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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172화 (172/445)

172화 동상이몽 (3)

방청객으로 참여한 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르자, 빈자리 하나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방청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 산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오늘 특별 공연은 잔잔한 소규모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노래와 기타 연주, 방청객과의 대화 등이 주를 이룰 예정이었는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코너는 가장 끝부분이었다.

<요즘 뭐 하세요?>

다시 말해, 산하가 요즘 관심을 가진 분야를 소개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프로그램 진행을 떠올리며 산하는 기타 현을 튕기기 시작했고.

어느새 팬심 가득한 표정으로 화면 속의 산하를 바라보던 곽기훈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역시, 우리 산하.”

곽춘일은 손자를 미운 다섯 살 바라보듯 보면서 타박했다.

“소속 연예인한테 쏟는 관심을 이 할애비한테 좀 쏟아봐라.”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묘한 표정을 짓던 기훈이 할아버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소속 연예인 아닌데요?”

“응? 아니라고?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엄청 친한 동생 정도로 해 둘게요.”

저 정도 가수를 기훈이가 그냥 뒀다고?

청개구리 같은 손자의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명예회장 곽춘일은 무심코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산하가 특별 무대에서 처음 부를 노래는 배일상이 작곡한 <따스한 날들>이라는 노래였다. 백철우의 음색과 더불어 클래식 기타의 선율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산하가 가진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선율 일부를 기타 연주에 싣는 능력까지 더하면 시작부터 감동적인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 노래를 산하가 새봄에게 처음 고백할 때 불렀다는 사실이었다. 그 노래가 흘러갈수록 방청객의 눈동자에 아련함이 깃들고 있었다.

“……저 푸른 잎사귀도 내게 말해요. 그대는 알지 모르겠지만…….”

그 노래를 듣던 명예회장 곽춘일은 옛 추억을 떠올렸다. 첫사랑과의 만남, 포옹, 대화.

살기 바빠서 그랬는지, 언젠가부터 흐릿했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선명하게 채웠고, 잠시 놀라던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그때 참 행복했지’라고 중얼거렸다.

10분의 시간을 재려 했던 조금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후, 산하의 첫 노래가 끝나자마자 그는 손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제법 듣기 좋구나.”

“에이, 할아버지 제법이라니요. 장난 아니죠. 그리고 아직 본 실력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계속 보시면 알아요. 하, 저기 현장에서 들었어야 하는데. 아깝다…….”

왠지 아쉬워하던 손자가 화면으로 빠져들어 갈 듯 집중하자, 10분이 넘었다는 말을 하려던 곽춘일은 산하라는 사내의 노래가 너무 좋아 조금 더 들어 보기로 했다.

그 후로 삼십여 분이 넘게 지났지만, 노인과 손자는 둘 다 말도 없이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다. 심지어 대기 중이던 비서까지 산하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사이, 또 노래 한 곡을 끝낸 산하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영화 OST를 많은 분들이 듣고 싶어 하셔서 준비했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방청객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호응해 주시니까 심장이 막 두근거려서 숨을 쉴 수가 없는데요? 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노래나 더 부르라고요?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부를 노래는 한정효 님의 <날도 저무는데>입니다.”

큰 박수가 잦아들 즈음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며 잔잔한 기타 연주가 흘러나왔고, 산하는 첫 소절을 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날도 저무는데, 오지 않는 아버지…….”

한때 서울역 앞 노숙자들과 시위대를 울음바다에 빠뜨렸던 노래가 마운틴R, 다시 말해 박산하 본인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타 선율과 슬픔을 가득 담은 노래.

두 가지 효과는 온갖 시련을 겪으며 CG그룹을 발전시킨 곽춘일의 눈동자에도 습기가 차오르도록 만들었다.

‘아버지…….’

이 그룹의 시초가 되었던 아버지 곽대로를 떠올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할아버지, 지금 우시는 거예요?”

“으응? 내가 뭣 하러 우느냐? 눈에 뭐가 들어간 게지. 그런데…… 저 가수가 누구라고?”

“예명은 하산해예요. 노래 끝내주죠?”

“음…… 나름 괜찮구나.”

“역시 우리 명예회장님은 평이 박하셔.”

“됐다. 이놈아. 시간 좀 봐라. 이제 그만 보고…….”

“어!? 할아버지 잠깐만요. 신곡 이래요.”

못 말린다는 듯 손자를 바라보던 곽춘일도 슬그머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소주 한 잔을 들이켠 장도산이 하하 웃었다.

“들었냐, 일상아? 우리 하산해 신곡이다.”

자신이 작곡한 노래임을 확신한 그가 자랑하듯 말했고.

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작곡한 <목멱산에서 널 기다렸어>를 떠올리던 배일상은 속으로 행복해하며 그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형님, 축하드려요.”

술을 받던 그는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배일상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너 수상하다?”

“제가요? 어디가요?”

“이 정도면 억울해서 못 살겠다는 둥 난리 쳐야 정상 아니냐?”

“왜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이 하해와 같이 넓은 마음…… 어, 고기 타네.”

딴청을 피우며 고기를 뒤집는 배일상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장도산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손뼉을 쳤다.

“너 그럴 줄 알았다.”

“네? 뭘요?”

“지금 단단히 삐진 거지?”

“에이, 형 무슨 소리를. 저 그렇게 속 좁지 않아요.”

“숨기기는, 너 날이 갈수록 음흉해진다? 우리 사이에 속내 숨기고 그러기 있어?”

“저 진짜 삐진 거 아니라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인데…….”

장도산이 배일상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이에 노래 소개가 흘러나왔다.

<소원, 저 가슴 깊이>

산하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에 주머니 겉면을 만지작거렸다. 효과 좋은 거라며 심 피디가 낡은 지갑을 줬는데 지금까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문화의 힘이 한 번도 안 뜨다니.

오히려 저주 물품 아냐?

이상한 생각 말고 노래나 열심히 불러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가 신곡을 불렀고, 장도산은 방방 뛸 것처럼 좋아했다.

“좋다, 좋아. 역시 하산해가 노래에 감정 제대로 담는다니까. 백철우 음색도 잘 어울리고.”

“그러게요, 진짜 좋다. 형님 이번에 대박 하나 내셨네요. 밥 사는 거 잊지 마시고요.”

여전히 축하만 해주는 배일상을 의문스럽게 바라보던 장도산이 묻는다.

“……너 진짜 이상하다? 솔직히 말해 봐. 뭐 좋은 일 있지?”

“좋은 일이요?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시치미를 뚝 뗀 배일상이 장도산의 앞접시에 고기를 놔 주었다.

“형, 진짜 축하합니다.”

그즈음, 열띤 환호를 받은 산하의 신곡 소개 무대도 끝나고 마지막 <요즘 뭐 하세요?> 시간이 되었다.

산하는 프로그램 관계자가 가져다준 대금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 관악기죠? 제가 요즘 대금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걸 꼭 한번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전통악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보단 호기심 정도에 그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고, 이는 방청객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노래나 한 곡 더 불러 주지’라며 속으로 불만을 토해내는 이들도 있었고, 산하가 방청객 중에서 대금에 관심 있는 사람을 지목해 얘기를 나누자 조금 지루해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산하의 제대로 된 대금 연주를 들어 본 적 없는 여동생 윤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TV를 보다 말고 혀를 찼다.

“에헤이, 박산하. 마무리를 잘해야지. 내가 저럴 줄 알았다. 대금 배운지 얼마 안 됐으면서.”

장순희가 그녀를 타박했다.

“으이그, 너는 가족이 돼서 참 잘하는 짓이다.”

나중에 산하가 방청권을 준다고 했음에도 거절했던 윤정이 입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치, 방청권으로 치사하게 굴잖아. 그리고 모니터링은 제대로 해 줘야 발전하지. 내가 그래도 나름 객관적인 눈이라고. 봐봐, 엄마. 저기 방청객 지루해하는 거 보이지?”

그건 자신도 인정하는 바였기에, 장순희는 그저 화면에 나오는 아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였다.

산하가 대화를 끝내고 연주하기 위해 대금을 들어 올렸다.

원래 이 코너는 대금 연주를 먼저 하고 나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지만, 그의 연주를 듣고 감동한 작가와 피디가 머리를 굴려서 순서를 바꾸었다.

모두를 깜짝 놀라도록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 지루한 장면을 연출하다가 연주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제 지루함을 끝내고 연주를 하려던 산하는 드디어 떠오른 반가운 메시지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문화와 관련된 행위입니다.]

[박산하의 대금 연주 솜씨가, 현재 가진 솜씨 대비 일시적으로 22% 상향됩니다.]

[남은 시간 20분]

오늘의 특별 무대 마무리가 조금 아쉬울 뻔했는데, 마침 잘되었다고 생각하던 산하가 취구에 입을 들이댔다.

후웅.

그 소리를 듣게 된 윤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나무숲에 바람결이 이는데.

어느 누가 이리도 슬피 우는가.

목이 메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듯 내부로 휘돌아 나가는 슬픈 음에 방청객이 단번에 얼어붙었고, 그저 리허설 당시 솜씨를 생각하던 심 피디와 작가 및 프로그램 관계자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특히 심 피디는 산하가 리허설 당시 신곡을 불렀을 때 만큼의 실력이 안 나와서, 그의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아닐지 생각하던 중이었기에 놀라움이 더 했다.

문화의 힘을 받은 덕분에, 무려 100%를 넘어 버린 그의 대금 연주 솜씨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가 연주하는 곡은 누구나 아는 <아리랑>이라는 곡이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들어 보기 힘든 구슬프고 깊은 소리를 냈다.

심지어 그 소리에 한까지 맺혀 있으니.

방청객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어떤 이는 소름 돋은 팔을 매만지기까지 했다. 이 대단한 연주를 가만히 듣던 윤정이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와, 이런 사기꾼. 다 배워 놓고, 나한테 뻥친 거 아냐. 그런데 엄마, 방청객들 너무 오버하는 거 같지 않아? 왜 울고 그런데?”

“팬이라서, 너무 좋아 그런가 보지. 그나저나 우리 아들 진짜 잘하네.”

“그런가…….”

디지털 음이 전해 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그들의 감동과 슬픔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던 윤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시각 술을 마시던 배일상과 장도산은 음에 예민하다 보니 턱을 떨군 채 멍하니 앉아 있었고, CG그룹의 명예 회장과 그의 손자도 감동한 표정으로 대금 연주를 듣고 있었다.

10분이란 시간은 이미 흘러간 지 오래였다.

* * *

심 피디는 녹화가 끝난 후부터 산하에게 더 자주 연락했다. 그의 대금 연주에 감동하다 못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산하 씨, 제 말 듣고 계십니까?”

“네, 심 피디님. 프로그램 정체성은 어쩌시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지금 정체성이 문제입니까? 스목들 프로그램 게시판이 난리가 났어요! 대금 연주로 한 번 더 가자고. 그러니 이것저것 잘 섞어 보는 겁니다.”

“그런 연주가 그냥 막 나오는 게 아니라서요. 그날은 운이 좋았어요. 죄송합니다.”

“알죠알죠. 그 영혼을 울리는 것만 같은 멋진 연주, 막 안 나오겠죠. 그러니까 이렇게 더 하고 싶어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전통과 현대의 조화, 크 너무 멋집니다.”

자신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는지, 어떻게든 다음 녹화 약속을 잡으려는 심 피디를 떼어놓기 위해 산하는 살짝 구박 섞인 말을 던졌다.

“그러니까, 그날 대금 연주 빼고는 별 볼 일 없었다 이런 거죠? 심 피디님도 참 너무합니다.”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의 심 피디였지만 다시 자연스럽게 말을 토해냈다.

“에이, 아니에요. 아닙니다. 노래도 멋졌고, 대금 연주는 대박이었고 그런 거죠.”

“그 말이 그 말이네요. 어? 저 바빠서 끊습니다. 다음에요.”

“이런이런, 제가 산하 씨 귀한 시간을 뺐었네요. 조만간 밥 먹으러 가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산하는 조금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날 문화의 힘이 뜨는 바람에 특별 무대를 멋지게 마무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본연의 실력은 87%에 그칠 뿐이어서 누가 제의를 해 와도 맞장구를 쳐줄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어쩔 수 없지.

잊힐 때까지 다른 사람 앞에서 대금 연주는 자제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아침에 밥을 먹고 갔던 강정열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산하는 그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거절부터 했다.

“못합니다.”

“어허, 산하야. 내 말은 들어 보지도 않고 왜 이러는 게냐? 그래, 보자…… 그때 배운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솜씨가 이런 솜씨가 돼 버렸다 이런 말이지?”

감탄하며 허허허 웃던 강정열이 내심을 토해냈다.

“역시 우리 산하는 국악계의 천재로구나. 하자.”

“안 됩니다.”

“이런, 된장찌개를 365일은 더 먹어야 넘어올 판이로구나. 뭐 어렵지 않지. 그럼 수고하거라.”

심 피디에 이어 강정열까지 대금 연주에 푹 빠져서 공연 요청을 해 오자, 얼른 대금 연주가 그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지거나 대금 연주 실력이 잔뜩 올라가기를 희망하며, 산하는 오후 영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전통주 생산자 박산하, 천상주86 후속 버전, 운 좋다면 올해 안에 출시 예고>

<수묵화 대가 동두진, 박산하 화백 수묵화로 일가 이루리라 장담>

<주성 양조, 박산하에게 다음 광고 제의>

<스목들 팬, 하산해 단독 무대에서 뒤집어졌다>

<하산해 대금 연주 실력, 전문가 뺨쳐>

<엘리펀츠 구단주 곽태성, 박산하에게 군침 흘리는 것으로 알려져>

하산해 팬 카페에서는 이 기사들을 모조리 퍼갔고, 그 아래로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 대금에 관심 있어서 최근에 배웠다는 거 순 개뻥 같음.

- 맞아요. 막귀인 제가 들어도 장난 아니던데.

- 다른 분 연주랑 비교해서 들어 보세요. 진짜 더 장난 아니던데요?

- 아니 여러분, 지금 스목들이 문제가 아니라고요. 천상주! 드디어 천상주 후속 버전 출시일 임박했나 봐요.

- 술 안 먹어서 노관심. 그래도 우리 하산해님이 만드는 거니까 수집이라도 해 볼까요?

- 웬 수묵화? 우리 하산해님 수묵화도 그리세요?

산하와 관련된 여러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사라지던 그때, 산하는 린다에게 영어 발음을 배워 볼까 했으나 관두기로 했다.

너무 빠르게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면 의심을 살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빨리 대화 횟수를 채워서 해금하는 게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이제 아예 철판을 깔고 종일 외국인에게 말을 걸고 다녔다.

물론 혹시 팬들이 알아보고 몰려들까 봐 장소는 계속해서 이동했다.

“실례합니다. 저랑 잠시 대화해요.”

그의 어설픈 영어 발음을 용케 알아듣고 고개를 돌린 외국인이 미소로 화답했다.

“미안. 나 바빠.”

1분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아서 고생고생하던 산하는 해가 질 무렵 또 한 명의 외국인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친구 여럿과 쇼핑을 나왔다가, 그들이 상품을 구경하는 바람에 잠시 혼자 서 있었던 외국인은 귀찮은 기색으로 무언가 말하려다가 눈을 크게 뜨더니 외쳤다.

“오 마이 갓, 하산해? 헤이, 에반. 밥, 여기 하산해야!”

- 173화에 계속 -

[문화와 관련된 행위입니다.]

[박산하의 대금 연주 솜씨가, 현재 가진 솜씨 대비 일시적으로 22% 상향됩니다.]

[남은 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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