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403화 (403/445)

403화 일탈 (4)

산하가 식당을 오픈한 지도 사흘이 흘렀다. 그간 산하의 요리에 굶주렸던 손님들은 그야말로 떼거리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산하의 몸뚱이는 하나뿐이었고, 하루에 두 끼로는 그 많은 손님의 욕구를 채워 줄 수 없었다.

이 기회를 노려 이득을 보는 이는 주변 상인이었다. 그들은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산하의 손님들에게 간단한 먹거리를 팔았다.

종일 줄 서 있다가 엄한 것만 먹고, 정작 산하의 밥은 먹지도 못한 채 아쉬워하며 사라지는 손님.

산하는 그 모습을 볼 때면 괜스레 미안했다.

“형님, 뭘 그렇게 보십니까?”

“응? 아, 손님들. 오늘도 허탕 치고 가시는 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조금 그렇긴 하죠? 저도 괜히 미안하더라니까요.”

“그래? 봉만두 사람 됐네?”

“어!? 형님, 저 원래 이런 사람인데요?”

“뻥 칠래? 뺀질뺀질한 봉만두는 어디 가고?”

“그 봉만두는 아주 옛날옛적에 죽었습니다.”

“그래? 그럼 죽었나 안 죽었나 확인도 할 겸, 한 이틀 정도 너랑 나랑 둘이서 세끼 팔아 볼래?”

봉만두가 기겁하며 물러선다.

“형님, 제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습니까? 단둘이서요?”

“그래.”

“……에이, 농담이시죠? 둘이서 어떻게 해요? 나세랑 린다는요?”

“봉만두 죽었나 안 죽었나 봐야 하는데, 나세랑 린다는 왜 집어넣어?”

“형님, 옛날 봉만두 아직 안 죽었습니다. 부활했어요.”

“네가 신이냐? 죽었다 살았다 하게?”

“그러게요. 형님만 알고 계세요. 제가 사실 전생에…….”

그때, 퇴근 준비를 마치고 나온 나세와 린다가 맑게 웃었다.

“두 분 그 모습 오랜만에 보네요.”

“그러게요. 오늘은 또 왜 싸우세요?”

봉만두가 두 사람에게 방금 있었던 대화를 전해 주었다.

“세끼요? 그거 우리도 할래요.”

“맞아요. 실망하고 터덜터덜 걸어가시는 손님 보면 마음이 다 아프더라고요. 우리, 세끼 이벤트 해요.”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식당 직원은 잘 뽑았다니까. 봉만두 빼고.”

“형님! 저도 세끼 이벤트 대찬성입니다.”

“그래에? 알고 보니 봉만두도 잘 뽑았네?”

“헤헤, 그렇죠?”

“라고 할 줄 알았냐? 받아라! 응징의 메아리.”

“아악, 봉만두 살려!”

두 사람은 언제나처럼 정을 주고받았고, 나세와 린다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기만 했다.

한편, 엘리엇 올슨은 오늘도 맛집 도전에 실패했다. 그는 자괴감 섞인 표정으로 호텔 방 침대에 누워 중얼거렸다.

이건 말도 안 돼.

무슨 이런 맛집이 있어?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다고?

내가 어? 어제보다 더 일찍, 몇 시부터 줄 섰는데? 그걸 못 먹는다는 게 말이 돼?

내 시간이 얼마나 귀한 줄 알아?

이럴 수는 없어.

2년 만의 소중한 황금 휴가가 이렇게 송두리째 날아가다니.

그래, 절대 안 돼.

내일은 기필코 더 일찍……

아냐, 너무 피곤한데?

며칠 쉬고 다시 도전할까?

대리 줄서기도 안 되다니.

뭐? 돈이 많거나 적거나 공평하게 먹는 게 이곳만의 룰이라고?

그는 평소 같지 않게 많은 불만을 토로하며 베개에 고개를 처박았다. 그러다가 돌연 똑바로 누우며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했다.

한 며칠 정도는 쉬면서 다른 맛집이라도 다녀와야지. 시간도 아깝고, 스트레스받아서 줄 더는 못 서겠어.

* * *

산하네 요리 전문점 블로그에 이벤트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내일부터 이틀간 영업 시간이 늘어납니다.>

- 미쳤!?

- 오오오! 바로 이게 기회다.

-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

- 사장님, 바로 이겁니다.

- 예쓰!

-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하지만 다들 그만 오세요. 나도 좀 먹읍시다.

- 내 말이요. 제에발, 저도 한번 먹어 봅시다.

- 대체 무슨 맛인지 궁금해 미치겠어요. 이번엔 기필코 먹으러 갑니다.

- 저는 영업장 이틀 문 닫으려고요.

- 사장님, 나이샷! 마침 내일부터 휴가입니다. 이벤트 한 끼는 나의 것이죠.

- 지금 텐트 치러 갑니다.

- 이 사람들 아직 배 덜 고팠나 보네. 댓글 쓸 시간이 어딨어요.

- 그러는 댁은요?

- 전 이미 줄 섰습니다. 이 근처로 이사 왔거든요.

- 쩐다.

이틀 후.

산하의 깜짝 이벤트에 수많은 사람이 호응했다. 하지만 엘리엇 올슨은 떡갈비를 먹고 있었다.

으흠, 좋아. 마침 이 맛이 그리웠단 말이지.

이렇게 맛있는 걸 놔두고, 왜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했나 몰라.

지가 맛있어 봐야 이런 것보다 얼마나 더 나으려고.

그래,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을 거야.

오히려 입맛에 안 맞아서 실망할 수도 있어.

미슐랭 검증단이 오버해서 호들갑을 떤 게 분명해.

그는 한정식집에서 나 홀로 미식을 즐기며, 자기 합리화를 시도 중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비서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잠잠하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고집쟁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 엘리엇 올슨은 꺼 두었던 휴대폰을 켰다. 곧바로 문자 수십 통이 날아들었다.

[보스!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보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발, 전화라도 켜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럴 수는 없습니다. 보스, 이런 분이 아니셨지 않습니까?]

[보스!!!]

[보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보필을 잘못해서 이렇게 떠나신 건가요?]

[보스, 제가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제발 답장이라도 해 주세요.]

[보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생각나신다면 바로 전화를…….]

[보스! 모두에게 숨기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저도 이제 책임 못 집니다.]

애원과 협박이 뒤섞인 문자.

엘리엇 올슨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번엔 내가 조금 심했나? 대체 뭘 이렇게 많이…… 응!?

그는 문자를 휙휙 넘겨보다가 마지막 문자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보스가 어디로 가셨는지 알아냈습니다.]

뭐야? 어떻게 알았지?

황금 휴가도 종지부인가?

뭐,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제법 흐르긴 했어.

그래도 목적은 달성하고 가야지. 하산해 레스토랑이 갑자기 문을 닫고 그러진 않겠지?

내일 또 가야 하니까, 정보나 캐 볼까?

그는 곧장 휴대폰으로 산하네 요리 전문점 블로그에 접속했다.

줄을 서던 와중에 다른 손님과 대화하다가 알아낸 곳이었다. 그가 웹브라우저의 번역 버튼을 누르자 모든 게 영어로 표시되었다.

가만있어 보자.

뭐!?

이벤트!

이런 망할!

* * *

산하네 요리 전문점에 취직하고 싶어 하는 이는 수없이 많았다. 단골들은 산하네 요리 전문점의 정직원이 되어 매일 된장찌개 먹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아르바이트 자리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직원 식사 시간에 산하가 손수 만든 음식이 제공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취업 경쟁에 뛰어든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옐로우 마트 대표의 아들 윤수열이었다.

산하는 최근에 식당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를 올렸고, 그도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흐흐, 나 정도 이력서면 바로 뽑겠지?

명문대에 2개 국어 가능하잖아.

나 같은 엘리트가 어디 있어?

식당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지.

가만있어 보자, 내일쯤 통보해 준다고 했지?

윤수열은 자신이 합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보이시죠? 벌써 성과가 뚜렷합니다.

이 윤수열, 선물 가득 안고 가겠습니다. 기대하세요.

그 시각, 엘리엇 올슨은 자신의 비서와 마주 앉아 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요?”

“보스, 지금 그게 저한테 하실 말씀입니까?”

비서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고, 엘리엇 올슨은 헛기침만 했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흐르던 그 순간, 엘리엇 올슨이 말을 꺼냈다.

“사실, 테스트를 한 건데,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군요.”

“?”

“앞으로 벌일 신사업을 도울 역량을 체크해 본 건데, 능력은 인정되지만, 눈치는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보스…….”

“뭡니까?”

“신사업 하실 분이 길거리 음식 사 드시면서, 하산해 식당 근처에서 매일 기다리셨습니까?”

“!?”

“제가 모를 줄 아셨죠?”

“대체 어떻게 그것까지?”

“역시, 거짓말이셨군요. 저는 보스가 떠난 후 다각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보스가 여태 한 말에 정답이 숨겨져 있다 싶었죠. 그래서 보스가 최근 가장 자주 말한 단어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미슐랭이었습니다.”

“……이런.”

“보스는 미슐랭 검증도 통과한 요리를 먹고 싶어 하셨죠. 그래서 보스가 한국으로 날아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다음엔 하산해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 사람인지 체크했고, 사람을…….”

“지금 날 스토킹한 겁니까?”

“보스, 그런 표정 지으셔도 소용없습니다. 눈은 웃고 계시잖아요?”

“……들켰나요? 지금 우리 비서가 상당히 예민해진 것 같군요.”

“지금 안 예민하게 생겼습니까? 자리를 비운 지가 대체 며칠인지 아시긴 하시는 겁니까? 고작 요리 하나 드시려고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시다니요.”

“자자, 진정해요. 그전에도 말했지만 내게는 휴식이 필요했어요. 이런 게 내게는 휴식입니다.”

“하지만 보스…….”

“그만, 이제 그만 하세요.”

“그럼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건 안 되죠. 아직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어요. 며칠만 더 머무릅시다. 이번엔 기필코 먹습니다.”

“아직도 못 드셨던 겁니까?”

“…….”

* * *

윤수열은 서류 탈락 통보를 받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떨어졌다고?

내가 왜?

학벌부터 남다른 나를 떨어뜨린 이유가 뭐야?

속으로 불만을 토로하던 그는 상대방에게 따지듯 말했다.

“정말입니까? 제가 떨어졌다고요?”

봉만두는 늘상 겪는 일이기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체 제가 왜 떨어진 거죠? 뭐가 부족한 겁니까? 저보다 학벌 좋은 사람이 있어요?”

“물론 지원자님보다 학벌 좋은 분은 많습니다만, 우리 대표님은 학벌보다 다른 걸 보십니다. 이직을 단기간에 굉장히 자주 하셨더군요?”

“아, 아니 그건…… 경험을 많이 쌓기 위해서.”

“아무튼 이런 연락을 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그럼…….”

그가 전화를 끊을 분위기를 풍기자, 윤수열이 다급히 말했다.

“자, 잠깐! 그럼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자리는 안 됩니까?”

“아르바이트요? 물론 지원서를 받고 있긴 한데, 아르바이트하시려고요?”

“네, 물론입니다.”

“음……. 그럼 넣으신 이력서로 아르바이트 쪽에도 넣어 두겠습니다.”

잠시 후, 통화를 종료한 봉만두는 근엄한 표정을 풀었다.

“와, 봉만두 연기 잘한다. 어떻게 말투랑 목소리가 이렇게 달라지냐? 아는 피디님 있는데, 소개해 줄까? 드라마 한번 찍어 보는 거 어때?”

“진짜요?”

“뻥이지.”

“형님 너무하십니다.”

“전혀 안 너무한데?”

“……아무튼 형님 들으셨죠? 이 사람 아르바이트라도 시켜 달라는데요?”

“이력서 이리 줘 봐.”

산하는 윤수열의 이력서를 가만히 살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면 다른 곳에 취직 잘 될 텐데. 이직 주기가 너무 짧아서 그렇지.”

“이게다 형님 요리 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팬일 수도 있고요.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굉장히 간절하던데요? 뭔가 사연이 있나 봐요.”

산하는 실패만 거듭하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그 당시의 간절함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간절하다니까 또 마음 약해지네. 그럼 아르바이트니까 일단 한번 뽑아 봐?”

“네, 형님. 어차피 교통정리나 설거지 정도 할 테니까요. 갑자기 그만둬도 큰 상관은 없죠.”

“그래, 그럼 이 사람은 아르바이트로 가자. 일 잘하면 정직원으로 채용하면 되지. 이따가 이 사람한테 한번 보자고 해.”

“네, 형님.”

이날 오후.

윤수열은 아르바이트 면접 통보를 받고 만세를 불렀다. 왠지 모를 쾌감까지 느끼던 그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나 왜 이렇게 좋아해?

고작 식당 아르바이트 면접 보러 오라는데.

아, 몰라. 일단 호랑이 굴에 들어가기는 성공!

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하산해라면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이 윤수열! 반드시 해냅니다.

* * *

창식은 경호원 일을 몇 달 전에 관두었고, 산하네 요리 전문점 근처에서 닭꼬치를 팔고 있었다.

한때, 닭꼬치 맛집으로 불렸던 그의 손맛은 아직 죽지 않았는지, 손님이 꽤 몰리고 있었다.

“네, 손님, 또 오셨네요? 어떤 맛으로 드릴까요?”

그는 조금 어설픈 영어로 손님에게 물었고, 엘리엇 올슨은 순한 맛을 골랐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창식은 양념을 바르고 닭꼬치를 포장하면서 엘리엇 올슨을 힐끔거렸다. 다년간 경호원으로 일한 그의 촉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꼭 미국 동네 아저씨 같지만, 뭔가 달라.

그는 그가 경호했던 요인들과 비슷한, 아니 그들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묘한 느낌을 엘리엇 올슨에게서 느꼈다.

일종의 위압감이라고 해야 할지, 정확한 용어는 없었지만 창식에게는 그런 감이 있었다.

요인과 비슷한 부류에서 느껴지는 그 아우라가 손님에게서 느껴지자, 창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야, 일 관뒀더니 이놈의 감도 맛이 갔나?

대충 봐도 맛집 찾아온 외국인 아저씨구만.

아니, 그래도 너무 이상한데.

이렇게 짜릿한 느낌은 산하 씨 이후로 처음이란 말이야.

의아해하던 그는 닭꼬치를 은박에 싸서 그에게 건넸다.

“다 먹어 봐도 이 집이 최고더라고요. 잘 먹을게요.”

엘리엇 올슨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닭꼬치를 사 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어느 텐트였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창식은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산하가 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 안녕하세요? 장사는 잘되나요?”

“그럼요. 여기 유동 인구가 얼만데요. 안되면 그건 진짜 장사 소질 없는 거죠.”

“그 말도 맞네요. 이따가 간식 드시러 오세요.”

창식은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활짝 웃었다.

“진짜요?”

“네, 당연히 진짜죠. 이렇게라도 은혜는 갚아야죠.”

“에이, 은혜는요. 그때, 산하 씨가 피했으니 망정이지, 전 한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전 일을 한 것뿐인데요.”

“한 게 없다니요. 아무리 일이라도 칼 든 놈한테 그게 쉽나요?”

겸연쩍어하던 창식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산하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창식의 허리 벨트에 빛이 어리고 있었다.

대박!

이게 웬 횡재냐?

저긴 뭐가 담겼을까?

궁금해하던 산하에게 창식이 말을 걸었다.

“아, 맞다. 깜빡했네요. 저기 저 앞에 외국인 손님이요.”

“외국인요?”

“네, 제 감이 조금 이상해서요.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한편, 엘리엇 올슨의 비서는 닭꼬치를 맛있게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흠, 보스. 이거 꽤 먹을 만하군요. 길거리 음식이라고 얕봤는데, 생각보다 훌륭해요.”

“굳이 이렇게 따라와야겠습니까?”

“보스, 보스는 혼자 몸이 아닌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경호원도 마다하시니, 귀국 전까지 보스는 제가 지킵니다. 이건 절대 양보 못 합니다. 방금 혼자 다녀오신 것도 위험했다고 봅니다.”

“코앞인데, 뭐가 위험해요? 여태 아무도 몰라보는데.”

“그래도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제가 간다는데 왜 못 가게 하십니까?”

한숨을 푹 내쉰 엘리엇 올슨이 말했다.

“그 고급 양복 차림새부터 어떻게 해 보고 말해요. 내 정체 들켜서 황금 휴가 망칠 일 있어요?”

“이건 저를 위한 게 아니라 보스를 위한 겁니다. 보스가 그런 차림새로 다니니까 다들 얕보지 않습니까?”

“……말을 말아야지. 고집도 이런 고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엘리엇 올슨은 닭꼬치 하나를 막 물어뜯으려 했다.

그때였다.

주변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엘리엇 올슨은 무슨 일인가 싶었고, 닭꼬치를 입에 문 채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순간, 누군가와 눈이 딱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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