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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런 집착은 사양할게요 (20/102)

20. 이런 집착은 사양할게요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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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화려한 깃털. 그리고 그 끝자락에서 타오르는 불씨. 나는 그걸 어디서 봤었는지 금방 떠올려 냈다.

16567316121906.jpg‘맞아, 전에 꿨던 그 꿈……. 삐약이랑 비슷한 새가 나왔었어.’

그것은 단순히 악몽이 아닌, 삐약이가 이렇게 자라날 것을 예지한 예지몽이었을까? 하지만 꿈에 나온 그 새와 지금 삐약이의 모습은 닮은 듯하면서도 달랐다. 꿈에 등장했던 그 새가 더 커다랗고, 강하고, 아름다우며, 또한 우아했었던 듯했다. 삐약이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긴 하지만.

16567316121906.jpg‘나중에 성장하면 그 새하고 더 비슷해질 거 같기도 하고?’

꿈속의 새와 삐약이를 한창 그렇게 비교해보던 중이었다. 삐약이가 내게로 화르륵 날아왔다.

16567316121916.jpg―삐이!

이제 삐약이는 예전처럼 짧은 다리로 뛰어다니지 않았다. 또한 뭉툭한 부리로 뺙뺙 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16567316121906.jpg“여전히 내 어깨 위를 좋아하는구나? 몸은 이렇게 커져 놓고.”

16567316121916.jpg―삐이이!

삐약이는 작았던 시절과 다름없이 내 어깨에 앉아 뺨 비비는 걸 좋아했다. 덕분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사이 어느새 에드가 다가와선 삐약이를 살폈다.

16567316121931.jpg“놀라워. 이런 정령은 처음 봐. 정말 실존했던 동물인지 의심될 정도로 굉장히 독특하고…….”

그는 삐약이의 길고 우아한 꽁지깃으로 시선을 내리며 뒷말을 이었다.

16567316121931.jpg“아름다워.”

16567316121906.jpg“그런가요? 그래도 사실 조금 걱정되긴 해요.”

16567316121931.jpg“걱정이라니?”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곤, 그간 품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16567316121906.jpg“황실 무도회에서 귀족들이 각자의 정령을 뽐내기 시작하면, 온갖 아름다운 정령들로 무도회장이 가득해진다고 들었어요. 그곳에 가도 우리 삐약이가 기죽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내가 책에서 본 무도회장은 칼만 안 들었지,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조금만 유행에 뒤처지는 드레스를 입어도 은밀히 뒤에서 수군거리고, 조금만 틀린 행동을 해도 아닌 척 비꼬는 말들이 날아온다. 귀족. 그들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의 달인들인 것이다. 그래서 많이 걱정되어 물어본 것이었는데…….

16567316121906.jpg‘뭐야. 대답을 안 해주네? 혹시 방금 아름답다고 한 것도 그냥 입바른 소리였나?’

그리 의심이 깊어져 가던 차에, 그가 전혀 예상 못 한 말을 꺼냈다.

16567316121931.jpg“……가끔은 네가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느껴져.”

16567316121906.jpg“……?!”

16567316121931.jpg“치유 물약을 다섯 병이나 만들어 놓고도 서툴러서 미안하다는 둥 이상한 소릴 하더니, 이번에도야?”

어느덧 나를 보는 그의 눈빛에 의심의 기운이 깃들었다.

16567316121931.jpg“네 정령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정령은 황자인 나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넌 네가 가진 성력이나 정령이 대단하다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아. 꼭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16567316121906.jpg“그, 그냥 걱정돼서 해 본 이야기였어요! 다른 세계라뇨, 하하…….”

나는 그의 예리함에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냥 해 본 말이겠지만, 너무나 정곡이라 한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그는 내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갔다.

16567316121931.jpg“더 자신감 가져도 돼. 아니면 아예 이번 기회에 사람들 앞에서 뽐내 보는 것도 좋지. 그럼 자신감은 저절로 생길 테니까.”

16567316121906.jpg“이번 기회라면…….”

그가 봄꽃처럼 눈가를 사르르 접으며 웃었다.

16567316121931.jpg“우리 결혼식 말이야.”

그러고 보니, 이젠 황제도 결혼을 승낙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광산을 정화하는 게 승낙의 유일한 조건이었으니까. 거기에 더해서 광산 소유권도 공작에게 넘어가게 되었고 말이다.

16567316121906.jpg‘걱정이네……. 황제라는 사람, 내가 알기론 되게 속 좁은 인물이었는데. 에드를 수도 없이 암살 시도한 황후라는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곧 내 시부모가 된다. 아무리 내가 황궁에서만 지내도 그들이 시부모가 된 이상 아예 마주치지 않기란 불가능할 터.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스펙터클한 인생길이 조만간 펼쳐질 듯했다. 그때 에드가 역시나 재빠른 눈치로 내 낯빛을 살피고서 물었다.

16567316121931.jpg“표정이 안 좋은데, 괜찮아?”

16567316121906.jpg“제가 잘할 수 있을지 잠깐 걱정하고 있었어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말로 많으니까요.”

적당히 그리 둘러댔다. 네 엄마 아빠가 장난 아닐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할 순 없었으니까. 그러자 그는 내 생각을 가늠해 보듯이, 은회색 눈동자로 고요하게 나를 응시했다.

16567316121931.jpg“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16567316121906.jpg“……?”

16567316121931.jpg“이제 와서 계약을 무를 순 없다는 거, 알고 있지?”

16567316121906.jpg“……계약이요?”

보기 좋게 굽어진 입가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덕분에 그가 말한 ‘계약’이 ‘결혼’을 뜻한다는 걸 깨닫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16567316121906.jpg“아아, 물론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 광산 일까지 전하께서 직접 해결해 주셨는데, 제가 무슨 염치로 계약 파기를 요구하겠어요.”

한순간 뒤바뀐 그의 분위기 때문에 입가가 굳어 버렸다. 그러니 나는 미소 대신 말로써 그를 안심시키는 편을 택했다.

16567316121906.jpg“전하께서 노력해 주신 만큼, 몬트 가문에서도 마땅히 헌신적인 지원으로 보답해 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6567316121931.jpg“그럼 다행이지만…….”

한순간만이었다. 의미심장하게 말을 줄이던 그가 내 지척까지 훌쩍 다가온 것은.

16567316121906.jpg“……!”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만큼 가까이 마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굳어 있었더니, 그의 손이 내 허리에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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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연인 사이였다면 달콤한 스킨십에 지나지 않았을 손길. 그러나 우리의 관계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의 손길은 달콤하기보다는 차라리…….

16567316121931.jpg“네 표정이 굳어 있길래 혹시 계약을 후회하나 해서.”

귓가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에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16567316121906.jpg“……그런 생각 조금도 한 적 없어요. 안심하셔도 돼요.”

16567316121931.jpg“…….”

16567316121906.jpg“정말이에요…….”

그제야 칼날처럼 날카롭게 번뜩이던 에드의 눈매가 평소대로 부드러워졌다. 나는 잘게 떨리는 손끝을 자연스레 뒤로 감추며 생각했다.

16567316121906.jpg‘와, 먹튀 했다간 뼈도 못 추리겠네. 저게 에드의 본모습인 거겠지?’

그가 꾸며낸 거짓 자상함 때문에 나도 모르게 느슨해졌었나 보다. 그의 살벌한 본모습을 마주한 순간 느슨해졌던 마음이 도로 쫄깃하게 조여들었다.

16567316121906.jpg‘이미 나를 본인 체스 말 중 하나로 인식해서 소유욕을 품은 것 같은데…… 조심해야겠다.’

무가치한 식충이 취급당하는 것보단 낫지만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훗날 뒤탈 없이 떠나려면, 그의 욕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더더욱 주의해야 했다. 그사이 그는 다시 평소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와선 내게 말했다.

16567316121931.jpg“우선 광산 문제가 해결됐다고 서신부터 보내야겠어. 그다음 바로 결혼식 준비 시작하자. 원한다면 드레스 고르는 것도 도와줄게.”

16567316121906.jpg“네…….”

그는 예전과 같이 나를 대했지만, 나는 예전처럼 편안하게 그를 대할 수가 없었다.

16567316121906.jpg‘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넌 세상을 파멸로 이끈 악당이 맞구나.’

서신을 보내러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 깊이 되새겼다. 절대, 결단코, 겉으로 보이는 그의 부드러운 태도에 속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내 생존을 위한, 제1 법칙이었다. * * * 토벌에서 돌아온 직후 이시스는 무언가 크게 잘못됐음을 느꼈다. 곳곳에 심어 두었던 수족들은 전부 사라졌고, 자신을 보는 킬리안의 시선도 심상치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에드마저도 그를 부르더니 이윽고 충격적인 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시스는 본인이 들은 그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재차 물었다.

16567316182232.jpg“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방금 대체…….”

16567316121931.jpg“귀찮게 하는군. 이번엔 귀 똑바로 열고 잘 듣도록 해.”

에드는 이번에야말로 더없이 뚜렷한 음성으로 명했다.

16567316121931.jpg“마탑으로 떠나라. 지시 사항도 앞으로는 그쪽으로 전달할 테니까.”

지금껏 에드에게 있어서 이시스는 곁에 둘 만큼 유능하고 편리한 수하였다. 마법 실력이 좋은 데다가 눈치도 제법 빨랐으므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용납할 수 없는 일까지 저질렀다.  

16567316182247.jpg“이시스가 고의적으로 붉은 드레스를 레냐 아가씨께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본인이 은밀히 매수해 둔 시녀들을 통해서…….”

  그렇게 킬리안으로부터 이시스의 만행을 전해 들었을 때, 에드는 분노를 넘어서 황당함을 느꼈다. 감히 궁의 사용인을 매수해 두었다니? 거기에 더해서 몬트 가문과 맺어질 수 있는 중요한 혼인을 방해하려 들었다니? 정말로 미친 게 아닌지 궁금할 만큼의 만행을 저지른 이시스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서 있는 그를 보며, 에드가 이를 빠득 갈았다.

16567316121931.jpg‘원래라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 만큼 무거운 벌을 내렸을 건데…….’

에드로서는 아쉽게도 지금 궁에는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레냐도 함께 있는 상황이라 일을 크게 벌일 순 없고, 결국 마탑으로 추방하는 선에서 끝내려 한 것이었다. 그랬건만.

16567316182232.jpg“그 말씀엔 따를 수 없습니다. 재고해 주시지요.”

16567316121931.jpg“…….”

16567316182232.jpg“무엇보다, 제가 그곳에 가면 마법은 누구에게 배우시겠습니까? 전하께서 타고나신 마력이 아무리 강대한들, 아직 불안정한 힘입니다. 제가 곁에서 이끌어 드리지 않으면…….”

16567316121931.jpg“이끌어?”

안 그래도 이시스의 선 넘은 짓거리에 화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감히 스승이라도 된 것처럼 이끌어 주겠다고 말하는 시건방진 태도에, 에드는 결국 마력을 끌어올리게 되었다.

16567316182232.jpg“……에이드리언 님!! 이, 이게 지금 무슨……!!”

이시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에드에게서 흘러나온 새카맣고 차가운 힘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그대로 재빠르게 움직여, 이시스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시스가 뒤늦게 제 목을 손톱으로 긁어내려도 소용없었다. 그 힘은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았다. 그저 착실하게 숨통을 조여 올 뿐. 그렇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는 상황에서, 이시스는 에드의 말을 들었다.

16567316121931.jpg“너와 나는 타고난 핏줄이 달라.”

16567316182232.jpg“에, 에이드리……언……님……!”

16567316121931.jpg“태어나길 인간으로 태어난 네가 마력으로 잔재주를 조금 부려 보려면 마족에게 힘을 구걸해야 하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너도 그걸 이미 알 텐데?”

에드의 말대로 이시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똑같이 마력이라는 힘을 쓴다 해도 결국 그 힘을 마족으로부터 빌려 쓰는 것에 불과한 이시스와 달리, 에드는 그 자신이 직접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의 피, 그리고 이시스가 섬기는 마족의 피……. 그 두 종족의 피가 반씩 섞여 태어난 혼혈인 까닭에. 그리고 이러한 혈통의 차이는 둘의 사이에 뛰어넘을 수 없는 힘의 간극을 만들어 주었다. 끔찍한 무력감으로 몸부림치는 이시스를 향해 에드는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16567316121931.jpg“두 번 다신 그 사실을 잊지 마.”

16567316182232.jpg“……!!”

목을 죄던 힘이 비로소 사라졌다. 그 즉시 이시스는 엎어져서 숨을 헐떡였다.

16567316182232.jpg“헉, 헉……!”

16567316121931.jpg“널 살려 두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큰 자비를 베푼 거야. 마음 바뀌기 전에 마탑으로 꺼져.”

16567316182232.jpg“허억, 헉……. 예, 내일 해가 뜨자마자 바로…… 쿨럭……! 헉, 헉…… 떠나겠습니다…….”

이시스는 숨이 진정되자마자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밖에서 상황이 종료되길 기다렸던 킬리안이 곧바로 들어왔다.

16567316182247.jpg“정말로 그냥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이번엔 레냐 아가씨 덕에 저자의 만행을 금방 발견했습니다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킬리안은 이시스가 나간 문 쪽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쏘아 보냈다.

16567316182247.jpg“믿을 수가 없는 종자이니 그냥 제거해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요.”

에드가 어머니로부터 강력한 힘을 물려받았다고는 하나, 불사는 아니었다. 방심한 틈에 암살자가 독 묻힌 칼을 찔러 넣기라도 하면 제법 곤혹스러워질 것이었다. 그리고 뒷일 꾸미기를 좋아하는 그 성향으로 보건대, 이시스는 얼마든 암살자를 보낼 만한 자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에드는 킬리안보다도 더 느긋한 태도였다.

16567316121931.jpg“아니. 그래 봤자 저 녀석은 결국 내게 복종하게 돼 있어. 내가 없으면 녀석이 간절하게 바랐던 소원이 영영 소원으로만 남게 될 테니까.”

마계를 향한 이시스의 집착이 얼마나 대단한지, 에드는 알고 있었다. 아마 더 강력한 힘 따위를 얻기 위해 마족들과 어떠한 계약을 한 모양인데, 그 계약 때문인지 마계로 이어지는 ‘반영구적’ 통로를 뚫기 위해서 상당히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그 일을 성공시키려면 에드 자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16567316121931.jpg‘절대 허튼수작 못 부리겠지.’

물론 그 통로를 뚫길 원하는 건 에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혼자만으론 안 돼서 상대방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도 같았다. 즉, 이시스와는 같은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지만……. 그래도 힘의 우위를 확실히 보여 줄 필요는 있었다. 안 그랬다간 계속해서 저에게 감시를 붙이고, 레냐를 해치려 들 테니까.

16567316121931.jpg‘피곤하군.’

제멋대로 날뛰는 도구를 다루고 있으려니 문득 피로감이 밀려들었다. 디저트를 먹으며 쉬고 싶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그 동그란 디저트를.

16567316121931.jpg“……먹고 싶다.”

16567316182247.jpg“예?”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에드의 혼잣말을 듣고 킬리안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에드는 괘념치 않고 명했다.

16567316121931.jpg“약혼녀에게 가서 전해. 일 마치고 차 한 잔 같이 마시자고. 그리고 웬만하면 달콤한 그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16567316182247.jpg“도넛 말씀이죠? 예, 제가 요령껏 전하고 오겠습니다.”

킬리안은 레냐에게 도넛을 부탁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혼자 남은 에드의 입가에 이윽고 미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갓 튀겨져서 윤기가 나는, 달콤한 도넛……. 그 마법의 디저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시스로 인한 피로를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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