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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313화 (313/445)

313화 귀국은 멀었다 (4)

무심코 그 연예인의 얼굴을 바라보던 세바스띠엥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뭐…… 뭐야.

얼굴이 비슷, 아니 똑같은데?

조엘의 방문과 TV 화면을 번갈아 보던 세바스띠엥은 당황했다.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뉴스에 나오다니.

혹여나 착각인가 싶어 자료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세바스띠엥은 깨닫고 말았다.

아들의 방에서 기타를 연주 중인 사내는, 뉴스에서 보도한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

일견 웃긴 별명이었지만, 세바스띠엥은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저 정도 인지도를 가진 이라면 하루에 버는 돈이 얼마일까? 그런 사람에게 무슨 부탁을 한 거야?

언젠가 산하가 떠나갈 때 비용을 넉넉히 지불할 생각이었던 세바스띠엥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와중에도 아나운서의 하산해 소개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산해는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루브르의 특별 초청으로 미술 전시회를…….”

그는 또 다른 정보에 화들짝 놀랐다.

뭐?

루브르?

특별 초청!?

자신의 아들이 미술에 천재성을 띠고 있었기에, 세바스띠엥 또한 그곳에서 특별히 초청받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 자리에 초청을 받은 사람이 자신과 한지붕 아래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 놀랍군.

미술 쪽에도 그런 재능이라니.

우리 아들 같은 천재였어.

그래서 조엘이 반응한 걸까?

이런 소식을 접하면 자연스레 아들의 상태가 떠올랐던 탓에 새 소식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살았던 세바스띠엥의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깃들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단편 소설 <단풍을 닮았더라>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 저자 또한 하산해인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과연…….”

세바스띠엥은 뉴스를 들으면 들을수록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까지 쓴단 말이야?

화제가 될 정도로?

대체 어느 정도 천재인 거야?

대가를 지불할 생각에 왠지 두려워지기까지 한 세바스띠엥이 몸을 부르르 떨던 그때였다.

아나운서가 또 한 번 폭격을 날렸다.

“……하산해는 현재 미슐랭 식당을 운영 중인…….”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라고!?

미슐랭?

그 엄청난 요리가, 미슐랭 요리였어?

어쩐지, 맛이 기가 막히더라니.

대체 저 사람 정체가 뭐야?

그런데 아나운서는 여전히 말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다음 뉴스도 없이 계속해서 하산해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과거 독일 헤어 페스티벌에서 대중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하산해는…….”

이런 미친!

대체 저 사람 시급이 얼마인 거야?

아니, 시급으로 환산이나 할 수 있을까?

이……이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하얗게 탈색된 세바스띠엥은,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타 조율하는 소리조차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방문으로 슬금슬금 다가간 그는 내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산하는 통기타 조율을 끝내고 생각 중이었다.

가장 먼저 실험해 볼 노래로 뭐가 좋을지에 대해.

한정효 님 노래부터 불러 볼까?

<날도 저무는데>

몇 년 전, 노숙자의 마음을 되돌려 사회로 돌아가게 만든 그 노래였다. 그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산하는 기타 연주에 슬픔을 가미했다.

어딘가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반주가 시작되었다.

그 연주를 듣고 있던 조엘은 멍하니 멜로디에 귀 기울이는 중이었다.

그 순간, 산하의 노래가 터져 나왔다.

“날도 저무는데, 오지 않는 아버지…….”

그립고 그리운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가운데, 쓸쓸함이 묻어나는 노래.

언어와 인종, 지역을 뛰어넘어 프랑스의 한 자택에서 불린 이 노래는, 조엘의 일그러졌던 마음 어딘가를 어루만졌다.

그 어루만짐이 조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졌다.

아이야.

네 아빠가 이리도 오래 기다리고 계시는구나.

이만 돌아오지 않을래?

조엘은 찢어지고 상처받았던 마음 한구석이 찡하게 아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천재이기에 지성은 높았으나, 마음은 어린아이였던 조엘.

한 아이가 감당키에는 마주했던 과거의 상처가 너무나 컸고, 조엘은 놀람을 넘어 크나큰 두려움과 좌절에 빠진 바 있었다.

그것이 조엘의 마음을 헤집다 못해 찢어놓았고, 아이는 그만 정신을 놓아 버렸었다.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다는 건 보통 아이에게도 감당키 힘든 충격인 탓에, 조엘과 같이 어린 천재에게는 더욱 감당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는 정신적 지주였다.

그날 조엘은 자신의 마음에 세운 거대한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리는 느낌을 받고 기절했었다.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의 기억이 조엘의 머릿속에 간헐적으로 떠올랐고, 조엘은 갑자기 괴로워하며 머리통을 부여잡았다.

괴성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슬픔이 담긴 흐느낌이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순간에도 산하의 노래는 계속되었다.

“내일은 오실까, 하염없이 바라보네…….”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나던 노래는 서서히 마무리되었고, 조엘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조용해진 아이를 바라보던 산하는 이게 제대로 가는 건지 확신이 안 생겼다. 그래서 조엘의 과거를 살펴보았다.

[7분 전, 조엘은…… 엄마…… 했다.]

조엘의 과거에서 무언가 긍정적인 현상을 발견한 산하는 속으로 기뻐했다.

단지 미션 때문이 아니라, 한 아이의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온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다음으로 부를 노래를 떠올리던 산하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방문 밖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듣고 계셨구나.

뭐, 아무렴 어때.

기타를 다시 잡은 산하는 노래를 계속 불렀다. 아이가 치유되기를 기원하며.

몇 분 후.

세바스띠엥은 퉁퉁 부은 눈으로 산하에게 말했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인 줄도 모르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머무르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방송에서 과장되게 떠들어 대는 것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조엘이 괜찮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다 잘될 겁니다.”

“정말…… 정말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괜찮습니다. 제가 결정한 일인데요.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토록 많은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겸손한 그의 태도에, 세바스띠엥은 몸 둘 바를 몰랐다.

* * *

<신비로운 예술계 천재 등장에, 프랑스 시민 열광>

<하산해 돌연 프랑스 활동 중단, 비공개 장소 칩거 들어가…… 이유는?>

<법인 풍류, 하산해 행적 질문에 ‘추후 밝히겠다’>

<루브르, 하산해 미술 전시회 재단장 마무리 단계>

- 인기가 너무 부담스러우셨나.

- 그럴 만도 하죠. 에펠탑 연주 한번 했다가 갑자기 빵 터졌잖아요.

- 제가 하산해 입장이면 심장이 쫄깃할 것 같습니다.

- 혹시 계산 중 아닐까요? 손익 계산.

- 뭔 또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그래요? 잠시 지쳐서 쉬시는 중일 듯해요.

- 입국하셔서 쉬시지.

- 이 사람들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아직 프랑스가 국내보다 편할걸요?

- 하긴, 하산해 국내 길거리 돌아다니면 불편하겠다.

네티즌과 언론의 오해가 계속되던 그때, 산하는 조엘과 나란히 앉아 거실 창밖을 구경 중이었다.

겨울비가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오전.

조엘과 함께 지낸 지 5일째를 맞이한 산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엘, 같이 그림 그릴까?”

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과 달리 행동 하나하나에 생기가 조금씩 묻어났다.

며칠간 노래를 불러준 이후로 얻은 성과였다.

하나, 아이는 여전히 말을 못 했고, 산하는 대체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래서 힌트라도 얻기 위해, 조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봤다.

[27분 전, 조엘은…… 답답……었다.]

그래, 답답하겠지.

너도 모르는구나.

뭔가 널 가로막고 있는 모양인데.

그걸 어떻게 뚫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이 조엘은 스케치북을 두 개 들고 왔고, 산하는 옆에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며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 미술 치료는 어떨까.

치료라…….

치료.

일반적인 아동 심리 미술 치료가 아닌, 자신이 가진 재능의 활용 방법을 생각해 보던 산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일단 조엘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야 해.

얘는 천문학자가 꿈이라고 했지?

별과 우주, 그리고 미술을 좋아하니까, 그걸 주제로 삼아서 그리고 보여 주자.

그럼 심경에 다른 변화가 생길지도 몰라.

그러려면, 평범한 작품으로는 안 될 것 같고, 도구가 제대로 필요하겠는데?

잠시 후, 세바스띠엥에게 부탁해 전문 미술 도구를 구비한 산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문화와 관련된 행위입니다.]

[윤희정의 서양화 솜씨가, 현재 가진 솜씨 대비 23% 상향됩니다.]

[남은 시간 20분]

마침 포인트를 사용하려고 했던 산하는 쾌재를 부르짖었다.

좋았어.

그 옆에서는 조엘이 호기심을 담아 캔버스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이는 흰 여백을 바라보기만 하는 산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빨리 그려 보라는 뜻이었다.

“알았어. 조엘. 삼촌이 어떻게 그리는지 잘 봐.”

조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산하는 팔레트에 아크릴 물감을 신속하게 짰고, 스케치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캔버스에 붓을 들이댔다.

그가 그리려는 건, 이 세상의 꿈을 담아 빛나는 우주였다. 그것을 그리려고 하던 산하는 멈칫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을 담으려고 하니 막막하다 못해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문화의 힘이 있어도 안 되는 건가.

음…….

시간이 없는데.

다른 거로 그려야 하나.

그러기에는 영 마음에 차는 게 없어.

어쩌지…….

그런데 또 메시지가 떴다.

난생처음 보는 메시지였다.

[쇠똥이와 표운성의 재능이 윤희정의 솜씨에 강대한 힘을 불어넣습니다.]

[세 개의 연결고리가 일시적으로 서로에게 이어집니다.]

[수치를 재산정합니다.]

[20분간, 윤희정의 서양화 솜씨가 103% 적용됩니다.]

산하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쾌재를 불렀다.

70%에 불과하던 윤희정의 서양화 재능이 100%를 훌쩍 뛰어넘자, 조금 전 구상했던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가득 차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산하의 머릿속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옆에는 누가 있는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그 모든 걸 잊었다.

저 하늘의 아름다운 별.

반짝이는 세상.

우주의 빛.

꿈.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캔버스 안에 세상의 진리를 담으려 노력했다.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 밤하늘 아래, 한 아이가 정신없이 그 세계를 구경하며 밝게 웃었다.

별과 별이 그 미소에 화답하며 앞다투어 반짝이던 그때.

조엘의 머릿속에도 꿈결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벼락처럼 내리꽂혀 조엘의 정신세계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고 있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언젠가는 도달하고 싶었던 그 어떤 미지의 영역이 현실화하고 있었다.

하나, 조엘은 답답했다.

왜 말문이 안 열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답답함은 절대적인 경지의 그림이 점차 완성되어가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자신도 저 길을 따라가고 싶었다.

해 보고 싶었다.

묻고 싶었다.

삼촌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그릴 수 있냐고.

저 엄청난 세상은 뭐냐고.

그 순간, 조엘의 내면에서 떨어져 나가 부유하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엘이 어린 나이부터 가졌던 열망과 꿈이었다.

이젠 과거의 아픔을 훌훌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무의식적인 결심이기도 했다.

그 순간. 산하는 마지막 별을 그려 넣으면서 그림을 완성했고, 조엘은 자신이 우주에 떨어진 것 같다고 여기며 한참이나 더 그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조엘은 미련의 끈을 서서히 놓기 시작했다.

엄마가 죽지 않았다고, 아직 살아 있다고, 이 현실이 꿈이고 꿈속 세상이 현실이라 생각했던 조엘의 마음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그의 이성이 억눌러 두었던 현실을 인지한 것이다.

엄마 미안해.

난 이만 돌아가야 해.

할 일이 있어.

그리고…… 아빠가 기다리고 있잖아.

그러기를 몇 분이나 지났을까.

움찔거리던 조엘의 입에서 까끌까끌하고 어눌한 말이 터져 나왔다.

“삼……촌…….”

산하가 그려내는 그림을 보며 입을 쩍 벌리고 있던 세바스띠엥은 화들짝 놀라버렸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들이 말문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조……엘?”

늘 바라왔으나, 그것이 오늘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기적이었다.

조엘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빠. 미안……해.”

비록 어눌하고 억양이 불분명했지만, 세바스띠엥은 아들이 몇 년 만에 말을 했다는 것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울음이 폭포수처럼 흘러 양탄자를 적실 때, 아이는 아빠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하염없이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산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열흘간 조엘의 곁에 있어 주자, 완료되었습니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시간을 대폭 단축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놀라운 사건입니다.]

[보상을 재산정합니다.]

[유미옥의 아이 돌보는 솜씨가 영구적으로 2% 상승했습니다.]

[윤희정의 서양화 솜씨가 97%로 상향되었습니다.]

[재능 포인트 3점이 적립되었습니다.]

[추가 보상 전달까지 90일 남았습니다.]

* * *

루브르 특별 초청 미술 전시회를 담당한 이들은 활짝 웃었다.

“드디어!”

“완벽합니다!”

그들은 여태, 산하가 광장에서 그린 단 하나의 그림을 위해 전시회 일정을 연기한 바 있었다.

대체 저 어마어마한 작품에 어떤 환경, 이를테면 조명의 밝기나 벽면 색상까지 고려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긴 시간 끙끙대던 그들은 드디어 <삶의 소용돌이>라고 명명된 작품 전시회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웹툰 원화를 재해석한 50여 미터의 작품과 함께 대중에게 선보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모두가 뿌듯한 마음으로 전시회장을 둘러보던 그때였다.

누군가가 뛰쳐 들어왔다.

“작가님께서 오셨습니다.”

이 전시회의 총책임자가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오, 그래요? 마음에 들어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 후, 산하를 마중 나간 총책임자는 산하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익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산하가 그의 인사를 받았다.

“별말씀을요. 전시회 준비가 다 됐다고 하셨죠?”

“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한데…….”

미술 전시회 총책임자는 의문 섞인 표정으로 산하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표면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신문지로 대충 포장한 캔버스였다.

“그건 뭡니까?”

“아, 이거요? 최근에 그린 건데, 추가로 옆에 같이 걸면 어떨까 해서 가져왔어요. 두 작품만 걸기에는 너무 썰렁하잖아요.”

그는 어이없어했다.

이 작가님아.

썰렁하다니.

당신이 그린 작품 때문에 난리 났던 거 몰라? 그런 말 자연스럽게 내뱉지 말라고.

그런데 설마 저것 때문에 또 재단장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최근에 그렸다잖아.

저번 작품도 갑자기 영감이 솟아서 그린 거라고 했으니, 아닐 거야.

저분도 나름 사람인데, 설마 영감이 단기간에 펑펑 솟아나기야 하겠어?

그러고 보니 저거 캔버스에 그렸나 보네.

수묵화가 전문이시니, 아마 실험작인가 봐.

끝자리에 적당히 걸면 되겠어.

찰나에 많은 생각을 끝낸 그는 산하에게 말했다.

“와, 바쁘실 텐데 또 그리셨어요? 대단하시네요. 이번에는 다른 형태의 작품인가 봐요?”

“네. 저도 처음 해 보는, 조금 실험적인 작품이었죠?”

역시 그랬구나.

재단장의 부담감을 내려놓은 그가 입을 열었다.

“한번 보여 주실 수 있나요?”

“네, 여기요.”

산하의 작품은 50P 규격, 다시 말해 50호 사이즈의 풍경화용 캔버스였고, 이걸 받아든 미술 전시회 관계자는 겉면에 대충 신문지로 포장해 놓은 작품을 보며 속으로 하하 웃었다.

웬 신문지람…….

아무리 실험작이라도 너무 막 굴리시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끝으로 신문 포장지를 벗겼다.

- 314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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