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274화 (274/445)

274화 감이 온다 (3)

<드라마 술왕부, 스승 연기자는 누구?>

<술왕부 스승, 강렬한 이미지 선사>

<웹툰 술왕부, 굿즈 출시 예정.>

<문화기업 풍류, 스승역 누구인지 최초로 맞히는 분에게 소정의 상품 드린다.>

- 오오, 한정판 웹툰 캐릭터 굿즈 세트.

- 누구지? 내가 꼭 맞히고 만다.

- 그런 배우 별로 없지 않아요? 사진 대조해 보면 딱 나올 거 같은데.

- 일단 그 정도 연기하려면 50대 이상이죠.

- 네티즌 수사대 출동.

카메오로 출연했던 산하는 궁금해하면서도 신나 하는 시청자 분위기를 보며 하하 웃었다.

과연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네, 감독님.”

“어, 저기…… 대표님. 말을 번복해서 죄송한데.”

“네?”

“혹시 카메오 말고 조금 더 자주 출연하실 생각 없으세요?”

“자주요?”

“네, 시청자분들이 엄청 좋아하시고, 게시판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네요. 이대로 한 번 더 나오고 끝내기엔 아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서요, 어떠십니까? 시간 없으시겠지만, 살짝 고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감독님이 필요하시다면야.”

“어? 수락하신 겁니까?”

“그런데…….”

“그런데?”

“자주는 출연 못 하고, 가끔 할게요. 아시다시피 전시회 준비도 해야 해서요.”

“아, 그건 괜찮습니다. 그럼 대표님 촬영 일정 정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고생하세요.”

딱히 조연으로 널 캐스팅하겠다는 말이 없어서 실망하던 산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해금이 완료되었습니다.]

[24년 전, 임태순은 무명 시절을 딛고 일어나, 피를 토하는 아버지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과거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조금 전 그것도 조연 캐스팅으로 쳐준 건가.

의아해하던 산하는 과거를 들여다보았다.

...임태순의 아버지는 배우가 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호통쳤다.

“이놈이 헛바람만 잔뜩 들어서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

“아버지, 전 꼭 하고 싶습니다. 정말 하고 싶어요.”

“이 녀석이 그래도!”

“아버지!”

“정 하고 싶으면 내 집에서 나가거라. 너 같은 자식 필요 없다.”

그의 아버지는 이 정도 강경 발언이면 아들이 헛된 꿈을 포기하고 순순히 자신의 말을 들으리라 예상했다.

그간 봐 온 아들은 그랬다.

하나 이번만큼은 아들 임태순이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예, 그럴게요.”

“무, 뭐?”

“독립하겠습니다.”

“이…… 이이 이놈의 자식이. 끝까지 이 아비 말을 거역해? 임태순!”

“…….”

임태순의 어머니가 남편을 말린다.

“여보, 그만 해요. 그렇게 다그치니까 그러죠. 아들? 방에 들어가서 마음 좀 가라앉혀.”

“네,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임태순은 편지를 써 놓고 가출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꿈만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무명 배우의 길은 실로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겨울이면 자취방 현관문이 얼어붙어 잘 열리지도 않는 데다 고드름이 열렸고, 돈이 부족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많았다.

하나 그는 자취방에서 늘 자신을 향해 되뇌었다.

난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곧 기회가 올 거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벌써 10년 넘게 무명 배우 생활을 이어 가던 임태순은 집에 손을 조금 벌려 볼까 하다가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배우의 길을 반대하던 아버지는, 여전히 무명 생활 중인 자신을 일부러 비웃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는 건 어떠냐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게다가 지인들도 그만 만나면 걱정 어린 눈길로 말했다. 네 나이도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 제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충고였다.

그런 상황에 부닥칠 때면 임태순도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이대로 시간만 버리고 이룬 것 하나 없이 스러져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나 10년 넘는 세월이 너무 아까웠고, 꿈을 버리긴 싫었다.

이대로 무명 배우 생활을 하다가 늙어 버릴지라도 끝까지 가 보고 싶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사극 촬영장에서 붓글씨의 대가라는 최우신을 만났다. 그는 단역 배우인 임태순과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꿈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거지요.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겁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불편해서요.”

“그럼 그럴까?”

“네.”

“그러지. 그나저나 내 자네 연기를 보았는데, 주제넘지만 충고 하나만 해도 되겠나?”

붓글씨 쓰는 사람이 무슨 충고를 한다고 하자, 임태순은 당황했다.

“네? 어…… 네.”

“자네, 내 붓글씨를 보았을 텐데, 어떤 느낌이 들던가?”

“엄청 아름다웠습니다.”

“그래, 다들 그렇게 말하지. 그런 특색이 있어. 내 주관이지만 연기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네. 우선 자네만의 특색을 제대로 살려 보는 게 어떤가?

“특색이요?”

“그래, 특색. 내 잠시 다른 걸 보여 주지.”

최우신은 자신의 차량에서 붓글씨 하나를 가져왔는데, 그곳에는 정순명의 거칠고 힘 있는 붓글씨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특색도 있지.”

그의 조언을 비롯해 아름다움과 거친 붓글씨의 향연이 임태순의 뇌리를 통과해 마음에 콕 박혔다.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는 무엇이 있다지 않던가.

우두커니 서 있던 임태순은 그 순간 벼락이 내리친 것처럼, 오묘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길로 그는 최우신에게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날 임태순은 전과 비교해 조금은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감독의 눈에 들었다.

그 후 시간이 흐를수록 업계 관계자에게 입소문을 타며 점점 많은 역할을 맡게 된 그는, 단 1년 만에 조연 제의까지 받게 되었다.

그런 제의를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임태순은 집으로 향하는 길이 너무 신이 났다.

몇 걸음 걷고 하하 웃고, 또 멈춰 서서 하하 웃던 그를 사람들이 미친놈처럼 여기던 순간이었다.

임태순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애용하던 손거울을 보며 미친 듯이 연기 연습에 몰두했다.

가정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아버지 역할은 어찌해야 소화할 수 있나 고민하면서.

그렇게 시간은 흘러, 임태순은 촬영에 돌입했고, 조연이 주연보다 더 연기 잘한다는 시청자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자 그의 출연 분량은 주연 배우만큼이나 늘어났고, 마지막 신에서 피를 토하는 아버지 연기를 마무리했을 때는 감독과 제작진조차 촬영임을 잊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후, 몇 년이 더 지나 대배우로 자리매김한 임태순은 당당하게 아버지와 마주했다.

“……그래 네가 이겼다. 독한 놈의 자식.”

걱정이 가득했던 그의 아버지 표정에는 이제 자랑스러움과 안도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걸 눈치챈 임태순이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

[임태순의 연기 솜씨 관찰에 성공했습니다.]

[솜씨 일부를 가져옵니다.]

[과거의 교차점과 조우했습니다.]

[특별한 사건으로 인해 보상이 주어집니다.]

[임태순의 연기 솜씨가 87%로 상향됩니다.]

과거를 들여다보고 난 산하는 임태순과 약간 다른 형태의 충격을 받았다.

웹툰 원화 전시회라고 해서 표운성의 재능을 중점으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고정관념을 벗어던지자 무언가 감이 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전시회를 어떤 형태로 구성해야 할지 떠올린 산하는 하하 웃다가 최우신 선생을 떠올렸다.

설마 여기서 나오실 줄이야.

재능도 주시고, 이런 도움도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 * *

대형 화선지가 산하의 작업 현장으로 배달되었다. 그것은 무려 50m에 달하는 길이였다.

그 엄청난 화선지 뭉치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스태프들이 산하에게 묻는다.

“박 스타님, 이건 뭡니까?”

“이전까지 그린 작품은 모두 전시회 초반부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이 작품으로 배치할 겁니다.”

“뭘 하시려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그래야 저희가 도울 수 있을 텐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웹툰을 수묵화 형태로 재해석해서 그림을 그릴 겁니다.”

“네!?”

“영화로 치면, 이 화선지가 하나의 필름이 되는 거죠. 그나저나 이거 작업 공간이 부족하겠는데요? 오늘 바람 안 불던데, 널찍한 야외로 갈까요?”

방식은 알아들었지만, 황당해하던 스태프 중 한 명이 묻는다.

“야외요?”

“아니면 체육관 대관해도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한 곳 있는지 알아봐 주실래요?”

“왜 그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안 끊기고 쭉 이어서 그려야 해서요.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

뭐가 어쨌건 이 전시회의 주인공은 산하였기에, 스태프들은 혼란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산하는 실내 체육관을 대관해, 스태프들과 함께 화선지를 길게 펼쳤다.

마치 새하얀 두루마리를 풀어 놓은 듯한 그 모습을 스태프들이 감상하던 그때, 산하가 대용량으로 준비된 먹물을 가리켰다.

“자, 제가 그리는 동안 이거 들고 같이 이동해 주세요.”

“네, 맡겨 주세요.”

[가변성이 작용합니다.]

[당일 웹툰 작업 속도가 2.1배 향상됩니다.]

이것도 웹툰으로 쳐주는 건가 해서 속으로 웃던 산하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문화와 관련된 행위입니다.]

[쇠똥이의 수묵화 솜씨가, 현재 가진 솜씨 대비 일시적으로 17% 상향됩니다.]

[남은 시간 20분]

화선지 길이가 무척 길다 보니, 그리는 데도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산하는 재능 포인트를 사용한 문화의 힘 발동은 고려하지 않았다.

하나 그것이 운 좋게 떠 버렸고, 현재 쇠똥이의 수묵화 솜씨는 100%를 초과해 버렸다.

하나 20분은 너무 짧기에, 작품에 통일성을 기하려면 보유한 재능 포인트도 사용해야 할 성싶었다.

조금 아깝긴 해도, 대박 작품 나오겠는데?

이내 화선지의 제일 첫머리로 이동한 산하는 붓에 먹을 듬뿍 찍어 화선지를 찍어 눌렀다.

그대로 거침없이 움직인 붓은 먹물을 곳곳에 튀겼고, 마구잡이로 낙서를 하는 듯 보였다.

하나 흰 여백에 점차 형체가 드러났다. 그곳에는 조금 거친 형태로 웹툰 주인공이 서자로 구박받으며 살아가던 때의 모습이 구현되어 있었다.

그저 먹물 하나로 그렸을 뿐인데, 표정과 분위기에 우울함과 좌절이 묻어나는 그 표현은 실로 대단하다 할 만했다.

여기저기 튄 먹물조차도 수묵화에 동화되어 결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문화의 힘이 부여된 쇠똥이의 재능을 메인으로, 무려 100%에 달하는 정순명의 붓글씨 솜씨와 표운성의 솜씨를 버무려 완성해 낸 한 폭의 수묵화는 인간의 솜씨를 살짝 벗어나 있었고.

스태프들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때였다.

산하는 한 컷을 마무리하자마자 옆자리에 바로 이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주인공이 양조 관련 책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가지던 때, 그 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 좌절하던 때, 그 책의 저자인 스승을 수소문해 찾아가는 희망의 길, 배움이 어려워 또 한 번 좌절한 주인공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산하는 문화의 힘이 사라지자, 작품에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문화의 힘을 강제로 발동했다.

[1포인트를 사용하여 문화의 힘을 발동시켰습니다.]

[쇠똥이의 수묵화 솜씨가, 현재 가진 솜씨 대비 일시적으로 19% 상향됩니다.]

그는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그림 그리기를 잠시 멈추었고, 스태프들이 감상에 몰입하다가 집중이 깨져 안타까워하던 그때였다.

산하는 또다시 붓을 잡아 거칠게 휘둘렀다. 현재 그려지는 웹툰 이야기는 초반부를 막 벗어나고 있었다.

드디어 스승으로부터 인정받아 기뻐 날뛰는 주인공과, 얼마 후 만나게 된 여주인공 서린의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산하는 소유하고 있던 포인트를 전량 소모했다.

그가 지금 그리는 수묵화는 종장에 다다라 있었다.

술 하나만으로 인정받고 왕을 알현하자 오히려 차분해진 웹툰 주인공의 모습을 그릴 차례였는데.

그것이 그려지는 과정은 너무나 빠르다 못해 마술처럼 황홀했고, 스태프들은 마치 관람객이라도 된 것처럼 여전히 산하의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좌절에서 배움을 거쳐 왕에게 불려 간 한 인간의 삶을 화선지에, 그것도 감정이 절절히 느껴질 만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고민 한번 없이 연속적으로.

그렇게 마침내 화선지의 끝단에서 주인공의 행복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린 산하는 잠시 고민했다.

마무리가 살짝 허전했다.

사자성어라도 하나 집어넣을까?

산하는 화선지의 제일 끝부분에 정순명의 붓글씨를 이용해 글 하나를 써 내려갔다.

거칠게 일필휘지로 그어진 붓은 이내 용 한마리를 새겨 놓았다.

그 힘있게 꿈틀거리는 글자는, 정순명이 최종적으로 깨달았던 인생의 허무함, 쓴맛, 단맛을 담고 있었다.

<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 네 글자를 써 내려간 산하는 그제야 붓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저 먹물로 써 내려간 글자일 뿐이건만, 온갖 감정이 축약하여 다가오는 느낌에 스태프들은 입을 떡 벌리고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영상으로 담던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 * *

<오늘부터 보름간, 하산해 웹툰 원화 전시회 열린다>

<하산해 원화 웹툰 전시회, 일일 관람객 수 제한한다>

<예상외로 저조한 미국 관람객 예매율>

- 앗싸! 미국인 땡큐. 첫날 표 겨우 구했네.

- 저도요.

- 보세요. 외국인 별로 안 온다고 했죠?

- 아……. 또 실패했음. 누구 팔 사람 없나요?

- 며칠 있다가 시도하세요. 그때쯤이면 여유 있을 것 같아요.

한편, 강영신과 김혜윤 부부는 시간을 내서 어제 한국에 도착했고, 오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전시장으로 이동한 참이었다.

그들은 초반부에 자리한 산하의 웹툰 원화를 감상하며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어쩜, 정말 잘 그리네요.”

“그러게, 진짜 멋있네.”

“우리 민준이도 봤으면 좋아했을 텐데. 우리 민준이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잖아요.”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그녀의 말에, 강영신은 슬픈 감정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여보……. 한국에서는 잠시 잊기로 했잖아.”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영신은 말을 돌렸다.

“자, 얼른 더 보자고. 여기 이것도 정말 멋진데? 혹시 따로 팔진 않나?”

“그러게요. 이따가 한번 물어봐야겠네요.”

초반부에 배치된 웹툰 원화를 즐겁게 감상한 부부는 이내 따로 마련된 입구 근처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웅성대며 줄을 서 있었다.

<제2전시실>

<차례로, 차분한 관람 부탁드립니다.>

“여긴 뭘까요?”

아내의 질문에 강영신은 팸플릿을 바라보았다.

<제2전시실은 제대로 된 관람을 위해, 입장 인원수와 시간을 제한합니다.>

“글쎄, 자세한 설명은 없는데?”

“기다리기 그런데, 그냥 갈까요? 어차피 비슷한 원화 전시일 텐데.”

“아냐, 여보. 온 김에 다 보고 가자고.”

“그래요. 그럼.”

그 후로 한참이 흘렀다.

이윽고 그들이 들어선 실내는 약간 어두웠는데, 벽면으로 길게 뻗어 나간 화선지를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있었다.

“어머, 저거 수묵화 아니에요?”

“그러게……. 갑자기 웬 수묵화?”

의아해하던 부부는 화살표가 표시된 방향으로 다가갔고, 가장 첫 부분의 화선지를 살폈다.

- 275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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