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423화 (423/445)

423. 돌아가기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

외전 2화. 기억나요? (2)

“내가 한 번만 부르라고 했지?”

“지금 그게 중요해? 쓰레기 같은 인간이 드디어 구치소 수감됐는데.”

산하는 그녀가 말하는 인간이 고 회장임을 알아들었다.

“난 또 뭐 별다른 뉴스라고.”

그의 미지근한 반응에, 윤정이 숨도 안 쉬고 랩 하듯 말을 내뱉었다.

“아, 뭐야. 김새게. 반응이 왜 그래? 드디어 우리 집안 망가뜨린 더러운 놈이 감방에 가게 생겼는데. 그 영감탱이 아주 그냥 차가운 감방 바닥에서 개고생을 해 봐야지. 어떻게 그런 짓을 해 놓고도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 내가 진짜……,”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낀 산하가 외쳤다.

“박윤땡! 그 입 다물어.”

“왜 남의 입을 마음대로 닫으래. 그거 CEO 직업병이라고, 아주 나쁜 버릇이야. 이래라저래라 명령질 자꾸 하면 나도 가만…….”

“닥쳐!”

“못 닥쳐!”

“이러려고 전화했냐?”

“그래, 이러려고 전화했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아주 그냥 못돼 처먹었어.”

“네 오빠가 왜 하나뿐이야?”

“둘째 오빠는 하나뿐이야.”

“역시 넌…….”

“넌 뭐?”

“돌아이야.”

“뭐래, 그래서. 이 빅 뉴스에 왜 그렇게 시큰둥해?”

“글쎄다. 쇼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러지.”

“쇼? 무슨 쇼?”

“그건 알아서 잘 생각해 봐.”

“아, 뭔데뭔데. 궁금해서 눈 튀어나오겠네.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라도 있어?”

뚝-

윤정은 갑자기 통화가 끊긴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 이 인간이. 또 먼저 전화를 끊었어? 두고 봐. 그런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고중섭 회장, 구치소 수감.>

<재계의 산증인, 차가운 독방으로.>

- 재계 산증인 같은 소리 하네.

- 오 범털 드디어 콩밥 먹나요?

- 휠체어 쇼 하면서 질질 끌더니, 잘됐네.

- 시위하러 갔던 보람이 샘솟는다. 오늘은 치킨 각.

- 보나 마나 또 독방에서 편안하게 쉬다가 나오겠지.

- 설마요.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지 않아요?

- 하여튼 나쁜 새끼들은 뻔뻔하다니까.

- 자기 지은 죄 발뺌하더니. 꼴 좋다.

- 이제 그놈의 임직원 탓, 아들 탓 못하겠죠?

- 뭐, 대놓고 남 탓한 건 아니잖아요. 자기가 다 안고 가겠다고 했지.

- 그게 그거죠. 난 아무것도 몰랐다고 발뺌하는 거잖아요.

- 죄송하다면서 즙 짜던 거 보니까 토악질 나올 뻔했어요.

- 저도요. 일탈이라니. 그걸 누가 믿음?

- 딱 살아온 꼬락서니가 소시오패스 같은데.

고 회장은 아직 미결수 신분이었다. 하나, 형 확정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자신의 오빠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게 다 쇼라고?

설마…….

한편, 산하는 신혼집에 도착했다. 그의 품에는 축복과 행복을 뜻하는 포인세티아 꽃다발이 안겨 있었다.

하나, 그는 잠시 정원에 멈춰서서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고 회장이 어느 정도의 형량을 받을지 궁금해서였다.

여론을 무시하지는 못할 텐데.

설마, 집행유예를 때리려고.

그럼 정신 나간 거지.

그런데 왠지 모르게 판결이 별로일 것 같단 말이지.

고 회장 정도면 여기저기 뿌려 놓은 씨앗이 많을 테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거 아닌가?

특별 법안에 구멍도 많고.

지금까지 사법부에서 한 짓 보면, 영 찝찝하단 말이야.

“산하 씨?”

퍼뜩 정신을 차린 산하가 고개를 들었다. 행복한 표정의 와이프가 보였다.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그 꽃다발 나 주려고 사 온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내가 꽃다발 줄 사람이 윤새봄 말고 어디 있어?”

그는 조금 전까지의 생각을 떨쳐 버리고,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 꽃다발을 내밀었다.

“진심으로 축하해, 오늘은 너무 설레서 잠도 못 잘 것 같은데?”

“정말 그래요?”

“당연하지. 이거 안 받을 거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외롭던 시간을 지워 준 남자, 그 남자는 오늘도 무척이나 진심이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 내가 고맙지. 그래도 언제나 내 우선은 윤새봄이야. 알지?”

새봄은 말없이 산하를 꼭 껴안았다. 그의 품은 무척이나 포근했다.

그 따스함을 느끼던 그녀의 입이 열렸다.

“나도 그래요.”

그렇게 두 사람은 정원에서 한참이나 포옹하고 있었다. 찬 바람이 불고 나서야 산하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춥다. 들어갈까요? 윤새봄 씨.”

“그래요.”

“내일은 더 일찍 와야겠다.”

“지금 보다 더 일찍 오면 사람들이 흉봐요.”

“뭐 어때, 남들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혹시 몰라요. 팬들은 피해 본다고 생각할지도.”

“안 그래, 우리 팬들도 축복해 줄 거야. 아 참, 우리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자.”

“알았어요.”

산하는 곧장 장인어른과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받으시네. 일하느라 바쁘신가. 잠깐만 어머니한테 해 볼게.”

이내 신호가 몇 번 더 가기도 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장 여사님, 우리 봄이 임신했대요.”

“진짜?”

상대방의 대답에 산하가 인상을 구겼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아니, 진짜냐고. 언니 임신했어? 나 조카 생기는 거야?”

“그래.”

“오오오! 그런 거였구나. 그런 거였어. 그래서 그런 거였어. 이런 것도 모르고, 어디 돈벼락이라도 맞는 건가 싶어서 인터넷만 열심히 찾아봤네. 어쩐지 딱 일치하는 게 없더라.”

“무슨 소리야? 너 또 헛소리하려고 그러지?”

“어쭈? 자꾸 이러면 얘기 안 해 준다?”

“뭔데?”

“내가 얼마 전에 꿈을 꿨는데 말이야.”

“꿈?”

“어, 내가 밤하늘을 목이 부러져라 올려다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별이 막막 네온사인 켜 놓은 것처럼 엄청 반짝거리더니, 그중에 큰 별 하나가 뚝 떨어져서 내 품에 안기지 뭐야. 그거 눈도 못 뜰 정도로 밝았는데.”

“그래서, 다음은?”

“깼어. 하도 생생해서 아직도 기억나는 거 있지?”

“그게 다야?”

“그럼 뭘 더 바라는데?”

“하필이면 태몽을 네가 꾸냐? 아니, 이게 태몽이 맞긴 한 거야?”

“뭐!? 하! 필! 이! 면?”

“잘 알아들었네.”

“박산하, 집 앞으로 나와. 한판 떠!”

“이러니까 네가 아직 외로운 솔로인 거야. 선머슴을 누가 데려가냐?”

“뭐래, 어제도 나 번호따였거든?”

“뻥치고 있네. 뭐 영업하는 사람한테 따인 건 아니고? 보험 가입하라고 연락 온 거 아냐?”

“야!”

“왜!?”

새봄은 남편과 아가씨가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풉 하고 웃었다. 두 사람은 항상 티격태격했다.

그런데 그게 밉거나 보기 싫지가 않고, 너무나 정겨웠다. 둘 다 말은 저렇게 해도 항상 서로를 챙겨 주곤 했기 때문이었다.

“어우, 이 밉상. 끊어!”

뚝-

“어쭈? 이게 먼저 끊었네?”

“아가씨가 태몽 꿨대요?”

“뭐, 자기 말로는 태몽이라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꿈이 지금까지 기억나는 거 보면, 태몽 맞는 거 아닐까요?”

“그런가? 하늘에서 큰 별이 뚝 떨어졌다는데.”

“더 자세히 얘기해 봐요.”

산하는 조금 전 윤정에게 들었던 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와, 좋다. 우리 아기 태명은 아가씨 꿈에서 따오면 되겠다. 별이 어때요?”

“별이? 그거 좋네. 그래, 별이로 하자. 별아, 마음에 들어?”

산하가 배 속의 아기에게 묻자, 새봄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대신 답했다.

“네, 아빠.”

산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별아, 외할아버지한테 전화 드리자.”

“…….”

며칠 후.

상익이 붕어빵을 사 들고 운전석에 올랐다.

“형 오늘도 사람들이 그 얘기 하네요.”

“고 회장?”

“네, 저기 붕어빵 파는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뭐라고?”

“썩을 놈이 얼굴에 기름도 좔좔 흐른다고요. 붕어빵 사가던 손님들도 괴물이라고 한마디씩 했어요.”

“그래서, 네 얼굴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당연히 있었죠. 하산해 매니저 아니냐고 묻던데요?”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이렇게 말했죠. 제가 그렇게 닮았어요? 요새 그런 말 자꾸 들어서 피곤해 죽겠어요.”

“오, 강상익 웬일이야? 거짓말도 잘하네.”

“안 그랬다가는 난리 나잖아요.”

“난리 나는 정도가 아니고, 우리 집에 못 간다. 아 참, 팥 든 거만 사 온 거 아니지?”

“슈크림도 당연히 안 잊어먹었죠. 우리 형수님 드실 건데요.”

산하는 상익의 어깨를 툭 쳤다.

“자식. 고맙다. 가자.”

그때, 상익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 유리에 금이 갔네요. 언제 이렇게 됐지.”

산하는 운전석 쪽 유리를 바라보았다. 정말 좌우로 가로지른 금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찜찜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돌이라도 맞았나 보네. 가자.”

“네, 형.”

* * *

고 회장이 구치소에 수감된 지도 여러 날이 지났다.

그는 비참한 표정이었다. 자신만의 왕국을 세운 후로 단 한 번도 이런 곳에 오리라곤 상상해 본 적이 없어서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손자놈 때문에.”

그는 과거를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는 중이었다.

“이놈의 새끼들이, 찢어지게 가난한 놈들 출세시켜 줬으면 돈값을 해야 할 거 아닌가?”

도일 그룹 법무팀장이 고개 숙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룹을 이끌어가던 회장의 냉철함은 사라졌고, 분노와 저열한 감정이 그의 얼굴에 자리했다.

법무팀장은 평소 못 보던 그의 낯선 표정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 시선도 느끼지 못한 듯, 고 회장은 말을 이어 갔다.

“이 내가 이 꼴로 있어야겠나? 그놈들한테 전해, 이따위로 하면 나도 가만 안 있겠다고.”

“아마 여론을 의식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잠잠해지면 풀려나실 테니 염려 마십시오.”

“자네만 믿네.”

“네, 회장님.”

“이만 가봐.”

“그럼 부디 보중하십시오.”

접견을 마치고 독방으로 돌아온 고 회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일 그룹은 온갖 소송전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적이 너무 많았다.

많은 이가 자신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와 더불어 국민도 부정적인 말을 쏟아 내거나, 청원을 올리곤 했다.

제대로 된 처벌을 원한다던가.

그 결과가 구치소 수감 아닌가.

“빌어먹을 것들, 이 내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거늘, 배은망덕하기가 끝을 모르는구나.”

짓씹듯 중얼거리던 그는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느꼈다.

으음, 내가 왜 이러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나.

고개를 좌우로 흔든 고 회장은 초라한 침상에 가만히 앉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집행유예 정도로 끝내야 해.

어찌 일군 왕국인데, 이대로 무너지게 둘 수는 없어.

* * *

몇 개월이 더 흘렀다.

새벽 2시.

새봄의 눈이 번쩍 떠졌다. 허기가 잔뜩 밀려왔다.

갑자기 잠이 깬 그녀는 붕어빵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곁에서 곤히 자는 남편을 보니 깨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붕어빵…….

붕어빵이 먹고 싶은데.

이 밤중에 왜 이렇게 먹고 싶지.

그녀는 주방으로 나가 물을 마셔 봤지만 허사였다.

머릿속에는 붕어빵이 둥둥 떠다녔다.

심지어 지독한 허기까지 계속 몰려왔다.

그녀는 이 새벽에 붕어빵을 탐하는 이가 자신은 아닐 거라고 믿었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일어나 무언가를 먹는 취향은 없었기 때문이다.

“별아, 아빠 주무시는데. 어떡하지? 날 밝으면 먹자.”

그녀는 그 말을 마친 후 다시 산하 곁으로 가서 누웠다. 하나, 잠은 오지 않고 계속해서 붕어빵 생각만 났다.

그 갈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진하게 몰려왔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녀는 결국 결심하고 말았다.

새봄은 잠들어 있는 산하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산……하 씨?”

“…….”

“산하 씨?”

“으음…….”

그는 오늘따라 피곤한 건지, 아니면 깊게 잠이 든 건지 일어나지를 않았다. 눈을 또르르 굴리던 새봄은 혹시나 싶어 다른 호칭으로 불러보았다.

“여보?”

그녀의 부름에 산하가 눈을 번쩍 떴다. 흠칫 놀란 새봄이 눈을 크게 떴다.

“깼어요?”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던 산하가 말했다.

“응, 몇 시야?”

“새벽 두 시 넘었어요.”

“아직 밤중이네. 언제 일어났어? 잠이 안 와?”

“미안해요. 나 지금 붕어빵 먹고 싶어서 산하 씨 깨웠어요. 혹시 파는 데 있을까요? 없겠죠?”

새봄의 말투에는 민망함과 미안함이 잔뜩 섞여 있었다.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던 산하가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붕어빵? 그걸 뭐하러 사.”

새봄의 얼굴에 당황이 자리했다. 섭섭함도 함께였다. 그래도 임신으로 먹고 싶은 건데, 그걸 뭐하러 사냐니.

그 순간 산하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직접 구우면 되지. 우리 와이프 붕어빵은 내가 책임진다.”

뜻밖의 말에 새봄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라고요?”

“내가 오늘을 위해 붕어빵 틀을 사 놨지. 창고에 있어.”

“진짜요?”

“응. 혹시 몰라서 재료도 조금 준비해 놨어. 밤중에는 파는 곳이 없잖아.”

그녀는 남편의 사려 깊음에 놀라고 감동했다. 혹시 몰라서 붕어빵을 직접 구울 생각까지 했다니.

그때, 산하가 아내의 배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별아 잠깐만 기다려.”

“산하 씨, 미안해요.”

“미안하기는, 난 좋기만 한데. 그나저나 우리 별이는 다른 건 아예 찾지도 않고 붕어빵만 찾네.”

“그러게요. 난 이렇게나 좋아하진 않았는데, 참 신기해요.”

그는 붕어빵을 자주 사다 날랐지만, 새벽에도 새봄이 붕어빵을 찾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붕어빵틀을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잠시 후, 온실 내부.

분주하게 움직인 그는 버터를 바르고, 잘 달궈진 틀에 자신이 직접 만든 붕어빵 반죽을 하얗게 채웠다.

이내 그가 팥과 슈크림 소를 넣자, 새봄이 눈을 반짝였다.

“맛있겠다.”

“윤새봄 씨, 그렇게 좋으세요?”

“그럼요. 미슐랭 장인이 구운 붕어빵이잖아요.”

새봄은 정말 맛있겠다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져 나가던 그때였다.

“어머!”

그녀가 배를 잡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진통 있어?”

“그건 아니고, 별이가 발길질을 했어요. 얼른 먹고 싶은가 봐요.”

“그래?”

산하는 한 손으로 아내의 배를 만져 보았다. 정말 아이가 발길질하는 게 느껴졌다.

“별아, 아빠가 얼른 구워 줄게.”

잠시 후, 산하의 요리 솜씨와 제빵 솜씨가 함유된 붕어빵이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새봄은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산하 씨!”

“응? 왜? 맛이 이상해?”

“아니요. 최고예요. 너무 맛있어요.”

그녀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붕어빵을 맛있게 먹었고, 산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 *

겨울과 봄이 흘러갔다.

뜨거운 태양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던 무렵, 산하는 콘텐츠타워 설계 초안을 앞에 두고 동식과 대화 중이었다.

“여기 지하 수용 인원이 생각보다 별론데?”

“그래? 알았어. 또 다른 건?”

“기왕 짓는 거, 공연도 하고 해야 하니까 광장도 조금 더 넓게.”

“아무리 기업 공개를 한다지만, 이건 과한데? 이러다가 네 소유 지분도 팔아치우는 거 아냐?”

“내걸 왜 팔아?”

“그럼?”

“하동식 지분을 팔아야지.”

“내가 지분이 어딨어?”

“스톡옵션.”

“에라이, 벼룩 간을 빼먹어라. 사장 무서워서 도망가야겠다.”

“벼룩이 크기도 크다. 아 참, 기관 경쟁률은 어떨 것 같아?”

“말해 뭐 하냐? 분위기 상당히 좋은 것 같아. 역대급 경쟁률 나올 수도 있다.”

“다행이네. 그나저나 땅이 문제인데.”

“장 부사장님은 뭐라셔?”

“외곽으로 빠져도 아무 상관없을 것 같다고 하시네.”

“뭐, 그 말도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중심지 땅을 사놔야 좋지 않을까?”

“그건 생각 좀 더 해 보자.”

잠시 후, 산하는 그와 업무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일어섰다.

“나 먼저 간다.”

“그래, 너 요새 주변에 이상한 일 많이 생긴다며? 조심해서 다녀.”

“알았다. 내일 보자. 상익아 가자.”

잠시 후.

산하는 해가 떠 있는 대낮에 퇴근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새봄이 정원 한편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봄아, 그러다 큰일 나.”

고개를 돌린 새봄이 활짝 웃었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운동도 되고 좋대요.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와요?”

“당신 보고 싶어서.”

그녀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았다. 깜짝 놀란 산하가 새봄에게 다가갔다.

“봄아! 어디가 어떻게 아파?”

새봄이 배시시 웃으며 브이 자를 그렸다.

“나 심쿵했어요.”

“난 또, 윤새봄이 이런 장난도 쳐?”

“누구한테 배웠어요.”

“누구? 박윤정?”

“글쎄요. 점심은요?”

“아직 안 먹었지. 당신은?”

“아직이에요.”

“우리 날도 더운데 비빔면 해 먹을까?”

“좋아요. 이거만 해 놓고 얼른 준비할게요.”

산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빨래 바구니를 빼앗었다.

“그만 쉬어. 내가 알아서 할게. 절대 주방에 발도 들이지 마세요. 알았어요? 윤새봄 씨? 그리고 치즈 사업부는 잠시 동식이한테 맡겨둬. 홑몸도 아닌데, 너무 무리하는 거 같아.”

그를 빤히 바라보던 새봄이 밝게 웃었다.

“알았어요. 마루에서 쉬고 있을게요.”

뒤돌아서던 그녀가 돌연 신음을 내뱉으며 배를 부여잡았다.

“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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