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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304화 (304/445)

304화 다른 건 있습니다만 (2)

산하가 너무 바빠지는 바람에 천상주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현재 제대로 익은 술은 판매 계획에 비해 얼마 안 남아 있었다.

이에 관해 산하보다 더 걱정하던 강본무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까요?”

“판매 수량은 잠시 줄이고, 판매는 지속적으로 이어 가야죠. 그나마 청와대로 납품하던 게 없어져서 다행이네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강본무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전 자부심 느껴지던데요? 진규석 전 대통령님 임기 끝날 때까지만 납품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 그거 비밀입니다. 이거 전 대통령님 사비로 구입하신 거 알죠? 공식 아니에요. 뭐, 알려진다고 해도 별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네, 안 그래도 외부에서는 입 꾹 닫고 있습니다.”

“잘하셨어요. 뭐 다른 건 특이사항 없죠?”

“네, 다들 술 더 팔아 달라고 하는 것 말고는 별거 없습니다.”

“그게 제일 무서운데요? 그나저나 이번에 천상주 더 넉넉하게 담가 놔야겠어요. 이참에 확장도 할까 봐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강본무가 엄지를 치켜세우자, 산하가 주위 다른 직원들을 둘러본 후 속삭이듯 묻는다.

“본무 형, 윤소 초등학교는 잘 다녀요?”

그도 주위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묻는다.

“그건 왜?”

“여기서 일만 하지 말고, 윤소도 신경 쓰시라고요. 학부모 참관 수업 고모가 대신 가서 윤소 삐졌다면서요?”

당황한 강본무가 묻는다.

“……누가 그래?”

강본무의 딸 강윤소는 산하를 만날 때마다 미주알고주알 온갖 얘기를 다 하곤 했다. 그건 바로 그가 유미옥의 아이 돌보는 솜씨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그걸 떠올리던 산하가 싱긋 웃는다.

“저번에 윤소가 저한테 얘기했어요. 아빠 밉대요.”

“거참, 왜 나한테는 얘기를 안 해. 아무튼 고마워. 신경 쓸게.”

딸 아이 혼자 기를 생각에 막막했던 어느 날, 취업을 위해 발로 뛰었지만 좌절만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을 견디게 해 준 산하가 강본무에게는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어찌 일을 대충대충 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자신의 딸을 제대로 맡길 곳이 생긴 후로는 회사 일에 열정을 쏟곤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딸에게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한 강본무.

“또 윤소 울리지 마시고요. 저 먼저 갑니다.”

“그래, 알았어. 조심해 가.”

산하는 씩 웃어 준 후 떠나갔고, 강본무는 늘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그에게 고마워했다.

한참 후.

은성 전통주 사무실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걸 일반 사원이 받았다.

“네, 은성 전통주입니다.”

“거기 천상주 판매처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어떤 문의 사항 있으신지요?”

또 많이 팔아 달라는 거겠거니 예상하던 사원이 대답을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네? 어디요?”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천상주를 선물용으로 구입하고자 합니다.”

그 순간 직원은 당황했고, 얼른 과장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 그러자 과장조차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하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과장은 당황한 기색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천상주가 뭔지도 모르나. 없어서 못 파는 걸, 뭐? 선물용으로 당장 구입하겠다고?

아니지, 이거 압력 넣는 건가?

자기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 그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니면 전화번호 알려 주시겠습니까? 곧바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은 뿌듯해했다.

암, 다 이해해. 이해하고말고.

청와대에서 전화했으니 오죽하겠어?

씩 웃던 그가 은성 직원의 말에 답했다.

“네, 그럼 전화번호 알려 드리죠.”

전화번호를 받아 적은 그는 후다닥 뛰어가 강본무를 찾았다.

“이사님!”

“왜 이렇게 호들갑입니까?”

“청와대요. 청와대에서 전화 왔습니다.”

“청와대요?”

“네, 천상주를 선물용으로 구입하겠답니다.”

“얼마나요?”

“그건 아직 못 물어봤습니다. 급한 일 같아서 일단 보고드리러 왔거든요.”

이번 정부에서도 뒤늦게 천상주를 찾는 건가.

자신이 결정해서는 안 되겠다고 여긴 강본무가 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무슨 일이세요?”

“대표님, 지금 청와대에서 전화 왔습니다.”

“청와대요? 거긴 왜요?”

“안 놀라십니까? 정권 바뀌고 처음 오는 건데요.”

“뭐 놀랄 게 있습니까? 거기서 뭐래요?”

“선물용으로 천상주를 구입하고 싶답니다. 꼭 내놓으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쪽 연락처 받았어요?”

“네. 받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 긴장 마세요. 그냥 술 좀 달라는 건데요. 저한테 전화번호 넘겨주세요.”

“너무 태연하신 거 아닙니까?”

“태연하긴요. 심장이 막 떨리고 소름이 돋았어요.”

그가 태연함을 넘어서 평소처럼 장난치는 모습에, 강본무는 왠지 안심되었다.

잠시 후, 산하는 전화번호 하나를 톡으로 받아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은성 전통주 대표 박산하입니다. 천상주 구입 문의를 주셨다고요?”

비서관은 속으로 흐흐 웃었다. 대표까지 올라갔네. 뭐, 이 정도 반응이야 흔한 일이지.

어깨를 으쓱하던 그가 은성의 대표에게 묻는다.

“네. 이미 문의 사항은 전달받으셨을 테고, 언제까지 가능하겠습니까?”

“몇 병이나 필요하십니까?”

천상주는 청와대 직원들도 시음해 보고, 여러 가지 검토를 거친 후에 선물로 보낼 예정이었다. 따라서 그는 아주 넉넉한 수량을 이야기했다.

“한 쉰 병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불가능합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비서관은 당황했다.

“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혹시 천상주에 관해 잘 모르십니까?”

그의 당당한 말투에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든 비서관이 묻는다.

“……전통주 아닙니까?”

“아니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 판매 현황에 관해서 알고 계시는지 여쭙는 겁니다. 현재 천상주는 물량이 부족해서 며칠에 한 번씩 수량을 풀고 있고, 그마저도 순식간에 품절됩니다. 게다가 제가 바빠지면서 술 생산에 차질이 생긴 상태라 그만큼 따로 납품할 만한 양이 없습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비서관은 조금씩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조금 전 자신도 모르게 주눅 든 것도 그렇고, 상대방이 다른 이와 다르게 뻣뻣하게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괜히 윽박지르고 갑질해서 문제를 일으킬 순 없기에 조용히 말했다.

“아니요. 제 말을 잘 못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 납품까지는 아니고 그저 선물용입니다. 일회성이요. 쉰 병이면 된다니까요.”

“죄송합니다만,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보세요. 잘 생각해 보세요. 국가적으로 귀하게 쓸 겁니다.”

마치 맡겨 놓은 거 내놓으라는 듯한 상대방의 태도에 산하는 뿔이 났다. 하나 성질대로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예전이야 작은 식당뿐이었지만, 현재는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고, 사업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혹여나 저쪽에서 권력을 이용해 트집 잡기 시작하면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뭐 좋은 방법 없나?

그때였다.

[미션 - 원칙을 지켜라]

[청와대 비서관에게, 끝까지 천상주 판매를 거부하자.]

[보상 - 로베르 막땅의 샴페인 제조 솜씨가 97%로 상향됩니다.]

[추가 보상 - 오늘부터 열흘간, 모든 술의 숙성 시간이 단축됩니다.]

산하는 미션이 주어지자, 문득 상류층 사교모임에서 7백만 원에 낙찰된 샴페인을 떠올렸다.

그래 관심을 이거로 돌려보면 되겠는데?

빠르게 궁리를 끝내고 씩 웃던 산하가 더 확실하게 말했다.

“그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대체 이 인간 뭔데 이렇게 막 나가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데?

어이없어하던 청와대 비서관이 묻는다.

“정말 판매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

“판매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반 소비자에게 약속한 판매 수량이 있고, 물량이 모자라서 늘 죄송하다고 했는데, 그걸 빼서 따로 판매하는 건 소비자 기만이라 생각합니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었던 비서관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묻는다.

“진심입니까?”

“네, 진심입니다. 혹시 원하시는 게 주류 쪽이시면 다른 건 있습니다만…….”

기분 나빠하던 비서관이 묻는다.

“다른 게 뭡니까?”

“샴페인입니다.”

“샴페인? 지금 나랑 장난합니까?”

“상류층 사교모임 경매에서 병당 7백만 원에 거래된,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샴페인입니다. 당시 몇 병 만들지 않아서 수량도 얼마 없고 희귀하죠. 어디에 선물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화를 버럭 내려던 비서관은 병당 7백만 원이라는 소리에 귀가 솔깃해졌다. 게다가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은성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 같았다.

“전통주 회사에 그런 게 있어요? 샴페인도 생산해요?”

“네, 아주 소량으로 생산해 놓은 게 있습니다. 시중에는 판매한 적 없어서 잘 모르실 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비싼 겁니까? 실제 가격 맞아요?”

산하는 포도 재배부터 샴페인 제조까지의 과정을 조금 과장되게 설명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소량의 포도를 정성스레 재배하고, 또 셀 수 없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고품질로 주조하고 아주 오래 숙성시켰다는 줄거리였다.

사실 이 이야기는 대부분 맞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미션이 모든 걸 단축하게 해 줘서 그렇지, 품질 자체는 그 어떤 최상위 제품과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몇 가지 측면에서는 압도하는 면이 있었다. 그러니 산하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병당 칠백만 원을 받아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한데, 그는 마지막에 쐐기마저 박았다.

“사실 다른 분들이 팔아달라는 거 개인 소장할까 싶어서 가지고 있었는데,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는 겁니다.”

잠시 침음을 흘리던 청와대 비서관이 입을 열었다.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군요.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리죠.”

어느새 통화가 종료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산하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권력으로 찍어누르려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다가 보복으로 세무조사 당하는 거 아닌가 염려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 테면 그러라는 마음이었다.

그 누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신념을 꺾을 순 없었다. 그건 자신이 죽어버린 거라고 생각하던 산하는 미션 완료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원칙을 지켜라’ 완료되었습니다.

[로베르 막땅의 샴페인 제조 솜씨가 97%로 상향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열흘간, 모든 술의 숙성 시간이 단축됩니다.]

[재능 포인트 1점이 적립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각.

남들은 청와대라고 하면 굽신거리기 일쑤인데, 꽤 뻣뻣하다 못해 똥고집인 주류회사의 대표이자 연예인과 통화를 끝낸 비서관은 기분이 나빴다.

연예계에서 좀 잘나간다고 정신이 나간 건 아닌가 싶어서였다.

융통성 있게 주겠다고 하면 될 텐데, 왜 이러나 싶었던 그는 일단 보고부터 하러 갔다.

“실장님, 연락했습니다.”

“그래요? 바로 주겠답니까?”

“그게…….”

“뭡니까?”

“천상주는 납품이 불가능하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청와대라고 얘기했어요?”

“네, 그런데 지금 청와대를 위해서 따로 물량을 빼는 건 소비자 기만이라고, 원하면 다른 거로 주겠답니다.”

“다른 거?”

“네. 샴페인인데, 상류층 사교모임에서 7백만 원에 낙찰된 전통 샴페인이랍니다.”

돈 액수에 주목한 비서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요? 7백만 원? 뭐가 그렇게 비싸요?”

비서관은 은성의 대표에게 들었던 것을 더 과장되게 부풀려서 이야기했다. 그러자 비서실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렇게나 정성 들여 만들었어요? 말도 안 되게 힘든 과정이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보고드리고 다시 얘기합시다.”

이윽고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한 그가 보고를 올렸다.

“천상주가 아니라, 전통 샴페인이라고 했습니까?”

“네. 꽤 고가인데,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이게 진짜 아니겠습니까? 제조 과정만 들어도 그런 느낌이 옵니다.”

“음…… 그래요. 어쩌면 진규석이 날 엿먹인 걸지도 몰라요. 미 대통령이 극찬할 정도의 제품을 고작 십만 원에 팔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천상주 생산에 차질이 생겨서 이 제품을 추천해 줬다는데, 왠지 다행인 것 같습니다.”

“길을 가르쳐 주되, 애먹으라 이거였군요. 좋습니다. 그거 구입해서 비공식으로 전달해 봅시다. 아, 그저 내 개인적으로 선물하는 거로 하세요.”

“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그 후, 산하에게서 샴페인을 구입한 그들은 맛을 보고 다들 반해 버렸다. 심지어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대통령 송청세마저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선물은 한 병만 보내기로 했다.

* * *

미 대통령 관저.

앤더슨 대통령은 와인병이 담긴 박스를 대충 살펴보는 중이었다. 한국 외교관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선물이었는데,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제야 알아채고 코리아 헤븐을 좀 주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엉뚱한 거였다.

이 사람들이 장난하나.

괜히 기분 나빴던 앤더슨은 그 와인박스를 대통령 관저 내부 소파에 집어 던졌다.

이날 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앤더슨은 소파에 앉다가 또 예의 와인박스를 발견했다. 보자마자 기분 나빠진 앤더슨은 얼핏 보이는 유리병을 꺼내 들고 씩씩거렸다.

누가 이따위 샴페인 달랬어?

이딴 거 말고.

코리아 헤븐을 달라니까.

요즘 들어 천상주는 더 구하기 어려워졌고, 금단현상처럼 천상주에 목말라하던 그는 뭔가를 발견했다.

응? 잠깐, 이거 뭐야? 익숙한데…….

열을 내던 그의 눈에 띈 글자가 있었으니.

바로 라벨에 새겨진 ‘은성’이라는 한글이었다.

이거 설마 같은 곳에서 생산한 건가?

갑자기 흥분한 그는 코리아 헤븐의 빈 병을 가져와 한글을 대조해보았다. 확실했다.

그의 눈동자에 기쁨이 차올랐다.

아니, 그럼 말을 하지.

신상인가 본데.

그 정도 솜씨라면, 이것도 어쩌면…….

처음 와인병을 맞이했을 때만 해도 얼굴을 찌푸렸던 앤더슨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활짝 웃었다.

좋았어.

일단 개봉해 보자고.

그는 급한 마음에 곧장 샴페인의 뚜껑을 따 버렸다. 그러자 잘 숙성된 피노누아 특유의 농밀한 향이 앤더슨의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허…… 이럴 수가.

코리아 헤븐의 향보다는 못하지만, 여태 접해 왔던 샴페인과 비교했을 때 최고라고 생각하던 그가 잔에 술을 따라서 마셨다.

별이 쏟아졌다.

그 수많은 별이 그의 입안을 맴돌며 외치는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전통 샴페인이다! 치즈 팔다가 빡쳐서 평생을 바친 스파클링 와인이야.

로베르 막땅의 오기와 집념, 노력이 결집한 전통 샴페인은 앤더슨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렇지!

그래, 바로 이거야. 이런 거라고.

역시 거기 제품이야.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만.

코리아 헤븐까지 같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뭐, 새로운 맛이니까 나쁘지 않아.

아니, 그런데 대체 이런 대단한 술 만드는 사람은 누구야? 친구 놈이 유명한 연예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술 제조 장인을 미국으로 데려오고, 친하게 지내면 자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은퇴하고도 신나게 먹는 거지.

원래도 술을 사랑했지만, 산하가 만든 술에 관해서는 완벽하게 진심이었던 앤더슨은 이제 엉뚱한 생각마저 하기 시작했다.

* * *

[노총각, 박산하.]

[아직 그런 나이 아니거든?]

[맞거든?]

[이 노처녀가 뭐라는 거야.]

[난 진짜 아니거든?]

[넌 액면가가 노처녀잖아.”

[야!]

[왜!?]

[오늘 약국 들르면, 회춘의 묘약 제조해 줄게.]

[와, 이 사이비 약장사 어쩔? 그것도 직업병이냐?]

[아 왜. 약국에 왜 안 오는데? 여기 무슨 원수라도 있어?]

[있지.]

[누구?]

[너?]

[죽어어!]

[못 죽어어!]

스마트폰 화면을 향해 눈으로 욕하던 윤정은 약국장에게 말했다.

“약국장님, 우리 오늘 점심 뭐 먹어요?”

보통 약국은 점심시간이 따로 없고, 교대로 밥을 먹거나 약국 구석에서 대충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곳 약국장은 밥은 든든히 제대로 먹어야 한다며 점심시간마다 문을 닫아 걸곤 했다.

그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한다.

“글쎄요. 뼈다귀해장국?”

“우리 오늘 찢어져요. 전 떡볶이 먹으러 갈래요.”

“그래요? 그럼 저도 떡볶이 먹죠.”

“???”

“왜 그렇게 봐요? 저도 갑자기 그게 당기네요.”

“갑자기…….”

무언가 말하려던 윤정은 손님이 들어서자 반사적으로 인사부터 했다.

“어서오세……요? 박산하?”

마스크를 벗은 산하가 종이가방을 들어 보이며 씩 웃는다.

“밥 먹었냐?”

- 305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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