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402화 (402/445)

402화 일탈 (3)

산하네 요리 전문점이 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산하가 유럽에 다녀온 후 처음이었다.

식당을 바라보던 단골들은 감탄사를 흘렸다.

“역시 우리 사장님이라니까.”

“그러게 말이야. 내가 말했지? 돈 욕심에 하시는 거 아니라고.”

“그러게, 바빠서 식당 하실 시간 없으실 텐데, 어떻게든 열어 주시네.”

“심지어 가격은 그대로야.”

“그러니까, 대단해.”

“아무렴, 대단하지. 이런 분이니까 미슐랭 검증단도 놀라서 나자빠진 거 아니야?”

“어? 잠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직접 만드신 라면은 언제부터 팔까?”

“글쎄……. 그야 나도 모르지. 건의 게시판에 한번 써 볼까?”

“그래, 그러자고. 무슨 맛인지는 봐야지.”

“그래야겠어. 그나저나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니 원. 이러다가 우리도 못 먹는 거 아냐?”

“쉿! 그런 재수 없는 소리 말게.”

식당 단골 한 명이 친구에게 주의를 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말대로 사방이 사람 천지였다.

한편, 산하는 손뼉을 치며 직원을 불러 모았다.

“자자, 우리 직원님들 모여 보세요.”

린다, 나세, 만두가 그에게 얼른 다가왔다.

“다들 잘 쉬었지? 오랜만에 일하는 소감이 어때?”

린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오늘만 기다렸어요.”

나세도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

“저도요!”

그러자 봉만두가 대답을 이어 갔다.

“형님, 저도 된장찌개만 기다렸습니다.”

“저는 라면요.”

“저도 라면.”

“그러니까 다들 내가 해 주는 점심 저녁을 기다렸다 이 말이야?”

“당연하죠.”

“사장님, 그거 맞아요.”

“형님, 오늘 점심시간이 기다려집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고, 산하는 세 사람을 둘러보며 침울한 척했다.

“……사장은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왜요?”

“우리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맞습니다. 형님.”

“목 빠지게 기다리는 단골은 외면하고, 사리사욕 채울 생각만 했잖아. 이래서 서비스 제대로 되겠어? 오늘 오픈 안 한다?”

봉만두가 기겁했다.

“안 돼요. 형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형님 요리를 먹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는 거 아시면서.”

“맞아요. 우리 진짜 열심히 해요.”

“저도요!”

“뭐가 이렇게 진지해? 농담인데. 자자, 오늘 저녁 메뉴는 시식회 겸 라면이니까, 다들 파이팅하자.”

“앗싸! 파이팅!”

“아자! 드디어 라면이다.”

“형님, 최곱니다.”

* * *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입니까? 다들 전자 결재 중인데, 우린 왜 이 모양이죠?”

“그야 보스가 아직 전자 결재는 못 믿겠으니, 당분간 수기 결재로 하자고 하셔서 그렇죠.”

엘리엇 올슨은 황당하다는 듯 양손을 좌우로 펼쳐 보였다.

“……내가!? 내가 그랬다고 했습니까?”

“예, 보스.”

“그럴 리가, 난 그런 적 없는데, 아무튼 다녀올 테니 중요한 사안만 보고하세요.”

“보스! 절대 안 됩니다. 중요한 사안이 한두 건이 아닌데, 자리를 비우시다니요. 이사회에서도 말이 많을 거예요.”

“말 많이 하라고 그래요. 내가 일만 하는 노예도 아니고, 돈 쓸 시간이 없어요. 이게 사람이 사는 겁니까?”

“그래도 다들 부러워하지 않습니까? 전 세계 부호 7위에…….”

“그놈의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하고 싶은 것도 못하는데, 아무튼 조용히 이동할 테니까,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세요.”

“보스, 그건 진짜 곤란합니다. 보스 움직임을 모든 곳에서 주시하는 거 아시잖습니까? 보스 때문에 주가가 요동칠 게 분명합니다.”

“난 모르겠으니까, 다녀옵니다.”

“그래서 보스, 외국에는 대체 왜 가시는 건데요? 그 외국이란 건 또 어디고요? 혹시!?”

“혹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라도 떠오르신 겁니까?”

엘리엇 올슨이 돌연 미소를 지었다.

“아이디어? 이제야 눈치채는군요. 비서가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아니, 그럼 진즉 말씀하시죠.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이사회에도 그렇게 얘기해 놓겠습니다.”

“……크흠, 비밀로 하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어서.”

“무슨 말씀을요. 보스가 평생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일구신 게 얼마나 많은데요? 이번엔 세계 부호 1위에 등극하시는 겁니까?”

“그놈의 순위에 집착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요?”

“그래도 순위라는 건 짜릿하니까요.”

“……말을 말아야지. 아무튼 다녀옵니다. 웬만하면 쉿 하세요.”

“이사회에 말은 해야죠.”

끙하고 앓는 소리를 내던 엘리엇 올슨은 비서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보스, 왜 그러십니까?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묻었어요.”

“아, 죄송합니다.”

비서는 황급히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졌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묻었습니까?”

“고집이 묻었어.”

“네?”

“자네를 어쩌자고 뽑아서 이 고생인지 모르겠어요.”

“일 잘할 것 같아서 뽑으셨다고 하셨는데요?”

“암, 일은 잘하죠. 일을 너무 과하게 잘해서 탈이지만.”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하던 비서가 묻는다.

“그럼 보스 언제쯤 어디로 가실 계획입니까? 일정상으로는 다음 달이 좋을 것 같은데요. 수행원도 꾸려야 하고요.”

곰곰이 생각하던 엘리엇 올슨이 답했다.

“다음 달? 그거 괜찮군. 아주 괜찮아요. 스케줄에 맞게 알아서 준비해 주세요. 행선지는 그때 가서 알려 줄게요.”

“알겠습니다. 보스. 사전 준비 시작하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내일은 집 앞에서 대기할 필요 없어요.”

“네?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그게 아니라, 내일은 뒷좌석에서 혼자 조용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요. 아까 아이디어 얘기했으면서 이걸 못 알아들어요? 그 시간이 머리가 제일 잘 돌아가는 거 알죠?”

“……어, 뭐 정 그러시다면 회사로 바로 출근하겠습니다.”

“그래요. 이건 고집을 안 피워서 좋군요.”

“이게 다 보스를 위한 겁니다. 보스께서 제 인생을 구해 주셨듯이, 저도 보스를 위해 충성을…….”

“쉿! 그 얘긴 그만하도록 해요.”

“예, 보스.”

다음 날.

초고층 빌딩 상부의 CEO 집무실.

비서는 출근하자마자 엘리엇 올슨을 만나러 왔다. 한데, 이 시간이면 늘 창가에 서서 커피를 마시던 보스가 안 보였다.

어딜 가신 거지?

볼일 보러 가셨나?

하나, 십 분이 지나도록 보스는 보이지 않았다.

뭐지?

그는 바로 보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 들려왔다.

이럴 수가!

보스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오다가 사고라도 나신 건가?

아니지, 사고가 났는데 이렇게 잠잠할 리가 없어.

게다가 엘리엇 올슨의 승용차는 방탄차였고, 늘 경호원이 동행하곤 했다. 그래서 그는 교통사고를 생각에서 소거해 버렸다.

그럼, 어디가 아프신가?

아냐, 어제만 해도 멀쩡하시다 못해 팔팔하셨는데.

건강검진도 주기적으로 받으시고.

그럼 늦잠이라도 주무시는 건가?

하긴, 요즘 과로하시긴 했지.

아, 이런 바보.

운전사에게 전화해 보면 될 것을.

그는 곧바로 운전사에게 전화해 봤으나 마찬가지로 전화가 꺼져 있었다. 불길함을 느낀 그는 경호원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화들짝 놀란 그는 CEO 집무실을 뛰쳐나가려다가 멈칫했다.

가만, 어제 그 이야기, 설마…….

그는 집무실 책상으로 이동했다. 책상 위에 작은 메모지가 보였다.

<잠시 쉬고 올 겁니다. 중요한 건 이메일로 보내고, 당분간 찾지 마세요.>

메모지를 든 채 부들부들 떨던 그가 소리 질렀다.

“보스!!!”

그 시각.

엘리엇 올슨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주 좋아.

제대로 됐어.

그는 운전기사와 경호원을 비롯해 측근에서 움직이는 모두에게 사전 작업을 해 두었다.

그중 제일 중요한 작업은 휴대폰 꺼 두기였다.

비서가 알아채기라도 하면 미식 여행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었다.

거참, 이렇게 혼자 여행 가는 게 정말 얼마 만이야?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신나는구만.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그는 이번 여행을 위해 각계각층의 요직에 앉은 지인들에게도 부탁했고, 이렇게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비행기 승무원이 엘리엇 올슨을 훔쳐보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인 데다, 퍼스트 클래스를 혼자 전세 낸 이가 누구인지 궁금해서였다.

엘리엇 올슨은 모자를 푹 눌러쓰며 창밖에 시선을 주었다.

한국에선 다들 잘 모르겠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 * *

산하는 새봄과 함께 본가에 들렀다. 곱게 차려입은 그녀가 심장 부근에 손을 가져갔다.

“너무 긴장돼요.”

“에이, 긴장하지 말라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 자, 들어가자.”

산하는 대문을 잡아당기려 했다.

“잠깐!”

“?”

“10초만요.”

숨을 크게 내쉬던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요.”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인 산하가 새봄의 손을 꼭 잡았다.

“봄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내가 꼭 지켜 줄 거니까, 마음 편히 먹어.”

“정말이죠?”

“그럼, 당연하지. 지금 의심하는 거야? 와, 서럽다. 서러워.”

그녀는 그의 장난에 긴장이 살짝 풀렸다.

“산하 씨도 참. 들어가요.”

“알았어. 연다?”

“네.”

이내 마당으로 들어선 새봄은 꼬리 치는 강아지를 발견했다.

“어머, 귀여워라. 얘가 따릉이에요?”

“응, 이쁜 건 알아 가지고, 꼬리 흔드는 거 봐라.”

“그냥 산하 씨 보고 반가워서 그러는 거 같은데요?”

“아냐. 봄이 네가 너무 이뻐서 그런 거야. 아무튼 들어가자.”

“네.”

산하가 현관문을 열며 소리쳤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 왔어요.”

장순희가 주방에서 급히 뛰쳐나왔다.

“왔어? 아이고, 어서 와요. 그때 보고 처음이죠?”

“네,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아이구 그럼, 안녕하지. 잠시만 기다려요. 다 돼 가요.”

“어머님, 제가 뭐 도와드릴…….”

“그런 말 말아요. 자자, 저기 편히 앉아 있어요.”

그때, 박상태가 안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오늘 아들이 데려온다는 며느릿감 때문에 밤잠을 설쳤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왔어요? 우리 구면이죠? 오느라 고생했어요.”

그때였다.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윤정이 뛰쳐 들어왔다.

“엄마, 아빠! 작은 오빠 새언니…… 가 벌써 오셨네? 언니 하이.”

“안녕하세요?”

“에이, 언니도 참.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럴까?”

“그럼요. 우리 예전에 얘기도 하고 그랬잖아요. 우와, 그런데 언니 오늘은 더 이쁘다.”

“와, 역시 너도 별수 없구나?”

“내가 뭐?”

“이 환상적인 미모 앞에서는 너도 진실을 말한다 이 말이지.”

새봄은 당황하여 산하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예비 시댁에 와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산하 씨.”

산하는 그걸 모른 척하며 입을 열었다.

“봄아. 서 있지 말고 앉으라니까. 아버지 우리 봄이 이쁘죠?”

박상태는 며느릿감이 아주 마음에 든 듯 흡족한 얼굴이었다.

“그래, 아주 이쁘구나. 편히 앉아요.”

“그래도 어머님 일 조금 도와드리는 게.”

“아, 그러면 안 되죠. 귀한 손님인데. 손님이 일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언니 편히 있어요. 엄마는 내가 도울게요.”

윤정은 방에 짐을 가져다 놓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좌불안석으로 식탁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윤정이 묻는다.

“언니, 우리 오빠가 뭐라고 하면서 꼬셨어요?”

“네? 아니 그게…….”

“말 안 해도 괜찮아요.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으니까. 하여간에 박산하 눈 안 높다더니, 눈이 하늘 끝에 닿아 있었네.”

“어쭈? 박윤땡. 너 뭔가 오해하나 본데, 우리 둘이 좋아서 사귄 거야.”

윤정은 윤땡이라는 호칭에 뿔이 났다.

“아아, 그러세요? 그렇게 말하시겠지. 뻥 치고 있네.”

“너 조금 이따가 따라와.”

“왜? 뭐? 어쩌게? 때리게?”

“방 빼게.”

윤정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말했다.

“오빠아, 내가 잠시 실성했나 봐. 요즘 서재가 생겨서 살맛 나는 거 있지?”

산하는 그녀의 빠른 태세 전환에 어이없어했고, 새봄은 이 집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한참의 시간이 더 흘렀다.

새봄은 승용차 보조석에서 신나게 말했다.

“아버님도 어머님도 너무 좋으신 분 같아요. 아가씨도 마찬가지고요.”

“오? 아가씨? 우리 봄이 입에서 그런 호칭이 술술 나올 줄이야.”

“버릇 들여놔야죠. 그런데 왜 아가씨 보고 박윤땡이라고 불러요?”

“아, 그거? 그냥 별명이야.”

“어떻게 생긴 별명인데요?”

“……어, 그게.”

“좋아요. 이건 민감한 사안 같으니까 묻어 둘게요. 그건 그렇고 들어갔다가 가요.”

“안 그래도 인사드리고 갈 생각이었어.”

이내 두 사람이 윤주상의 자택 현관으로 들어섰다.

“아빠, 우리 왔어요.”

“오호라, 새색시 윤새봄 씨가 오시는구만.”

“아빠!”

“아이고 귀청이야. 사위 미안하네. 이런 말괄량이를 감당할 수 있겠나?”

“아빠아?”

“아, 알았다. 알았어. 그래, 인사는 잘 드렸고?”

“네, 아빠. 다들 좋으신 분이에요. 처음엔 긴장했는데, 마음 편해졌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상견례 날짜는 언제로 하면 좋으려나? 안사람이 없으니 원, 이것도 고민이구만.”

윤주상은 흐뭇하게 웃으며 딸과 예비 사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라일락푸드를 함께 일궜던 와이프를 떠올렸다.

돌연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신 보고 있어?

우리 딸 곧 결혼해.

우리 봄이가 어느새 저렇게 컸어.

“아빠, 갑자기 왜 그래요?”

“응? 아니다.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자, 다들 앉자.”

세 사람은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아 한참이나 담소를 나누었다.

* * *

옐로우 마트 대표의 아들 윤수열은 골목 모퉁이에서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하산해 요리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기가 하산해 본거지란 말이지?

아버지는 내가 은성식품으로 갈 줄 아셨겠지만, 천만의 말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지.

두고 봐, 반드시 거래 뚫는다.

그는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그의 옆에서 같이 얼굴을 내미는 외국인 사내가 있었다.

깜짝 놀란 윤수열이 그에게서 멀어지며 묻는다.

“뭐, 뭡니까?”

미국 길거리 어디에서나 흔히 볼 법한 차림새의 외국인이 미소 지었다.

“아, 실례했습니다. 혹시 영어 할 줄 아세요? 뭐 좀 물어보려고요. 저기가 하산해 요리 전문점입니까?”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의 질문에, 윤수열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본능적으로 유창한 영어가 튀어나왔다.

“딱 보면 몰라요?”

“네, 모릅니다. 저는 여기가 처음이거든요.”

“아 참, 외국인이지. 발음이…… 미국 본토에서 오신 거 맞죠?”

“네, 맞아요.”

“그쪽도 하산해 요리 먹으려고 오신 거예요?”

“맞습니다. 휘유, 사람이 진짜 놀랄 정도로 많네요. 이 정도는 예상 못 했는데.”

“이번에 미슐랭 사건 때문에 훨씬 더 늘어났다고 하네요. 저길 어떻게 입성하느냐가 관건인데.”

“한 12시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던데요?”

“어디서 옛날 정보 듣고 오셨네요. 지금은 그 정도 기다려서는 턱도 없답니다.”

“저런……. 쉽게 먹는 방법은 없습니까?”

“글쎄요. 저도 그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아무튼 저기 저 줄 따라가서 끝에서 기다리면 됩니까?”

“지금은 한참 늦었고요. 제가 알기로는 이따가 오후 세 시에서 네 시 정도부터 줄 서면 될 것 같은데요?”

“친절한 안내 감사드립니다. 여기 감사의 뜻으로…….”

엘리엇 올슨은 윤수열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 주고 자리를 떴다. 황당해하던 윤수열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누굴 거지로 아나? 딱 보면…… 어? 백 달러?”

그의 손에는 백 달러짜리 지폐가 한 장 놓여 있었다.

“뭐야 저 인간? 돈이 썩어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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