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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292화 (292/445)

292화 스파이도 반했다 (1)

그녀가 처음 마주친 사람은 다름 아닌 이 공장 경비원이었다. 중년의 사내는 각 잡힌 자세로 정경화에게 외쳤다.

“정지, 방문 목적을 말씀해 주세요.”

그는 무슨 로봇처럼 딱딱해 보였고, 그녀는 그만 살짝 웃고 말았다.

하나 경비원은 자부심이 똘똘 뭉친 표정으로 태연하게 되묻기만 했다.

“목적을 말씀해 주십시오.”

“죄송해요. 아저씨 때문에 웃은 거 아니니까 오해 마세요. 저 여기 면접 보러 왔어요.”

“아, 면접.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정경화라고 해요.”

대답을 들은 경비원이 서류철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여기 사인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대로 정경화는 네모 칸에 사인을 했다.

“됐죠?”

“협조 감사합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면접장은 들어가셔서 왼쪽 화살표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감사해요.”

싹싹하게 인사한 정경화는 또각거리며 저편으로 사라졌고, 경비원 오경태는 경비 부스 안으로 들어가 방문 일지와 면접자 명단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오늘 면접자가 많네.

빼곡히 적힌 글씨를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섰다. 저 멀리서 익숙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은성식품의 대표 산하였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공장 입구 쪽으로 다가오다가 경비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충성!”

“편하게 하셔도 된다니까요.”

“저는 이게 편해서요.”

“네, 그럼 편하신 대로 하세요. 공장에 별일 없죠?”

“네, 이상 무!”

각 잡힌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산하는 작년의 일을 떠올렸다. 원래 이곳 식품 공장에는 경비가 없었다.

하나 식당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후로 혹시나 해서 공장에 경비원을 고용했고, 그는 면접자의 속내를 들여다보며 지원자를 직접 걸러냈다.

그렇게 뽑은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오경태였다.

초등학생 세쌍둥이를 홀로 키우는 오경태는 입사에 적극적이었고, 그 진실한 마음을 간파한 산하가 이력을 확인하고 그를 뽑은 것이다.

든든하단 말이야.

흐뭇하게 웃던 산하는 공장 내부로 향했고, 오경태는 고개를 숙인 채 입사하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 당시 오경태는 퇴근 시간이 분명하면서도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세 아이 키우고 교육시키려면, 어떻게든 안정적이고 괜찮은 곳에 취직해서 뼈를 묻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취업 사이트에서 은성 식품의 공고를 보았고, 출퇴근 시간 및 훌륭한 연봉과 자녀 학비 지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후 그는 은성식품에 관해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알고 보니 이곳의 대표는 하산해이며, 한때 TV에서 떠들썩했던 김두섭 할아버지와 그의 여동생을 상봉시킨 주역이라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자라면 직원에게도 아무렇게나 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 데다, 은성의 제품을 사 먹어 보니 질이 좋아서 쉽사리 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후 면접을 보고 합격한 오경태는 아이들 대학교 졸업만 무사히 시키자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은 이 공장에 근무하게 되면서 충성으로 이어졌다.

그는 산하가 공장 내부로 사라진 후에도 잠시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오경태는, 감히 이 공장에 무단으로 침입하려는 자가 있다면 한 방에 제압하겠다는 마음으로 사위를 살폈다.

그는 직업군인 출신으로, 유도, 태권도, 특공무술 총합이 13단이었다.

잠시 후.

산하는 면접자가 줄지어 앉아 있던 복도를 지나쳤고, 면접 보러 온 남녀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와, 봤어요? 멋지다.”

“여기 제품 괜찮던데, 망할 일은 없겠죠?”

면접자 몇 명이 대화하자, 바로 옆자리에 있던 남성 면접자도 입을 열었다.

“그럼요. 제가 꼼꼼히 살…….”

대화를 이어가려던 그는 괜히 헛기침만 했다.

하산해가 망하기 힘든 이유를 말해 주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경쟁자인데 이런 말까지 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 주변에 앉아 있던 정경화는 모두를 둘러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촌스럽기는, 이런 중소기업 면접에 다들 설레발이나 떨고, 내가 뽑힐 테니까 다들 김칫국물 마시지 말라고.

그나저나 조그만 공장 주제에 대충하지, 대기업이라도 되는 줄 아나. 무슨 면접 절차가 이렇게 까다로워?

속으로 투덜거리던 그녀는 조금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댔다.

그 시각, 면접장으로 들어선 산하는 동식과 마주쳤다.

“야, 동식아. 오늘 면접자 많네?”

“이게 다 네 탓이다. 인마.”

“내가 뭘?”

“네가 여기 대표인 거 많이 알려져서, 작년보다 면접자 더 늘었어.”

“그럴 리가, 연봉 많이 줘서 온 거겠지.”

“그것도 있는데, 하산해가 대표라서 온 사람 많다. 팬인가 봐.”

“누가 그래?”

“직원들이 오다가다 들었대.”

“그래? 특이하네.”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땅 다 팔았더니 속이 다 후련하다.”

“난 텅 빈 느낌인데? 보이냐? 내 공허한 마음.”

산하가 자켓을 열어 보이며 얼굴을 찡그리는 척하자, 동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라는 거야. 신축 부지 사 놓고. 공장이나 얼른 지어지면 좋겠다. 여기 너무 좁아.”

“내가 신경 좀 써 볼게.”

“오, 어떻게? 무슨 좋은 방법 있어?”

“기운을 팍팍 불어넣어 주겠다 이거지.”

“……에라이, 그럼 그렇지. 개발이나 하러 가.”

“알았다. 하 상무.”

“부사장은?”

“내 맘이야. 간다. 면접 잘 보고.”

이윽고 연구개발실로 이동한 산하는 된장찌개 육수 베이스 연구를 시작했다. 어떻게든 개인적으로 개발을 해야 미션이 완료될 것 같기에, 육수를 고급화해 보기로 했다.

* * *

이 비서는 의자에 앉은 채 말이 없는 고상식을 슬그머니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벌게지다 못해, 머리 위에 주전자를 얹으면 끓어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열 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무슨 짓을 해도 은성식품이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죽기는커녕 매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도일식품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었다.

그때,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친 고상식이 묻는다.

“이 비서, 사은 이벤트 준비됐어요?”

“네, 본부장님. 내일부터 시작합니다.”

“차질없이 잘 진행하세요. 아, 그리고 면접 본 사람 어떻게 됐습니까?”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무사히 합격했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겠습니까? 그쪽 공장 직원이랑 안면도 터야 하고, 레시피도 빼 오려면 올겨울이나 내년 봄 정도는…….”

“너무 늦습니다.”

“네?”

“겨울 되기 전에 완료하라고 하세요.”

“그러다 들키기라도 하면…….”

“그 여자 프로라면서요? 준 돈이 얼마인데 겨울까지 걸려요? 무조건 가을까지 완료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우리는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은성 죽이기 들어갑니다.”

“네, 본부장님.”

고상식은 그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고, 이 비서는 싹수없는 인간이라고 속으로 욕하면서 본부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복도를 걸으면서 중얼거렸다.

내 꿈이었는데, 젠장…….

신세 한탄하던 그는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이상인은 학벌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하나 자기 나름의 꿈은 컸다. 바로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이 목표를 듣게 된 그의 대학 동창들은 어이가 없어 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누가 뽑아 준대?”

“뭐가 그렇게 부정적이야? 실력만 있으면 뽑아 줄지 누가 알아?”

“얘가 현실을 모르네. 대기업이면 서류에서 다 거르지. 아마 면접 문턱도 못 가 볼걸?”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꼭 합격해서 여봐란듯이 출근할 거야.”

“대학 선배 중에 대기업 간 사람 아무도 없는 거 몰라? 정신 차려, 이상인.”

“난 다 모르겠고, 꼭 합격할 거야.”

“고집하고는. 현실 쓴맛을 봐야 정신 차리지. 웬만하면 나처럼 대충 골라서 가라. 먼저 간다. 졸업식 때 보자.”

그의 대학 동창은 손을 흔들며 사라졌고, 이상인은 고민에 빠졌다.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정말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을지는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서였다.

아냐, 우리 할아버지가 날 어떻게 키워 주셨는데.

꼭 대기업 합격해.

하고말고.

부모의 불화로 할아버지를 부모처럼 여기며 자란 이상인은, 그에게 꼭 대기업 입사 소식을 전해 주고 싶어 했다.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 말대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기업에 지원하는 족족 서류에서 탈락했다.

하나 그는 알바를 뛰면서도 스펙 키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지 않던 끝에 서른 살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대기업 면접 통보를 받았다.

이게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이상인은 면접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하나, 그는 쟁쟁한 면접자들을 보며 기가 죽었다.

대화를 들어 보니 학벌 짱짱한 지원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면접 떨어지겠다고 생각하던 이상인은 면접 당시 고상식과 마주했다.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던 당시, 기죽어 있던 그에게 고상식이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상인 씨, 입사 지원 동기 다시 한번 말해 보겠어요?”

좌우로 나란히 자리한 면접자들이 온갖 외국어에 능통하고 학벌이 대단한 것에 기죽어 있던 이상인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기죽으면 답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당당하고 싶었다.

“네, 저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일 그룹의 사업 방향과 이념을 늘 흠모하여…….”

그 후로 떨어진 줄 알았던 이상인은 합격 통보를 받았다.

믿을 수가 없었던 이상인은 당장 할아버지를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고, 그는 친손주의 합격 소식에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기에 이르렀다.

“아이고 내 손주 장하다. 학원도 제대로 못 보냈는데, 고생 많았다.”

...얼굴을 찌푸린 채 과거를 떠올리던 이상인은 한참 후에야 알게 된 합격의 이유에 관해 생각했다.

고상식은 그를 합격시킨 후 나중에 비서로 발탁했는데, 어느 날 그에게 넌지시 왜 뽑았냐고 물어봤더니, 고상식이 대놓고 말한 합격의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못해 기분이 나빠졌었다.

이름 중간 글자가 자신과 똑같았고, 학벌이 구리고 순진해 보여서 대기업을 박차고 나가거나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었다나 뭐라나.

한마디로, 말 잘 듣는 충견을 구한 거였다.

나쁜 새끼.

욕이 나왔지만, 그의 판단은 제법 잘 맞았다.

그는 할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기도 싫고, 지금 나이에 이곳에서 퇴사하면 앞이 캄캄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서 생활을 이어 가는 중이었다.

하나 날이 갈수록 양심에 가책을 느낀 그는 언젠가는 퇴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로 보였다. 고상식이 자신을 쉽사리 놓아 주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에이 몰라.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할아버지가 동네방네 자랑하는 모습을 볼 때면, 차마 퇴사하겠다는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제발 본부장이라는 인간이 착해지기를 빌던 이상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런 미친놈이 착해질 리가…….

* * *

정경화는 익명의 의뢰자로부터 의뢰 완료 기간 단축을 통보받고 짜증부터 냈다. 산업 스파이를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뭐하자는 개수작인가 싶어서였다.

그래도 착수금부터 시작해, 완료하면 거액의 돈을 받기로 했기에 그녀는 꾹 참았다.

그 후 은성에서 싹싹하고 야무진 연구원의 가면을 쓴 채 레시피를 캐기 시작했다.

슬슬 다른 직원들과도 말을 놓기 시작했고, 친해지자 이것저것 자연스럽게 묻기도 했다.

그 결과로 그녀가 알아낸 것은, 가끔 공장에 찾아오는 하산해와 공장 임원이 레시피의 비밀을 알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쉽지는 않겠는데.

보안이 너무 철저한 거 같아.

뭔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없단 말이지.

그녀는 연구개발실에 비치된 된장을 이용해, 간편식 제조 공정과 똑같은 레시피로 된장찌개를 끓여 본 바 있었다.

하나, 은성 간편식 특유의 맛을 흉내 낼 수 없었던 정경화는 중요한 비밀이 단단히 숨겨져 있다고 생각 중이었다.

하나 진실은 달랐다. 산하는 레시피를 전혀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 어느 누가 와서 레시피를 따라 해 봐야 특유의 그 맛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맛은 정체불명의 능력을 통해, 오로지 자신 소유의 공장에서만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은성은 그 어느 식품 기업보다 완벽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었다.

단지 산하는 이상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공장에 들러 생산 공정을 점검하는 척할 뿐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미션 해결을 위해 자주 들르는 중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정경화는 대표가 현재 연구 중인 육수 베이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편, 도일식품의 간편식 인기는 대단했다. 신제품 가격이 타사 대비 무척이나 저렴한 데다, 이번에는 사은품으로 초호화 연예인 군단이 총출동했기 때문이었다.

포장지를 뜯어서 내부에 당첨 표시가 있으면, 연예인과 한 끼 식사를 하거나 사인도 받고 여행도 함께 가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었다.

각 연예인 팬들은 야단법석이었고, 도일식품의 간편식 매출은 급상승 중이었다.

문제는 팔면 팔수록 적자라는 것이었다.

하나 도일그룹의 회장은 이것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지금은 적자지만, 추후 시장을 장악하고 소비자 입맛을 길들인 후에 가격을 올리면 그깟 손해는 순식간에 만회할 수 있다고 보아서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괜찮은 전략 같습니다. 과거에도 성공한 사례가 많고요. 요즘 간편식이 대세 아니겠습니까?”

“그래, 상식이가 유능하긴 유능해. 코앞을 보는 게 아니라 숲을 보니 말이야. 다른 놈들은 당장 손해에 급급해서 일을 그르치기 일쑤인데 말이야. 그저 찝찝한 마음이 문제라면 문제지. 내가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회장님. 그룹을 이끌어가는 것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글을 헤쳐나가는 거라고 늘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지? 그저 기우였으면 좋겠군. 그놈 별다른 동향은 없나?”

“네, 현재는 사업에만 매진 중입니다.”

“……그렇구만.”

손자 고상식에 관해 생각하던 고 회장은 주름진 얼굴을 매만졌다.

* * *

풍류 부사장 장단석과 전국 투어 콘서트에 관해 상의하던 산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작곡가 배일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연락 한번 드리려고 했는데. 네? 선생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이때를 대비해서 곡을 준비해 놨어요.”

“제가 언제 콘서트 할 줄 아시고요?”

“언젠가는? 그리고 이번 은성 이벤트를 내거신 거 보고 확신했죠.”

“에이, 완판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아시고요?”

“난 확신했어요. 나도 몇 세트 샀거든요. 어쨌거나 한번 들러요. 곡 상의도 좀 하고. 아 참, 도산 형님이 먼저 접근한 건 아니죠?”

“네? 어…… 아직 연락은 없으셨죠?”

“좋았어요. 시간 비는 대로 만납시다.”

통화를 종료한 산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곡을 준비해 놓으셨다고?

“대표님, 누굽니까?”

“아…… 배일상 선생님요.”

“배일상이라면…… 아, 그 작곡가 선생님이요? 뭐라고 하시는데요?”

“콘서트에 사용할 곡 주시겠다네요.”

“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아니, 그런 유명 작곡가가 곡을 주겠다고 전화하니까, 뭔가 앞뒤가 바뀐 거 같아서요. 하긴 대표님이 노래를 워낙 잘하시니…….”

장단석 부사장은 작곡가마저 몸이 달아 그에게 곡을 주려 하는 것에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풍류가 정말 언젠간 큰일이라도 내는 것 아닌가 싶었던 예감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어서였다.

이날 오후.

산하는 은성식품에 들렀고, 신규 입사자인 정경화 및 직원과 인사를 나눈 뒤 육수 베이스에 관해 실험했다.

하나 오늘도 미션 완료 메시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맛이 꽤 괜찮은데.

이거 대체 언제 완료되는 거야?

뭘 좀 자세히 알려 줘야 할 거 아냐.

그 순간, 메시지가 떴다.

[연계 미션 - 연구 개발한 육수 베이스를 대량 생산에 적용하자.]

[조건 - 된장찌개 간편식 가격 20% 인상]

[보상 - 메인 미션 즉시 완료]

- 29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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