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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246화 (246/445)

246화 사할린을 가다 (1)

그곳에 프로그램 출연을 요구하는 글자가 가득 쓰여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산하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편지지에 다양한 색깔의 종이가 길쭉하게 덕지덕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봐도 급조한 티가 나는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한 산하가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이게 대체 뭔데요?”

“저런저런, 빨리 편지부터 읽어 주세요.”

스목들 때도 그랬지만, 심 피디님 정말 못 말린다고 생각하던 산하가 편지에 쓰인 가장 위쪽 글씨를 읽어 나갔다.

<본 프로그램은 미슐랭 3 스타로 빛나는 요리사 박산하가 푸드트럭으로 전국을 돌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시민에게 요리해 주는 콘셉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셨다면 심장원 피디를 봐주세요.>

편지를 보던 자세 그대로 상체를 우측으로 돌린 산하가 고개를 들려 하자, 후다닥 일어선 심장원이 위치를 옮겼다.

그런 이유로 산하는 고개를 들자마자 심장원과 마주하게 되었다.

“?”

“역시 우리 산하 씨, 제 프로그램 기획에 흥미를 느끼셨군요. 이렇게나 절 봐주시다니.”

“이거 사기 아니에요?”

“사기라니요. 그런 섭섭한 말씀을. 자자, 다음 비밀의 종이 뜯어 주세요.”

시작부터 독특한 그의 제안에 속으로 피식 웃던 산하가 가장 위쪽 종이를 뜯어냈다.

<역시 흥미를 느끼셨군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 신중히 결단을 내려 주세요.>

<맛집은 움직이는 거야에 참여하실 의사가 있으시다면 바로 앞에 자리한 심장원 피디에게 주저 말고 속 시원히 예, 아니오로만 말씀해 주세요.>

“아니오.”

“아니오! 화살표를 따라 이동해서 비밀의 종이를 뜯어 주세요.”

<아니오를 결정한 당신, 하산해 주점에 당첨되셨습니다.>

“……피디님, 재미없어요. 이제 하실 말씀도 다 하신 것 같으니까 배웅해 드릴게요. 저기 보이는 문 앞으로 이동해 주세요.”

그의 퇴거 요구에 심 피디가 두 손바닥을 내보이며 소리쳤다.

“잠깐! 자암깐!”

“왜요?”

품속에서 편지 하나를 더 꺼낸 그가 말했다.

“이건 정말 제 진심입니다. 받아 주세요.”

“또 장난쳐 놓으신 거죠?”

“절대 아닙니다.”

그가 내민 편지를 받아들던 산하가 묻는다.

“그렇다기엔 표정이 조금 이상하신 것 같은데요?”

“오해십니다. 어서어서 읽어 주세요.”

이번엔 또 무슨 재미를 주려나 생각하던 산하가 편지 봉투를 뜯어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의외로 자필로 쓰인 실제 편지가 있었다.

<산하 씨, 저 심장원입니다. 우리가 운명적으로 프로그램을 같이하게 된 그 날을 기억하십니까?

스타의 목소리가 들려!

감동으로 울부짖던 방청객과 시청자 덕분에 우린 매주 즐거웠죠. 그리고…….>

편지를 읽다 말고 고개를 든 산하가 그 당시 심정을 토해냈다.

“피디님 전 스목들 할 때 숨어다니느라 힘들었는데요?”

“쉿! 거짓말하지 마시고 다음 이어서 읽어 주세요.”

“…….”

<그 즐거움을 다시 한번 저와 경험하지 않으시렵니까?

세상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또한 세계의 많은 미식가와 애주가들이 산하 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전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언제나 수락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위의 두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천상의 목소리’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때, 휴게실 정리를 마치고 나온 윤새봄이 심장원을 발견했다.

“우와, 피디님이다.”

심장원은 그녀에게 반갑다는 표시로 오른팔을 들어 좌우로 휙휙 흔들었다.

“새봄 씨,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가워요. 어? 사장님 그거 뭐예요?”

“응? 아 우리 피디님이 편지를 주시네.”

“편지요? 무슨 내용인데요?”

“여덟 글자로 요약할 수 있어.”

“어떻게요?”

“프로그램 같이하자.”

“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새봄이 밖으로 향했다.

“봄아, 어디 가?”

“2층 정리하러요. 화분 물도 줘야 하고.”

‘화분’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심 피디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산하 씨, 기억나십니까? 달맞이꽃.”

“네, 기억나요.”

“꽃말도 기억하시죠? 전 언제나 기다릴 겁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도 모르십니까?”

그 순간 산하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션 - 심장원의 세 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출연하자.]

[보상 - 특별한 농장 작물 재배 시, 특성 상향 가능 한도가 12%로 늘어납니다.]

미션을 보자마자 괴상한 표정을 지어 보인 산하가 속으로 말했다.

봉씨, 지금 나랑 장난해?

황 피디님 프로그램 성공시키라는 미션 주더니.

뭐? 이번에는 프로그램 선택해서 출연하라고?

내가 몸이 두 개야? 아니면 세 개야?

진짜 이럴 거야?

나 안 해.

그는 처음 보는 메시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포기하시겠습니까?]

뭐야, 포기가 가능하다고?

[미션 포기 시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하면 될 거 아니야. 저리 가! 훠이! 그래도 보상은 마음에 드네.

아까부터 시시각각 변해 가는 산하의 표정을 지켜보던 심장원 피디는 무언가 좋은 느낌을 받고 외쳤다.

“산하 씨, 드디어 제 진심에 동의하시는 거군요!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입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눈을 반개한 심장원은 마치 정신수양하는 도인처럼 말했다.

“전 알 수 있습니다. 느낌이 옵니다.”

“오긴 뭐가 와요. 전 슬슬 일해야 하니까 살펴 가세요.”

“네, 그럼 전 이만 가볼 테니 조금만 고민하시고 긍정적인 답변 보내 주세요. 24시간 열려있는 심장원의 휴대폰 번호는 공일공에 오구오구…….”

“……피디님.”

“네? 저 아직 멘트 안 끝났는데.”

“이미 업무용 번호랑 개인 휴대폰 번호 다 알려 주셨거든요?”

“전화가 안 오길래 잊으신 것 같아서.”

“전혀 안 잊었으니까 살펴 가세요.”

“잠깐!”

“또 왜요?”

품속에서 이상한 쇳조각이 달린 목걸이를 꺼낸 심 피디가 그걸 산하에게 건넸다.

“이건 프로그램 수락 기념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내가 언제 수락했느냐고 외치려던 산하는 그 목걸이를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정체불명의 쇳조각에서 빛이 흐르고 있어서였다.

“심 피디님.”

“네?”

“이거 모양이 이상한데, 어디서 나셨어요?”

“이거요? 이거 여행 갔다가 모양이 독특해서 주…… 아니, 구입해서 목걸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때 비가 엄청 쏟아져서 애먹었는데, 이걸 손에 딱 쥐니까 비가 그쳤거든요. 일명 행운의 목걸이라고나 할까요?”

“그렇다기엔…… 방금 주웠다고 하신 거죠?”

“제가요? 아니요 전혀 그러하지 않습니다.”

“피디님, 그거 아세요?”

“뭘요?”

“당황하시면 말투 변하는 거?”

“제가요? 에이 잘못 아신 걸 겁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건 행운의 목걸이니까 받으시고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가방을 주섬주섬 챙긴 심 피디는 올 때도 그랬지만,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유리 벽 너머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산하가 손바닥 위에 놓인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그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라고 하기도 뭐한 쇳조각은 투박하고 거무튀튀했다.

산하는 그걸 쥐자마자 아까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일부 과거가 분리돼 있습니다.]

[과거를 읽을 수 없습니다.]

과거가 분리되어 있다고?

가만……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모양인데?

쇳조각 중앙에는 손 문양이 자그마하게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게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던 산하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 문양은 바로, 오민석의 헤어 가위에 새겨져 있던 문양이었다.

이게 왜 여기 있어?

신기해하던 산하는 목걸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건 찾을 수 없었다.

이날 밤.

집으로 돌아온 산하는 선반에 곱게 모셔져 있던 오민석의 헤어 가위를 집어 들었다.

[두 개의 과거가 모였습니다.]

[과거를 읽을 수 없습니다.]

대체 이런 게 몇 개나 있는 거야? 나머지는 어디 가서 찾으라고?

투덜거리던 산하는 퍼뜩 떠오른 생각에 손가락을 튕겼다.

맞다, 이거 나중에 미용 가위 수리해 준 업체 한번 찾아가서 자세히 물어볼까? 가위 주인이 뭐 하던 사람이었는지 알아내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킵!

심 피디가 가져다준 목걸이를 살펴보던 산하는 과연 여기에 든 능력이 무엇일지 궁금해했다.

설마, 대장장이는 아니겠지? 그걸 어디다 써?

아니지, 어딘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쇳조각을 한 번 더 살펴보던 산하는 그걸 책상 위에 내려놓고 욕실로 향했다.

다음 날.

본가에 들러 늘 티격태격하는 윤정에게 빵을 건넨 산하가 말했다.

“박윤땡, 물품 대금은 계좌로 넣어라.”

“가족끼리 치사하게. 얼만데? 얼마면 돼?”

“백만 원.”

“이 인간이 날마다 백만 원이래. 치사뿡이다. 나간다.”

“맞다 박윤땡, 다음 주에 장 담글 때 도와주는 거 잊지 말고.”

“알았어. 도와주면 될 거 아냐.”

씩씩거리면서도 은근 기분 좋아하던 윤정은 신나게 차를 몰아 동창 모임 장소로 향했다.

“이건 뭐야?”

“우리 오빠가 구운 건데, 어렵게 구해 왔으니까 귀하게들 드셔?”

“아, 그래?”

“잘 먹을게.”

된장찌개가 별 받은 거라던데, 뜬금없이 빵은 왜 가져오냐고 생각하던 그녀의 동창들은 맛을 보고 입을 쩍 벌리다 못해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며 바라보던 윤정이 묻는다.

“어때? 죽이지? 맛있지?”

동창 중의 한 명이 그녀에게 찰싹 들러붙으며 말했다.

“윤정아!”

“응?”

“우리 깊은 사이로 지내면 안 될까?”

“무슨 말이야?”

“한 집안 가족이 된다거나 그런 거.”

“됐어. 빵이나 먹어.”

“어우야, 이거 진짜 미쳤다. 무슨 빵이 이렇게 맛있어?”

윤정에게 우르르 몰려들어 떠드는 동창들을 바라보던 차연지는 분하고 억울했다.

예전에는 저 중심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각종 매체에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산하의 소식이 떠오른 뒤로 차연지는 저기압이었다.

‘짜증나.’

속으로 욕을 퍼붓던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담긴 얼음 하나를 입안에 집어넣고 와그작 깨물었다.

그런데 얼음이 깨지는 대신에 그녀의 이가 금이 갔고, 차연지는 비명을 질렀다.

“어? 연지야 왜 그래?”

말없이 입을 감싸고 끙끙대며 고통스러워하던 그녀는 곧장 근처 치과로 향했다.

* * *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해야 하나 고민하던 산하는 일단 사할린을 다녀온 후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생각은 잠시 접어둔 그는 카페로 들어서자마자 황수호를 찾았다.

그러자 속이 답답한 듯 아이스커피를 컵째로 들이키던 황 피디가 손을 흔들었다.

“여깁니다.”

그에게로 다가간 산하가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속에 불이라도 나시는 거예요?”

“역시 절 걱정해 주시는 건 산하 씨뿐입니다.”

“그런 거 아니니까 넣어 두세요. 아참, 사할린 프로젝트 진행은 어떻게 돼 가나요?”

“그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경비가 얼마나 모자라는데요?”

“산하 씨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출연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런 미션은 후딱 해치워야지, 언제까지 기다리냐고 생각하던 산하가 그에게 제안했다.

“비용 계산한 거 줘 보세요. 일단 한번 보고, 제가 얼마나 부담할지 결정할게요.”

“네?”

“일단 주세요.”

“아니…… 정말 괜찮은데.”

“이러다가 내년에도 못 갈 것 같아서 그래요. 줘 보세요.”

황수호가 아까부터 보고 있던 서류를 건네받은 산하는 비용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나머지는 제가 다 부담할 테니까, 일정 잡아 주세요.”

“네!? 아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안 되기는요. 그냥 펀딩 참가한 분들처럼 콘텐츠 수익 배분으로 가닥 잡으면 되잖아요.”

“……그래도 다큐 형태인지라, 수익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 손해가 크실 겁니다.”

“그 손해 큰 걸 황 피디님은 하시잖아요.”

“그거야……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저도 이번 프로그램은 나름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사실은 미션 얼른 해치우려고 하는 거지만요.

하지만 그의 속내를 모르는 황 피디는 입가를 씰룩이다 못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역시! 역시 산하 씨도 제 프로그램 기획을 좋아해 주셨던 거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는 다른 어떤 것보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좋았고, 그 바람에 감동받아 버렸다.

“제가 기필코 이번 프로젝트 성공시키겠습니다. 손해 절대 안 보게 해 드릴게요. 지켜봐 주십시오. 뛰어난 영상미로 멋진 다큐 만들겠습니다.”

눈에서 광채가 나는 것처럼 번쩍이는 그의 눈빛에 산하는 심히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괜히 좋아서 한다고 했네.

하긴, 황 피디님 프로그램 촬영이 재미있긴 했어.

그 후 황수호와 추가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산하는 그와 헤어지고 생각했다.

보자, 그럼 오늘 오후에 스케줄이 뭐가 있더라?

라디오 하나 하고, 사인회 잠깐 있었지?

다른 건 다 거절해서 널널하네.

빨리하고 집에 가서 웹툰 그려야지.

고개를 끄덕이던 산하는 차량 밖에서 대기 중인 상익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나 혼자 가도 된다니까.”

“안 됩니다. 형 얼굴이 너무 알려져서 이상한 사람 붙을지도 몰라요. 신변 보호를 철저히 하…….”

말을 하다말고 화들짝 놀란 광상익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잠깐! 너 뭔가 말하려고 했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빨리 말 안 해? 신변 보호를 철저히 해?”

“안 됩니다.”

한 번 입을 닫으면 자물통이라도 달아 놓은 것처럼 절대 말하지 않는 상익을 바라보던 산하가 씩 웃었다.

“놀라는 거 보니까, 누가 시켰지?

“아니요.”

“아니기는, 너 표정 보면 딱 알아. 보자 우리 상익이랑 잘 알고, 그런 말할 만한 사람은…… 부모님은 아니고, 동식이도 아니고, 봉만두는 절대 아니고…….”

상익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며 사람의 이름을 줄줄 읊던 산하는 한 가지 이름을 딱 짚었다.

“박윤땡이지?”

“네!?”

“순진하기는, 표정 봐라. 넌 어디 가서 거짓말하지 마라. 그나저나, 우리 윤땡이가 오빠 걱정도 다 하고. 다 컸네. 다 컸어. 가자, 상익아.”

“아니, 저기…….”

“알았어, 인마. 말 안 할게. 운전이나 해.”

그 후 상익이 모는 차량을 타고 PBS 라디오 방송국 앞에서 내린 산하가 같이 따라 내리려는 그에게 말했다.

“조만간 차 한 대 더 사야겠다. 우리 광 매니저님 트럭 운전대 잡으니까 폼이 안 나네.”

“전 괜찮은데…….”

“괜찮기는, 끝날 때까지 근처에서 놀다 와. 같이 있어 봐야 할 일도 없고 지루해.”

“아닙니다.”

“아니기는, 이제 반항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럼 놀다 와. 어차피 해외 촬영 따라다니려면 힘들 텐데 미리 쉬어 둬야지.”

그는 말을 하다 말고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그 카드는 산하가 이번에 일인 기획사를 세우며 생긴 법인 카드였다.

“그리고 개인 돈 쓰지 말고 이거 써. 알았지? 맛있는 거 사 먹고. 그럼 간다.”

“형, 형?”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산하를 바라보던 상익은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운전석에 올라탔다.

‘커피라도 사서 돌려야지.’

광상익은 매니저의 본분을 잊지 않고 산하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 * *

시간이 조금 더 흘렀고, 황수호는 사할린으로 섭외 겸 답사를 다녀왔다.

그 후에는 러시아 사할린으로 가기 위한 스태프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중에는 펀딩을 통해 합류한 산하의 팬도 있었고, 기존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황수호와 함께하던 촬영팀도 있었다.

그들은 멋진 작품 하나 만들어 보자며 열의를 불태웠고, 이번 다큐에 투자를 감행한 산하는 제발 성공해서 미션도 성공하자고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사할린으로 향하기 나흘 전, 문제가 발생했다.

- 247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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