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253화 (253/445)

253화 우리가 살게 (4)

배영란의 어머니는 그런 딸을 나무랐다.

“으휴, 배영란. 엄마가 말했지? 집에서 날뛰지 말라고. 너 나이가 이제 몇 살인 줄은 알아?”

“그게 아니라, 엄마.”

“아니긴 뭘 아니야. 조용히 해. 할머니 낮잠 주무셔.”

“낮잠? 낮잠 잘 때가 아니야!”

“얘가 예의 없게 뭐라는 거야. 내가 널 그렇게…….”

“할머니!”

그녀가 만류하기도 전에 할머니 방으로 뛰쳐들어간 배영란은 호들갑을 떨었고, 김두레는 막 단잠에 빠져들어 꿈을 꾸다가 깨어났다.

한참 좋은 꿈을 꾸다가 깨어난 그녀가 아쉬운 표정으로 묻는다.

“우리 손녀, 이 할미를 왜 그리 찾아?”

“할머니, 할머니, 진…… 진 뭐라고 했더라. 진 뭐였는데.?”

배영란은 할머니의 오빠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호칭을 잊어먹었고.

손녀가 대체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김두레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배영란은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놓인 사진을 발견했다.

“맞다. 할머니! 여기 이분!”

“응? 호칭이 궁금했던 게야? 우리 영란이한테는 진외종조부 되시지. 그건 갑자기 왜?”

“맞다! 진외종조부. 그런데 성함이 뭐라고 하셨었죠?”

오라버니에 관한 실마리라도 찾았나 싶었던 김두레가 입을 열었다.

“김 두 자 섭 자 쓰시지. 우리 손녀가 갑자기 왜 이리 궁금한 게 많아졌을꼬?”

“맞다! 맞아, 할머니. 찾았어요!”

“찾아?”

“아이참, 진외종조부님을 찾은 것 같다고요!”

화색을 띠려던 김두레는 다시금 평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던 배영란이 묻는다.

“할머니, 안 기뻐요?”

“보나 마나 또 동명이인일 게다.”

“어…… 아닌데.”

“예전에 고향이랑 이름도 같고, 사연도 비슷해서 만나 보기도 했지만, 다 아니더구나.”

그 당시 일을 회상하던 김두레는 풀죽은 표정을 지었다. 자칫 기대라도 크게 했다가 실망이 너무 커서 주저앉을까 봐 무서워서였다.

그녀의 침울한 표정에 잠깐 고민하던 배영란은 손가락을 튕기며 김두섭의 신상을 불러주었다.

살았던 곳부터 마을 이름, 부모 이름까지.

그러자 김두레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만난 듯 흔들리고, 온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부모님의 성함이 완벽하게 일치해서였다.

“그…… 그게 사실인 게야? 어디! 어디 계신다더냐?”

늘 기운이 없어 보였던 김두레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손녀의 팔을 강하게 붙들었고, 배영란은 살짝 놀라다가 말을 더듬었다.

“어…… 그게, 할머니 잠깐만요. 친구한테 더 알아볼게요.”

곧장 친구에게 전화를 건 배영란은 다짜고짜 질문부터 퍼부었다.

“아까 있잖아. 성함이랑 다 맞는 거 같아. 대체 어디 사시는 거야? 한국에 계셔?”

“뭐? 진짜? 진짜야? 확실해?”

“어…… 거의 확실한 거 같아. 그런데 다른 건 없어? 사진 같은 거.”

“다큐! 다큐 봐봐.”

“다큐? 그게 무슨 소리야?”

“일단 보면 알아. 링크 보내 줄 테니까 할머니 한번 보여 드려. 보고 다시 연락 줘. 알았지?”

“어, 알았어.”

곧장 친구가 보내 준 링크를 타고 한 영상 채널로 접속한 배영란은 이내 할머니에게 영상을 보여 주었다.

“할머니, 친구가 그러는데 여기 보면 될 거라는데요?”

“그려? 어디 보자. 어디 봐.”

마음은 급하나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김두레는 손녀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다큐는 첫 장면부터 김두레가 아주 잘 알고 있는 흑백 사진을 보여 주었다.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가 소리쳤다.

“맞아! 맞구나 맞아! 우리 오래비가 맞구나!”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자신의 오라비 이름을 부르짖던 김두레는 흐릿해지는 눈가를 훔치며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할린의 식단을 소개하는 장면이 지나가고, 드디어 김두섭의 자택이 화면에 드러났다.

그리고 이어서 노쇠한 김두섭이 화면에 크게 잡혔다.

김두레는 그런 오빠를 한눈에 알아보았고, 급기야는 오열하고 말았다.

그렇게 인터뷰에 응하던 김두섭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두레야, 오래비다. 어디서라도 살아 있다면 연락 한번 해 주련?”

그녀는 오라비의 말을 듣자마자 울음기 섞인 불분명한 음성으로 외쳤다.

“암, 하지요. 하고 말고요. 해야지요. 반드시 해야지요.”

* * *

김두섭의 여동생을 찾았다는 소식은 하산해 팬 카페 회장을 통해서 산하에게 가장 먼저 도달했다.

그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그가 한 번 더 확인했다.

“확실합니까?”

“네! 고향부터 부모님 성함, 그리고 다큐 영상에 뜬 모습까지 다 확인하셨답니다. 현재 독일에서 거주 중이시라고 하고요. 현재 모습이 담긴 사진도 보내오셨습니다.”

“와, 그럼 진짜 확실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아요.”

“감사는요. 제가 더 감사하죠. 이런 일에 동참하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그와 짧은 인사치레를 주고받은 후, 산하는 곧바로 황 피디에게 연락을 넣었다.

“피디님!”

“네?”

“찾았답니다.”

“진짜요? 어디서요?”

“팬 카페에서 연락이 왔는데, 독일이라네요. 일단 어르신한테 연락부터 넣어 주세요.”

“확실한 거죠?”

“네.”

“그런데 혹시 모르니까 더 검증할 만한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혹시 아니면 실망이 크실 텐데…….”

“신상명세 완벽하게 일치하고요. 본인 사진도 보내 오셨답니다.”

“그래요? 그러면 이거 정말 기적이네요. 당장 연락 넣겠습니다.”

그길로 김두섭에게 국제전화를 건 황수호는 신호만 가고 받지 않는 것에 답답해했다.

“받으세요. 받으세요. 드디어 찾았어요.”

그런 식으로 세 번이나 더 전화를 건 다음에야 김두섭이 늙수그레한 음색으로 전화를 받았다.

“거, 누구요.”

“어르신?”

“누구?”

“저 한국 촬영팀에서 방문 드렸던 황수호 피디라고 합니다.”

“누구?”

“황수호 피디요.”

“아, 황 피디. 왜 이리 소리가 멀게 느껴지누. 그래 무슨 일이요?”

황수호는 그래도 만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사진부터 보내 주기로 했다.

“혹시 여동생분 사진 보시면 바로 알아보시겠습니까?”

“암, 알지. 알아보지. 내 지옥에 떨어져도 가족 얼굴 하나 몰라볼까.”

“그럼 사진 한 장 보내드릴 테니까 확인 한 번만 해 주세요. 어디로 보내 드리면 될까요?”

“가만 있어 보자. 옳지. 우리 아들 바꿔 줄 테니 얘기 나눠 보시오.”

큰 기대 없는 목소리로 말하던 김두섭이 자기 아들을 바꿔 주었고, 메일 주소를 받아 적은 그는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

그리고 몇 분 후.

혹여 기억하고 있는 여동생의 나이가 달라서 못 찾기라도 할까 봐 정확한 나이조차 기재하지 못했던 김두섭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무리 늙었어도 피붙이는 피붙이였다. 김두섭은 여동생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아들이 보여 주는 모니터 화면을 눈물 젖은 채로 쓰다듬던 김두섭이 중얼거렸다.

“아버지, 맞아요?”

“그려, 맞구나. 맞아.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그는 그 말을 끝내자마자 국제전화를 걸었다.

“대체, 대체 어디 있소? 내 동생 어디 있소?”

“동생분 맞으십니까?”

“확실해요. 확실해.”

새된 목소리로 외치는 김두섭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기쁨이 뒤섞여 있었고, 황수호는 눈시울을 붉혔다.

며칠 후.

김두섭과 김두레는 서로가 타국에 있는 데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바로 만나지 못했고, 두 사람은 산하, 황수호를 비롯해 손녀, 손자의 도움을 받아 화상통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막 켜지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김두섭은 쿵쿵 울려대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떨림을 더 크게 만들어 주려는 듯, 이내 화면에는 여동생 김두레의 늙어 버린 얼굴이 나타났다.

“두레야!”

그리워도, 보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었던 두 남매의 감정은 물리적 거리조차 막지 못했다.

“오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모니터를 부여안고 엉엉 울던 김두섭과 김두레는 한참 만에야 울음 섞인 대화를 나누었다.

* * *

두 남매의 상봉 소식은 팬 카페를 통해 많은 네티즌들에게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방송국 기자들도 이 소식을 듣고 눈을 빛내며 기사를 써 내려갔다.

<다큐, 사람과 사람을 잇다>

<황수호 피디 제작 다큐, 극적 만남 이뤄내>

<사할린 한인 김두섭, ‘빨리 여동생 만나고 싶다’>

<하산해, 두 남매 상봉 진행에 곤란함 토로, 정부에 도움 요청하기로>

<한 가수와 팬이 일궈낸 아름다운 결과물>

<‘그곳에서도 잊지 못했다.’, 반백 년을 넘겨서야 해후>

<가수 하산해의 적극적인 요청, 팬 카페 회원이 국내외를 넘나들었다>

- 아…… 팬덤이 이런 미치게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하는구나.

- 하산해 팬들 미쳤네. 어떻게 찾아냈지?

- 두섭 할아버지 화이팅!

- 와 씨, 눈물이 다 나네. 펀딩한 보람 있음.

- 황수호 피디님 전 수익 안 받아도 돼요. 늘 이렇게만 가죠.

이 기사 내용은 대통령 귀에까지 들어갔다. 이제 임기를 얼마 안 남겨둔 진규석 대통령은 비서실장 병지훈에게 지시했다.

“부끄럽네요. 이건 국가가 나서야 할 문제 같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로 해결하겠습니다.”

무국적자인 김두섭에게 정부에서 도움을 주기로 결정을 내리자, 국가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두 사람의 상봉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김두레는 몸이 그리 좋지는 않았기에 원거리 이동은 무리였고, 오히려 김두섭은 나이에 비해 제법 팔팔했다.

그래서 김두섭이 독일로 날아가기로 결정되었고, 하루가 더 지났다.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늘어선 기자와 방송국 카메라가 두 사람의 상봉을 주목하던 가운데, 김두섭은 드디어 공항 내부에 발을 내디뎠다.

“어르신,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여동생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십니까?”

“하산해 씨, 이번 만남에 가장 크게 이바지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한 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 있으십니까?”

처음에는 산하와 황수호가 발로 뛰어다니며 만남을 주선했지만, 지금은 기사가 쏟아지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도움을 주게 되면서 꽤 시끄러워진 상태였다.

이걸 괜스레 미안하게 느낀 산하가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조용히 진행하려고 했는데, 일이 커졌네요.”

김두섭은 인자하게 허허 웃었다.

“그게 무에 상관이겠소. 죄송하다 그런 말 마시오. 덕분에 여동생 만나게 생겼으니, 내가 감사할 일이지.”

손자뻘의 산하에게 감사를 표하던 김두섭은 이내 준비된 차를 타고 김두레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같은 시각.

SBC 방송국에서도 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지금 막 김두섭 어르신이 국제공항을 출발해 여동생분의 자택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현장에 특파원이 나가 있습니다. 최연수 특파원?”

화면이 전환되며 마이크를 든 여성이 나타났다.

“네, 저는 지금 김두섭 어르신의 여동생분이 거주 중인 프랑크푸르트 코리아타운에 나와 있습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보시다시피 현지 주민들도 이 극적인 상봉을 지켜보기 위해 다들 거리에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실로 반백 년이 넘어선 극적인 상봉에 현지 언론들도 이곳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파원과 이야기를 조금 더 주고받던 아나운서가 옆자리의 동료에게 질문했다.

“정말 극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만남이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네, 지난 광복절이죠. 황수호 피디가 제작하고 가수 하산해가 적극적으로 투자 및 직접 촬영한 다큐가 입소문을 타고 조회 수가 급등했습니다. 그 화제의 장면 잠시 보고 이야기마저 나눠 보겠습니다.”

곧 김두섭의 인터뷰 장면이 짧게 재생되고 스튜디오 화면으로 전환됐다.

“방금 보셔서 아시겠지만, 많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촬영 기법이나 영상미 등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다큐, <그곳에서도 잊지 못했다.>의 한 장면인데요. 바로 하산해 씨가 카메라 감독 역할을 맡아 직접 촬영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이 다큐에 출연하신 김두섭 어르신에게 꼭 가족을 만나라고 많은 네티즌이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는데요, 이후 제작진과 하산해 씨의 노력으로 급물살을 타고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다큐 자체도 의미가 깊지만, 그 결과도 예사롭지 않네요. 조금 더 상세하게 알려 주시겠습니까?”

“다큐 공개 이후 가수 하산해가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두섭 어르신의 가족을 찾는다는 말을 전하기도 하고, 팬 카페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작품의 총괄을 맡은 황수호 피디 또한 각 나라의 한인회에 연락을 넣는 등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독일에 거주 중인 하산해의 팬 한 분이 이 극적 상봉의 가교가 되어 주신 겁니다.”

“네, 가수부터 피디, 팬까지. 정말 다큐 품질 만큼이나 대단하신 분들이네요. 그런데 이번에 정부 관계자도 제외하고, 하산해가 직접 김두섭 어르신의 상봉 현장까지 동행한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번 동행은 김두섭 어르신의 요청으로 성사된 일입니다. 이 극적인 만남을 위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준 은인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다들 해석 중인데요, 오늘 만남 정말 기대됩니다.”

“네, 저도 기대 중입니다. 특파원 다시 연결해 보겠습니다. 최연수 특파원?”

유수의 언론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이 뜻깊은 소식을 전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김두섭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 있던 김두레가 눈시울이 붉어졌고, 당장 달려가고 싶은데 말 안 듣는 노쇠한 몸뚱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김두섭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이내 지팡이를 짚고 서로에게 다가선 두 사람은 말없이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로 인해 대화는 몇 분 뒤에야 시작되었다.

“두레야, 오래비 왔다.”

“왜 이제야 왔수.”

그 짧은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한참 바라보며 손만 꼭 잡고 있었다.

그러자 모든 시민이 감격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한참 후.

두 노인이 식탁에 자리했고, 산하는 한국에서 공수해 온 식자재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만남이 실로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두 노인이 반백 년이 넘어 만나 처음으로 점심 식사하는 자리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정말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

“이거 번번이 신세만 져서 어쩌누.”

김두섭의 미안한 표정에 산하가 빙긋 웃었다.

“아니에요. 어르신. 제가 꼭 해 드리고 싶었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자 김두레가 입을 열었다.

“고맙기도 해라. 그나저나 오빠 몸은 좀 어때요?”

“나야 팔팔하다. 팔팔해. 네가 걱정이지.”

그들이 연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아온 이야기를 하던 무렵, 산하의 된장찌개가 완성되었다.

그는 그 요리를 조심스레 식탁 중앙에 올려놓았다.

“아이구 감사해라. 잘 먹을게요.”

“식기 전에 드세요.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고맙네. 고마워. 두레야. 얼른 먹어 보거라.”

“오빠 먼저 드세요.”

“어허, 먼저 먹으래두.”

“오빠도 참. 알았어요.”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두 노인은 수십 년 만에 같이 숟가락을 들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두레, 김두섭의 아들 내외와 손녀는 감격한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사이 김두레가 된장찌개를 먼저 떠먹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오빠, 이거 맛이…….”

자리를 피해 준 산하가 들을세라, 김두섭은 오래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여동생을 조용히 나무랐다.

“어허, 두레 너는 어째 나이를 이리 먹어도 반찬 투정 버릇을 못 버린 게야. 맛없어도 맛있다 하고 먹어야지. 우리 산하 군 정성이 있는데.”

- 254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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