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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174화 (174/445)

174화 술이 약이지 (2)

항아리 입구 봉인을 해제하면서 왠지 매콤하다 못해 매캐한 냄새가 날 거라고 예상했었지만, 그런 향은 올라오지 않았다.

알코올에 다 녹아서 매운 향이 사라졌나.

그는 이 항아리에 주재료로 넣은 매운 고추의 특성을 떠올렸다.

[매운 고추 - 스트레스를 날려 주는 화끈함이 5.9% 상향되었습니다.]

음식에 넣어야 할 것 같은 재료를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넣어 봤던 산하는 조심스레 술을 조금 덜어서 코를 가까이 대고 향을 음미했다.

그제야 어딘가 알싸하면서도 식욕을 돋게 만드는 묘한 향이 솔솔 올라왔다.

[미션 - 새 술은 새 부대에]

[남은 천상주를 열흘 안에 다 팔아치우고 자신만의 색을 담은 천상주 생산에 돌입하자.]

[미션이 완료되었습니다.]

[홍칠성의 전통주 빚는 솜씨가 89%로 상향되었습니다.]

술맛을 보기도 전에 완료된 미션을 멀거니 바라보던 산하는 술잔을 잠시 내려놓고 혼자 축제라도 여는 것처럼 손뼉을 마구 쳤다.

“됐어!”

다른 재료를 넣어 만든 술도 기대 중이긴 했지만, 이제 간절하지는 않았다.

남은 술은 실패하면 나중에 느긋하게 또 실험해 보면 될 일이고, 이제 천상주 89버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옥상의 그 좁고 특별한 구역에서 재료를 길러내고 술을 담느라 고생했던 고단함이 한순간에 싹 사라짐을 느낀 산하는 얼른 술을 마셔 보았다.

“컥!”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재가 목구멍을 뚫어 솟구쳐 오르고,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듯했다.

화끈하다 못해 뜨거운 느낌이 목구멍을 스쳐 위장으로 들어가자, 그 뜨거움은 배가 되었다. 산하는 증류주가 너무 독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이건 재료의 특성인 화끈함이 다른 재료와 혼합되며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독한 걸 어떻게 파냐고 생각하던 찰나, 왠지 모를 후끈함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기운이 펄펄 나면서 스트레스가 날아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다음에는 기분 좋게 느껴지는 매운 향이 은은하게 입안을 감돌았다.

처음 먹을 때는 놀랐지만, 정말 천상주와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품은 술을 신기해하던 산하는 한 모금 더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한번 맛 들이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술맛이었다.

여기에 좋은 안주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천상주 시즌2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시험 삼아 넣었던 재료의 성공에 휘파람까지 불며 다음 항아리로 향했고, 봉인을 뜯자마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건 좀.’

향부터 별로였지만, 맛은 더 아니었다. 기존 천상주의 장점마저 날아간 맛이었다.

그리고 실패, 실패. 또 실패.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산하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이미 한 항아리를 성공시켰으니, 부담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

너무 신난 나머지 스텝까지 밟으며 다음 항아리로 다가선 산하는 병 표면에 기록된 사항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언제 재료를 투입해서 술을 만들었고, 어느 날짜에 증류해서 숙성 중인지에 관한 사항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산하는 주재료의 효능을 떠올렸다.

[솔잎 - 머리를 맑게 해 주는 상쾌함이 6.3% 상향되었습니다.]

이건 가장 기대하고 있던 술 항아리였기에, 산하는 두근대는 심장 어림을 한번 쓰다듬고 술 항아리를 개봉했다.

하얗게 내려앉은 만년설의 향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까.

시리도록 차가우면서도 깨끗하게 느껴지는 솔향이 코점막을 자극했다.

찰나 머릿속마저 시원해진다는 느낌을 받던 산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야말로 향부터 기가 막힌 술이었다.

그저 상쾌한 느낌 정도를 예상했던 산하는 깜짝 놀랐다. 앞서 성공시킨 불같은 술맛과 대비되는 향이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산하는 조심스레 술을 덜어내기도 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라운 사건입니다.]

[서로 대비되는 술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보상으로 홍칠성의 전통주 빚는 솜씨가 90%로 상향됩니다.]

[열 항아리 분량의 전통주를 담글 동안에 한해, 발효 및 숙성 기간이 일주일 이하로 단축됩니다.]

항아리가 제법 크다지만, 시중에서 팔기에는 어림도 없는 양이라고 생각해 오던 산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려다가 멈칫했다.

재료 수급에 문제가 있었다.

특별한 구역의 재료에는 유통 기한이 있었고, 효과가 스며드는 시간이 있었다.

따라서 싱싱하게 사용해야 하는 솔잎은 재고가 전혀 없었다. 단지 매운 고추는 말려 놓으니 유통 기한이 많이 길어져서 모아 놓은 게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보너스로 받은 홍칠성의 술 빚는 솜씨 90%가 있잖아.

이번 술은 시험 삼아 조금만 팔고, 다음에는 오리지널을 팔면 되겠어.

노력하고 기다려온 보상을 제대로 맛보던 산하는 기뻐하다 말고 눈을 빛냈다. 이번에 생산한 술에 붙일 이름마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천상주86 火>

<천상주86 氷>

이 술은 기존처럼 용량과 이름은 비슷하게 가기로 했다. 물론 다음 술병에는 ‘천상주90’이라는 이름을 붙일 계획이었다.

그 전에 ‘천상주86 氷’의 맛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한 모금이 채 안 되는 양을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차갑다.

차갑다 못해 시린, 북풍한설을 통째로 입안에 집어넣은 것만 같은 맛이 입안에 들이쳤다. 그러나 그것은 얼음이나 눈처럼 현실적이고 단순한 차가움이 아니었다.

마음마저 명경지수처럼 맑게 해 줄 듯 이상한 차가움이었다.

솔잎 재료의 소개처럼 상쾌함이 느껴지긴 하는데, 향과 마찬가지로 예상하지 못했던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와 더불어 머리가 살짝 맑아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천상주 고유의 느낌도 반쯤 살아 있는 이번 술, 정말 제대로 만들었다고 느끼던 산하는 감탄사를 토해내다가 인기척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강본무가 멀뚱멀뚱 서 있었다.

“출근하셨어요?”

그는 사장이 열심히 술을 만들면서도, ‘한 개는 성공해야 할 텐데’라고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의문을 토해냈다.

“네, 혹시 성공하셨어요?”

침을 꿀꺽 삼키며 궁금해하는 그에게 산하는 맛을 보던 잔을 들어 올렸다.

“네, 성공했습니다.”

“와,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저도 조금…….”

“네, 그럼요. 맛보세요.”

득달같이 달려온 강본무는 ‘천상주86 氷’을 먼저 맛보았다. 그리고 산하보다 더한 충격을 느끼고 그 자리에 뿌리내린 고목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본무 씨, 어때요? 시판하면 잘 먹히겠죠?”

“……사장님.”

“네?”

“대체 뭘 만드신 겁니까? 이 독한 증류주가 어떻게 이렇게…… 너무 시원하고 깔끔하고 상쾌하고, 뭐라고 제대로 표현은 못 하겠는데, 정말 끝내줍니다. 와…… 기존 버전이랑 색이 달라서, 엄청 대박칠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저기 저것도 맛보세요. 이거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대비되는 맛이거든요.”

“네!? 또 있어요?”

“네.”

자신의 딸 윤소만큼이나 눈을 반짝반짝 빛내던 강본무는 후다닥 그곳으로 다가가 맛을 보더니 목을 부여잡았다.

“커억!”

* * *

<천상주86 출시 확정>

<전통주 생산자 박산하, 이번 술은 색다르다>

<두 가지 버전의 천상주, 극소량 한정 판매 예정>

이런 뉴스 기사를 오매불망 기다려온 애주가들은 만세를 부르고 손뼉을 치고 뛰고 구르며 기쁨을 표출했다.

그중에는 주성양조 대표 육대만의 아들 육상호도 있었다.

“대표님! 대표님!!”

노크도 없이 대표실 문을 부숴 버릴 듯 열어젖힌 아들의 경망스러운 행동에 육대만이 호통을 쳤다.

“육 팀장,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비서가 들을세라 재빨리 대표실 문을 닫아 버린 그가 외쳤다.

“아버지, 드디어 나온답니다!”

“어허, 이놈이 대체 무슨 일이길래 호들갑이야?”

“천상주요! 천상주 출시된답니다. 두 가지 버전이래요.”

어이없어하던 육대만이 아들에게 물었다.

“……상호야. 우리 회사가 뭐 파는 회사냐?”

“그야 술이죠.”

“그런데 어째 네놈은 산하 씨 천상주 런칭을 더 좋아해?”

“우리랑 가는 길이 다르잖아요. 산하 씨는 엄청난 술 소량 생산 판매, 우리는 뭐 그냥 대량 생산.”

머리라도 한 대 쥐어박을 듯한 제스처를 취해 보이던 육대만이 그를 구박했다.

“으이구, 저놈을 그냥. 남의 술보다 내 술을 우선해야지. 뭐가 어쩌고저째? 그냥 대량 생산?”

그러나 육상호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아버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우리 술 중에 천상주 발끝 따라갈 만한 술 겨우 하나 있잖아요. 칠십야초주. 그것도 바로 옆에 놔두면 비비지도 못하고요.”

아들을 노려보던 육대만이 두 손을 짝짝 마주치며 칭찬 아닌 칭찬을 던졌다.

“그래, 아주 객관적인 평가관 납셨네요.”

“아버지도 좋으시면서.”

“이놈아, 아무리 좋아도 여기 주류 회사야. 일 중독자라고 걱정했더니, 이젠 남의 회사 술 찬양을 해?”

“……그건 그렇네요.”

“그래서 언제 나온데?”

“……네?”

“언제 나오냐고. 뜸 들이지 말고.”

조금 전만 해도 타박하던 아버지는 어디로 갔나 생각해 보던 육상호는 선선히 대답했다.

“이틀 후에 소량 시판한답니다. 수량이 얼마 안 된다고 하던데요?”

“그래?”

헛기침을 하던 주성양조 대표 육대만은 근엄한 척하지만 눈동자에는 기대감을 담은 채로 물었다.

“자신 있어?”

“뭐가요?”

“구입할 자신 있느냔 말이야.”

육상호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야, 자신 없죠.”

“뭐 인마? 경쟁사 술을 제일 먼저 맛 봐야 할 놈이 자신이 없어?”

“경쟁사 아니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술맛이 넘사벽…….”

“넘사벽? 그게 뭐야?”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뭐 그런 말이죠.”

“으이구 저걸 그냥, 팀장이라는 놈이 한다는 말이. 됐고, 천상주 구입하거든 집에서 한잔하자.”

“네, 아버지. 노력해 볼게요.”

“노력 말고 필수적으로 구입해 와.”

“그게 어디 쉽나요. 하늘의 별 따기지.”

“정 뭐하면 이번 광고 관련으로 슬쩍 만나서 운이라도 띄워 봐. 혹시 알아? 선물로 한 병 줄지.”

“……아버지, 그건 좀.”

“변명은 필요 없다. 나가 봐.”

머리를 긁적이던 육상호는, 아버지도 내심은 자신이랑 똑같은 거 같다고 중얼거리며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애주가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설전이 오가고 있었다.

- 두 가지 버전이라니, 천상주86 火, 천상주86 氷 이름이 좀 싼 티 나는데요?

- 저는 그럴듯해 보여요.

- 이름 말고 맛이 중요하죠. 대체 어떤 맛이길래 저런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하네요.

- 86 붙은 거 보니까 업그레이드된 건 아닌가 봐요.

- 그러게요. 86 그대로 쓰셨네. 뭔가 실패하신 듯?

- 그러면 그냥 맛에 변화만 살짝 준 거 아닐까요?

- 구관이 명관이라던데, 오리지널보다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 나았으면 더 큰 숫자 붙였겠죠. 별로 큰 변화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 전 오리지널이 좋은데.

- 저도 오리지널에 한 표.

* * *

한창 열풍이 불던 그때, 산하에게 라일락푸드의 대표이자 새봄의 아버지인 윤주상으로부터 톡이 왔다.

[천상주 소식이 들리더군, 축하하네 사위.]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아직 결혼도 안 했지만, 어느새 장인어른과 사위로 호칭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에 흠칫하던 산하는 조금 큰 술병에 두 종류의 천상주를 담았다.

저런 톡이 온 이유가 뭐겠는가.

은근히 마시고 싶다는 내심을 표출하시는 게 분명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윤주상과 친분을 잔뜩 쌓아 보자고 생각하던 산하가 새봄 몰래 트럭에 술을 실어 놓았다.

이날 밤.

새봄을 바래다주고 손을 흔들어 주는 산하.

“봄아, 요새 일교차 심하니까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고, 이따가 도착해서 연락할게. 들를 곳이 있어서 조금 늦을 거야.”

그녀가 보이지도 않는 알통을 만들어 보이는 시늉을 했다.

“저 튼튼해요. 요즘 헬스장도 다닌다고요. 으랏차차 천하장사가 될 거야.”

산하는 무슨 짓을 해도 이뻐 보이는 새봄에게 장난을 걸었다.

“이러다가 근육걸 돼서 돌아오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몰라요.”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새봄이 얼른 먼저 가라는 시늉을 했다.

“싫습니다. 윤새봄 사원. 먼저 가세요.”

“치! 그럼 저 먼저 가요.”

언제나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사라져가는 새봄의 뒷모습을 사랑이 담긴 눈동자로 바라보던 산하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장인어른, 어디십니까?]

[자넬 보고 있네.]

화들짝 놀란 산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대체 언제 다가왔는지, 보조석 창문을 통해 윤주상의 얼굴이 보였다.

그사이 차 문을 열고 트럭에 올라탄 그가 허허 웃었다.

“우리 사위 트럭은 또 처음 타보는군. 그나저나…….”

말을 이어 가려던 윤주상은 흠칫하더니 밖에서 안 보이도록 몸을 푹 수그렸다. 그가 왜 그러나 싶어 전면을 확인한 산하는 새봄을 발견했다.

그녀가 건물 코너를 벗어나 다가오고 있었다.

“봄이는 얼른 돌려보내게. 눈치채면 큰일 나.”

“네, 장인어른.”

혹시나 그녀가 보조석에 탈까 싶어서 차 문을 열고 내린 산하가 새봄에게 다가가 말했다.

“봄아, 왜 돌아와?”

“다행이다. 아직 안 갔네요? 두고 간 게 있어요.”

“두고 간 거? 그런 거 없던데?”

“있어요.”

얼른 산하 앞으로 다가온 새봄이 까치발을 하더니 산하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쪽-

기습 뽀뽀에 당황한 산하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그가 당황한 근본적인 이유는 뽀뽀가 아니라 트럭 보조석에 숨어 있는 새봄의 아버지 윤주상 때문이었다.

“어? 사장님 표정이 왜 그래요?”

“……당연히 너무 좋아서 그러지.”

“그쵸? 저 가요. 운전 조심해요. 바바이.”

다행인지 손을 흔들고 곧바로 사라져 버린 새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산하가 차량으로 되돌아왔다.

더 다행인 것은 그때까지 윤주상은 보조석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딸바보 아버님이 설마, 뽀뽀하는 건 못 보셨겠지?

그가 생각을 이어 가던 찰나, 윤주상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더니 숨죽여 말했다.

“봄이는 갔나?”

“네, 아버님.”

“어허, 장인어른.”

“네, 장인어른.”

“좋군, 그럼 얼른 장소 이동하세. 좋은 곳에서 마시도록 하지.”

딸 몰래 사윗감을 만나는 게 너무 재미있었던 윤주상이 보조석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잠시 후.

윤주상은 단골 한식당, 그중에서도 VIP 전용 프라이빗룸으로 산하를 데려가더니 음식이 다 나오기도 전에 재촉했다.

“그게 그 술인가?”

테이블 위에는 두 가지 술병이 놓여 있었다.

“네,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어떤 것부터 드시겠습니까?”

무척 기분 좋은 듯 허허 웃던 윤주상이 두 가지 술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잔을 내밀었다.

“어디 불맛 먼저 보도록 하지. 자, 사위. 한 잔 따라 보게.”

그는 그저 도수가 높아서 저런 이름을 붙였으리라고 생각했다.

“조금 독합니다.”

“괜찮네. 도수 높은 술도 많이 마셔 봤어.”

‘도수 높아서 독한 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던 산하는 도자기 병의 입구를 개봉하고 그의 잔에 술을 조금 따랐다.

“어허, 그거 가지고 되겠나? 더 따라보게. 지금 귀한 술이라고 아끼는 겐가?”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엄청 독한데.”

“괜찮다니까 그러네. 자, 넉넉하게 더 부어 보게.”

“네, 그럼…….”

이내 술잔이 가득 찰 정도로 찰랑거리는 술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윤주상이 독특한 향이 난다고 중얼거리더니 그걸 한입에 털어 넣었다.

- 175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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