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 돌아가기과거에서 재능이 쏟아져
외전 16화. 다시 시작해 (3)
“네?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이 내게 치료받는다면, 다음 주 수요일에 발가락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고 장담하죠.”
존스 데반은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고 말씀하신 거죠?”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이래도 치료를 거부하시겠습니까?”
존스 데반은 그의 면모를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눈앞의 사내는, 오래전 자신을 육상계 최정상으로 끌어올려 주겠노라 다짐하던 감독의 눈을 닮아 있었다.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눈빛이라고나 할까.
“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거죠?”
산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제 팔을 완치시켰던 경험에서 오는 겁니다.”
“그건…… 그저 기적이라고 들었는데요?”
“그거야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죠. 정말 기적 덕분에, 완전히 망가졌던 팔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산하는 말을 하면서, 테이블 위 바구니에 놓여 있던 사과를 던졌다가 받았다. 그러곤 그대로 힘을 주자 사과가 으깨져 달콤한 즙이 테이블 위로 흘러내렸다.
바로 오른손이 한 일이었다.
어느새 그의 팔은 완치되어 동작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기만 했다.
“이런, 이건 깨끗하게 치우고 갈게요.”
그 모양새를 가만히 바라보던 존스 데반이 말했다.
“그런 건 그냥 두셔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말한 모든 게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대체 저를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치료해 주시려는 겁니까? 그저 제 친구의 부탁 하나 받고 그러실 리는 없고.”
“운이 좋았습니다.”
“네?”
“당신의 운이 좋았다는 뜻입니다. 전 최종적으로 열댓 명의 인물을 두고 고민하다가, 딱 한 명을 무작위로 골라냈습니다. 존스 데반, 당신은 치료 대상으로 당첨된 겁니다.”
“당첨…….”
그의 말을 따라 하던 존스 데반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 희망 따윈 가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왜 자꾸 내 마음은 저쪽으로 기우는 걸까?
또 실패하면 견뎌낼 수 있을까?
그는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의 흔들림에 멀미를 느꼈다.
그 혼란함을 감지한 산하가 입을 열었다.
“저는 미국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을 겁니다.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정말 행운인가요?”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며칠 시간을 더 드릴게요. 잘 생각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하는 티슈를 뽑아서 사과즙을 쓱쓱 닦아 냈다.
“그건 그냥 두셔도…….”
“제가 어지른 거니까 치워야죠. 그럼 다음에 뵐게요.”
“네, 그럼 살펴 가세요. 아! 그리고 연주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신 팬들이 하는 말이 정말이었더군요. 최고였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산하가 거실을 벗어나 현관문을 빠져나가려 하자, 배웅하는 척 뒤쫓아 온 브렌든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조금 전만 해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그의 표정은 다급해 보였다.
“잠깐만요.”
“무슨 일이죠?”
혹시 친구 놈이 듣나 안 듣나 뒤를 흘깃거린 브렌든이 말했다.
“염치없지만, 제 친구를 조금만 더 설득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대로면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존스 데반의 지지자는 간절한 눈빛을 쏘아 보냈고, 산하는 빙그레 웃었다.
“아니요. 그럴 리 없습니다. 어제라면 몰라도, 오늘의 존스 데반은 절대 포기 안 합니다.”
산하는 확신을 담아 대답하며, 아까부터 계속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존스 데반이 자신을 위해 영혼 깊이 염원합니다.]
산하는 치료받을 이가 결정된 후, 염원의 수혜자를 존스 데반으로 지정했었다. 보통 염원하는 이는 누군가라고 나타났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심지어 그 염원의 깊이마저도.
그는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존스 데반, 실망할까 외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끝없이 갈망하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누구보다 애타고, 그 누구보다 힘든 사람이 자기 자신이거든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행운을 잘 잡으세요.
그나저나, 난 이런 거 안 보이던데.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어서, 치료할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런 능력의 사용자여서 그랬던 걸까?
그가 찰나의 생각에 빠진 사이, 브렌든이 그를 불렀다.
“하산해 씨.”
“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눈을 믿는 것뿐입니다. 염려 마세요. 다 잘될 겁니다. 그저 당신이 할 일은 친구분을 위해 마음 깊이 기도하는 겁니다.”
“기도요?”
“네, 기도요.”
산하는 그 말을 끝으로 현관문을 벗어났다. 브렌든은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뭐든 정답처럼 말하지?
마치 그렇게 될 것처럼.
그러고 보니 아까 연주할 때도 그랬는데.
정말 그렇게 되긴 했잖아.
이게 진정한 천재의 다른 점인가?
내가 못 보는 다른 걸 보는 걸까?
그럼 존스도 나을 수 있는 거겠지?
궁금증에 시달리던 그가 정신을 차렸다. 후다닥 현관문을 열고 보니 벌써 하산해가 탄 차량은 저 멀리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저 기자들만이 차 뒤꽁무니를 쫓아가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브렌든이 중얼거렸다.
정말 하산해 말대로 됐으면 좋겠는데.
그 시각, 국내외 뉴스는 온통 하산해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특히 존스 데반의 집 앞에 있었던 기자들이 팬이 되는 바람에, 기사 내용 중 일부는 하산해 찬양 일색이었다.
<하산해,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방법으로 건재함을 과시.>
<작은 연주회, 폭발적 반응.>
<하산해가 돌아왔다. 경이로운 연주 실력.>
<하산해 소식은 거짓이었다. 그는 보다 더 위대했다.>
<하산해, 존스 데반과 의문의 만남.>
<완전히 치유된 오른팔, 신비로운 연주는 계속된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이 이 기사를 접했고, 도일그룹의 고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지, 그는 다른 뉴스에 주목했다.
“더 읽어 보게.”
“네, 회장님. 하산해는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가운데, 의문의 행보를…….”
병상에서 한참이나 뉴스 기사를 듣고 있던 고 회장이 어눌하게 말했다.
“됐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치료 부분 말씀이시라면, 아직은 불명확합니다.”
“기적인가? 실력인가? 그게 중요하겠군. 만약 그게 실력이라면, 그자가 날 고쳐 줄 것 같은가?”
비서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괜찮네. 말해 보게.”
“아마도 거부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사과한다면?”
“하산해는 올곧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는 절대 굽히지 않는 사람입니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인가?”
“다만, 최근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하산해가 음주운전 상해자 홍필준을 용서해 준 것 같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다가서면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은 삐뚤어지고, 걸음조차 제대로 못 걷게 된 고중섭.
그는 심하게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클클 웃었다.
“그놈 식당 앞에서 용서해 줄 때까지 무릎이라도 꿇으란 말인가? 그 홍필준인지 뭔지 하는 놈처럼? 이 고중섭이? 세계를 호령하던 고중섭이가?”
“죄송합니다.”
고 회장은 허망한 눈빛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만 나가보라는 뜻이었다.
비서가 빠져나간 후, 병실에 홀로 남은 고중섭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도 다 됐군.
마음이 너무 약해졌어.
* * *
며칠이 지났다.
산하는 그간 떠오르는 염원의 메시지를 살피며 존스 데반의 연락을 기다렸다. 이제 미션에서 제시한 시간까지 6일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그가 내일까지만 기다려 보고 먼저 연락해 봐야 하나 생각하던 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네, 하산해입니다.”
“존스 데반입니다.”
“생각보다 늦게 전화 주셨네요.”
“죄송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했거든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치료받겠습니다.”
“잘 생각하셨네요.”
“이게 정말 제게 행운일까요? 저는 이미 많이 지쳐 있습니다.”
“물론 행운입니다.”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네.”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에…….”
“실패할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당신처럼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절 키워 낸 감독님도 이 정도는 아니셨는데.”
“이미 지나왔던 길이니까요. 며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팔은 기적으로 치유된 게 아닙니다.”
잠시 말이 없던 존스 데반이 답했다.
“네, 믿겠습니다. 그럼 치료는 언제 어디서 하면 될까요?”
“존스, 당신이 가장 편한 곳에서 하고 싶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서요. 뉴욕으로 가죠.”
“그러죠. 출발은 언제쯤인가요?”
“지금 바로 출발하죠.”
“네?”
“시간 끌 것 없으니까요. 빨리 일어나 달리고 싶지 않습니까?”
“……제게 계속 희망을 주시는군요. 희망이 넘치면 절망이 된다는 걸 모르십니까?”
“희망은 넘치지 않을 겁니다. 장담하죠. 제가 데리러 갈 테니, 이따가 봅시다.”
통화를 종료한 산하는 자신의 오른팔을 쓰다듬었다.
당신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 * *
산하는 혹여 염원이 모자랄까 염려했고, 적절한 방법으로 언론을 택했다.
그 방법이 불러온 파장은 대단했다.
<하산해, 반년 이내 존스 데반 완치 선언.>
<의료계, 치료는 게임이 아니다.>
<하산해 호언장담, 대중 의견 엇갈려.>
<예술계 돌풍 일으킨 하산해, 과연 의료계에도?>
하산해의 인터뷰가 매스컴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이를 두고 한국,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논쟁이 벌어졌다.
양측으로 갈린 두 세력은 팽팽하게 맞섰다. ‘하산해가 해낼 것이다’라는 의견과 ‘하산해의 만용이다’라는 의견으로.
하지만 산하는 그런 것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염원의 증가에 관해 고민했다.
많은 세계인 중에 존스 데반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분명 있으리라고 여겼지만, 확실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데, 그 방법은 주효했다.
어느 순간부터 산하의 눈앞에 염원의 물결이 쉼 없이 밀려들었다.
[누군가가 존스 데반을 위해 염원합니다.]
[누군가가 존스 데반을 위해 염원합니다.]
[누군가가 존스 데반을 위해 염원합니다.]
메시지를 바라보던 그에게, 존스 데반이 걱정 가득한 눈길로 질문을 던졌다.
“대체 왜 그런 인터뷰를 하신 겁니까?”
“불편하십니까?”
“저야 상관없지만, 하산해 씨가 만약 치료에 실패한다면, 명예에 금이 갈 텐데요?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힐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정 보도를…….”
“그래서 인터뷰한 겁니다.”
“그래서라니요?”
“당신의 치료를 장담하는 증표라고나 할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확실하게 치료해 드릴 겁니다. 환자가 믿음을 가지지 못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제발 믿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정말 그렇게, 확실하게 믿고 계셨던 거군요.”
“당연합니다. 자, 이제 시작할까요? 우선 진맥부터 하죠.”
산하는 존스 데반의 손목을 잡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제 익숙해진 감각의 시야가 타인의 신체 내부로 뻗어 나갔다.
수궐음심포경에 속한 태릉혈을 거쳐, 간사, 곡택혈을 지난 산하의 감각은 경추를 지나 흉추에 도달했다.
산하는 흉추 1번과, 그 부근에 위치한 혈을 동시에 살피며 감각의 시야를 천천히 아래쪽으로 뻗었다.
보통 한방에서는 반신불수를 치료하는 혈로, 머리 쪽에 위치한 백회혈이나 목 뒷부분에 위치한 견정혈, 어깨 부근에 위치한 견료혈 등, 상체 부분의 혈을 이야기한다.
이는 아래쪽의 증세를 위쪽에서, 오른쪽의 증상을 왼쪽에서, 앞쪽의 증상을 뒤쪽에서 치료하는 한방 치료법을 따르는 것이었다.
즉, 사람의 몸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간접 자극을 주어 치료하는 원리였다.
예로부터 드러내기 쉽지 않은 부위나, 숨겨져 있어 시침하기 어려운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생겨난 방법이었다.
하나, 산하는 자신의 팔을 치료한 이후 그 방법을 달리하고 있었다.
연결된 신경과 혈맥 등에 문제가 없다면, 손상된 부위에 직접 침을 찔러 넣어 자극하고, 치유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그 손상 부위를 찾던 산하는 요추 부분에 이르러 얼굴을 찡그렸다.
외과수술로 인해 이 부분은 엉망이었다. 차라리 수술 없이 그대로 놔두었다면 손쉽게 치료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가요?”
눈을 뜬 산하가 말했다.
“언론에 노출된 것보다, 수술을 더 많이 하셨네요?”
존스 데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걸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존스 데반은 산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질문했다.
“상의만 탈의하면 될까요?”
“네.”
이내 존스 데반은 상의를 벗었고, 친구 브렌든의 도움을 받아 침상에 엎드렸다.
잠시 생각하던 산하는 장침이 담긴 가죽 보관함을 꺼내 들었다. 6치, 즉 18cm에 달하는 기다란 침이 형광등 불빛에 반사되어 날카롭게 빛났다.
깜짝 놀란 브렌든이 질문했다.
“설마 그걸 존스에게 찌를 건가요?”
“당연하죠.”
산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존스 데반의 신유혈 부근에 침을 찔러넣었다.
“세상에…….”
브렌든은 연신 딸꾹질을 하다가 쫓겨났고, 곧 존스 데반의 등허리는 장침으로 빼곡해졌다.
비슷한 시각.
한의사 협회장은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보다 말고 비웃음을 흘렸다.
“제대로 미쳤구만.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다니. 안 그렇습니까?”
위스키 잔을 내려놓은 서울 지부장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군요. 확신이 지나친 것 같은데요?”
“뭐긴 뭡니까? 침 좀 놔 보니까, 너무 쉬워 보이고 다 제 세상 같았겠지요.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인터뷰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떤 바보가 치료를 장담합니까?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서.”
“아무래도 하산해가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뭐, 잘됐어요. 이쪽을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뭐? 하반신 마비 환자를 반년 만에? 아주 쪽팔리게 만들어 줍시다.”
“쪽팔리게요?”
“그래요. 반년 후에 나올 뉴스 기사에 힘 좀 실어 주자는 이야기입니다. 과대망상증 환자 하산해, 천재의 추락. 뭐 이런 헤드라인이면 좋겠네요.”
“그건 너무 과한…….”
“과하다니요? 우습게 봤으면 벌을 받아야지요. 지부장도 마음이 너무 물렀어요. 이래서 차기 회장 자리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
“자! 이 얘긴 그만하고, 건배합시다. 위하여!”
“위하여.”
서울 지부장은 건배하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정말 협회장 말대로 만용인가?
아냐, 그간의 행보를 보면 그럴 리가 없어.
하산해의 걸음은 의문투성이였지만, 늘 놀라운 현실을 만들어 내곤 했지.
그렇다면,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뭔가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해.
* * *
존스 데반의 침술 치료가 3일째로 접어들었다.
그는 기다란 장침이 등허리 여기저기를 찌를 때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때마다 존스 데반은 하산해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자신의 명예까지 걸고 치료하는 사내를 못 믿으면 어쩌란 말인가.
하나, 점차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산해는 분명 수요일이 될 때까지 발가락 하나는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고 선언했다.
한데, 여전히 다리는 감각조차 없었다.
그 말대로 되려면 어떤 전조증상이라도 나타나야 하는 게 아닐까?
“존스? 생각이 많아 보이네요?”
“아닙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날, 오전.
존스 데반은 악몽을 꾸었다.
하산해가 장담한 수요일이 되었고, 자신은 여전히 걷지 못했다. 그러자 매스컴에서 연일 하산해를 비난했다.
식은땀을 흘리던 존스가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상체를 힘겹게 일으켰고, 팔 힘만으로 휠체어에 올라타기 위해 움직였다.
하나, 생각이 많아진 그는 실수로 바닥에 쓰러졌다.
휠체어 바퀴와 다리가 부딪치자, 존스 데반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순간 존스 데반의 표정이 급변했다.
통증?
다리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그는 혹여 착각이 아닌가 싶었고, 손으로 허벅지를 세게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너무나 아팠다.
아파서 기뻤다.
존스 데반은 드러누운 채로 기쁘게 소리쳤다.
“아파! 아프다고! 내 다리가 아파! 오, 신이시여!”
같은 시각, 산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생각보다 느려.
이대로라면, 매스컴에 알린 보람도 없이 미션에 실패하겠는데.
치료 방식이 잘못됐나?
역시 기존의 방식대로 적절한 혈에 시침했어야 하나?
아니야.
그렇지 않아.
지금 치료 방법은 잘못되지 않았어.
이미 내 몸으로 증명했잖아.
그럼 뭐가 문제지?
다친 부위가 문제인가?
진맥 결과로는, 슬슬 감각이 돌아와야 하는데.
여전히 아무 느낌이 없다고만 하니.
시간이 얼마 없는데.
“산하 씨?”
“응?”
“안 가요?”
“가야지. 이따가 치료 끝나고 바람이라도 쐴까?”
“그래요.”
산하가 치료를 위해 떠나려하자, 새봄이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왜?”
“존스 데반 씨에게 언론으로 발표하면서까지 약속했잖아요? 꼭 성공해요. 난 산하 씨가 꼭 해낼 거라고 믿어요. 파이팅!”
그녀의 응원에 산하는 본질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미션보다는, 그의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하면, 미션 같은 건 알아서 해결된다는 것도.
그는 밝은 얼굴로 그녀의 응원을 받았다.
“그래. 파이팅!”
그 순간, 산하의 눈앞에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존스 데반을 열흘 이내에 호전시키자, 완료되었습니다.]
[염원 슬롯의 개수를 무작위로 정합니다.]
[염원 슬롯이 3개로 늘어났습니다.]
[난해한 미션을 조기에 완료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오시원의 침구술이 85%로 상향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