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200화 (200/445)

200화 특급 신상 (5)

산하는 어이가 없었는지, 통화 중인 것도 잊고 잠시 말을 잃었다.

나 홀로 플랫폼?

플랫폼이 어디 누구 집 개 이름인 줄 아는 건 아니겠지. 플랫폼이 형성되려면 얼마나 많은 자금과 시간과 인력과 홍보가 필요한데.

평소 원할 때는 미션의 미 자도 안 보이더니, 아무 생각 없을 때 내뱉은 말에 곧바로 반응하는 메시지 같으니라고.

알다가도 모를 정체불명의 메시지라고 생각하던 그가 말이 없자 강선희가 의아한 말투로 부른다.

“산하 씨?”

“아, 네.”

“당연히 뭐요?”

“당연히 농담이 아니죠.”

“네!?”

“우리 거대한 웹툰 플랫폼 하나 일궈 봐요.”

“……농담 그만 해요.”

“진담이에요.”

“???”

이날 오후.

자신만의 플랫폼을 만들라는 명확한 미션을 제시했으니 꼼수는 쓰지도 못하겠다고 여기던 산하가 기존 은성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었던 업체에 의뢰를 넣었다.

일단은 홈페이지 하나를 개설하기 위해서였다.

웹툰 플랫폼이라곤 하지만 당분간 혼자 연재할 건데 시작부터 거창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아주 심플하고, 페이지 수도 그리 많지 않은 형태의 홈페이지를 요구했다.

거기에 더해 PC와 모바일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반응형 홈페이지였는데, 나중에 플랫폼이 커지면 리뉴얼할 생각이었다.

총 제작 기간은 빨라도 2주 정도 걸릴 거라는 말을 듣고 통화를 종료한 산하는 그때까지 기존 플랫폼에서 연재를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

* * *

사실 박재수는 봄봄봄이라는 작가의 만화를 처음 보고 흠칫 놀랐었다. 어디 미술관에나 가면 볼 법한 예술미가 팍 하고 와 닿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에겐 작가 한 명이 잘되는지 망하는지 따위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이 회사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러려면 능력을 내보여야 했고, 그가 예전부터 선택한 방법은 바로 될 만한 작품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었다.

커다란 장점보다는 단점을 파고들어 수정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훗날 그 작가가 크게 대성했을 때 묻어가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물론 초반에 빛이 나던 작가가 어느 날인가는 너무 힘들다며 연재를 중단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살아남는 작가가 더 많았다.

그런 작가들은 착각하곤 했다. 자신들의 특색과 장점 모두 빛이 바래 버린건 모르고, 힘들긴 했지만 그런 요구를 수용해서 이만큼 성장한 거라고.

그 와중에도 힘을 잃지 않고 대박이 나는 소수의 작가에겐 ‘박재수’라는 이름이 따라붙었다.

그렇다 보니, 윗선에서는 박재수가 보는 눈이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박혀 가고 있었다.

물론 그에게 보는 눈이 있긴 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요리해야 자신이 빛이 날 건지 안다는 뜻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그는 손까지 슥슥 비비며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이번에는 정말 멋진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봄봄봄이라는 작가가 대박이라도 난다면 윗선에 자신의 이름을 또 한 번 알릴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던 그에게 부하 직원이 찾아왔다.

“봄봄봄 작가, 미팅 약속은 잡았습니까?”

당연히 그 작가가 수락했을 거라고 생각하던 박재수의 질문에 부하 직원은 민망한 기색으로 답했다.

“저기…… 과장님, 그 작가님이 제안을 거부하셨습니다.”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잠시 말이 없던 박재수가 되물었다.

“뭐라고 했어요? 다시 말해 보세요.”

“그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니다.”

“……확실해요? 아예 계약을 안 하겠다고 했다는 겁니까?”

“네.”

이런 단호해 보이는 거절은 처음 겪은 박재수가 조금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네, 그럼.”

부하 직원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헛웃음을 흘리던 그는 곧장 해당 작가의 웹툰 연재 페이지로 접속했다.

꼴에 좀 그린다고 자존심이 센 모양인데.

살살 풀어주면서 달래야 하나.

그냥 얘는 버릴까.

그러기엔 많이 아까운데.

어느새 까끌해진 턱을 매만지던 그가 눈을 빛내며 궁리하던 그 시각.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도심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산하는 손을 흔들었다.

“여기에요.”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어려 보이는 강선희는 자신에게 손짓하는 그를 발견하고 얼른 맞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산하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플랫폼이라니요.”

“말 그대로예요.”

천하태평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낀 강선희가 진지하게 말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예전 만화방 시절에도 그랬지만, 이곳에도 생태계라는 게 있어요. 모든 게 맞물려 돌아간다고요. 이미 독자층이 형성된 기존 플랫폼을 마다하고 독자적인 곳을 만드시겠다고요?”

“네.”

강선희는 답답하다는 듯 명치 부위를 콩콩 때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아직 산하 씨가 이 시장에 처음 진입하셔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산하 씨처럼 생각하면서 플랫폼 만들었다가 망해 나간 곳이 한둘이 아니에요. 기존에 뿌리를 박은 플랫폼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던 거죠. 누구에게나 익숙하다는 건 중요해요. 늘 가던 곳, 늘 보던 방식.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야 저도 알죠. 그래서, 이건 도전이라고만 해 둘게요.”

그 옛날 표운성에게도 말을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충고했던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무모한 도전이에요. 돈과 시간만 날리실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까 작품에 집중하시는 게 어때요? 그게 더 이득이거든요.”

표운성의 과거에서 보았던 그녀와 지금의 강선희가 겹쳐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산하가 조용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말했다.

“강선희 편집자님.”

그가 쏘아내는 자신감 있는 눈빛에 선희는 왠지 이상한 기분을 느꼈지만 절대 안 넘어간다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아직 편집자는 아니지만, 말씀하세요.”

“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꿈이요? 이루고 싶은 것?”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테이블을 탕하고 내려쳤다.

“바로 그겁니다.”

흠칫 놀란 선희가 반문했다.

“네?”

“제게 플랫폼은 또 하나의 꿈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무도 알지 못하던 작가가 왠지 썰렁하고 망할 것만 같은 플랫폼 하나를 만들고, 그곳에서 잊혔던 천재적인 편집자와 만나 세계를 아우를 작품을 제작해서, 어느 날…….”

“어느 날?”

“시장을 잡아먹게 될지. 우리 이거 같이 이뤄 봐요.”

강선희는 진지하게 말하는 산하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의 눈앞으로 오른손을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산하 씨, 오늘 뭐 잘못 드신 건 아니죠? 우주정복이라도 하시는 줄 알았어요.”

이놈의 미션아. 보고 있냐? 이런 엉뚱한 거 설득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괜히 속으로 구시렁거리던 산하가 겉으로는 태연하게 묻는다.

“……그래서 도와주실 거죠?”

“이건 정말 아닌데…….”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선희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약속 하나 해요.”

“뭔데요?”

“30화 연재할 때까지 시장 반응 없으면 접고 기존 플랫폼에서 연재하기로.”

“어…… 그건…….”

“대신 저도 30화 연재 전까지는 힘껏 도울게요. 그럼 됐죠? 협상 타결?”

그래, 나머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이 정도 되는 편집자를 어디 가서 만나.

그리고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절대 그렇게는 안 돼요. 아니, 못해요.

이번에 실패하면 무슨 미친 페널티를 줄지 알고 실패해요?

그리고 그걸 떠나서 이제 도전, 아니 플랫폼 성공하고 싶어졌어요.

생각을 끝내고 다른 의미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던 산하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진짜 약속하신 거예요? 유의미한 성과 30편?”

“그럼요.”

플랫폼 도전을 그만두는 상세 조건은 추후 정하기로 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알았어요. 그럼 우리 잘해 봐요.”

강선희는 그의 작품이 어이없게 묻혀 버리는 걸 방지했다며 미소 지었고, 산하는 미션만 성공하면 표운성 작가님의 만화 솜씨는 모두 내 것이라며 웃었다.

* * *

산하가 강선희를 설득하기 위해 만난 후로부터 며칠이 더 지났다.

된장찌개 포장지 디자인으로 사용할 사진에 재능 포인트를 사용해 볼까 궁리해 봤지만 이내 관두기로 했다.

이 귀한 포인트를 마구 쓸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쓰자고 다짐하던 산하는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서 제일 잘 나온 된장찌개 사진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근처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를 보며 군침을 삼키던 린다가 말을 꺼냈다.

“이제 끝나신 거예요?”

“그래, 이제 린다 네가 투혼을 발휘할 때야. 맛있어 보여서 침이 절로 흐를 정도로 부탁해.”

“……어떡하죠? 이 부담감.”

“그래? 그런 부담감은 이 된장찌개로 날려 버려. 먹으면 생각도 더 잘될 거야. 린다 돌격 앞으로!”

사장님의 놀라운 사진과 붓글씨 때문에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던 린다는 일단 된장찌개부터 먹고 보기로 했다.

먹는 게 남는 거니까.

이날 늦은 오후.

린다와 디자인 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한 후 본가 단독주택을 방문한 산하가 외쳤다.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부모님이 시골에 가신 것을 알고 있는 산하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장난스레 소리치던 그때, 윤정이 방문을 열고 나오며 구시렁거렸다.

“박산하 미쳤어? 이리 오긴 뭐가 와? 그치, 엘리자베스?”

윤정은 노란 고양이 콧잔등을 검지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그놈은 기분이 좋은 듯 골골송을 내뱉었다.

“아유, 이쁜 우리 엘리자베스. 오늘 양빨 제대로 됐네. 털 뽀송뽀송한 것 좀 봐.”

“양빨? 양빨이 뭐야?”

“정말 무식한 박산하, 양빨도 몰라? 고양이 빨래.”

“……됐고, 그놈의 엘리자베스도 오늘로 끝이다.”

엘리자베스가 남의 고양이라는 것도 잊고 살았던 윤정의 표정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뭐? 뭐가 끝이라고?”

“고양이 이리 줘. 이제 자기 주인에게 돌아갈 시간이야.”

“……안 돼. 안 된단 말이야. 우리 엘리자베스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뭐래, 내놔.”

“엘리자베스 튀어!”

윤정은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았고.

고양이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호다닥 뛰어가 방문 너머로 사라졌다. 그 녀석을 잡으러 산하가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윤정이 두 팔을 벌려 가로막았다.

“이 악당, 엘리자베스와 날 갈라 놓으려고. 절대 못 가.”

“……박윤땡, 정신 차려. 저 고양이는 주인 있는 고양이야.”

“그 주인이 나야. 이미 여기 들어올 때부터 나와 영혼으로 연결된 고양이였어. 그러니까 절대 못 데려가.”

산하는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꾹꾹 눌렀다.

“아…… 두야. 내가 왜 여기에 맡겨서는…….”

“절대 못 보내.”

그 후로 한참이나 실랑이를 한 끝에 고양이를 데려와서 케이지에 넣은 산하가 윤정의 어깨를 토닥였다.

“윤땡, 힘내. 원래 삶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입을 삐죽 내밀고 있던 윤정이 이별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맞아, 이별. 우리 엘리자베스 떠나가는 모습 끝까지 봐야겠어. 그게 이별에 대한 예의야.”

뭔가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던 윤정이 산하의 오른팔을 잡아당겼다.

“나도 같이 가.”

“뭐?”

“우리 엘리자베스 좋은 곳으로 가는 거 확인해야겠어.”

“…….”

잠시 후.

고집 피우는 윤정을 데리고 광상익을 만나러 식당으로 향한 산하는 그 건물 2층에서 고양이를 풀어주었다.

“상익아, 오랜만이라 널 알아보려나 모르겠다.”

“그러게요. 그간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리 와. 나 몰라?”

고양이는 케이지 안에서 냥냥 소리만 내면서 나올 생각을 안 하더니 한참이나 지나서야 눈치를 보며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윤정이 눈물을 왈칵 흘렸다.

“엘리자베스…… 널 잊지 못할 거야. 가서도 잘 살아야 해.”

그런 임시 주인은 본체만체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광상익에게 천천히 다가간 엘리자베스는 그의 정강이 부분에 볼을 비볐다.

마치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모습에 감격한 광상익이 씩 웃으며 그 녀석을 안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고양이는 돌연 뒤돌아서 우다다 뛰더니 윤정의 품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낮은 울음을 토해냈다.

미안하지만 난 이 사람과 살게.

옛날엔 고마웠어.

뭐, 이런 느낌이랄까.

그 바람에 광상익은 어딘가 허탈한 표정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뒤통수를 긁적였고, 윤정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외쳤다.

“엘리자베스 다시 돌아와 줬구나.”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산하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여동생이야 어떻게든 설득하면 된다지만, 고양이 마음을 강제로 어쩌겠는가.

그때, 상익이 걱정 말라는 듯 산하에게 하하 웃어 보였다.

“형, 전 괜찮아요. 사실 고양이 사진 보면서 생각 많이 했거든요. 좋은 환경에서 키워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그리고 저 일 하러 나가면 저녀석 많이 외로울 텐데 어쩌나 걱정도 했고요.”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여동생분이 잘 키워 주셨으면 해요.”

뭐야 이게, 상익이 좌절할까 봐 걱정했는데. 저 자식 저거 왜 촌놈처럼 헤헤 웃어.

“그럼 넌?”

산하의 질문 속엔 정말 괜찮겠냐는 염려가 담겨 있었고, 상익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을 살짝 드러냈다.

“전 형 덕분에 요즘 자신감이 부쩍 늘어서요. 전처럼 우울하고 그러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버려졌던 고양이가 이젠 건강하고 잘 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랬다. 상익에게는 누가 키우나 내가 키우나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처럼 버려져서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미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듯한 고양이를 윤정에게서 억지로 떼어낼 생각 따위는 없었던 상익이 엘리자베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잘 살아, 엘리자베스.”

고양이는 알겠다는 듯 짧은 울음을 흘렸고, 상익은 사람 좋게 하하 웃었다. 그러자 그의 과거까지 들여다본 산하는 그 발언이 사실임을 알고 괜히 걱정했다며 심술을 부렸다.

“웃지 말고 운전면허나 따와. 그걸 떨어지냐?”

“……아, 형 그 얘길 왜 지금…….”

* * *

근대 디자인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물품 디자인이 형편없어지게 되면서, 이를 회복하고자 시작되었다.

하나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외관의 아름다움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실용성이나 경제성, 독창성 등 여러 요소를 두루 갖추어야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산하가 린다와 함께 만들어 낸 된장찌개 포장지 디자인은 제법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정순명의 붓글씨로 상품명을 썼고, 공민철의 사진 솜씨로는 제품을 맛깔나게 찍어 냈는데,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미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제대로 갖췄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 폰트, 각 요소의 배치, 적절한 색상과 같은 린다의 훌륭한 디자인 실력은 된장찌개 포장지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탄생시켰다.

그 예술품이 인터넷 오픈마켓에 첫선을 보였다.

이 상품을 제일 처음 접한 소비자는 여성, 그것도 20대였다.

왠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데다 이뻐 보이기까지 하는 제품 사진을 바라보던 그녀는 망설였다. 첫 출시 세일 중이긴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제품인 데다 구매수도 0이고 회사 이름도 낯설어서였다.

구경이나 해 볼까?

마침 집밥이 그리워서 장을 봐 올까 아니면 손질된 식자재로 직접 조리하는 밀키트를 사 볼까, 그것도 아니면 데워서 그냥 먹는 간편식을 사볼까 궁리하던 그녀는 제품 안내문을 읽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첫 출시 기념, 사장님이 미쳤어요! 선착순 구매자 다섯 분에게는 대표가 직접 방문해서 된장찌개를 무료로 조리해 드립니다. 맛집 사장님의 손맛을 손쉽게 접할 절호의 기회, 절대 놓치지 마세요.>

<신청자에 한함>

- 201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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