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날 거부하지 마 (3)
사랑의 메신저도 아니고, 벌써 세월이 얼마나 지났을지 모르는 그의 마음을 낯선 이에게 전해 줘야 한다니.
이런 미션은 가끔 자신을 너무 곤란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해 봤다.
일단 지금으로선 사람 이름 두 개와 ‘80년대 만화가’라는 게 단서의 전부였다.
산하는 그중에서도 ‘80년대 만화가 표운성’에 주목했다. 그래도 나름 시대의 유명인이니만큼 잡지건 신문이건 실린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수십 년 전 자료를 어디서 구해 보나 고민하던 산하는 일단 인터넷 검색부터 해 보기로 했다.
<표운성>
포털사이트에 그의 이름 세 자를 써 넣자마자 웃고 있는 젊은 남자 사진과 함께 그의 약력이 드러났다.
표운성 - 만화가
출생 - 충청북도
데뷔 - 86년, 당당하게 맞서라
어쩌면 그의 사진에서 예전과 같은 빛 알갱이가 떠오를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던 산하는 표운성의 사진을 노려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프린트도 해 보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역시 디지털은 안 된다 이건가.
그럼 여기는…….
이내 표운성의 기록이 요약되어 실린 다른 인터넷 자료를 찬찬히 살펴보던 산하는 그가 한 잡지를 통해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젊은 여성 팬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쓰인 내용에 집중했다.
그 외에도 다른 언론 매체에 얼굴이 실린 적이 있나 찾아봤지만, 그것 외에 다른 참고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저 잡지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대체 저걸 어디서 구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오픈마켓에 검색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여러 오픈마켓을 검색해 보아도 찾는 건 나오지 않았다.
설마 원점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잘될 거야.
자신을 응원하며 다음으로 중고거래 카페를 찾아 들어간 산하는 유일하게 올라온 매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는 부산이고요, 직거래만 가능합니다.>
이러다가 부산까지 내려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며 하하 웃던 산하는 퍼뜩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건 바로 해당 잡지사가 현재 영업 중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었다.
어쩌면 구간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 잡지사는 폐업한 지 오래였다.
‘……진짜 가야 하나.’
그래도 택배 거래가 가능한지 문의나 넣어 보자고 결심한 산하는 중고거래 게시자에게 쪽지를 보냈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택배 거래는 정말 안 될까요?>
한참이 지나 상대방은 쪽지를 읽고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그래, 확실하게 직거래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으니 무시할 만도 하지.
누구 심부름 보내기도 그렇고, 역시 부산 가야겠네.
그전에 한 번 더 찾아보자.
표운성에 관해 참고할 만한 사항을 이리저리 찾아보던 산하는 검색을 중단하고 말았다.
대부분 그의 만화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 등 공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룰 뿐, 사적인 내용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헛수고일지도 모르지만, 잡지 인터뷰가 마음에 끌렸던 산하는 곧바로 연락을 넣었고, 거래 약속을 잡자마자 만나기로 한 장소를 확인하고 컴퓨터를 꺼 버렸다.
며칠 후 스케줄이 비는 날 거래해 주기로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책상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요. 힌트 좀 줘 보세요.”
그 말과 함께 책상 위로 손을 올려 보았지만 아무런 메시지도 볼 수 없었다.
그래 뭐, 혼자 해야지.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벌떡 일어선 산하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배달 영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반가운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미션 - ‘야식은 즐거워’가 완료되었습니다.]
[홍혜영의 배추 물김치 솜씨가 87%로 상향되었습니다.]
[미션 완성으로 인해 재능 포인트 1점이 적립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계약 기간만 끝나면 원래 영업 시간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점심 장사를 끝내고 다른 직원들이 하나둘 가게를 벗어나던 그때,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새봄도 산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 중이었다.
“이따 봐요.”
“잠깐!”
“왜요?”
“윤새봄 사원, 부산 여행 갈 생각 있나요?”
그녀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신나는 표정으로 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있어요!”
“그럼 이번 휴일에 나랑 여행가자.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도 하고.”
부산에 가더라도 표운성 미션과 관련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니 그건 아예 부차적인 것으로 미뤄 놓았고, 단둘만의 여행을 계획한 산하의 제안에 새봄이 두 손을 짝 하고 마주치며 말했다.
“그 약속 잊지 마요.”
“잊으면 어떻게 되는데?”
“그냥 확 삐질 거예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는 그녀의 모양새는 귀엽기 그지없었고, 산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조금 더 놀려 보려던 찰나였다.
유리문이 빼꼼 열리더니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 사람은 한때 관광공사 광고를 찍으며 인연을 맺은 김미지였다.
“어서 오세요. 여긴 웬일이세요?”
“와, 저 알아보시는 거예요? 너무 오랜만이라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기 서 계시지 말고 일단 들어와서 앉으세요.”
“네, 잠깐 실례할게요.”
단번에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아챈 산하에게 새봄이 속삭이듯 물었다.
“아는 분이에요?”
“지난번 관광공사, 거기 직원분.”
“아…….”
김미지가 의자에 앉자마자 산하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웬일로 오셨어요? 식사하러 오신 건 아닐 테고.”
“그러니까 나름 업무적인 일로 왔는데요, 잠시 대화 좀 나눠도 될까요?”
“네, 잠시만요. 봄아, 자세한 건 이따가 밤에 얘기하자.”
“알았어요.”
새봄은 김미지와 눈인사를 한 후 가게 밖으로 사라졌고, 산하는 휴게실로 가서 차 두 잔을 타 와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신데요?”
“혹시 요즘 산하 씨가 참가했던 광고 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문제는 아니에요. 좋은 일이죠.”
“어떤?”
“그러니까, 유독 산하 씨 광고에만 조회 수가 많이 붙고 있어요. 댓글에 외국인 호평도 많고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다행이라뇨, 대단한 거죠. 그게 얼마나 유의미하냐면, 산하 씨가 참가했던 경복궁 광고랑 순천만 광고 때문에 해당 장소의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정말 딱 거기만요.”
린다가 그 광고를 보고 영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사건이 있긴 했지만, 다른 것도 자신과 관련된 걸까 생각해 보던 산하가 의문을 내뱉었다.
“그게 꼭 저 때문인 걸까요?”
“그래서 관광지에서도 설문을 돌렸죠. 확인해 보니까, 외국인도 그렇고 내국인까지 그 광고, 그러니까 수묵화 장면 때문에 끌려서 오신 분이 많았어요.”
“아, 그럼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요. 광고 한 번 더 찍으실 의향은 없으세요?”
“광고요? 이번엔 어떤 광고인데요?”
“산하 씨가 대금 연주를 잘하신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거랑 수묵화를 잘 섞어서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세한 건 감독님이랑 상의해 보셔야겠지만, 일단 산하 씨가 참가하실 의향이 있어야 진행되는 거니까요. 어떻게, 생각 있으세요?”
“어…… 글쎄요. 요즘 나름 바빠서요. 죄송하지만 천천히 결정해도 되죠?”
“그럼요. 당연히 되죠. 바로 거절당할까 봐 긴장했는데, 한시름 놨어요.”
“긴장씩이나요.”
“진짜예요.”
다행이라는 듯 호호 웃던 김미지는 그와 약간의 대화를 더 나누고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산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금이라…….”
대금도 좋지만 해금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던 산하는 이 일은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며 스마트폰으로 부산행 고속열차 티켓을 예매했다.
* * *
배달꾼 업체 대표 장국진은 한 대리로부터 한 가지 사항을 전달받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뭐라구요? 그만둬요? 확실합니까?”
“네, 대표님. 계약 기간 끝나는 대로 배달은 그만한답니다.”
“대체 이유가 뭐랍니까? 우리가 너무 소규모라 그러는 건가요? 아니면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던 겁니까?”
“그건 이유를 말씀 안 하셔서 잘 모르겠지만, 예전 영업 형태로 돌아간다고만 하셨습니다. 그분이 예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공지 내용에 ‘당분간’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거로 봐서는, 원래 계획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니, 이렇게 매출도 잘 나오고, 아직 수수료도 안 받고 그런데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장국진이 벌떡 일어서서 옷걸이에 걸어놓았던 재킷을 집어 들었다.
“대표님, 어디 가십니까?”
“한 대리, 박산하 씨랑 약속 한 번만 잡아 봐요. 아니다. 내가 전화 하죠.”
그길로 장국진은 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배달꾼 대표 장국진이라고 합니다.”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에 탑승해 있던 산하가 뜬금없는 전화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지……?”
“다름이 아니라 혹시 오늘 시간 있으십니까? 괜찮으시면 제가 찾아뵙고 싶습니다.”
“오늘이요? 제가 지금 지금 부산 가는 길이라서요.”
“아…… 바쁘시군요.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모르겠지만, 전화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꼭 만나 뵙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정중하게 말하는 그에게 알겠다고 말한 산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창밖에 얼굴을 붙이다시피 하며 바깥 풍경을 구경 중이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짙푸른 소나무 빼고는 별것 없었기에 대체 그녀가 뭘 보나 싶었던 산하가 질문을 던졌다.
“봄아, 뭐가 그렇게 재밌어?”
“그냥 다 재밌어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하던 그녀는 얼굴에 의문을 떠올리더니 산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누구 전화예요?”
“아, 배달꾼 업체 대표님.”
“거기서 왜요?”
“이제 배달 그만둔다고 했더니, 아마 그것 때문에 그러시나 봐.”
“그렇구나. 아쉬울 만도 해요. 사장님 덕분에 유입 많이 끌어당겼을 텐데.”
“뭐, 어쩌겠어. 나도 가야 할 길이 있는데.”
“맞아요. 정답! 근데근데 우리 오늘 어디부터 가요? 회도 먹고 싶고, 바다도 보고 싶고, 막막 신나요.”
부산 여행을 제안한 날, 정작 자세한 여행 계획은 얘기하지 않았던 산하가 입을 열었다.
“일단 헌책방?”
눈을 동그랗게 뜬 새봄이 다시 한번 말해 보라는 듯 그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헌책방이요?”
“왜,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어째서 헌책방부터 가요?”
“별건 아니고, 부산 가는 김에 중고거래 약속 하나 잡아 놨거든. 잠깐 들르는 거야.”
“아하…… 뭐 샀는데요?”
“그냥 옛날 잡지.”
옛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곧바로 수긍한 새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올겨울은 서울에 눈이 잘 안 오네요.”
“왜? 눈 오면 뭐 할 일 있어?”
“그냥 설레잖아요. 좋은 일도 막막 생길 것 같고. 그쵸 산하 씨?”
“동감, 그래도 산호 아저씨 캠핑장은 눈 잘 오던데. 나중에 거기 가자.”
“좋아요. 우리 그래 잘 있나 모르겠어요. 아직도 거기 찾아간대요?”
“가끔?”
그녀와 속닥속닥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데이트를 즐기던 산하는 한참 만에 부산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가자, 봄아.”
“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는 기차 플랫폼에 내려서자마자 그녀는 폴짝폴짝 뛰며 앞서갔고, 산하는 톡을 날렸다.
[장인어른 부산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파는 것 중에 뭐 드시고 싶으신 거나 필요하신 거 없으십니까? 제가 사가겠습니다.]
[잘 놀다 오게. 다 필요 없고, 난 된장찌개가 필요하네.]
[……알겠습니다.]
기승전 된장찌개에 피식하고 웃던 산하는 빨리 오라는 새봄의 부름에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자 그녀가 곧바로 그의 팔짱을 꼈다.
“가요.”
어째 매일 보는데도 이렇게 설레는 거냐며 남은 손으로 심장 어림을 매만지던 산하는 그녀와 함께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했다.
한참 후 택시에서 내린 산하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만나기로 한 주소지로 향했고, 이곳에 처음 와보는 새봄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좋다.”
재개발로 인해 서점이 많이 줄긴 했지만, 골목 좌우로 길게 늘어선 헌책방 골목은 그야말로 지식이 마구 쏟아져 들어올 것만 같은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왠지 모르게 보물 하나라도 찾아낼 듯한 생각마저 들게 해 주었다.
그렇다 보니 그녀와 마찬가지로 감탄하며 주변을 잠시 구경하던 그는 다시금 벽에 붙은 신주소와 서점 상호를 확인했다.
‘저 앞인가.’
잠깐 헤매던 산하는 찾던 간판을 발견했다.
<백삼서점>
그곳으로 재빨리 다가간 산하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서점 내부에서 책을 정리하던 사내가 전화를 받는 게 아닌가.
“여보세요.”
“저 잡지 구매하기로 했던 사람인데요.”
책방 주인 임백삼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허 웃더니 전화를 끊었다.
“이리 들어오세요.”
60대로 추정되는 책방 주인의 손짓에 서점 안으로 들어선 산하는 왠지 향긋하게 느껴지는 책 특유의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서점 주인이 잡지 한 부를 내밀었다.
“이거 맞죠?”
“네, 맞네요.”
조금 낡은 잡지를 곧바로 구매한 산하가 서점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였다. 서점 주인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에게 묻는다.
“저기, 혹시 우리 구면인가요?”
“아니요.”
“그래요? 실례했습니다. 낯이 익어서.”
“괜찮습니다.”
이제 얼굴 알아보는 사람이 많네.
뭐, 굳이 내가 누군지 알릴 필요는 없겠지.
거래하면서 잠시 내렸던 마스크를 다시 쓴 산하가 책방 골목으로 걸어 나왔지만 가판대에 놓인 헌책에 정신이 팔려 있던 새봄은 아무 말이 없었다.
“봄아.”
“…….”
“봄봄봄.”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묻는다.
“아, 끝났어요?”
“응.”
“나나, 여기 구경 좀 할게요.”
“그러세요. 윤새봄 사원.”
“고맙습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인사까지 한 새봄이 다시금 헌책에 집중했고, 산하는 잡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좌르륵 넘기던 끝에 표운성의 인터뷰 사진을 발견한 산하는 속으로 ‘제발’을 외치며 그의 사진을 노려보았다.
에이 설마.
아니지?
여기서 아무 반응이 없으면 헛걸음이 된다고 생각하던 그가 잡지에 실린 사진을 노려봤지만 변화가 전혀 없었다.
‘……아, 이게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산하는 그 시절 표운성의 인터뷰를 읽어 보기 시작했다.
뭐라도 정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부모님은 제가 그림 그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그래도 계속 끌리는 걸 어쩌겠어요. 제가 계속 고집하자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지원해 주셨는데, 어느 날 제가 그린 만화가 히트를 친 거죠…….>
문답 형식으로 쓰인 인터뷰를 계속 읽어 내려가던 산하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우리 강선희 편집자님이 처음에는 조금 어설펐어요. 일본만화를 들여오기 급급하던 시기라서 그런지 편집자 육성이 조금…….>
강선희라는 분이 편집자였다는 걸 알아낸 산하가 그래도 나름 헛수고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잡지에 실린 표운성의 사진에서 빛 알갱이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표운성의 과거 일부가 잠시 연결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 195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