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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375화 (375/445)

375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1)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세아 엄마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원무과였다.

병원비 정산하라는 것이리라.

며칠 전에도 원무과에서 중간 정산에 관한 문자가 날아왔었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만 했었다.

그녀는 딸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나가서 전화를 받기로 했다.

“딸, 엄마 잠깐만 여기 앞에 나갔다 올게.”

“응, 엄마. 빨리 와?”

이내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이를 놔두고, 세아 엄마는 복도로 나갔다.

“여보세요?”

“원무과입니다. 민세아 님 보호자 되십니까?”

“네.”

“중간 정산을 해 주셔야 해서요.”

“네, 알고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그녀는 틈도 없어 보이는 거절에 절망했다.

어쩌면 좋아.

한편, 원무과 직원은 미수금 독촉 전화를 끊고 나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부자이면서 비양심적으로 돈을 안 내면, 내용 증명부터 시작해 법적인 수단으로 어떻게든 받아 내고야 말겠지만.

소아 환자 부모에게는 그러기가 힘들었다.

빚까지 내서 치료비를 대다 보니,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해서, 병원비를 내달라고 전화할 때마다 고역이었다.

꼭 사채업자가 된 기분이랄까.

하나, 그도 일개 직원일 뿐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여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

관둘까?

근무하는 동안, 하루에도 수차례 하던 고민이었다.

그는 여러모로 고민해 보다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또 다른 환자 가족에게 독촉 전화를 걸어야 했다.

이날 오후, 병원 휴게실.

세아 엄마는 퇴근한 남편과 병원비에 관해 상의 중이었다. 이미 카드 할부부터 시작해 마이너스통장까지, 집안의 돈이란 돈은 다 끌어다 쓴 참이었다.

이럴 때는 정말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안 떨어지나 하는 심정이었다.

“여보, 너무 걱정 마. 회사에 가불 요청 한 번 더 해 볼게.”

“또 해 줄까요?”

“그래도 얘기는 해 봐야지.”

“당신 친구들은요?”

“몇 명 해 봤는데, 전화를 안 받네. 이따가 다른 친구들한테도 연락해 보려고. 당신은?”

“조금 빌리긴 했어요. 안 갚아도 되니까 그냥 쓰라고 하네요.”

“그나마 다행이네.”

“그래도 병원비로는 턱도 없긴 해요. 아휴 답답해라.”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당신까지 아프면 어쩌려고 그래? 어떻게든 구해 올게.”

“사채라도 쓰게요? 그다음은요?”

잠시 흠칫한 그가 와이프를 다독였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우리 딸부터 살리고 봐야지.”

“그야 알지만…….”

말을 잇지 못하던 세아 엄마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런 와이프를 꼭 안아 주었다.

“미안하다 여보, 내가 능력이 없어서…….”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이나 말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남편을 밀쳐낸 그녀가 옷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조금 전만 해도 침울하던 그녀가 일부러 밝게 웃었다.

“능력 없다는 둥, 그런 말 말아요. 그냥 상황이 안 좋은 것뿐이니까, 당신 있어서 내가 얼마나 든든한데. 이렇게 투정도 부릴 수 있고.”

“당신도 참…….”

그때,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누구예요?”

“어…… 저번에 도움받은 곳 같은데?”

“어머, 얼른 받아 봐요. 저번처럼 조금이라도 도움 줄지 몰라요.”

그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민세아 아버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지난번에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한 것도 아닌데요. 다름이 아니라 좋은 소식이 있어서 알려 드리려고 연락 드렸습니다.”

“좋은 소식이요?”

“네, 익명의 후원자분께서 민세아 어린이의 병원비를 대납해 주기로 하셨습니다.”

“정말입니까? 얼마나…….”

“대략 반년 치 정도 될 겁니다.”

한 달 병원비의 일부 정도로 생각하던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네!?”

“한동안 병원비 걱정은 없으실 겁니다. 그분께서 얼른 완쾌하기를 빈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비영리 사단법인 관계자와 잠시 통화하던 그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여보, 왜요? 뭐래요?”

“어…… 그게.”

“후원금이 얼마 안 돼요? 그게 어때서요. 한 푼이라도 도와주면 감사해야죠.”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세아 병원비를 6개월치나 내주신다고 하시는데.”

“네에!? 대체 어떤 분이요?”

“아참, 그걸 안 여쭤봤네. 익명이라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잠시만.”

그는 도로 전화를 걸어 후원자 이름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나, 알려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대체 누구시길래…….”

“그러게…… 감사해서 어쩌지.”

다음 날.

보통 어느 정도 규모의 종합병원에는 사회사업팀이 존재한다.

환자 가족의 심리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후원단체를 연결해 주기도 하는 등 많은 일을 한다.

그곳에서 근무 중인 사회복지사는 당황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후원단체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 환자의 병원비를 대납하겠다는 게 아닌가.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희소병으로 입원한 아동 수십 명이었다.

희소병 아동 기부 단체 직원과는 제법 안면도 있고 말도 튼 사이였기에, 그녀는 궁금증을 토해냈다.

“네? 정말요?”

“네, 이미 보호자분들하고 통화했고요. 여기 리스트에 있는 분들 병원비 모두 대납하겠습니다.”

“세상에, 그쪽 이사장님 인품이 훌륭하시더니, 이번에 기부금 엄청 많이 받으셨나 봐요?”

“많이 받긴 했는데, 한 분이 주신 거라서 놀라울 따름이죠.”

“네에!? 한 분이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요?”

비영리 사단법인 소속 사회복지사는, 자기가 다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네, 저도 조금 얼떨떨하긴 한데, 대단하신 분 같아요. 작년 기부금이 토탈 5억 조금 넘는데, 이건 뭐…… 기부 금액이 입이 떡 벌어지더라니까요.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 병원뿐만 아니고, 다른 병원 환우분들한테도 기부금 전달 중이에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세상에…….”

“정확하게는 말씀 못 드리는데, 이번에 도움받으신 분이랑 받으실 환우분이 수백 명, 아니지 천 명이 넘을지도 몰라요.”

입을 헤 벌리고 말이 없던 그녀가 묻는다.

“그래서 그분이 누군데요? 유명하신 분이에요? 저한테만 살짝 알려 주세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익명으로 기부하셔서요. 누군지는 이사장님이랑 회계 담당하시는 분만 알고 계세요.”

“그래요? 아, 궁금해라.”

“저도 많이 궁금하네요. 아차차, 저 얼른 가 봐야 하는데, 처리 부탁합니다.”

“어머, 바쁘신데 제가 붙들고 있었네요. 얼른 처리해 드릴게요.”

* * *

산하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얼굴 없는 천사, 완료되었습니다.]

[목표치를 대폭 초과했습니다.]

[보상이 대폭 업그레이드됩니다.]

[보상은 열흘 이내 전달됩니다.]

콘서트 수익금은 법인 자금이라 남몰래 집행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산하는 사비를 털어 희소병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을 도와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미션이 해결될까 하는 의문이 있긴 했다.

장도문에게 기부와 관련된 문의를 했기에, 몇 명에게 이름이 알려져서 실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런 마음 이전에 아프고 힘든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 자체로 마음이 뿌듯했었다.

이만큼 성공했으니, 사랑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해서 처음에는 기부금 규모를 몇십억 정도로 생각했었다.

한데, 장도문 원장을 통해 알게 된 후원 단체 이사장과 대화를 해 보니, 어려운 사람이 너무 많았다.

다 도와줄 수는 없지만, 고비라도 넘기게 해 주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운 환자 가족들에게 총 백억이 넘는 돈을 사비로 기부하게 되었다.

하나, 워낙 버는 돈이 많다 보니, 그렇게 많은 금액을 지출했음에도 통장 잔고는 여전히 두둑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네, 원장님.”

“기부받은 환우 가족들이, 다들 고맙다고, 누군지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한답니다. 어떻게, 이름만이라도 알려 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만 전해 주세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통이 크시네요?”

“지금 보육원 기부금이 더 작다고 항의하시는 거죠?”

“아이구, 아니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저 놀라서 그런 것뿐이죠. 크게 되신 분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알았습니다.”

“장난인 거 아시면서, 비행기 그만 태우세요. 그래서 이사장님 하실 생각 아직도 없으세요?”

“음…….”

장도문은 사실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에 산하가 아낌없이 거액을 기부하는 모습에 너무 감동받았다고나 할까.

“제가 원장님께 너무 강요했나요? 너무 괘념치 마세요. 그냥 제가 아쉬워서 하는 말이니까요.”

그는 장도문 원장과 조금 더 대화를 나눈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 시각, 메이저 신문사 한 곳에서 이번 기부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익명의 천사, 희소질환 환우에게 백억여 원 쾌척>

<기부 천사 이름만이라도 알고 싶다, 환자 가족 감사의 메시지>

<거액의 기부자, 정체 밝히기 꺼려해, ‘빨리 쾌차하기만 빈다’>

- 와, 아직 세상 살 만하네.

- 굿굿! 참 잘했어요.

- 누군지 몰라도 짱이다.

- 무슨 재벌인가. 기부 금액 장난 아닌데요?

- 익명이라니, 익명이라니요? 이런 사람은 칭찬으로 혼쭐을 내줘야 하는데.

- 그니까요. 기부 잘했다고 혼쭐 내줘야 하는데, 빨리 누군지 알려 주세요.

- 별 거지 같은 뉴스만 보다가, 간만에 마음 훈훈하네.

- 저도요. 세상이 늘 오늘만 같아라.

- 기부하신 분, 배운 분이네.

- 응원합니다. 기부하신 분 평생 무병장수하시고 돈도 많이 버시고 행복하시고, 아픈 아이들은 얼른 낫기를…….

* * *

서울 내 대형병원.

이곳 휴게실에 소아 환자 가족들이 모여 토론 중이었다.

“누구신지 알 방법은 없을까요?”

“저도 알고 싶어요.”

“저도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알려지기 꺼리시는 거 같으니까, 의미 있는 선물이라도 드리는 게 어떨까요?”

“어떤……?”

“잠시만요.”

세아 엄마가 곱게 말아서 들고 있던 도화지를 펼쳤다. 그곳에는 민세아가 기부자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날개 달린 천사와 환하게 웃는 세아.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그 의미가 확 와닿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거 우리 딸이, 제가 남편이랑 하는 얘기 엿듣고 꼬치꼬치 물어보더니 그린 거예요. 편지도 쓰고요. 꼭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어려서 모르는 줄 알았더니, 다 알고 있었나 봐요.”

“어머, 똑똑해라. 그분이 좋아하실진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의미 깊을 것 같아요.”

“저도 동의해요.”

* * *

하산해가 콘서트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한데, 이 사실에 의구심을 품은 기자 한 명이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음에도, 기부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였다.

역시 돈 앞에 장사 없다더니, 수익금 규모를 보고 욕심이 나는가 보네.

이거 진짜 재단 만들어서 탈세도 하고, 빼돌리려고 하는 거 아냐?

풍류에 연락해 봐야 사실대로 알려 줄리는 만무하고.

점점 짙어져 가는 의심에 그는 하산해를 주목했고,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데,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럴 때는 찔러서 어떤 반응 보이는지 봐야지.

대부분의 신문사는, 송청세 퇴진 이후 하산해에 관한 추측성 기사를 꺼려 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이날 그가 쓴 뉴스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떠올랐다.

<하산해 콘서트 기부, 약속 흐지부지?>

- 어, 맞다. 그러고 보니 하산해 왜 기부 안 함?

- 맞아요. 기부하기로 해 놓고.

- 콘서트 수익금이 어마어마하잖아요. 무려 십만 명씩 채워서 한 달 내내 했는데. 기부 방식도 그렇고, 고민이 많겠죠.

- 수익금이 크건 작건 무슨 상관이에요? 다 핑계지.

- 그러니까요.

- 우리 하산해 님은 약속 지키실 분인데요? 다들 넘겨짚지 말죠?

- 맞음, 우리 하산해 님 짱짱이라서, 약속 지키실 거임.

- 이놈의 기자가, 우리 하산해 님 무시하냐?

- 하산해 님이 약속 안 지킨 적 있음?

- 하산해 실드 나타났다. 도망쳐!

- 이놈의 팬들아, 하산해 약속이나 지키라고 해. 돈 빼돌리지 말고.

아무리 유명해져도 별다른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산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악플은 주기적으로 계속 달렸지만, 이번 뉴스 기사 댓글은 유독 심했다.

이 때문에 한 여성은 화가 났다. 그녀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회계담당자였다.

하산해는 이번에 법인 이름이 아닌, 개인 이름으로 기부한 바 있었다.

그 말인즉슨, 사비를 털어 기부했다는 뜻이었다. 그 금액 자체도 어마어마했다.

그 기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희소병 환자에게 고스란히 집행되어,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 후 회계 담당자는 딱히 관심 없었던 하산해의 팬이 되고 말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이 있냐며, 그 마음 씀씀이에 반했다고나 할까.

한데, 일부 사람들이 콘서트 수익금을 빼돌린다는 둥 말이 많았다.

백억 넘는 돈도 몰래 기부하는데, 그걸 빼돌리겠어?

그녀는 곧장 반박 댓글을 달았다.

- 하산해 님이 돈 빼돌리면 제 전 재산 내놓을게요. 그럴 분 절대 아니에요.

- 와, 완전 광팬이네. 자기 재산까지 건다고? 말은 쉽다 쉬워. 그럼 증거라도 내놔 봐.

-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하산해 님의 비밀을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 봐봐, 제대로 밝히지도 않으면서, 소설 쓰고 있네. 뭐? 비밀? 말로만 하는 건 나도 가능함.

그녀는 계속 악플을 다는 이와 설전을 벌였지만, 결국 증거를 내놓으라는 답만 얻었다.

당장이라도 최근 뉴스에 나온 거액 기부자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 주고 싶었다.

한데, 하산해가 익명이라고 신신당부해서 알려 주기가 힘들었다.

답답해, 정말…….

배배 꼬인 인간들 같으니라고.

뭐, 좋은 방법 없나?

* * *

며칠 후.

산하는 아동 기부단체와 장도문 원장을 거쳐 선물을 받게 되었다. 삐뚤빼뚤 쓴 감사편지를 비롯해 그림까지 한 아름 들어 있었다.

그는 그중 편지 몇 장을 들고 읽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세아입니다. 저는 내년에 초등학교를 갑니다. 저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맞춤법이 틀리기도 하고, 같은 말이 반복되어서 웃음이 났지만, 마음이 따스해지는 편지였다.

가득한 편지와 그림을 보고, 강상익이 물었다.

“형, 이게 다 뭐예요?”

“뭐긴, 황금 같은 선물이지.”

“그래서, 이게 뭔데요?”

“많이 알려고 하지 마. 다쳐.”

그러자 장도문 원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매니저한테는 말해도 되지 않아요?”

“에이, 이런 건 몰라도 돼요.”

궁금증이 치밀어 오른 상익은 다른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은, 산하가 누군가를 도와주었다는 거였다.

“에이, 형. 저 몰래 기부하셨구나? 이런 걸 왜 숨기세요? 그런데 뭐가 이렇게 많아요?”

“그러게, 많기도 많다. 안 찢어지게 잘 챙겨.”

“네, 형.”

그때, 산하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상이 전달되었습니다.]

이게 보상이야?

괜찮네.

산하는 아이들이 보내 준 보상을 훑어보았고, 전혀 불평불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 좋게 웃기만 했다.

이날 밤.

산하는 아이들이 보내 준 편지를 다 읽고, 그림도 모두 감상했다.

얼른 나아라 얘들아.

그 순간,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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