다.

이날 밤.

투구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산하는 야구 글러브를 바라보며 언제 100%로 만드나 생각하다가 욕실로 향했다.

이내 샤워를 끝내고 잘 준비를 하던 그는 문득 자신의 영상 채널이 떠올랐다.

‘한번 볼까?’

이내 컴퓨터를 켜서 마운틴R 채널로 접속한 산하는 어느새 잔뜩 쌓인 쪽지를 보게 되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많이 오나 싶어 클릭한 산하.

<으르릉 고릴라! 돌아오라 고릴라!>

<흐흐흐흐하하하하하 복귀 좀 하세요. 제가 미쳐 가고 있어요.>

<진짜 가수 아니세요?>

온갖 잡다한 쪽지를 살펴보던 산하는 그럼 그렇지라며 창을 닫으려다가 그 아랫부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배일상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같은 내용의 쪽지가 여러 개 와 있었다. 작곡한 노래를 주고 싶다고? 이거 진짜 배일상 작곡가 맞아?

이 사람 곡 얻기 힘들기로 유명한데.

고개를 갸우뚱하던 산하는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떻게든 증명하겠지.

<안녕하세요? 마운틴R입니다.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쪽지를 많이 보내서 그러는데, 정말 배일상 작곡가님이 맞으시다면…….>

그 시각.

우울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고 있던 배일상은 갑자기 스마트폰에 알림이 뜨자 동작을 정지했다.

- 128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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