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화 살아 있네
산하는 루카스의 그 모습을 보았다. 이곳을 처음 찾았던 외국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였다.
다들 처음에는 인상 찌푸렸다가 허겁지겁 먹곤 했지.
아니면 놀라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루카스 저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왠지 궁금했던 산하는 자신 몫의 된장찌개를 먹는 둥 마는 둥하며 루카스를 관찰했다.
콧날이 선명한 그는 수전증이라도 걸린 듯했다. 먹기가 꺼려져서였다.
하나, 국물이 막 그의 입에 들어갔을 때의 반응은 다른 손님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산하는 특이하지 않은 그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했다. 뭐 좀 색다른 반응 없나.
한편, 루카스는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놀라 버렸다. 숨도 참으면서 음식을 먹었는데, 입안에 맛의 폭죽이 마구 터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눈동자에 환희가 차올랐다.
된장찌개 맛에 홀딱 빠진 그는 뚝배기에 머리를 집어넣을 기세였다.
놀라운 맛이 그의 뇌를 자극했다.
그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맛, 즉 새로운 경험은 루카스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된장찌개 퍼먹기를 중단한 그는 돌연 가방에서 펜과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곧장 무언가를 스케치했다.
괴짜 같은 그의 모습에 식당 식구들이 하나둘 시선을 주었다. 산하도 마찬가지였다.
된장찌개 먹다가 그림을 그린다고?
이거 신선한데?
그런데 대체 뭘 그리는 거야?
사람 얼굴 같은데.
잠시 후.
루카스는 스케치를 하다 말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다니.
얼른 일어선 그는 모두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모두가 괜찮다고 하던 그때, 산하는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뭘 그리신 건가요?”
“아…… 별것 아닙니다. 갑자기 제가 느낀 감정을 그려 보고 싶어서……. 일종의 자화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랬군요. 된장찌개 다 식었겠네요. 데워 드릴까요?”
“아니,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냥 먹겠습니다.”
손을 내저은 루카스는 남은 된장찌개를 마구 퍼먹었다.
식어도 미친 듯이 맛있었다.
이날 밤, 호텔로 돌아온 루카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오늘 뭔가 힌트를 찾은 기분이야.
놀랍고 색다른 자극이 필요했었나 봐.
그렇다면…….
작가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면 어떨까?
그럼 더 나은 뭔가가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부탁, 들어주실까?
어떻게든 허락해 주시면 좋겠는데.
* * *
산하는 다음 날도 찾아온 루카스에게 인사했다.
“오셨어요? 그러고 보니, 어제 뭔가 하실 말씀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냥 가셔서, 혹시나 해서요.”
“네, 있습니다.”
“긴 이야기일까요?”
“아니요.”
“?”
“작가님께 긴히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를 이상한 놈으로 보셔도 할 말이 없지만…….”
“대체 무슨 일인데요?”
말하기를 망설이던 루카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작가님을 며칠만이라도 따라다니고 싶습니다.”
“저를요?”
산하의 의문 어린 시선에, 루카스는 횡설수설했다.
“네, 역시 힘든 일이겠죠? 죄송합니다. 전 그저, 벽에 막힌 제 그림 실력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어서…….”
“아뇨, 미안해하실 건 없어요.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시겠어요?”
루카스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과 현재 겪고 있는 것, 그리고 어제 구상한 바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유심히 듣던 산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미술가의 재능을 받아들이고 많이 고민해 보았기에, 그 고충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었다.
“이런 요구하신 분이 기자님이랑 피디님 빼고는 처음인데, 어렵진 않습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럼 허락하시는 겁니까?”
“네, 언제라도 따라오세요. 지금은 운동 갈 건데 같이 가시겠어요?”
루카스는 잔뜩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는 운동장을 열 바퀴쯤 돌다가 헛구역질했다. 여태 운동을 너무 안 했는데, 무리해서 따라 달린 탓이었다.
산하는 어느새 주저앉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굳이 제가 하는 걸 다 따라 하실 필요는…….”
“아니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작가님. 전 신경 쓰지 마시고 평소 하시던 대로 움직여 주세요.”
“그러시다면야, 뭐…….”
산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뱃살이 여전한 봉만두가 그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헉헉, 형님…… 저 사람, 저보다 못 뛰는데요?”
“그래서 좋냐? 너도 며칠 전에 저랬어.”
“그럴 리가 없습니다. 루까스 저 사람보다 잘 뛰었어요.”
“퍽이나, 루까스는 또 뭐냐? 루카스라니까.”
“그게 부르기 좋아서요. 그러고 보니 형님 돈가스 메뉴는 개발 안 하십니까?”
“갑자기 돈거스가 왜 나와? 운동중에 또 먹는 거 생각하는 것 좀 봐라.”
헤헤 웃던 봉만두가 말했다.
“그게 삶의 근본 아니겠습니까? 자고로 성현께서 말씀하시기를, 한시라도 먹기를 게을리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하셨습니다.”
“만두야, 어디서 개소리 안 나냐?”
“멍! 멍멍!”
그가 만두의 옆구리를 찔렀다.
“윽, 사람 죽네.”
“시끄럽고, 달리기나 해.”
그 사이, 루카스는 네발로 기고 있었다.
나…… 난 달려야 해.
그래, 이 길뿐이야.
작가님을 따라 하면 뭔가 답이 나올지도 몰라.
놀라운 작품.
놀라운 요리.
작가님은 또 어떤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실까?
느낌이 오고 있어.
그런데, 죽을 것 같아.
언제 몸뚱이가 이렇게 엉망이 돼 버렸지?
숨이 넘어갈 듯 꺽꺽거리던 그는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에 놀란 강상익이 다가가 외쳤다.
“루카스 씨? 정신 차리세요. 제 말 들립니까?”
상익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루카스의 뺨을 연거푸 때렸다.
* * *
루카스는 한국으로 날아오던 당시 일말의 걱정이 있었다. 혹여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한데, 벌써 얻은 것이 두 가지나 되었다.
하나는 요리로부터 비롯된 묘한 느낌이요.
또 하나는 체력이었다.
그 저질스럽던 체력이 서서히 사라지고, 그의 다리에도 힘이 붙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그간 자신의 몸 돌보기를 게을리하였다는 걸 깨닫고, 운동에 열중했다.
어느새 제일 뒤로 처진 봉만두가 투덜거렸다.
뭐야, 돈까스.
왜 저렇게 잘 뛰어?
괜히 오기 생기게.
왜 남의 나라에 와서 뜀박질이야?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그때, 산하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 운동도 그만할 때가 되었는지, 야구장 주변에 사람이 빼곡했다. 그들은 산하의 팬과 기자였다.
그가 여기서 운동한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참이었다.
“멋있다.”
“그러니까 말야.”
“그런데 저 외국인은 누구야?”
“난들 알겠어? 우리 하산해 씨가 중요하지.”
“그래도 궁금하잖아.”
팬들이 조용히 속닥이던 무렵, 스포츠 신문 기자들도 대화를 나눴다.
“뭐야, 오늘도 안 던지는데?”
“에이, 이거 헛수고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별수 있어? 이거라도 써야지 뭐.”
그 와중에 복문기 코치가 산하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이제 몸 상태는 괜찮으십니까?”
“네. 체력이 꽤 올라온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염치없지만, 혹시…… 오늘 공 몇 번만 던져 주실 수 있겠습니까?”
“공이요?”
“네, 요즘 우리 애들이 영 감을 못 잡아서요. 그 왜, 그때 김유성 선수처럼, 산하 씨가 던지는 공을 한 번이라도 보면 뭔가 얻지 않겠나 싶어서 부탁드립니다.”
“그거 어렵지 않죠. 몸도 다 풀렸는데, 연습 삼아 몇 번 던져 볼게요.”
“정말이십니까?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이게 다 인연 아니겠습니까? 아차, 글러브랑 가져오겠습니다. 잠시만요.”
잠시 후, 복문기 코치는 고교 야구선수 여럿을 대동한 채 나타났다.
“여기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인석들아, 뭐 해?”
“하산해 화이팅!”
“화이팅!”
그들의 응원을 받은 산하는 글러브를 꼈다. 저 맞은편에는 벌써 포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산하는 그와 공을 몇 번 주고받으며 어깨를 풀었다.
간만에 공을 던지려니 어깨가 다 들썩거렸다.
까끌한 실밥에 손가락을 얹은 그는 포수미트를 노려보았다. 본격적으로 공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미션 - 스포츠 신문에 실릴 만큼, 멋진 포즈로 투구하자.]
[현재 0/10]
[보상 - 동준호의 야구 솜씨가 96%로 상향됩니다.]
봉씨, 너 오늘따라 이상하다? 무슨 이런 미션을 다 주냐?
속으로 피식 웃던 산하는 최대한 포즈에 신경 쓰며 공을 던졌다.
빡 소리와 함께 공이 꽂혔다. 구속은 126km/h를 기록했다.
고교 야구선수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제 한물가신 것 같은데? 그때 최고 구속 얼마였지?”
“165km/h, 그것도 모르냐? 그래도 그렇지, 구속이 이렇게 떨어지냐?”
“어른들 말로는 나이 먹을수록 하루가 다르다잖아. 그때 이후로 공 던졌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는데, 그것치고는 잘 나오는 거 아닐까?”
“하긴, 네 말이 맞긴 하다. 만약 저분이 우리 나이에 야구하셨으면, 장난 아니었을 거야.”
“당연하지. 국내에 그 정도 던지는 선수가 있기는 하냐?”
“그래서 더 안타깝다는 얘기지. 고작 시구만 하고 끝내셨잖아.”
“그럼 뭐 하냐, 다 지나간 일인데. 나이 앞엔 장사 없다. 이젠 130도 안 나오는 게 현실이지.”
“우리 입장에서나 안타깝지, 대스타 아니시냐. 얼마나 바쁘신데.”
“어쨌거나, 오늘 투구 포즈는 죽인다.”
잠시 후.
포즈에 신경 쓰던 산하는 구속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게다가 동준호의 솜씨도 88%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멋진 포즈 8회를 채운 산하의 최고 구속은 128km/h에 불과했다.
이 모습을 눈이 동그래져서 바라보던 이가 있었으니, 루카스였다.
그는 영어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봉만두에게 질문했다.
그 말이 너무 빨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만두는 상익에게 SOS를 쳤다.
어느새 영어를 제법 잘하게 된 상익이 물었다.
“뭐가 궁금하신데요?”
“작가님, 야구선수셨습니까?”
“아니요.”
“그런데 저렇게 잘 던지신다고요?”
“네, 원래 운동신경을 타고나셨나 봐요. 지금 저 속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그럼요?”
“지금이야 체력도 떨어지고, 한동안 공도 안 잡으셔서 그렇지. 최고 구속 165km/h까지 나오신 적도 있어요.”
루카스가 입을 쩍 벌렸다.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지금 165km/h라고 하신 건가요?”
“네, 제대로 들으신 거 맞아요. 프로야구 선수도 울고 갈 실력이셨는데…….”
“그런데 선수가 아니셨다고요?”
“네, 그냥 가끔 시구만 하셨어요. 선수로 뛰셨으면 야구계를 주름잡으셨을 텐데.”
상익이 어딘가 아까운 표정으로 산하를 바라볼 때였다.
어느새 미션 10회를 다 채운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스포츠 신문에 실릴 만큼 멋진 포즈로 투구하자, 완료되었습니다.]
[동준호의 야구 솜씨가 96%로 상향되었습니다.]
그 사이 복문기 코치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지.
별다른 수확은 없지만.
그래도 고마우니까.
“산하 씨, 고생하셨어요. 여전히 멋지신데요?”
“아, 슬슬 몸이 풀리네요. 조금 더 던져 볼게요.”
“그러시겠어요?”
산하 씨도 자존심 상하시겠지. 한때 구속이 얼마였는데, 지금 모습 초라하게 느껴질 거야.
괜히 부탁드렸나 보다.
복문기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고, 산하는 재차 자세를 잡았다.
96%에 달한 동준호의 야구 솜씨가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와인드업 자세를 취한 그는 공을 힘차게 뿌렸다.
조금 전과 소리부터 달랐다.
화들짝 놀란 복문기 코치는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를 눈 비비고 바라보았다.
<143km/h>
미, 미친.
몸 풀렸다는 게 진짜였나?
그럼 그렇지.
그 정도 속도로 공을 던지던 분인데,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이 정도는 나와 줘야지.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곁에 있던 고교 야구선수를 살폈다.
“이놈들아, 잘 봐.”
“네, 코치님!”
그들도 놀랐는지 속닥였다.
“야, 봤냐? 이번 공 장난 아니었지?”
“그러니까, 와, 간만에 던져서 그랬나 본데.”
“그래 봐야 143km/h다.”
“143km/h이 우습게 보이냐?”
“우습게 보이는 게 아니라, 저 사람 지금 자존심 상해서 무리하는 것 같아서 그러지.”
“어…… 그런가?”
“그래, 내가 좀 볼 줄 알잖아. 저러다 어깨 다치는 거 아니야?”
그때, 산하의 눈앞에 문화의 힘이 떴다.
신나게 20분 동안 던지기로 한 그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도 귀가 있기에 주변의 속닥거림이 무얼 뜻하는지 모르지 않아서였다.
본때를 보여주기로 한 산하는 로진백을 집어 올렸다.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야, 웬 가시야.
손끝에 살짝 박인 가시를 빼낸 산하는 재차 송홧가루를 묻혔다.
고교야구선수들은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저 봐, 무리 온 거야. 시간 끄는 거지.”
“그러게, 어깨가 아픈가 보네.”
“생각보다 자존심 엄청 센가 봐.”
“뭐, 내려오자니 쪽팔리고, 계속 있자니 못 던지고, 어깨는 아프고. 팬이랑 기자들도 있고.”
“이걸 고상한 말로 진퇴양난이라고 한다.”
“유식한 척 하고 있네.”
기자들도 그에 관해 이야기 중이었다.
“어깨 다친 것 같지 않아요?”
“그쪽도 그런 느낌 왔어요?”
“아, 안 되는데. 우리 대스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가서 그만하도록 잘 수습해 볼까요?”
“하산해 씨랑 친해요?”
“그건 아니지만, 이러다가 어깨 망가지니까 뭐라도 해 봐야죠.”
“어째 그쪽은 기자가 아니라 팬 하셔야겠는데요?”
“그럼요. 저 팬입니다. 하산해님 찐 팬.”
“…….”
그때였다.
산하가 와인드업을 했다.
9% 상향된 문화의 힘이 공에 전달되었고, 100%를 초과한 동준호의 야구 솜씨가 현실로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
뒤로 휘어진 팔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빨랫줄처럼 쭉 늘어진 흰 선이 보였고, 포수미트에서 조금 전과 전혀 다른 소리가 났다.
빠악-
강하디강한 그 소리는, 야구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강속구였다.
조금 전보다 더 놀란 복문기 코치의 손이 벌벌 떨렸다.
<163km/h>
도, 돌아왔다. 돌아왔어. 시구왕이 돌아왔다.
놀란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속닥거리던 고교 야구선수들은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봤냐?”
“어…….”
“살아 있네…….”
“……저게 인간이냐?”
“……뭐지?”
기자들도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다.
하산해 진짜 돌았네.
아직도 그 구속을 유지한다고?
어깨 아픈 거 아니었어?
이 놀라운 모습에 봉만두도 입을 떡 벌렸다.
미친, 산하 형님 뭐야.
아직도 그대로잖아.
산하는 그들의 놀란 시선을 뒤로한 채, 강속구를 수십 번 던졌다.
그 순간 멍한 표정의 외국인이 있었으니, 바로 루카스였다. 그는 무언가 영감이 떠오른 듯 산하가 공 던지는 모습만 계속 바라보며 서 있었다.
* * *
<하산해, 어제자 비공식 최고 구속 164km/h>
<타고난 강건, 하산해 투구 실력 여전하다>
- 돌았네. 하산해 나이가 몇 살인데.
- 아니 저 재능으로 왜 야구선수를 안 하냐고요.
- 프로야구선수도 은퇴각 잡아야 하는 나이일 텐데, 아니 무슨 현역보다 더 잘 던져.
- 진짜 인간 아니네.
- 캬, 하산해는 야구선수로 갔어야 해.
- 그렇다기엔 미슐랭 요리사가 아깝죠.
- 다들 뭘 모르시네, 루브르 초청받으신 거 모르세요.
- 이놈의 팬들아. 훠이, 팬카페 가서 노세요.
인터넷상에 그의 뉴스가 여럿 떠오르던 시점, 산하는 운동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제 운동장에 사람이 너무 몰려서 뛰기도 그러니, 운동기구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해서 그는 헬스장에서나 볼법한 운동기구를 사들였고, 현재 천상주 제조 건물 지하에는 헬스 기구가 빼곡히 놓여 있었다.
“만두야, 오늘부터 특훈이다.”
“…….”
“루카스 씨도 계속하실 거예요?”
“물론입니다.”
루카스는 그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서서히 벽을 무너뜨렸다.
절정에 이른 재능은 통하는 바가 있듯이, 산하가 보여 주는 놀라운 모습이 그에게 묘한 깨달음을 주고 있었다.
* * *
얼마 후, 드디어 산하는 미션을 완료했다.
[체력은 국력, 완료되었습니다.]
[이석헌의 과거와의 연결고리가 복원되었습니다.]
기뻐하던 그는 얼른 나무막대기를 만졌다.
[483년 전, 이석헌은 종5품 현신교위에 제수되었다.]
[과거와의 연결고리에 닿았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483년 전? 와. 이게 그렇게 오래된 거야?
나무막대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산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예스를 외쳤다.
[483년 전으로 다가갑니다.]
- 324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