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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153화 (153/445)

153화 다섯 번째 연결고리 (2)

그를 살짝 바라봤다가, 그저 손님인가 싶어 고개를 되돌린 산하는 고민에 빠졌다.

손지유의 과거에서 보게 된 간판 상호를 찾으려 인터넷 검색을 했고, 여러 곳을 넘나들다가 겨우 찾은 곳이 이 개인 커피숍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것 같은 사람이 손지유의 옛날 사진 몇 장을, 그것도 글 하나 없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은 아니고 수년 전이었다. 블로그 글은 그걸 마지막으로 새 글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니 산하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 가게를 팔고 어딘가로 가 버렸는지, 아니면 여전히 본인이 장사하는 중인지.

과연 이곳에서 이어지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무리 못해도 다음 스목들 녹화 전까지는 해결해야 하는데. 일단 저기 종업원 과거부터 들여다보자.

하지만 그녀는 성부터 달랐고, 과거 내용도 별것 없었다.

이거 시간 낭비만 하는 거 아냐?

아니면, 저기 저 종업원이 손지유의 가족이 아닌 그저 관련된 사람일 수도 있을까? 뭐라고 물어봐야 하지?

그런데 저 종업원 아까부터 날 왜 저렇게 봐?

그때였다.

조금 전, 들어서자마자 주문도 없이 한쪽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유심히 살펴보던 남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종업원에게로 다가갔다.

“요즘 별로 안 바쁘지?”

“네? 네.”

“왜 그렇게 놀라? 죄지었어?”

“아! 니요. 죄는 무슨.”

“아니면 말고, 나 내일 잠시 다녀올 곳 있으니까. 혹시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해. 이제 혼자 할 수 있지?”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하던 그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장님. 맡겨만 두세요.”

이 장면을 지켜보던 산하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저 사람이 사장이었나? 어디, 과거 한번 들여다볼까?

[13분 전, 손두희는 누나 손지유의 기일이 다가오자 그녀를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과거를 들여다보던 산하는 왠지 마음이 가라앉음을 느끼며 작게 중얼거렸다.

“……맞네.”

뭐라고 말하며 접근해 볼까 고민하던 산하는 그 사내가 종업원과 이야기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돌진.

일어서자마자 손두희에게로 다가간 그는 말부터 걸었다.

“실례합니다.”

“네?”

의문 어린 표정을 짓던 그는 말을 건 사람이 카페 손님임을 알아보고 미소지었다.

“무슨 불편하신 점이라도……?”

“손두희 씨 맞으시죠?”

이 사람은 누구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의아해하던 손두희는 눈을 몇 번 끔뻑이다가 자신을 가리켰다.

“혹시 절 아세요?”

하는 수 없이 거짓말을 조금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그래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라고 자신을 격려하며 그에게 말했다.

“네, 지유 누나 남동생분이시죠?”

“……어, 우리 누나 아세요?”

“알죠.”

“어떻게……?”

의문을 떠올리던 그는 이해했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으며 반가워했다.

“아, 우리 누나 지인이시구나.”

“맞아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요.”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지유 누나가 저한테 토마토 스파게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었거든요. 서로 바빠서 그런지 연락이 끊겼었는데, 자꾸 생각나서 인터넷 찾아보다가 블로그에 지유 누나 사진이 올려져 있길래 주소 보고 찾아왔어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지유 누나가 보여 줬던 동생분 사진이랑 비슷하게 생긴 분이 보이지 뭡니까? 너무 오래돼서 긴가민가하던 중이었는데…… 다행이네요. 혹시 지유 누나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어딘가 길고 어설픈 산하의 변명에 손두희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대답부터 했다.

“모르셨구나. 충격적이시겠지만, 우리 누나 하늘나라 간 지 꽤 됐어요.”

“네!?”

“내일이 누나 기일이거든요.”

“……아.”

놀라는 척하는 산하를 위로하기라도 하려는 듯 손두희가 농담을 던졌다.

“아마 누나가 생전에 알던 사람이 보고 싶었나 봐요. 내일 누나 보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그래도 될까요?”

그저 예의상 해 본 말에 가겠다고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손두희는 기분이 묘해졌다.

그래 뭐, 누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지.

“네, 그럼요. 그런데 스파게티 만드는 걸 배우셨다고요? 전 배워도 잘 안 되던데. 누나처럼 맛있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요? 저도 그리 쉽지는 않았는데. 이제 지유 누나랑 비슷하게는 만들어요.”

우리 누나 스파게티 솜씨랑 비슷하게? 말도 안 돼.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데…….

지인이라고 하는데, 혹시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뭐 했던 손두희였지만 그래도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그 맛있는 토마토 스파게티는 지금도 기억나고, 한 번만이라도 더 먹어 보고 싶었다.

그 와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면 묘비 앞에 누나표 토마토 스파게티 올리는 건 어떨까요? 누나도 이만큼이나 잘 배웠다며 좋아하실 거예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말을 대충 얼버무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하며 흔쾌히 대답하는 산하를 바라보던 손두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뭐야, 진짜인가…….’

내일이면 알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손두희는 산하와 약속을 잡았고, 산하는 내일 보자며 인사한 후 밖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종업원이 다가와 손두희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아는 분이세요?”

“어? 아니.”

“그럼요?”

“난 모르는 사람인데, 누나랑 아는 사이였다고 하네.”

“대박!”

“대박?”

“와, 사장님. 저분 모르세요?”

“누군데?”

“박산하요. 박산하!”

“응? 박산하?”

“……진짜 모르세요?”

“몰라, 내가 알아야 되는 사람이야? 유명해?”

“하긴, 아직 그렇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요. 그래도 야구 시구하면서 많이 알려졌는데. 강시 못 들어 보셨어요?”

“뭐라는 거야…… 강시? 그러니까, 저 사람이 연예인이야?”

“네. 오늘 갑자기 들어오시는데, 깜짝 놀랐잖아요.”

말을 더 이어 가려던 종업원은 갑자기 울상을 지었다.

“왜?”

“사인 못 받았어요.”

“……잘 났다.”

손두희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머릿속이 더 혼란해졌다.

박산하라는 사람은 어딘가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면 또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

얼굴도 알려진 연예인이 뭐 할 일 없어서 거짓말이나 늘어놓고 있을까.

그냥 내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런 걸까? 그래, 아마 그래서 그럴 거야.

정확한 건 내일 만나 보면 알겠지.

* * *

산하네 요리 전문점 블로그에는 짤막한 공지가 올라와 있었고, 그 아래로는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렸다.

<긴급 공지>

<죄송합니다.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휴업에 들어갑니다. 추후 일정은 이곳을 통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 으아악! 사장님. 안 돼요. 안 된다구요.

- 내 삶의 낙인데. 내 된장찌개!!

- 정말 사장님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천상주 판매도 중단하시고.

- 그러게요. 대체 무슨 일 있으신 거지. 무슨 일 있으시면 안 되는데.

- 우리가 도울 방법 없을까요?

-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도와요?

- 그건 그렇지만…….

이 사실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던 기훈도 불안한 나머지, 어릴 때처럼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무슨 일이지…….’

그는 걱정을 하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천상주 판매는 중단되고, 산하네 요리 전문점도 휴업에 들어가자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산하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같은 시각, 산하는 손두희와 만나서 공원묘지에 도착했다.

전혀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능력을 전해 준 그녀가 낯설지 않았던 산하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절을 했다.

물론 손두희는 일찌감치 누나와 인사하고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 후 산하와 손두희는 그늘을 찾아 앉은 후 음복을 했는데, 두희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산하가 준비해 온 토마토 스파게티였다.

비록 식어 버린 음식이었지만, 그가 가장 그리워하던 맛이 조금이라도 나기를 기대하는 중이었다.

‘어디…….’

플라스틱 뚜껑에 토마토 스파게티를 덜어서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간 손두희는 그야말로 까무러치다시피 놀라 버렸다.

누나의 맛.

누나의 손길이 느껴졌다.

오래전 누나 손지유가 만들어 주던 토마토 스파게티 맛이, 낯선 사내가 만들어 온 음식에서 희미하게 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맛있는 토마토 스파게티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한없는 그리움이었다.

감동하다 못해 감정이 북받쳐 오른 손두희는 그만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어…… 괜찮으세요?”

눈물을 옷소매로 닦은 손두희가 씩 웃었다.

“네, 먼지가 들어갔나 봐요. 그런데 이거 정말 제대로 배우셨네요. 이 정도로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말이죠.”

이미 그가 울었다는 걸 눈치챈 산하였지만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 얼마나 누나를 그리워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러면 전 괜찮으니까, 스파게티는 두희 씨 다 드세요.”

“네?”

“지유 누나 스파게티 솜씨가 남다르잖아요. 많이 생각나셨을 것 같아서요.”

평소와 달리 두희는 저 사내의 제안을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저야 언제든 만들어 먹으면 되니까요. 부족한 솜씨긴 하지만, 마음껏 드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비록 불어터지긴 했으나 그리워했던 누나의 손맛에 가까운 스파게티를 맛보게 된 손두희는 반가운 마음에 스파게티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비록 페널티로 인해 솜씨가 반감되어 손지유의 손맛에 아주 가까운 스파게티는 아니었지만, 손두희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함과 반가움을 느꼈다.

한참 후.

음식을 다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손두희가 갑자기 산하에게 사과의 말을 던졌다.

“사실은, 의심했어요.”

“의심이요?”

“네, 조금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제가 요즘 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스파게티 맛보니까 정확하게 알겠네요. 우리 누나랑 많이 친하셨었나 봐요?”

뭐라 할 말이 없었던 산하는 그저 슬픈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기만 했다.

“너무 슬퍼하진 마세요. 누나도 그걸 바라진 않을테니까요. 저기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이 스파게티는 혹시 팔고 있으신 건가요?”

“네.”

“죄송하지만 가끔 찾아가도 될까요?”

“그럼요. 당연히 오셔도 되죠. 두희 씨는 줄 서시지 말고 저한테 바로 연락하세요.”

수락이 떨어지자마자 산하의 눈앞에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손지유의 프라이팬 - 과거와의 작은 연결고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연결고리를 완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지금부터 30분 이내 타인의 과거를 무작위로 볼 수 있습니다.]

[반감 페널티가 해제되었습니다.]

[미션 수행 시 손지유의 토마토 스파게티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습니다.]

[미션 - 토마토 스파게티를 이용해, 여동생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 주자.]

이걸 바라보며 산하는 찰나적으로 생각했다.

과거와의 작은 연결고리.

사람이 태어나 제일 처음 인연을 맺는 가족,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인연, 그리고 이루지 못한 꿈.

그 모든 것들과의 연결고리.

눈을 감아도 잊지 못할 그 연결고리의 접점이 되어 주어야 하는 거였구나.

이제야 이 ‘연결고리’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된 산하는, 인간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에 대해 고찰하던 끝에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손두희는 오래전 누나의 스파게티집에 줄 서서 먹던 손님, 딱 그 정도만 생각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정당하게 먹어야죠.”

“……그러시면 조금 힘드실 텐데.”

“에이, 한두 시간 정도는 껌입니다.”

“……그게.”

“왜 그러세요? 걱정 마세요. 저 기다리는 거 좋아해요.”

누나가 멀리 가 버린 뒤로 맛집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던 손두희는, 실로 오랜만에 맛집으로 추정되는 곳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산하는 현실을 말해 줄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와서 보면 알겠지.

“그래도 줄 서다가 힘드시면 연락 주세요. 이렇게 잘 드실 줄 알았으면 스파게티도 더 만들어 올 걸 그랬네요.”

“염치없지만, 그러네요.”

농담까지 하며 하하 웃던 두희는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누나, 오늘은 그래도 덜 외롭네. 누나가 저 사람 보내 준 거야? 고마워. 이제 힘내서 살게.’

피붙이라고는 누나 단 한 명뿐이었던 두희는 손지유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하늘나라로 간 뒤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후회했었다.

누나랑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해야 했는데, 그땐 뭐 그리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누나를 귀찮아했는지…….

때로는 유언장은커녕, 남긴 말 하나 없이 그렇게 가 버린 그녀를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오늘은 조금이나마 편해졌다.

그런 두희를 보듬어 주기라도 하려는 듯, 하얀 나비가 나풀나풀 날며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저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이날 오후.

생각보다 손쉽게 다섯 번째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산하는 운전석 문을 열자마자 흠칫했다.

그의 휴대폰은 요란하다 못해 시끄러웠다.

띠링- 띠링-

온갖 문자와 톡에 전화까지.

산하는 운전대를 잡기 전에 휴대폰부터 살폈다.

[윤땡 : 오빠, 오빠. 미쳤어? 왜 그래? 전화 받으라고.]

[봄이 왔어요 : 사장님 정말 무슨 일 있는 건 아닌 거 확실하죠?]

[동식아 : 야! 인마. 무슨 일인지 정말 말 안 해 줄래?]

[기훈형 : 산하야. 이 형한테는 말해도 돼. 형, 입 무거운 거 알지?]

[정열 아저씨 : 크흠, 산하야. 힘들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 문자 보거든…….]

[가수 민채은 : 산하 씨 대체 무슨 일인데요? 연락 좀요.]

[만두만두봉만두 : 형님 정말 별일 아닌 거죠? 그렇죠?]

[유나세상에 : 사장님, 뭔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제2본부강본무 : 사장님 무슨 일이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돕고 싶습니다.]

[맹철호랑이 : 산하야. 내 호프집은 언제나 열려 있다. 언제건 와도 돼.]

[심 피디님 : 산하 씨, 설마…… 설마? 정 힘드시면 하차하셔도 괜찮습니다만. 대체 무슨 일이신 건지…….]

별말도 안 했는데 지레짐작부터 하는 심 피디의 톡까지 본 산하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 외에도 잡지사 에디터 안도경, 작곡가 장도산, 이필묵, 이정토, 이민재를 비롯해 수많은 지인과 단골이 염려와 응원 메시지를 보내 오고 있었다.

이러다가 답장하기 전에 휴대폰이 폭발하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곧장 블로그에 접속해 공지부터 올렸다.

<공지 - 내일부터 영업 개시합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아무 일 없습니다. 걱정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러자 댓글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 세상에! 세상에 사장님이 돌아오신다.

- 축배를 듭시다.

- 저 진짜 한숨도 못 잤잖아요. 다시는 못 먹을까 봐.

- 저도요. 산하네 요리 전문점 없어지면 무슨 낙으로 살아요.

- 그니까요. 사장님 최고! 돌아와 주셔서 기뻐요.

그 댓글을 일부 읽어 보던 산하는 다시 한번 흠칫했다. 설마? 기자들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대체 뭐가 올라왔을지 염려하던 그는 자신의 뉴스 기사를 검색했다.

<하산해로 알려진 박산하, 돌연 잠적. 그에게 무슨 일이?>

<천상주 판매 중단에 이어, 산하네 요리 전문점 잠정 영업 중단>

뉴스 기사를 본 산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냥 며칠이 걸릴지 몰라서 개인 사정으로 쉰다고 했더니,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미리 연락도 다 돌렸는데, 그렇게나 이상해 보였나.

다음부터는 모두가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도록 공지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부모님에게 전화부터 드리고 새봄에게 전화를 걸었다.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어! 사장님 신나셨다. 뭔지 모르지만 잘 해결됐어요?”

“응, 그냥 아는 분 만나고 온다고 했잖아. 정확하게는 지인 기일이라서 잠시 다녀온 거야.”

“아, 전 또. 걱정했어요.”

“그래? 걱정되면 만나서 데이트 정도는 해 줘야지.”

“진짜요?”

“진짜는 무슨, 매일 보고 싶은데. 이따 봐요, 우리 봄이.”

종일 걱정했던 새봄은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따 봐요.”

이내 통화를 종료한 산하는 언제 자신의 곁에 이렇게나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많은 사람이 모였나 생각해 보며, 마음 한구석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이윽고 자신만의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떠올려보던 산하는 감사함을 담아 중얼거렸다.

“모두 고맙습니다.”

* * *

손두희는 가게 문까지 닫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점심으로 맛있는 걸 먹여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어디 대단한 맛집이라도 발견하셨어요?”

“그럼, 기대해.”

“와…… 사장님이 웬일이래. 맛집을 다 찾아가시고…….”

“이거 왜 이래? 나도 맛집 좋아해.”

평소에 안 하던 농담까지 던지는 사장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알바생은 안전띠를 맸다.

그 사이 손두희는 흐뭇하게 웃었다. 누나표 스파게티 맛도 보고, 알바생이 좋아하는 연예인 가게도 들르고.

일석이조의 계획이었다.

단지, 단점이라면 산하에 관해 뉴스 기사 정도만 훑어봤을 뿐 식당 현황은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저 누나가 운영하던 맛집, 그 정도로 생각하던 두희는 한참을 운전해 산하네 요리 전문점 근처에 도착해서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자, 가자.”

“대체 어딘데요?”

“아마도, 스파게티 요리 전문점?”

“그래요? 여긴…… 이상하다.”

의아해하던 알바생은 어느새 앞서 걸어가는 사장의 뒤를 따라갔다.

“같이 가요.”

- 154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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