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화 그 영감이 이 영감입니까? (2)
산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소설 <핑계의 굴레>에 관해 떠올렸다.
얼마 전 페널티가 주어진 당시, 그가 방안에서 할 거라곤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 정도였다.
그때 미션이 떴고,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 필명부터 제목까지, 당시 처지에서 소재를 따 와서 쓴 소설이 핑계의 굴레였다.
페널티 때문에 열흘이나 방구석에 처박혀야 한다는 의미였고, 그 페널티에 관한 핑계로 예술적 영감을 내세웠던 것을 빗대어 썼달까.
그는 조금 써서 올리다 말았기에,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묻힐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한데, 핑계의 굴레가 왜 부사장의 입에서 튀어나온단 말인가.
최대한 다르게 썼는데, 이걸 누가 알아봤다고?
와…….
말도 안 돼.
산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장단석 부사장은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아,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시죠? 역시 대표님 흉내 낸 사람이었군요. 저도 그냥 혹시나 해서 여쭤본 겁니다. 우리 출판사도 있는데 굳이 거기에 올리실 이유가 없죠.”
“제가 쓴 거 맞는데요?”
“네?”
“제가 쓴 거 맞다고요.”
“?”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정말이세요?”
“네, 어쩌다 부사장님 귀에까지 들어갔나 모르겠네요.”
태평하게 말하는 그를, 부사장 장단석이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그거 아십니까?”
“뭘요?”
“대표님 전담팀 일거리가 또 늘었다는 거?”
“에이, 무슨 일거리예요. 살짝 쓰다 만 건데요.”
“지금 쓰다 만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잠시만요.”
장단석 부사장은 태블릿을 가져오더니 누군가의 SNS에 접속했다.
“대표님, 혹시 미국의 대표적인 독설가이자 평론가 아십니까?”
“아니요. 누군데요?”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시몬 달튼이라는 사람이 이쪽 바닥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합니다.”
“시몬 달튼이요? 들어 본 것 같긴 하네요.”
“그 사람이 사상 최초로 비난 없이 극찬을 늘어놨습니다. 바로 대표님 소설을 두고 한 평론입니다. 여기 한번 읽어 보세요.”
태블릿을 받아든 산하가 평론을 읽어나갔다.
확실히 잘 썼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남의 시선은 더 유난스럽네.
시몬 달튼이라…….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기자, 부사장이 안달 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어떻습니까?”
“음…… 감사하네요.”
“그게 다입니까?”
“그럼요? 춤이라도 출까요?”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시몬 달튼이 극찬을 했다니까요? 그 아래 다른 사람 댓글 보세요. 단 한 번도 남의 소설에 독설을 빼놓지 않았던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니까, 다들 믿기지 않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일이죠.”
아니, 우리 대표님은 왜 이렇게 태연해.
나 같으면 좋아 죽…….
“잠깐! 그러고 보니, 이게 그때 예술적 영감 오셔서 쓰셨던 겁니까?”
“어…… 뭐 그렇다고 봐야죠? 어쩌다 보니 미완성이긴 하지만요.”
그의 대답에, 장단석이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이럴 수가, 다들 성과가 없다는 둥 말이 많았는데, 성과가 있으면서 왜 말씀을 안 하셨어요? 대표님 이건 꼭 쓰셔야 합니다. 대박 예감합니다. 지금 대표님 소설 분위기가 정말 흉흉하거든요.”
“흉흉해요?”
“네. 독자들이 뿔이 나서, 열흘 작가 찾아내고 말겠다면서 벼르고 있습니다.”
“……무섭네요.”
“아무튼, 이 사실 바로 큰바위 출판사에 전달하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마세요. 나중에 완성하면 그때 전달해도 늦지 않아요.”
“그럼 숨기시려고요?”
“네. 안 그래도 사격 국대하라느니 말이 많은데, 이것까지 터지면 골치 아플 것 같아요. 지금 기자들 제 자취방 앞에 진 치고 있는 거 아시죠?”
“하긴, 요즘 언론도 그렇고, 협회에 팬들까지. 대표님한테 관심이 참 많습니다. 정신적으로 꽤 피로하시죠?”
“피로하진 않고요, 재미있습니다. 단지, 기대가 날이 갈수록 과해져서 조금 부담스러운 거죠.”
“역시 대표님 강철멘탈, 그럼 이건 살짝 묻어 둬야겠네요. 이제 안 올리실 건가요?”
“아니요. 시간 날 때 써서 올리긴 할 겁니다.”
“오, 다들 좋아할 겁니다.”
“어째 부사장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런 보물이 또 탄생했는데요. 두고두고 우리 풍류의 훌륭한 먹거리가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장단석은 눈을 빛냈다. 그는 소설 <핑계의 굴레>가 하루빨리 완성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미국에서 조지 맥도웰의 <끝과 어둠>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광팬인 캐서린은 이 시사회에 초대받았다.
캄캄한 극장 내부로 들어선 그녀는 심장이 콩닥거림을 느꼈다. 조지 맥도웰이 몇 년간이나 뜸을 들이다가 내놓은 블록버스터였기 때문이었다.
내부 관객도 기대감으로 웅성거릴 즈음이었다.
희미한 배경 음악이 고가의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실로 웅장하여 SF 우주 영화에 잘 어울리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였다.
와, 역시 조지 맥도웰이야.
배경 음악부터 예술인데?
이번 배경 음악은 한국인이 맡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영화에 몰입했다.
예상대로 영화는 영상미부터 시작해 배우의 연기까지 어느 하나 모자란 것이 없었다.
역시 조지 맥도웰.
이번에도 일냈네.
그런데 아쉽다.
새드 엔딩이라니.
나 새드 엔딩 싫어하는데.
그래도 뭐, 재미있었으니까 됐어.
그녀가 엔딩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바라보던 그때였다.
거대한 우주선 내부의 한 공간.
파이프 오르간 앞에 앉은 한 사내가 고요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그 사내의 눈동자에는 공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
이건 뭐지?
그때였다.
사내의 손길이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실로 공허하여 마음이 헛헛해질 만큼의 연주였다.
연주까지 왜 이래.
나 새드엔딩 싫다니까.
그런데 연주가 너무 좋은데?
이런 이율배반적인 감정 무엇?
그때였다.
느리게 움직이던 산하의 손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의 표정에는 광기와 분노가 담겨 있었는데, 마치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듯한 멜로디를 뽑아냈다.
몸짓과 표정, 멜로디가 훌륭한 3박자를 이루었고, 조금 전까지 분노와 공허함이 담겨 있던 분위기를 증폭시켰다.
비록 현장에서의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 대단함은 캐서린에게도 와닿았다.
와, 저 사람 누구지?
진짜 멋있다.
연주는 미쳤고.
그 순간, 멜로디의 분위기가 변화했다. 바로 산하가 희소병 환우 어린이로부터 받았던 보상이었다.
따스함이 느껴지다 못해, 특수효과 평온함을 부여하는 특별한 연주.
비록 현장이 아니라서 그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 연주를 듣고 있던 캐서린은 왠지 몸이 나른하고 편안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햇살을 마주한 안개처럼 서서히 흩어지는 느낌이랄까.
캐서린은 흐물흐물해진 몸뚱이를 좌석에 편안히 기대었다.
저 연주 너무 좋다.
그녀 말고도 다른 관객들은 연주에 몸을 맡긴 채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새드엔딩은 어느새 그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자막이 계속 올라가고, 연주를 계속 듣던 사람들은 눈을 번쩍 떴다.
쿠키 영상이 시작되었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2부를 예고하는 그 내용에, 관객들이 환호했다.
“대박!”
그로부터 며칠 후.
세계적인 영화 평론 사이트에 극찬 일색의 평론이 올라왔다. 한데, 조지 맥도웰의 우려대로 배경음악이 영화 일부를 잡아먹어 버렸다.
<……가장 감명 깊었던 건 엔딩이었다. 연주자의 몸짓 하나까지 실로 감동적이었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은 시사회에 초대받아 간 일이었다. 엔딩 배경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
<……연주자의 음반을 사고 싶다.>
<……최고의 음악회에 온 기분이었다. 난 지금 연주자의 팬이 되었다.>
* * *
<조지 맥도웰의 블록버스터 ‘끝과 어둠’, 개봉 초읽기>
<국내 영화 팬들, 감격의 환호>
<‘끝과 어둠’ 예매율 급상승, 초대박 예감, 하산해 효과?>
<미국과 한국 동시 개봉, 맥도웰 감독 영화로는 사상 최초>
<‘끝과 어둠’ 국내 시사회 열린다.>
<조지 맥도웰, 영화 개봉 당일 방한 예고>
- 와, 이게 다 하산해 덕분이다.
- 배경 음악 한번 깔아 주니까, 조지 맥도웰 감독도 굽신굽신.
- 캬! 우리 하산해 사랑한다.
- 예쓰! 동시 개봉이다.
- 아아, 빨리 보고 싶다.
- 맥도웰 감독이 우리나라에 온다고? 쩐다.
국내 뉴스에서도 조지 맥도웰 감독의 영화에 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던 시점이었다.
맥도웰 감독의 영화 팬들은 하산해의 배경 음악 소식만 알았지, 그가 엔딩에 직접 출연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단지 미국 쪽 시사회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 시각, 산하는 사격협회장 김현석의 설득을 거부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도 할 일이 많아서요.”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산하 씨의 사격 재능은 정말 상상 초월입니다. 이건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사격 쪽으로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이런…… 그래도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그와의 통화를 종료한 산하는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죄송스럽네.
그때, 그에게 전화가 또 걸려왔다.
“네, 피디님.”
“존경하는 산하 씨, 다음 촬영 알려 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뭔데요?”
“첫 코너의 뜨거움을 그대로 이어받기 위해, 이 심장원 심도 있게 고민해 봤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축구, 펜싱, 당구, 태권도, 유도, 양궁 기타 등등입니다.”
“그건 결정된 게 아니잖아요?”
“산하 씨 의견을 참고하려고요. 혹시 이중에 해 보신 것 있으십니까?”
“말씀하신 것 중에는 없지만, 비슷한 거로 국궁은 몇 번 해 봤는데요.”
심장원의 말투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국궁이요? 오, 역시 사격 천재다운 경험이시군요. 오케이, 좋습니다. 양궁으로 확정하겠습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결정하신다고요?”
“그럼요. 우리 프로그램의 주인은 뭐라 해도 산하 씨 아닙니까? 그럼 바쁘실 텐데 끊겠습니다. 다음 촬영 일정은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 늘 건강 챙기시고요.”
“네, 피디님도요.”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그는 이석헌의 활 솜씨를 떠올렸다.
양궁이라…….
국궁이랑 비슷하려나.
모르겠다.
일단 하던 거나 마저 하자.
산하는 오늘 시간이 제법 있었고, 소설 <핑계의 굴레> 한 편을 완성해서 올리려던 참이었다.
그는 소설을 올리고 사람들 반응이 어떤지 지켜보았다.
한데, 순식간에 폭풍과도 같은 댓글이 달렸다.
- 오오! 열흘이여 돌아왔는가?
- 이봐, 너무 늦었다고. 하지만 환영해.
- 드디어! 왔단 말인가.
- 매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고.
- 열흘이 넘어버렸어. 필명이 부끄럽지도 않아?
- 맞아. 열흘 이내에는 돌아와 줄 줄 알았다고. 그래도 괜찮아. 결국 돌아왔잖아.
- 대작가의 귀환은 환영이지.
- 역시 열흘, 이번 편은 더 대박이다.
- 사랑한다 열흘.
- 그래, 바로 이거야.
괜히 혼자 흐흐 웃던 산하는, 이 소설을 언제쯤 국내에 발표해야 할지 궁리했다.
* * *
영화 <끝과 어둠> 시사회 당일.
윤정은 친구들과 함께 조지 맥도웰의 영화를 보러 왔다.
“진짜 대박이다. 너희 오빠가 이 영화 배경 음악까지 깔다니.”
“그러니까, 윤정이 넌 좋겠다. 나도 그런 오빠 있었으면.”
윤정은 뿌듯한 심정 그 자체였고, 주먹을 말아 입가에 대고 헛기침을 했다.
“에헴, 뭐 그 정도는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우리 오빠는 매일 내 뒤통수나 때리고 엉덩이나 벅벅 긁는데.”
“나도 비슷해, 박산하 님은 안 그러지? 우아하게, 우리 예쁜 동생 시사회 다녀올래? 여기 티켓 받아. 상상만 해도 멋지다. 그치? 그랬지?”
윤정의 두 친구는 말을 하다 말고 꺅 소리 질렀다. 상상만 해도 좋은 눈치였다.
하지만 윤정의 내심은 복잡했다.
아쒸, 우리 예쁜 동생 시사회 다녀올래?
이것들이 장난하나.
박산하가 뭐라고 한 줄 알아?
그녀는 며칠 전 산하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박윤땡, 시사회 티켓 맡겨 놨냐?”
“아 왜애, 주기로 했잖아.”
“내가? 언제? 시사회 데려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지. 그런데 난 일이 있어서 이번 시사회 못가거든.”
“와, 이 뻥쟁이, 치사하게.”
“그래도 방법이 있긴 해.”
그녀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뭔데뭔데?”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박산하 님 표 주세요, 해 봐.”
“뭐?”
“싫으면 말고.”
머뭇거리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박…….”
“왜 말하다 말고 한숨이야?”
“아 몰라. 존경하는 박산하 님 표 주세요.”
“다시.”
“아, 그냥 줘. 정 떨어져 정말.”
“그럼 말고, 나 간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한다! 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박산하 님 표 주세요.”
그녀는 빠르게 말을 내뱉었고, 산하는 품속에서 티켓이 든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옜다 기분이다. 이거 먹고 떨어져.”
“앗싸! 땡큐!”
“저리 안 떨어져? 표 도로 내놔.”
“아, 싫어!”
친구들에게는 말 못 했지만, 이번 시사회 표는 오빠를 졸라서 얻어낸 거였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그녀가 입을 열었다.
“들어가자.”
“어? 너 표정이 왜 그래?”
“맞아 맞아. 왜 그래? 이렇게 좋은 날.”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긴, 우리한테는 티 내도 돼. 막 자랑해도 된다니까. 우리가 질투할까 봐 그래?”
“그런 거였어? 우리가 남이야? 많이 많이 자랑해 줘. 듣고 싶어.”
“하산해 님의 여동생이 전하는 실화,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야기, 너무 좋다 그치?”
“인정, 완전 인정.”
윤정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 그래도 자랑은 조금.”
“괜찮다니까.”
“우린 정말 괜찮아. 네 덕분에 시사회도 왔잖아. 다음에 하산해 님이랑 밥도 한번 같이 먹으면 더 좋겠다.”
속으로 한숨을 두어 번 더 내쉰 윤정이 생각했다.
다들 꿈 깨셔
울 오빠가 얼마나 바쁜데.
밥은 무슨.
잠시 후.
윤정은 관객이 빽빽하게 들어찬 시사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친구들과 자리 잡고 앉아 영화를 한참이나 보던 사이, 분위기가 엔딩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산하는 맥도웰 감독과 작업했다는 사실을 윤정에게 알렸지만, 직접 출연했다는 이야기까지는 세세하게 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바빠서 말할 생각조차 못 했다고 보는 게 옳았다.
따라서 윤정은 산하가 직접 출연한 줄은 까맣게 몰랐다.
그때, 그녀의 친구들이 양쪽에서 속삭였다.
“이번 영화 대박이다 그치? 역시 맥도웰 감독이야.”
“친구야, 너희 오빠 배경 음악 죽여준다.”
현재 영화는 망연자실해하는 우주선 내부의 사람들을 고요하게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화면이 전환되며 파이프 오르간이 놓인 거대한 공간이 드러났다. 그 악기 건반 앞에 한 사내가 홀로 앉아 있었다.
윤정이 그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