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3)
[34년 전으로 다가갑니다.]
...윤희정은 낯설었던 보육원이 조금이나마 익숙해질 무렵 한 영국인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그녀는 그날도 하염없이 울었다.
보육원에서도 ‘울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그녀는 무엇이 그리도 서러운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흘리곤 했다.
잉글랜드 북부의 작은 어촌마을에 도착해서도, 한 달이 지나도 그녀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그리고 낯선 땅에 도착한 지 몇 개월이 더 지났을 무렵.
드디어 그녀의 눈물이 그쳤다.
아이에게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걱정하며 그녀를 데리고 병원을 몇 번이고 방문했던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더 지났다.
그녀는 눈물만 그쳤다뿐이지, 늘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밥을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표정은 늘 한결같았다.
특히 무언가를 잃어버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던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세라.”
무감정해 보이던 그녀의 눈동자에 약간의 파문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시 잠잠해졌다.
“네, 엄마.”
한 번도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았던 딸의 대답에 눈을 크게 뜬 그녀는, 이내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바람이 차구나. 이제 돌아갈까?”
“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어느덧 성인이 된 희정은 서양미술을 전공했고, 인종차별을 당하는 일이 많아졌다.
조금 밝아지려나 싶었던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도 이때쯤이었다.
그녀는 차별을 당할 때마다 어느 날 양어머니가 알려 준 간략한 정보를 떠올렸다.
한국, 보육원, 입양아, 정희윤.
그 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기억도 있었다.
그건 바로 아주 어린 시절,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흐릿한 기억이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이 자신에게 ‘넌 내 딸이 아니다’라며 화를 내던 장면.
아무래도 자신은 버려진 모양이라고 생각해 오던 희정은 양부모 외에는 그 어느 곳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힘들어했다.
생물학적 부모를 찾아볼까 하다가도, 정말 버린 거라면 충격을 받을까 봐 용기도 내지 못하던 그녀였다. 사실 찾으려고 노력도 해 봤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
[일부 과거가 차단되었습니다.]
[솜씨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최초로 닫힌 과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놀라운 사건입니다.]
[재능 포인트 2점이 주어집니다.]
이제 막 그녀의 과거에 몰입 중이던 산하는 흐릿해지다 못해 암흑으로 변하던 시야가 현실로 돌아온 것을 알고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목걸이의 과거에도 단서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녀의 영국 생활 일부와 어두운 감정을 느낀 게 전부였다.
“사장님?”
“응? 아…… 린다.”
“왜 그러세요? 그 목걸이에 뭐가 있어요?”
“아니, 그 사진에 보니까 린다 어머님이 이 목걸이를 걸고 있으시더라고.”
“아…….”
자신도 알고 있는, 다시 말해 별것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린다는 왠지 모르게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고, 그녀에게 목걸이를 돌려준 산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린다, 경찰서는 방문해 봤어?”
“어…… 아니요.”
“왜?”
“그냥…… 무서워서요.”
“무서워?”
“네. 예전에 아버지와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 있거든요. 엄마가 어쩌면 버려진 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무서워요. 아무도 엄마를 찾고 있는 사람이 없을까 봐.”
린다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찾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게 싫었다. 그저 그들이 누구인지 몰래 찾아내서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그들이 정말로 엄마를 버린 자식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아니 아예 찾고 있지도 않다면 그녀도 그들을 깨끗하게 놓아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왜……?”
산하가 어떤 의문을 품은 건지 알아챈 린다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저도 제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분들이 절 찾아 줬으면 좋겠다고 해야 할까요?”
그녀의 과거를 살짝 들여다보고 린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그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산하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션 - 린다에게 핏줄을 찾아주자]
[보상 - ???]
이 미션을 보게 된 산하는 멈칫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속으로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건 바로 재능 포인트라는 게 생기며 구입할 수 있게 된 항목 때문이었다.
[미션 힌트 - 3포인트]
이걸 사용하면 재능 포인트가 거의 소진되겠지만, 또 모으면 된다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산하는 미션 힌트를 구입했다.
그리고 곧장, 조금 전 받았던 미션에 사용하자 단어 하나가 달랑 떠올랐다.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그 단어를 검색해 본 산하는 그것이 서해 바닷가의 한 마을 이름인 것을 확인했다.
* * *
12월 30일.
한 마을 어귀에 지팡이를 부여잡고 앉아 저 너머를 바라보던 노인은, 오늘따라 지는 해가 참 곱다고 느꼈다.
지난 몇십 년간 딸을 찾아 헤매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저 노을이 붉게 물든 피처럼 절망적으로 느껴졌었다는 걸 생각하면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노인은 오래전 잃어버린 딸 생각에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상황은 그녀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이제나저제나 딸이 살아오기를 바라던 그녀, 복순은 매일 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올렸다.
제발 내 딸이 살아 있기를.
험한 일도 당하지 않았기를.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그 기도가 무색하게 딸은 몇십 년간이나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류머티즘에 걸린 통증 또한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자식을 잃어버린 죄인에게 합당한 처사, 아니 부족하다고 여겼다.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당할지라도, 딸만 돌아올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녀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엄마, 또 여기 이러고 계셔?”
그녀는 이제 늙어버린 아들을 한번 바라보고, 다시 저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러다 감기 걸려, 들어가 엄마.”
“됐어. 너나 어여 들어가.”
그는 화가 났다.
잃어버린 자식도 자식이지만 어머니 몸은 챙기셔야 할 것 아닌가. 다른 자식들 마음은 안중에도 없으신 거야?
“엄마! 제발…… 이제 그만 잊어요. 희정이도…….”
그는 여동생의 이름을 꺼내다 말고 멈칫했다.
“엄마…… 죄송해요.”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이름이 터져 나오자 지팡이를 쥔 노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찾기를 원했던 딸의 이름은 정말 사무치는 아픔이었다.
오래전 떼를 쓰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생각났다.
“너 내 딸 아니니까, 저리 가!”
물론 버릇을 고치려고 한 말이었다.
그것이 이토록 한에 사무치게 될 줄 몰랐던 노인은 오늘도 속으로 ‘미안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라고 사과하며 그곳을 떠날 줄을 몰랐고, 그녀의 자식은 추운 겨울날 몇 시간이고 밖에 나와 있는 어머니를 걱정했다.
한편, 이곳 마을을 찾아와 린다의 어머니 소식을 조용히 수소문해보던 산하는 근처 한적한 개인 카페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카페 사장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휴, 할머니 또 나와 계시네. 날도 추운데.”
“그러게 말이야. 자식이 뭐길래…….”
힌트를 얻고 찾아왔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여기던 산하의 귀가 쫑긋했다.
할머니라고? 자식?
얼른 그들이 시선을 주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산하는 저 멀리 할머니 한 분을 발견했다.
그 옆에서 50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내가 남몰래 한숨을 내쉬고 있는 듯한 장면도 목격했다.
곧바로 카페를 빠져나간 산하는 그들의 과거를 확인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찾았다.”
* * *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조복순은 허리가 굽고 노쇠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그녀가 사는 집은 주변 집들과 달리 수리만 조금 했을 뿐 옛날과 다름이 없었다.
그건 바로 그녀의 고집 때문이었다.
딸자식이 돌아오면 낯설어하지 않도록 예전 모습을 최대한 유지 중이었던 그녀는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오늘은 몸이 불편해 한동안 나가지 못했던, 딸을 잃어버린 시외버스 정류장에 나가 볼 생각이었다.
“엄마, 제발…… 내일이 새해인데 어딜 가신다고 이러세요?”
한때는 미친 사람처럼 곳곳에 전단을 붙이고, 경찰서를 제집처럼 들락날락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던 그가 어머니를 말리려 했다.
그러나 조복순의 눈빛은 단호하기만 했다.
“암말 말어.”
“…….”
걱정하는 자식을 뒤로한 채 조복순은 늘 딸을 기다리던 동네 어귀에 도착했으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그때 뒤에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오더니 그녀의 아들이 나타났다.
“엄마, 이거 타고 가요. 태워다 드릴게.”
“일 없어. 어여 일이나 하러 가.”
“날도 추운데 무슨 버스야. 얼른 타요.”
이내 운전석에서 뛰어내린 아들이 그녀를 억지로 부축해 트럭 보조석으로 태우려 하던 그 순간이었다.
“실례합니다.”
“누구?”
“혹시, 윤희정 님을 아십니까?”
중년의 사내가 얼어붙었다. 그의 어머니 조복순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놀라는 바람에 목이 막혀 말이 안 나오는 것인지.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그녀를 대신해 복순의 아들이 입을 열었다.
“희정이는 제 여동생 이름인데…….”
산하는 윤희정의 사진, 그러니까 보육원에서 찍힌 어릴 적 사진을 내밀며 물었다.
“여기, 맞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여동생의 어릴 적 사진 한 장 없었지만, 부모님이 전단에 넣는다며 화가에게 부탁해 그려낸 여동생의 얼굴을 기억하던 그가 깜짝 놀라 외쳤다.
“마, 맞아요! 내 동생!”
“아, 맞게 찾아왔네요.”
그녀의 아들이 눈을 크게 뜨며 놀라던 그 순간, 조복순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산하에게 들러붙다시피 매달리며 외쳤다.
“우리 딸, 우리 딸 어디 있소? 우리 딸 소식 가져왔소? 말해 보시오!”
경기를 일으키듯 파르르 떨기까지 하던 그녀는 왠지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낯선 사내의 표정을 보고 바닥에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았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하늘이 원망스럽고 삶이 지옥 같았던 조복순은 끝내 메마른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힘들게 바라보던 중년의 사내는 어머니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내 동생, 동생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
그는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고, 중년의 사내는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부모만큼은 아니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내림을 느낀 조복순의 아들은 허망한 눈으로 산하를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 산하의 뒤편에 서 있던 금발 머리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사장님, 이분이 제 할머니예요?”
그녀의 발언에, 바람이라도 조금 불면 당장이라도 생명이 꺼져 버릴 듯 위태로워 보이던 조복순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할머니?”
복순은 그 말을 내뱉은 젊은 서양 여성을 바라보았다. 외국인이긴 하지만 어쩐지…… 어딘가 딸과 닮아 있었다.
하나의 작은 희망을 발견한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라비틀어진 입술을 열어 산하에게 물었다.
“이, 이 처자는……?”
“윤희정 님이 영국으로 입양을 가셨었는데요. 그분의 따님, 그러니까 할머님 외손녀입니다.”
딸이라도 살아 돌아온 듯 비척거리며 일어선 조복순이 린다에게 달려들다시피 다가가 손을 부여잡았다.
“외손녀, 우리 손녀…… 손녀.”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외손녀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린다도 그에 동화되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엄마를 찾고 있던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라 그런 건지, 조복순을 따라서 울었다.
애달픈 슬픔과 뜻밖의 희망이 교차하는 곳에서 산하는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 * *
린다는 기한을 알 수 없는 휴가를 요청했고, 산하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한국의 가족과 재회했으니 시간이 필요할 게 아닌가?
린다와 외가를 이어 주게 된 과정은 대충 꾸며서 얘기한 산하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린다가 행복하기를, 그 가족이 아픔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마음으로 축복의 말을 해 주던 산하는 눈앞을 바라보았다.
[미션 - 린다에게 핏줄을 찾아주자]
[미션이 완료되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무작위로 총 네 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단 한 가지만 선택 가능하니, 주의하십시오.]
[선택된 보상은 되돌릴 수 없으며, 지나간 보상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선택 가능한 보상입니다.]
[과거에서 누군가의 재능을 가져올 시 무조건 81%부터 시작합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이것도 그냥저냥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아냐,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잖아. 마음을 크게 품고 살라고.
됐고 다음.
잠시 고민하던 산하가 속으로 외치자마자 다음 보상이 떠올랐다.
[재능 포인트 1점이 주어집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이거 어째 보상이 엄청나게 구려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불안해하며 다음을 외쳤다.
[유미옥의 아이 돌보는 솜씨가 95%로 상향됩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은 보상에 한숨을 내쉬던 산하는 처음 보상을 선택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약간 후회 중이었다.
마지막 남은 보상인데 어쩌지?
이거보다 더 이상한 게 나올 수도 있는데.
그래, 고민 그만하자.
기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 보는 거야.
결정을 내리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던 산하가 다음을 크게 외쳤다.
[현재 소유한 포인트를 전량 소진해 특별한 농장을 6.6제곱미터로 확장합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뭐? 전량 소진?
내가 가진 포인트는 고작 1포인트뿐인데?
3.3 제곱미터 확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5포인트니까.
와…….
만세를 부르짖던 산하는 ‘당연하지’라고 외치며 마지막 보상을 선택했다. 그러자 농장이 확장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 아래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여섯 번째 연결고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윤희정의 재능 넘치는 서양화 솜씨 일부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재능을 전혀 얻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크게 바라지도 않던 산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의문을 떠올렸다.
보통 가져온다고 확정적으로 말했지,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때였다.
눈앞이 흐릿해지며 산하가 공민철이 찍은 사진에서 보았던 과거의 한 장소가 나타났다.
당황한 산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곳은 늘 푸른 보육원의 운동장이었다. 그 운동장 한편에서 울고 있던 어린 시절의 윤희정은 울음을 뚝 그치더니 산하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언제 울었냐는 듯 어느새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고마워요. 모든 게 정말…….”
많은 것이 함축된 듯한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살아낸 세월 일부가 시야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윤희정의 재능 넘치는 서양화 솜씨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일부 차단된 과거로 인해 서양화 솜씨가 반감됩니다.]
[쇠똥이의 수묵화 솜씨로 인해 그림에 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수치를 재산정합니다.]
[윤희정의 서양화 솜씨 70%를 습득했습니다.]
눈앞에 여러 가지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산하는 실제로 그녀를 만난 것 같은 느낌에 잠시 생각 중이었다.
차단이라…….
어쨌거나 행복해 보였는데, 일이 생각보다 더 잘 풀린 것 같지?
그때,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닫혀 있던 과거가 열렸습니다.]
[과거와의 연결고리에서 배제된 자를 처음으로 해방시켰습니다.]
[대단히 놀라운 사건입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뭐라고? 당황하던 산하는 벌써 세 번째 주어지는 보상에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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