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화 민원 (4)
각 부서를 담당하는 공무원 몇 명이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입니까? 하산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가게 이전을 결정해요?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했어요?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보란 말입니다.”
공무원 한 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청장님. 우리 쪽에서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동네 주민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쉬지도 않고 넣는데, 하산해 씨 편을 들 수도 없었고요. 실제로 소음이 꽤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아, 객관적? 아주 편한 생각이시군요? 하산해가 우리 구에서 어떤 존재인지 생각은 해 봤습니까?”
“우리 구의 자랑…….”
“바로 그겁니다! 우리 구의 자랑스러운 공인입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사람이에요. 한데, 하산해가 불편해서 이사를 간다? 다들 상상이 안 가요?”
공무원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중 한 명은 속으로 구청장을 쉼 없이 욕했다.
이 인간, 또 일 터지고 나서 우리만 닦달하네.
우리보고 뭘 어쩌라고?
“이 사람들이, 왜 또 말이 없어요? 홍보담당관, 한번 말해 보세요.”
“네, 구청장님. 제 생각에는 우리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산해 씨가 무얼 가장 불편해하는지 애로사항을 전해 듣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청장이 허탈하게 웃는다.
“지금 그따위 뜬구름 잡는 소리나 듣자고 내가 이러는 겁니까? 이렇게 답답하게 구니까 하산해가 우리 구를 떠나겠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 지자체고 뭐고 다들 하산해 데려가려고 난리인데, 생각이라는 게 없어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으라는 말이에요. 환경과, 이번 문제 소음 때문에 발생한 거 맞죠?”
“네, 구청장님.”
“이번 일 어떻게 해결할 겁니까?”
“…….”
“오늘 단체로 나 혈압 오르게 하려고 작정했어요? 왜 말을 안 해요?”
“저기, 구청장님. 민원이 들어오긴 했지만, 합의를 보고 끝날 거라 예상했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구청장이 비아냥거렸다.
“아, 합의? 합의한 결과가 이 모양이에요. 책상머리에 앉아서 펜대만 굴리지 말고,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거 아닙니까?”
주민 애로사항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관심도 없었으면서.
나쁜 새끼.
그는 속으로 불만을 토해냈지만, 겉으로는 머리부터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대책을 강구하세요. 다른 곳에서 뺏어가게 놔둘 겁니까?”
“아닙니다.”
“아니죠? 그럼 환경과에서 책임지고 이번 일 해결하세요. 알겠습니까?”
환경과를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이 흠칫했다.
“제, 제가요?”
“그럼, 누가 합니까? 내가 뛰어다닐까요?”
“아, 아닙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뛰어다니겠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당장 시작하세요. 만약에 하산해가 우리 구를 떠난다? 그때는 각오하세요.”
공무원들은 죽상을 하고 실내를 벗어났다.
잠시 후, 구청장실에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서울시장 최대영이었다.
“아이고, 시장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인사치레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뉴스 봤죠? 하산해 서울에 잡아 놓으세요.”
“네?”
“행정 처리를 어떻게 하길래 하산해가 가게를 이전한다고 합니까? 경기도고 뭐고, 데려가려고 난리가 났어요.”
“죄송합니다.”
“거 죄송하다는 말만 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해결하세요. 알겠습니까? 차라리 서울 내에서 옮기면 모르겠는데, 만약에라도 하산해 지방으로 뺏기면 가만 안 있습니다.”
“네, 시장님. 어떻게든 해결하겠습니다.”
* * *
환경과 업무를 총괄하는 구상일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지시만 내리던 구청장이 이제는 부서를 마구 들쑤시고 다녔다.
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환경과 공무원들은 사무실에서 내쫓기다시피 했고, 그 또한 나름 평화로웠던 얼마 전을 그리워하며 하산해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은 여전히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기자들이 대거 몰려와 진을 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만나기 힘들겠는데?
그럼 어쩐다.
민원 넣었던 주민은 전화도 안 받고.
그래, 일단 여론이 어떤지부터 파악해야겠어.
구상일은 하산해의 식당을 지나쳐 주거 지역으로 향했다. 소음 민원이 발생했으니,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듣기 위해서였다.
띵동-
“누구세요?”
“실례합니다. 구청 환경과에서 나왔습니다.”
“환경과요? 거기서 왜요?”
“하산해 씨 식당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로 방문했습니다.”
그가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인터폰이 꺼졌다.
뭐야.
사람 말은 들어 보지도 않고.
황당해하던 구상일이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던 순간이었다. 중년 여성이 대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소음 문제라고 하셨어요?”
“네? 네.”
“소음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요. 우리는 아주 잠도 잘 자고 잘살고 있어요.”
“네에?”
“그러니까 하산해 씨 안 떠나게 조치 좀 취해 보세요. 아니, 대체 뭐가 시끄럽다고 그 난리들인지 원.”
구상일은 당황했다.
민원이 계속 들어왔으니, 집집마다 나름의 불만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한데,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는 데다 하산해를 못 떠나게 하라지 않는가.
구상일은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서 질문했다.
“정말 안 시끄러우세요?”
“그럼요. 아주 쾌적해요.”
“……네, 잘 알겠습니다.”
그 후 구상일은 다른 집도 들러봤지만, 하나같이 살기 좋다는 말뿐이었다.
심지어 세입자까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는 통장을 찾아갔고, 전상필과 연결되었다.
“안녕하세요? 환경과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소음과 관련해서 아주 잘 알고 계신다고요?”
“네, 나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한테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이건 그냥 추측이긴 한데,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전상필은 뺄 건 빼고, 동림 리츠에 관한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니까, 부동산 시세 조작이라는 거죠?”
“네, 이놈의 투기꾼들이 벌인 짓인 게 틀림없어요.”
“혹시 증거도 있나요?”
“그건 아직…….”
“그러니까 정황 증거랑 심증만 있으시다, 이 말씀이시군요?”
“이건 도움이 안 되나요?”
“아니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 민원 해결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전상필의 자택을 벗어나며 눈을 빛냈다.
어쩌면 해결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어.
구청장이 더 난리 치기 전에 보고부터 해야겠다.
* * *
산하는 식당 영업을 끝내고 본가에 들렀다. 윤정이 산하를 보자마자 말을 걸었다.
“오, 박산하. 좀 쎄게 나오시는데?”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은, 그 정든 식당을 어떻게 떠나려고 그래?”
“남이사.”
“내가 남이야?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동생이지.”
“거기서 소중한은 빼자.”
“뭐래. 그래서, 어쩌려고 그래? 진짜 가게 이전 할 거야? 다른 곳에서 뭐 좀 쎄게 불렀어? 은성식품 쪽으로 갈 거야? 역시 박산하도 뭐 좀 퍼준다니까 어쩔 수 없구나?”
“이걸 그냥.”
윤정이 두 팔을 엑스자로 그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잠깐!”
“뭐?”
“우리 이제 다 큰 성인인데, 이러지 말자.”
“오, 박윤땡. 네가 웬일이냐?”
“뭐가? 나 원래 이런 사람이거든?”
“그럴 리가.”
“맞다고.”
“아니라고.”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우쒸! 그럼 아니라고 치고, 진짜 가게 이전하는 거야?”
“안 알려 주지.”
“야!”
그때, 산하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한옥 근처에 이웃으로 사는 전상필이었다.
“산하 씨, 통화 가능하십니까?”
“네,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구청 환경과에서 찾아왔어요. 이번 소음 민원 관련해서 정보를 얻고 싶어 한다길래, 제가 뺄 건 빼고 얘기해 줬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좋아하는 눈치던데요?”
“좋아해요?”
“네. 알려 줘서 감사하다고 하더니 신나서 가더군요. 아마 구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 봅니다. 설마 산하 씨가 떠난다고 할 줄은 몰랐나 봐요.”
“이제 슬슬 반응이 오긴 하네요.”
“그러네요. 역시 산하 씨는 천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예상하셨습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냥 짐작 조금 해 본 거죠. 아무튼. 예상대로 돼서 다행입니다. 아 참, 차량 블랙박스에 있던 그 영상은 잘 보관하고 계시죠?”
“네, 그럼요. 이건 어떻게 쓰시려고요?”
“아직 계획은 없는데,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요. 나중에 저한테 넘겨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는 전상필과 조금 더 대화를 나눈 후 통화를 종료했다.
“뭐야, 누군데? 반응? 예상? 짐작?”
“아, 이 염탐꾼 때문에 도로 가야겠다.”
“뭐야, 궁금하게. 나한테만 살짝 알려 줘.”
“그래? 그럼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알았어. 뭔데뭔데?”
윤정은 오빠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댔고, 산하는 크게 소리쳤다.
“박윤땡!”
화들짝 놀란 윤정이 소리를 질렀다.
“야!”
* * *
산하네 요리 전문점 근처에서 시위하던 사람 중 한 명이 산하를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사장님 계십니까?”
유나세가 방문자를 알아보았다.
“어? 그때 여기 앞에서……?”
“네, 이 앞에서 소음 문제로 시위하던 사람 맞습니다. 사장님 안 계십니까?”
“잠깐 2층에 가셨어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모셔올게요.”
“아닙니다. 금방 오시겠죠. 여기 앉아서 기다려도 될까요?”
“네.”
잠시 후 산하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사내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여긴 어떻게……?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네, 잠시 저랑 조용히 대화 좀 하실까요?”
“그러시죠.”
산하는 이놈들이 무슨 꿍꿍이인가 싶었다. 구청에서 움직이는 걸 알아채고 이러는 건가 싶었지만, 과거를 들여다봐도 별다른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라는 게 뭐죠? 혹시 소음 문제라면, 가게 이전은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만.”
사내가 손을 내저었다.
“아아, 그런 거 아닙니다. 저는 단지 대의 때문에 찾아온 겁니다.”
“대의요?”
“네, 산하 씨는 큰일을 하시는 분 아닙니까? 국익에 도움도 되고요. 제가 며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못 할 짓을 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떠나신다고요?”
“네, 조만간 이사를 갈 겁니다. 저랑 같이 참여했던 분들도 동의하셨고요. 그러니 염려 마시고 계속 영업하셔도 됩니다.”
산하는 그가 무슨 뜻으로 이 말을 하는 건지 단번에 파악했다.
이사 간다니까 똥줄이 탔겠지.
내가 떠나면 죽도 밥도 안 될 테니까.
어떻게든 날 붙잡아 놓으시겠다?
속으로 피식 웃은 그가 진지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제 결정은 이미 끝났습니다. 가게 이전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겁니다.”
그러자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보세요. 사장님. 저를 정말 나쁜 사람으로 만드실 겁니까? 이웃 주민들이 대체 왜 그런 짓을 했냐고 핍박해서 저도 괴롭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그냥 계속 영업하세요.”
“선생님, 저도 나름 공인입니다. 한번 내뱉은 말을 그렇게 쉽게 되돌릴 수는 없어요.”
사내는 그의 변함없는 태도에 당황했다.
와, 질긴 인간이네.
이 정도 말하면 못 이기는 척 들어먹을 줄 알았는데.
헛기침을 한 사내가 방법을 제시했다.
“아니, 그냥 시위하던 사람이 사과해서 마음 돌렸다고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제가 사과할게요.”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보도했고, 저 또한 주민들에게 폐를 끼쳐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괜찮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떠난다니까요?”
“아니요. 여기 사시던 분이 왜 떠납니까? 문제의 원인이 된 제가 떠나야지요.”
사내는 자기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낼 뻔했다.
뭐, 이런 벽창호 같은 인간이 다 있어?
아우 답답해.
돌아 버리겠네.
사장님 아시면 날 죽이려고 들 텐데…….
걱정하던 사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마시고, 제 처지를 봐서라도 다시 한번 재고해 주세요. 저 이번에 시위 한번 했다가 노이로제 걸렸습니다. 이웃들이 어찌나 가서 주장 철회하라고 성화인지.”
산하는 속으로 말했다.
이웃들이 아니라, 동림 리츠 사장이겠지.
다 알고 있어 이것들아.
사내는 산하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종래에는 애원하듯 말했다. 하나 산하는 끝끝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참 후.
“어떻게 됐어?”
“그게…….”
“말 똑바로 안 해? 너 내 성미 몰라?”
“죄송합니다. 계속 설득했지만, 가게를 이전하겠답니다.”
“뭐야!? 이 새끼야.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계속 가게를 이전하겠다고 해? 너 나 몰래 무슨 다른 짓 한 거 아니야?”
사내가 손을 내저었다.
“제가요? 절대 아닙니다. 저 정말 사장님이 시키신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산해가 가제를 이전해?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내가 회사 좀 안정됐다고 오냐오냐 믿고 맡겼더니, 일을 이따위로 해?”
“사장님, 전 진짜 최선을 다했습니다.”
“닥쳐 이 새끼야. 이번 일 엎어지면 너도 죽는 거야. 큰손들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가서 빌건 사정을 하건, 어떻게든 가게 이전은 막으란 말이야!”
동일 리츠의 대표 엄대식이 불같이 화를 내자, 사내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당장 가서 처리해. 기한은 나흘이야. 지금 우리가 매입한 부동산 가격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 알지?”
“네, 사장님.”
“여기서 더 잘못되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
“알았어, 몰랐어?”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이 아니라 결과물을 가져와. 알아들어?”
“네, 사장님.”
“안 되면 협박을 해서라도 말을 들어 처먹게 하란 말이야. 이 모자란 새끼야.”
엄대식은 부하 직원을 걷어찼고, 사내는 고개를 숙였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 * *
산하네 요리 전문점 근처에서 시위하던 이들이 산하를 번갈아서 찾아왔다. 그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산하에게 영업을 지속할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산하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사내는 계속해서 다른 방법으로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동일 리츠의 직원은 다급해졌다. 이제 최후의 방법은 협박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 이걸 느끼게 해 주면 마음을 돌릴지도 몰라.
그러니까 좋게좋게 말할 때 들어 처먹었어야지. 꼭 폭력을 쓰게 만들어요.
가만 있어 보자.
하산해 곁에 덩치 큰 놈이 하나 붙어 다니던데.
이놈을 어떻게 떼어놓는다?
그는 하산해가 유도 실력을 선보였던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저 쇼 정도로 생각했다.
한편, 환경과 책임자 구상일은 산하와 만났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제 영업 때문에 시끄러운 건데요.”
잠시 인사말을 주고받던 구상일이 본론을 꺼내려 하던 그때, 산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음이야 제가 이미 발표한 사실이 있고, 혹시 제 영업장 이전 때문에 오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문제는 해결해 드릴 테니, 계속 여기서 영업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글쎄요.”
산하가 딱 잘라서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자, 구상일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구청에서 어떻게든 불편함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그게 구청에서 잘될지 모르겠네요. 제가 이번에 식당 단골들에게 이상한 소문을 들은 게 있어서요.”
“이상한 소문이요?”
“네, 이번에 민원 넣은 분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건 저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산하 씨도 알고 계셨군요? 그건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경찰 측과 협조해서 증거를 찾을 계획입니다.”
“제가 주민분들의 협조를 얻어서 증거를 확보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