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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316화 (316/445)

316화 증명 (2)

친절한 그의 인사에 산하도 미소로 답했다.

“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뉴스에 나왔던 에펠탑의 그분 아니십니까?”

그저 인사하는 줄로 알았건만, 자신을 알아보는 신부에게 조금 당황한 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긴 합니다만.”

“아, 역시 그렇군요. 왠지 닮은 것 같았는데, 긴가민가했습니다. 며칠째 여길 찾으시던데…….”

왠지 고해성사라도 해야 할 듯한 분위기에, 산하는 여기 왜 왔는지 이유를 밝히기로 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 듣기를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뜻밖의 대답에 신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그런 거였군요.”

“네,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부님…….”

“네, 말씀하시지요.”

산하는 연주를 계속 들으면서 생각했던 바를 털어놓았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파이프 오르간 연주하는 장소도 한번 구경할 수 있을까요?”

선한 미소를 지어 보인 신부가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딱히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만, 먼저 오신 손님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얼마 전부터 음악 하시는 분이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앨범에 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네, 오해한 건 없습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신부는 저편으로 사라졌고, 산하는 오르간 연주를 계속해서 감상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예의 그 신부가 다가오더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도 괜찮으시다면 절 따라오시지요. 연주하시는 분께서 관람을 허락하셨습니다.”

정말 이 신부님 표정부터 천사라고 생각하던 산하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윽고 숨겨진 파이프 오르간 연주실을 찾아간 산하는 인사부터 나누었다.

그곳에 앉아 연주하던 이는 프랑스의 음악가 죠르쥐였다. 그는 산하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세요. 여길 구경하고 싶어 하셨다죠?”

“네. 이렇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TV에서 뵙다가 이렇게 보니 훤칠하시군요.”

“아, 저를 TV에서 보셨군요.”

“네. 아 참, 지금 연주 장면을 인터넷으로 송출하는 중이었는데, 얼굴이 나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시청자가 별로 없긴 하지만…….”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렇군요.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절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파이프 오르간은 혼자 연주하기 힘들거든요.”

사실 죠르쥐가 연주 관람을 허락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TV에서 과장되게 떠들어 댔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실체를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연주를 들려주고 난 후, 그에게 무슨 악기건 연주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발을 빼겠지.

모든 게 가짜일 테니까.

속으로 피식 웃은 죠르쥐는 산하와 인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계단 형태로 이루어진 건반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려놓은 그는, 이윽고 오르간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파이프 오르간은 수많은 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박판이 떨려 소리를 내는 구조다.

언뜻 피아노 건반과 유사해 보이지만, 소리를 내는 방법이 전혀 다른 관악기였다.

그런 악기에 익숙한 듯 보이는 죠르쥐는 망설임 없이 건반을 눌러댔고, 베토벤의 운명이 연주실뿐만 아니라 성당 내부에 가득히 울려 퍼졌다.

그렇게 몇 분간,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 연주를 지속하던 죠르쥐는 건반에서 손을 뗐다.

“어떠십니까?”

“듣기 너무 좋군요. 훌륭하십니다.”

그래, 훌륭해야지.

내 파이프 오르간 연주 경력이 얼마인데.

보통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은 구조상 복잡한 점이 많고, 따라서 제대로 된 연주를 위해서는 연주자가 스톱 장치나 파이프 구성, 페달 커플링 등 많은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파이프 오르간은 전속 연주자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죠르쥐는 마들렌 성당뿐만 아니라 다른 규모 있는 성당에서도 전속 연주자로 모시려 할 만큼 대단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형태의 파이프 오르간도 제법 잘 다룬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 그가 산하를 시험대에 올리기 위해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연주도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산하는 아예 모른다고 할까 하다가, 나중에 연주하게 되면 미리 알려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제가 아직 미숙해서요.”

그저 인사치레로 한 말이었지만, 조르쥐는 그가 연주할 줄 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자 눈이 동그래졌다.

“오, 연주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미숙해도 괜찮습니다. 한번 들려주시겠어요?”

산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현재 파이프 오르간 솜씨를 얻기 위해서는 2시간이 더 필요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손 상태가 조금 안 좋네요.”

이 자식, 핑계 대는 거 아냐?

뭐? 파이프 오르간 연주할 줄 안다더니.

손 상태가 안 좋아?

퍽이나 그렇겠다.

이거 봐, 뉴스고 뭐고 다 가짜라니까.

이런 거짓말쟁이는 혼쭐을 내줘야 해.

어디 이것도 거부하나 보자.

조르쥐는 내심과 달리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아, 저런…… 손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십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며칠 쉬면 나을 것 같습니다.”

옳거니, 딱 걸렸다.

“그렇군요. 저도 하산해 씨 연주가 듣고 싶은데, 언제 시간 나시면 한번 들려주시겠습니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거 봐, 명확한 대답을 못 하잖아.

하지만 말이야.

인터넷 영상으로 다 녹화됐단 말이지.

보나 마나 도망가겠지?

그때 이 사실을 다 까발려서 혼쭐을 내주도록 하지.

속으로 피식 웃던 죠르쥐는 여전히 친절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주 언제가 괜찮으시겠습니까?”

“글쎄요. 제가 스케줄을 봐야 해서. 시간이 된다면 들르겠습니다.”

스케줄 같은 소리 하네.

속으로 그를 비웃던 죠르쥐가 입을 열었다.

“그럼요. 스케줄 먼저 확인해 주셔야죠. 알겠습니다. 저도 슬슬 가봐야 할 시간이네요. 오늘 만남 즐거웠습니다.”

“네, 저도 즐거웠습니다. 잘 듣고 갑니다.”

비슷한 시각.

죠르쥐의 영상 채널에 입성한 수십 명의 시청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오, 피리 부는 사나이다.

- 죠르쥐, 박살 내버려.

- 저저 빼는 것 좀 봐.

- 생각해 보는 게 아니라, 곤란한 거겠지.

- 파이프 오르간 대가 앞에서, 연주를 조금 할 줄 안다고? 흥이다.

- 이럴 줄 알았다.

- 가짜뉴스부터 조져야 한다니까.

- 죠르쥐, 다른 악기도 연주해 보라고 하지 그랬어요?

- 그래 봤자 핑계만 대겠죠. 죠르쥐도 그거 알고 여기서 그만한 건가 봐요.

* * *

성당에서 나온 산하는 루브르의 총책임자와 만났다.

“산하 씨, 이번 작품은 저 혼자 해결하기 너무 난감하더군요.”

“여태 잘해 주셨는데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제가 망칠까 두렵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조언 하나만 해 주시겠습니까? 원하시는 전시 방향도 좋습니다.”

전시 방향이라…….

향긋한 커피를 음미하던 산하가 테이블 위에 잔을 내려놓았다.

“‘조엘의 별’은 아시다시피 꿈을 말하고 있습니다. 천문과 미술을 사랑했던 소년이 뜻밖의 사고 앞에서 좌절했다가 일어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네, 그렇게 말씀하셨었습니다.”

“그럼, 그 꿈으로 가는 길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아주 좁은 통로 끝에 작품이, 마치 희망의 등불처럼 내걸려 있는 겁니다. 앞서 작품과 대비해서, 인간의 희로애락과 삶의 소용돌이 그 끝엔 꿈과 희망이 있었다. 이런 주제로…….”

산하는 생각한 바를 설명했고,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총책임자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무언가 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 버린 모양새였다.

“역시 작가님! 기발한 발상입니다. 기존의 전시 체계를 통째로 무너뜨리시는군요. 통로! 바로 그겁니다. 작가님의 훌륭한 견해, 제대로 반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전시회는 언제쯤 하나요? 제가 프랑스에서 할 일은 거의 끝났고, 슬슬 귀국해야 할 것 같아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만, 제 성격상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이 힘들어서요. 정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최고의 전시회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니면 귀국하셨다가 다시 오시는 것도…….”

“요즘 일이 쌓였다 보니,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러시군요…….”

잔뜩 미안해 하는 그에게 산하가 웃으며 질문했다.

“그래도, 내년 1월 초에는 볼 수 있겠죠?”

“그럼요. 1월 초에는 당연히 시작해야죠.”

“그럼 1월 초까지 기다렸다가 귀국하겠습니다.”

“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후 차를 마시며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총책임자가 화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요즘 조엘 이야기로 여기저기서 말이 많더군요. 작가님에 관한 오해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뷰라도 한번 할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미 사실관계는 밝히지 않았습니까? 억지로 설득하려고 해 봐야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겁니다.”

“작가님은 불만스럽지 않으십니까?”

“어떤 점이요?”

“다들 작가님을 가짜라고 떠들어 대니까요.”

“저는 가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전시회 총책임자는 감탄했다.

“역시, 대작가님다운 마인드입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정말 피리로 사람을 불러모으시는 재주가 있는 겁니까?”

호기심 가득한 그의 표정에 산하는 할 말을 잃었다.

“……제가 실례되는 질문을 했죠? 너무 궁금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사람을 불러모으는 동화 같은 재주는 없어요. 그저 듣고 싶어서 모이는 건 몰라도. 그리고 피리가 아니고, 그때 연주했던 악기는 해금이라는 악기입니다.”

산하는 스마트폰으로 해금 사진을 검색해 보여 주었다.

“아…… 이런 거군요. 한번 들어 보고 싶네요.”

“일단은 여러 영상이 있으니까 한번 들어 보세요. 언제 시간이 된다면 직접 들려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자, 이제 다른 건 없으십니까?”

“그럼요. 없습니다. 제가 작가님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사인회 가신다고요?”

“네.”

“그럼 저기…….”

망설이는 그의 모습에 산하가 물었다.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총책임자는 들고 온 가방에서 산하의 책 <단풍을 닮았더라>를 꺼냈다.

“사인 한 번만 해 주시면…….”

하하 웃던 산하가 책을 받아들었다.

“이런 건 그냥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는데.”

정순명의 붓글씨 솜씨를 사용해, 거칠고 힘 있는 글자를 새긴 산하가 책을 돌려주었다.

그 사인을 보게 된 총책임자가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이, 이게…… 이게 사인이라고요?”

“네? 예전에 한번 보셨잖아요.”

“그때는 붓으로 하셨지 않습니까? 사인펜으로 어떻게 이런 사인을…….”

놀라워하던 그는 책을 소중히 가방에 집어넣었다.

“사인 감사합니다. 그럼 정말 다음 전시회 때 뵙겠습니다. 마음에 드시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다음에 뵐게요.”

이윽고 카페를 벗어난 산하는 사인회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간단한 사인을 두어 시간 정도 하고 마들렌 성당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몇 시간 후.

마들렌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에서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덩치가 어마어마하여, 만든다는 표현이 아니라 짓는다는 표현을 쓰는 악기.

이 악기를 연주하는 자는 죠르쥐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오늘 시간을 마저 채우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산하는 예의 그 자리에 앉아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감상했다.

그렇게 2시간여가 흐르고, 산하는 해금 조건을 달성했다.

오케이, 좋았어.

그럼 어디…….

[55년 전, 쟈끄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모두를 매혹시켰다.]

[과거와의 연결고리에 닿았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파이프 오르간 솜씨를 빨리 얻고 싶었던 산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55년 전으로 다가갑니다.]

.

.

.

소년 쟈끄는 집 근처의 마들렌 성당을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좋아했다.

“쟈끄, 또 여기 있었니?”

쟈끄의 부모는 성당 내부에서 아들을 발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이 이곳에 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시간이 너무 과했다.

학교도 빼먹고, 공부도 안 하고,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모든 시간을 마들렌 성당에서 보내고 있었다.

“엄마,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요.”

주임 신부의 눈치를 보던 그녀가 아들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이나 알아?”

“몇 시인데요?”

“저녁 먹을 시간이야. 으이구, 정말 내가 못 살아.”

그때, 주임 신부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두 모자에게로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네, 신부님 안녕하세요? 우리 쟈끄가 민폐를 끼친 건 아닌가요?”

“그럴 리가요. 쟈끄는 얌전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그렇지, 쟈끄?”

“네, 신부님.”

씩씩하게 답하는 쟈끄를 바라보던 신부가 예전부터 생각해 온 바를 말했다.

“한데, 쟈끄가 파이프 오르간에 제법 흥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배워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쟈끄가요? 글쎄요. 쟈끄, 듣는 것만 좋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저 연주도 해 보고 싶어요.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매일 여기 죽치고 앉아 있느니 뭐라도 배우는 게 낫지.

“그래. 그럼 학교 빼 먹지 말고, 그게 조건이야.”

“네, 좋아요.”

하나, 쟈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학교는 더 많이 빼먹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 감상에 푹 빠졌던 것처럼, 그는 연주에 완전히 미쳐 버리다시피 했다.

과장되게 말해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파이프 오르간에 매달려 살았다.

오르간을 가르쳐 준 선생이 가르쳐 주지도 않았건만, 그는 각 관에서 나는 소리 하나하나, 그 미묘한 차이까지 파악해 가며 연주에 몰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전속 연주자가 병환으로 몸져눕자 예배 시간에 연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종교적인 신앙심은 전혀 없었으나, 악기를 향한 믿음은 대단했다.

그런 열정으로 인해 파이프 오르간을 자신의 몸처럼 다루게 된 쟈끄는 이날, 놀라운 연주를 선보였다.

마치 천사가 지상으로 강림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정도였고, 주임신부는 깜짝 놀라서 신을 부르짖었다.

몇 년 후.

평생 단 한 가지에만 성실했던 쟈끄는 파이프 오르간 전속 연주자로 활동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이프 오르간으로 단독 연주회를 열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몇십 년이 더 흐른 어느 날.

쟈끄는 파이프 오르간에 능숙해지다 못해 이 분야에 한해서는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다.

그의 매혹적인 연주에 관객이 자리를 뜨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쟈끄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거대하고 광활하게 느껴지는, 지금보다 훨씬 확장된 느낌의 연주를 하고 싶었으나, 그게 잘되지 않았다.

역시 불가능인가…….

늘 아쉬워하던 쟈끄는 집으로 가는 길,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보았다.

언젠간 되겠지?

.

.

.

[쟈끄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 솜씨 관찰에 성공했습니다.]

[솜씨 일부를 가져옵니다.]

[음악과 악기에 관한 이해도가 무척이나 높습니다.]

[수치를 재산정합니다.]

[쟈끄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 솜씨가 93%로 상향되었습니다.]

[재능 포인트 1점이 적립되었습니다.]

그가 흐뭇하게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뒤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산하의 거짓을 밝혀 버리겠다며 벼르던 죠르쥐였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산하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뭐지, 다신 안 올 줄 알았는데.

자존심인가.

하긴, 인터넷으로 영상 나갔으니, 뭐라도 변명을 해야겠지.

안 그러면 곧바로 가짜가 드러날 테니까.

자, 오늘은 무슨 싸구려 핑계를 댈까?

속으로 씩 웃던 조르쥐가 산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오셨군요. 손은 조금 괜찮으십니까?”

- 317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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