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화 제가 할게요 (2)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장단석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이 직접 출연하신다고요? 아니 그건…….”
배항우 감독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가 다 된 줄 알았더니, 왜 결론이 이거란 말인가?
대표면 다야?
출연해서 뭘 어쩌겠다고?
사실 마상무예 가능한 스턴트 배우 많아.
그저 이 장면을 넣기 싫은 거라고. 넣어 봐야 어색하기만 하다니까.
왜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거야.
가슴이라도 쾅쾅 치고 싶었던 배 감독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진심이십니까?”
“네.”
뭐야, 너무 진지한 표정인데?
그럼 내가 말을 잘못 알아들은 건가.
아, 그렇지. 아까 카메오 제안 받아들이신 건가?
그럼 그렇지. 내가 오해했나 보네.
생각을 이어 가던 배 감독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그러니까, 카메오 출연 말씀하시는 거죠? 에이. 말을 바로 해 주셔야죠. 오해했습니다.”
“카메오는 맞죠.”
“그렇죠?”
“서자 지켜내는 장면에만 잠깐 출연하고 끝낼 테니까요.”
“네!?”
배 감독은 뭐라 할 말이 없어 입만 뻐끔거렸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이번 작품은 너무 마음에 들어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대표를 설득해서, 완성도 높은 영화를 완성하고 싶었다.
“대표님.”
“네, 말씀하세요.”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말은 타 보셨습니까?”
“그럼요.”
아니 이 양반아, 어디 제주도 놀러 가서 타 본 걸 묻는 게 아니라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그가 재차 말한다.
“아니요. 정확히 말하자면, 마상…….”
도중에 말을 멈춘 배 감독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하산해라는 사람이 이리도 고집 센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 현실을 경험시켜 주면 직시하지 않을까?
그 사이 산하는 실내 활터에서 만난 송문석에 관해 생각했다.
CCTV 영상 올린 곳이 어딘지 물어볼까? 보여 주면 납득할 텐데.
두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장단석이 손뼉을 쳤다.
“자자, 두 분 의견이 계속 엇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 시간을 두고 조율하는 게 어떨까요?”
배항우 감독은 그 의견에 반대했다.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네?”
“테스트하는 게 제일 빠르지 않겠습니까?”
“테스트요?”
“네. 대표님이 직접 출연하신다니까, 야외 촬영장에서 말 타면서 활 한번 쏴 보는 거죠. 어차피 말이야 있고, 활만 준비하면 되겠네요. 테스트해 보고 결정하죠.”
산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활쏘기뿐인 영상보다는, 한 자리에서 말타기까지 다 보여 주면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그것도 좋겠네요.”
흔쾌히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배 감독은 할 말을 잃었다.
말 달리면서 활을 직접 쏘시겠다고요? 기가 차서 정말. 어디 한번 해 보시죠.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하게 되실 겁니다.
아무리 대표님이 천재라도, 오랜 기간 갈고 닦아야 하는 마상무예를 쉽게 보신 모양인데.
아마 많이 부끄러우실 겁니다.
며칠 후, 야외 촬영장.
배 감독은 그에게 부끄러움을 더해 주기 위해 촬영 스태프들도 여럿 데려왔다. 그중에는 친하게 지내는 무술 감독도 있었다.
그는 평을 신랄하게 내리기로 유명한데, 그 말을 들으면 대표도 빠르게 포기할 것 같아서였다.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던 장단석은 산하 곁에 있었다.
“대표님, 진짜 말을 타 보셨다고요? 그래도 처음 보는 말인데, 연습은 해 보셔야…….”
“괜찮습니다. 저 못 믿으세요?”
배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런 시간을 안 주었고, 그걸 눈치챈 장단석은 지금이라도 이걸 말려야 하나 싶었다.
괜히 사고라도 날까 싶어서였다.
말 등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풍류라는 기업도 그렇고, 천재 연예인은 어쩔 것인가.
하나 자신감에 찬 산하의 표정을 보자 그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정말 조심하세요. 아셨죠?”
그 후 말 전문가에게 다가간 그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말 얌전한 거 맞죠?”
“그럼요. 몇 번을 물어보십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제일 순하고 잘 길든 놈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하산해 씨가 직접 타신다는 게 정말입니까?”
“네, 그렇긴 하죠.”
“이야, 멋있겠네요. 이번 영화 카메오로 나오시는 건가요?”
“네, 그런데 비밀인 거 아시죠?”
“그럼요. 알죠. 입단속 철저히 하겠습니다. 팬들이 엄청 좋아하겠네요. 승마는 언제부터 배우셨대요?”
“글쎄요.”
저도 모릅니다. 언제 배우신 건지는…….
그나저나 너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셨는데, 진짜 잘 타시는 건가.
긴가민가하던 그가 산하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그때였다. 산하는 배 감독과 대화 중이었다.
“자, 한 번에 훌쩍 뛰어 올라타시는 겁니다. 멋! 있! 게요. 이건 충분히 가능하시죠?”
그가 강조한 ‘멋있게’에 반응한 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멋있게 해야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각궁과 화살통을 장착한 산하가 말에게로 다가갔다.
우선 이석헌이 하던 대로 말과 교감하기로 했다.
말 등을 부드럽게 긁어 준 그는 갈색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오늘, 잘 부탁한다?”
이는 이석헌이 무과 훈련 당시 늘 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말이 푸르륵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지켜보던 장단석은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는지, 말 전문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혹시나 문제 생기면 바로 멈출 수 있는 거죠?”
“그럼요. 염려 마세요. 그리고 그럴 일도 없을 겁니다. 무척 순한 놈인 데다가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달리지를 않아요. 이런 말 하긴 뭐한데, 저놈이 조금 게으르거든요. 그래도 문제 생기면 제가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예비용 말도 데려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 배 감독은 산하가 말 타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만약 말 타는 자세부터 어설프면 바로 불합격 내릴 요량이었다.
괜히 대표가 다치기라도 하면 영화 제작에 차질이 생길 것 아닌가.
그때였다.
산하가 말과의 교감을 끝내더니 안장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 가벼운 몸짓이 어찌나 자연스러웠는지, 말 전문가가 놀랄 정도였다.
“와, 말 엄청 잘 타시나 보네요.”
장단석이 깜짝 놀라 묻는다.
“그래요? 아직 달리지도 않았는데요?”
“네, 타는 자세만 봐도 알죠. 한 수 년은 타 보신 것 같은데요? 저거 보세요. 우리 순둥이도 편한지 가만히 있지 않습니까?”
그 놀람은 배 감독에게로 전염되었다.
아니, 뭐가 저렇게 자연스러워?
말은 잘 타시나 보네…….
그 사이 산하는 또각거리는 말을 타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말은 그의 말을 참 잘 들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말 전문가는 또 한 번 감탄했다.
“이거 뭐, 저는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네, 더 볼 필요도 없어요.”
그제야 안심한 장단석이 산하의 말 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배 감독은 속으로 코웃음 치고 있었다.
승마 실력은 제법이신데, 그건 말 좀 타본 사람은 다 하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요.
어디 달리면서 활 한번 쏴 보시죠?
제가 사극 찍으면서 많이 겪었는데, 촬영각 나오려면 쉽지 않을 겁니다.
아니, 불가능하죠.
이 분야에서 수십 년 짬밥 먹은 사람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하신다는 건지.
스쳐 지나가면서 다섯 발요? 어제 무술 감독이 이 말 듣고 얼마나 웃어댔는지 아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그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산하가 소리친다.
“감독님, 시작할까요?”
“네, 준비되셨으면 바로 시작해 주세요. 저기 허수아비 머리 부분에 맞히는 거 잊지 마시고요. 세 개 이상만 맞히시면 인정하겠습니다.”
저 멀리에는 허수아비 다섯이 대충 세워져 있었다.
그걸 바라본 산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 옆구리를 박찼다.
순한 말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거의 경마장에서나 볼 법한 빠르기였다.
그 속도에 놀란 배 감독이 눈을 동그랗게 뜰 무렵이었다.
어느새 허수아비 근처에 도달한 산하는 등에 찬 화살통에서 화살을 빼냈다. 그 화살은 각궁과 결합하자마자 빠르게 날아갔다.
조준은 했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의 손은 곧바로 또 한 대의 화살을 집었다.
마치 조금 전 동작을 재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아주 간결하고 빠른 동작으로 화살 다섯 대를 순식간에 날려 보냈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 다섯 대의 화살은 모조리 허수아비 머리에 명중했다.
그 바람에 배 감독은 입을 쩍 벌렸다.
그토록 빠르게 달리면서 맞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 빠르기는 어떠한가.
연사가 너무 빨라서 시야에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멋있음을 넘어 아름다웠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다른 스턴트 배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니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어이없어하던 그에게 놀란 표정의 무예 감독이 말을 걸었다.
“감독님, 하산해 씨 설득하라면서요? 뭘 설득해요?”
“네?”
“아니, 그렇잖아요. 저는 비비지도 못할 실력이신데, 뭘 설득합니까? 제가 오히려 배워야겠는데요? 와, 전 감독님 말만 듣고 비웃었더니, 비웃을 실력이 아니잖아요. 완전 실력자 아닙니까? 저 이 분야에 몸담은 후로, 활 저렇게 쏘는 분은 처음 봤어요.”
“……그 정도입니까?”
무예 감독은 왠지 기분 상한 표정으로 항의했다.
“네, 밥 먹고 말 타면서 활만 쏘신 것 같아요. 말 타는 것도 무슨 기마병인 줄 알았네요.”
그 사이 말을 몰아 배 감독 근처에 도착한 산하가 말 등에서 뛰어내렸다.
“어떻습니까? 괜찮죠?”
그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확실히 감독님 말이 맞는 것 같긴 해요. 이건 너무 액션 활극이네요.”
“네?”
산하는 이석헌의 과거를 들여다본 이후로 부쩍 말타기와 활쏘기가 생각났다. 해서 영화 시나리오 각색 과정에까지 자신의 욕심을 집어넣었다.
한데, 방금 말을 탄 채 활을 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른 재능과는 달리, 너무 이석헌의 감정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았다.
사백 년도 넘어서 그런가.
의아해하던 산하는 이번 영화에 관해 생각했다.
확실히 감독의 말처럼 <서자의 술>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해서 그는 이 장면을 빼 버리기로 했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 장면은 삭제하죠. 괜히 시간 낭비 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고집부린 것도 죄송하고요.”
배 감독이 말을 더듬었다.
“아니, 왜, 왜요?”
“직접 해 보니까, 영화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요. 감독님 의견이 맞았어요.”
그가 물러서자, 배 감독은 욕심이 생겼다. CG도 없이, 대역도 없이, 이 정도로 배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심지어 화살을 저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날리는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거의 예술이라 할 만했다.
이 장면은 어떻게든 녹여서 넣어야 해.
그래, 너무 아까워.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산하를 설득했다.
“대표님, 조금만 수정해서 출연하시죠? 아니, 혹시 더 비중 있게 출연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네?”
“아니지, 제가 대본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분명 대표님이 멋지게 출연할 부분이 있을 겁니다.”
배 감독은 그의 환상적인 마상무예에 반했고, 어떻게든 <서자의 술>에 임팩트 있는 장면을 넣고 싶어졌다.
하지만 산하는 반대했다.
“감독님 마음이 왜 바뀌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씀하신 대로 잘 안 어울립니다. 없던 일로 하죠.”
그러자, 감독 배항우가 강하게 반발했다.
“아니요. 잘 어울리게 만들면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감독님도 안 어울린다고 하셨잖아요?”
그는 시치미를 뚝 뗐다.
“제가 그랬나요? 잘못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상황은 뒤바뀌어, 감독이 출연을 강요하고, 산하가 출연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던 장단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 대표님은 못 하는 게 뭐야.
저건 또 언제 배우셨대.
* * *
인천공항.
프랑스 여행에서 돌아온 박윤정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아, 고국이여. 아름다운 내가 왔어.”
“아름다운 거 좋아하네. 왜 너 혼자냐?”
화들짝 놀란 윤정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녀 곁에 다가온 산하가 하하 웃었다.
“재밌었냐?”
“어? 어떻게 알고 왔어?”
“비행기 표 끊어 준 사람이 나다.”
“아, 맞다.”
“그런데 왜 너 혼자야? 친구는?”
“걔는 조금 더 있다가 온대서, 나 먼저 왔어. 아니 근데, 박산하. 왜 자꾸 나 염탐해?”
“무슨 염탐?”
“엄마한테 나 언제 쉬는지, 며칠이나 노는지 물어봤었다면서? 어쩐지 이상하더라.”
“표 끊으려고 그랬지 멍충아.”
“그걸 누가 몰라? 그냥 돈으로 주면 되지.”
“으이구, 이걸 그냥.”
“잠깐!”
“뭐?”
“내가 선물 사 왔지롱.”
“선물? 그런 건 뭐하러 사 와? 나 또 유럽 갈 건데.”
“아니쥐, 아니쥐. 박산하, 내 눈썰미 몰라? 박산하한테 잘 어울리는, 센스 있는 선물로 사 왔어.”
“뭔데?”
“기다려 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여행 가방을 뒤적이려 했고, 모자와 선글라스로 정체를 감춘 산하는 어이가 없었다.
“야야, 차에 가서 해. 이게 프랑스 다녀오더니, 상태가 안 좋네.”
“아, 그런가? 알았어. 상익이는?”
“차에 있어.”
“뭐가 바뀐 거 아니야? 상익이가 와야지, 누가 알아보면 어쩌려고?”
“알아보면 어때, 도망가면 되지. 얼른 가기나 해. 상익이 기다린다.”
“알았어.”
그때, 어떤 사람이 산하를 눈여겨보더니 후다닥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기, 혹시 하산해 씨 아니세요?”
하하 웃던 산하가 말한다.
“아닌데요. 잘못 보셨습니다. 제가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내가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는 윤정에게 눈치를 주었다.
“얼른 가자.”
“알았어. 재촉 그만해.”
이윽고 주차장으로 이동한 산하는 본가 단독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눈앞의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분명 조엘 미션에서 추가로 받은 보상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90일째 되는 날인데, 줄 기미가 안 보였다.
대체 언제 주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어디 보고 왔냐?”
“…….”
“왜 사람 질문에 대답을…… 자냐? 이런 잠탱이 같으니라고.”
한참 후 집 근처에 도착한 차량 뒷좌석에서, 윤정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야, 박윤땡 일어나. 이건 뭐 잠 귀신이 들었나. 코까지 골면서 자네.”
“아으응, 아 왜애,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들어가서 자. 나 바로 가야 해.”
“어? 벌써 도착했어?”
“그래, 이 박윤땡 잠보야.”
“치, 여독이 안 풀려서 그래. 아우, 뻐근해라. 잠이 달다 달아.”
졸린 눈을 비비며 차에서 내린 윤정은 트렁크에서 여행 가방을 꺼냈다.
“잘 가 박산하.”
손을 흔들어주던 그녀는 깜빡했다는 듯 소리쳤다.
“잠깐만!”
그녀는 곧장 여행 가방 지퍼를 내렸다.
“왜 또? 뭐 하는데?”
“있어 봐. 내가 아주 근사한 선물을 사 왔다니까”
윤정은 가방 속에서 굉장히 오래돼 보이는 나무 컵 하나를 꺼냈다.
“짜잔, 구닥다리 박산하에게 엄청 잘 어울리는 선물, 메롱 속았지?”
그 컵에 빛이 어리고 있었다.
[미션 - 열흘간 조엘의 곁에 있어 주자.]
[추가 보상 지급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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