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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꺼이 생체 난로가 돼 드리죠 (57/102)

57. 기꺼이 생체 난로가 돼 드리죠2021.10.15.

에드와 나 사이에 이어지던 조용한 대치 상태를 먼저 깨트린 것은 결국 나였다.

16567322533703.jpg“은밀하게 즐거운 시간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16567322533714.jpg“뭐 그냥, 오랜만에 같이 차 한 잔 마시자는 거죠.”

16567322533703.jpg“티타임이요……?”

16567322533714.jpg“예, 즐거운 티타임을 위해 제가 은밀하게 준비해둔 게 있거든요.”

16567322533703.jpg“티타임…… 아아…….”

내가 열심히 야한 상상을 했던 게 무색하게도 그는 건전한 남자였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조금 실망한 목소리가 나오고 말았지만, 노력했을 그를 위해 애써 기쁜 척 물었다.

16567322533703.jpg“아마 새로운 홍차? 아니면 예쁜 찻잔 세트 같은 걸까요?”

16567322533714.jpg“아뇨, 그런 식상한 게 아닙니다.”

16567322533703.jpg“그럼요……?”

16567322533714.jpg“부인은 저를 위해 색다른 디저트를 많이 준비해 줬는데, 전 그런 적이 없었던 거 같아서 말이죠. 솜씨를 부려봤다고 해야 할까요?”

그가 손수 뭔가를 만들었다니? 그거야말로 상상도 못 한 일이라 나는 그만 이렇게 말해 버리고 말았다.

16567322533703.jpg“……엥? 정말요?”

마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도 들은 것처럼 반응해 버린 나를 보며 에드가 실웃음을 흘렸다.

16567322533714.jpg“물론 정말이죠. 부인을 위해 정성 들여서 베이킹이라는 걸 해 봤습니다, 저도.”

그는 정말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믿기 힘들었다. 세상을 폭삭 주저앉힐 악역인 그가 주방에서 꼼지락거리면서 뭘 만드는 모습은 영 상상이 가질 않았으니까.

16567322533703.jpg‘아버지 취미가 원예라는 걸 들었을 때보다 더 충격적인데? 이상한 거 만들어 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렇게 설렘 5%, 불안함 95%의 마음으로 그를 따라서 정원에 나갔다. 정말로 뭔가 준비해 둔 모양인지 정원 티 테이블이 살굿빛 장미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다소 부담감을 느끼며 그 앞에 가서 앉자, 시종이 와선 차를 따랐다. 동시에 정중하게 디저트를 덮어 둔 클로슈를 벗겼다.

16567322533703.jpg“…….”

에드가 손수 만들었다는 그 디저트……를 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16567322533703.jpg“세상에…….”

‘세상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귀한 식재료로 이런 끔찍한 걸 연성해 내다니’ -라는 말만은 차마 할 수가 없어서 속으로만 삼켰다. 덕분에 ‘세상에…….’까지만 들은 에드는 뿌듯하게 웃어 보였다.

16567322533714.jpg“첫 시도치곤 괜찮죠?”

16567322533703.jpg“……네…….”

16567322533714.jpg“마음껏 맛봐요. 많이 만들었으니까.”

16567322533703.jpg“……많이요? 아앗…… 네…….”

나는 일단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놓여 있던 그것……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표면에 독특한 무늬가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푹 찍었다. ‘푸슉!’ 포크를 찔러 넣자 그것의 안에서 정체불명의 액체가 터져 나왔다.

16567322533703.jpg“…….”

빵 안에 채워 넣은 크림이 터진 것일까?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겠지만, 하필이면 노란색이라 다른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쯤에서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16567322533703.jpg‘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사실 보답이 아니라 복수인 거 아니야……?’

보답하는 척, 실은 음식으로 고문을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지금 와서 포크질을 멈출 순 없었다. 내가 먹는 걸 확실하게 확인하려는 듯 에드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16567322533703.jpg“흡.”

나는 숨을 참고서 그것을 입 안에 욱여넣었다. 어차피 먹어야만 한다면 재빨리 씹어 넘길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16567322533703.jpg‘……? 맛있네?’

생긴 것과 달리 방금 먹은 그 무언가는 꽤 맛있었다.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겉 부분은 바삭바삭했고, 안에 들어 있던 노란색 크림은 과하지 않고 고급스럽게 달았다. 물론 그것이 약간…… 오래 묵은 여드름 고름처럼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에드는 내가 음식을 씹어 넘기는 모습까지 빤히 보다가, 이윽고 물어 왔다.

16567322533714.jpg“어때요?”

16567322533703.jpg“생각보다 맛있어요.”

16567322533714.jpg“……생각보다?”

16567322533703.jpg“앗, 제 말은, 겉보기에도 맛있어 보였지만 실제로 먹어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는 의미예요.”

심각한 얼굴로 내 말을 듣던 그가 비로소 표정을 풀었다.

16567322533714.jpg“후…… 다행이다. 입에 안 맞을까 봐 걱정했거든요.”

16567322533703.jpg“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정말로 맛있어요. 다만…….”

16567322533714.jpg“다만……?”

뒷말을 흐리기가 무섭게 그가 다시 표정을 심각하게 굳혔다. 뭐 엄청 대단한 얘기라도 듣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이라, 나도 덩달아 조심스레 말하게 되었다.

16567322533703.jpg“안에 든 크림이 노란색이 아니면 더 좋을 것 같아요.”

16567322533714.jpg“아, 노란색이 별로인가? 그럼 녹차 가루를 넣어서 초록색으로 바꿔 볼까요?”

16567322533703.jpg“……아뇨, 그것만은 제발 피해 주세요. 제 생각엔 그냥 적당히 흰색이면 좋을 것 같아요.”

16567322533714.jpg“흰색? 아아, 참고할게요.”

퍽 진지한 태도로 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그였다. 그 뒤에도 딱딱한 게 씹혀서 살짝 눈가를 일그러트렸더니 곧장 무슨 일이냐고 묻는 둥, 그는 내 반응을 섬세히 살폈다. 정작 본인은 한 조각 쿠키조차 집어 먹지 않고서.

16567322533703.jpg“으음, 그런데 안 드세요? 어쩐지 저만 먹는 것 같은데.”

16567322533714.jpg“저는 그냥 부인이 잘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16567322533703.jpg“그래도…….”

16567322533714.jpg“신경 쓰지 마세요. 정말로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니까.”

전부터 친절하긴 했지만 이런 식의 말을 한 적은 없었다.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그의 태도를 보며 나는 찻물을 호로록 삼켰다.

16567322533703.jpg‘내가 악몽으로부터 구해 준 게 고마워서 이러는 거겠지? 잘해 주니까 지금 당장 좋기는 한데…….’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사르르 눈을 접어 웃었다. 꼭 주위에 봄꽃이 활짝 피어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화사한 미소였다. 그 앞에서 마음이 녹아내리는 걸 느끼며 나는 고개를 돌렸다.

16567322533703.jpg‘역시 안 되겠어. 거리를 좀 둬야지.’

그의 저런 상냥함 때문에 자꾸 내 속에선 애타는 감정이 피어났다. 그는 단순히 내게 감사할 뿐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며, 그에게 사랑을 바라봤자 상처만 받게 되리란 걸 다 알면서도.

16567322533703.jpg“…….”

나는 원작 레냐의 비참한 말로를 떠올리는 것으로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16567322533703.jpg“오늘 만들어 주신 디저트는 잘 먹었어요. 감사해요.”

16567322533714.jpg“벌써 일어나려고요?”

16567322533703.jpg“네, 아까 조금 과식했던 것 같아서요.”

그는 즉시 한숨을 푹 쉬면서, 대놓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16567322533714.jpg“좀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뭐, 괜찮겠죠. 어차피 앞으론 서로 매일같이 붙어 있게 될 것 같으니까.”

16567322533703.jpg“……?”

‘앞으론’ 매일 붙어 있게 될 거라니. 지금보다 더 붙어 있게 되리라는 의미일까?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우린 붙어살고 있었고, 그런 우리가 더 붙으려면 침실이라도 합쳐야 할 판이었다.

16567322533703.jpg“…….”

나는 방금 떠오른 그 부끄러운 생각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 냈다. 그러곤 에드가 내 뺨에 미미하게 오른 열기를 눈치 못 챘기를 바라며 걸음을 돌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 설마 그 생각이 현실이 될 거라고는……. * * * 이상한 일들이 시작된 것은 다음날 오후부터였다. 한갓진 오후, 머리를 비우고서 정원을 산책 중이던 내게 한나가 다급히 알려왔다.

1656732258634.jpg“큰일 났어요, 황자비님! 황자비님의 침실 위로 지나가는 수도관이 터지는 바람에 천장에서 물이 뚝뚝 새고 있어요!”

16567322533703.jpg“응? 갑자기!?”

1656732258634.jpg“네! 그래서 지금 시종들이 젖은 가구들을 멋대로 옮기는 중이에요! 서랍 속에 중요한 서류가 많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서 제가 그냥 놔두라고 했는데도 전하의 명령으로 옮기는 거라며 듣지도 않고…… 아무래도 직접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16567322533703.jpg“……!!”

그 말을 듣자 퍼뜩 떠올랐다.

16567322533703.jpg‘이혼 신청 서류!! 누가 발견하면 큰일이야!!’

시종들이 내 물건을 옮기다가 그걸 발견하기라도 하면? 나는 그 뒤 에드가 보일 반응을 상상할 수 없었고,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 즉시 후다닥 방까지 올라갔다. 복도에 도착하니 가구를 열심히 옮기는 모습들이 곧장 보여서, 그들에게 급히 물었다.

16567322533703.jpg“내 서랍은?! 무사한 거지?”

16567322608016.jpg“……? 아뇨, 침대와 책상만 무사하고, 옷장과 서랍은 조금 젖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물건을 꺼내서 말려 드려야 할 것 같…….”

16567322533703.jpg“아니! 그러지 마! 그냥 창고에 두면 내가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16567322608016.jpg“예? 하지만 이건 전하의 명령…….”

16567322533703.jpg“정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전하께서 뭐라고 명령하셨든 내 물건은 내가 알아서 말리거나 버리거나 할 테니 ‘절대로!’ 신경 쓰지 마, 알았지?”

16567322608016.jpg“……알,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시종들에게도 일단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16567322533703.jpg‘휴……. 됐다. 이만큼 말해 두면 괜히 내 물건에 손대는 사람 없겠지.’

안심한 나는 그제야 걸음을 터덜터덜 움직여서 침실 앞에 섰다. 정말로 천장에서 뚝뚝,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16567322533703.jpg‘저 위로 수도관이 지나갔구나…… 그런데 왜 갑자기 터졌을까?’

여하간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는 날이었다. 그때, 어느샌가 다가온 에드가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16567322533714.jpg“저런……. 누수가 듣던 것보다 심각해 보이는데요? 고치려면 시간 좀 걸리겠어요.”

꼭 견적 내러 온 배관 기술자 같은 투였다. 겉으로는 위로하는 척하지만, 내심 공사 비용으로 한몫 잡을 생각에 설레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16567322533703.jpg‘그냥 기분 탓인가? 왜 이렇게 기뻐하는 것처럼 들리지?’

의아함을 느낀 나는 천장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에드의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가 급히 제 얼굴 위에서 미소를 지워 냈다. 그래 봤자 나는 이미 그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똑똑히 본 상태였지만.

16567322533703.jpg‘웃고 있어? 뭐야, 엄청 수상해.’

내가 본인을 빤히 쳐다보자 그가 괜스레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16567322533714.jpg“그래도 다행이죠? 제 방이 부인 물건을 전부 옮겨 놔도 될 정도로 충분히 넓어서.”

16567322533703.jpg“네? 저, 다른 객실에서 자게 되는 것 아니었어요?”

16567322533714.jpg“아아, 말 안 했던가요? 다른 객실도 다 누수로 젖어 버렸는데.”

16567322533703.jpg“……?!”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직접 확인해 보고자 나는 다른 방의 문을 열어 보았다. 놀랍게도 에드의 말이 진짜였다. 온 방의 천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16567322533703.jpg‘배관이 이렇게 한 번에 다 터진다고?! 아니, 그보다 대체 배관을 몇 미터로 만들었길래 온 천장에 배관이 다 지나가……?!’

충격에 젖어 있는 사이 다시 에드가 와서는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위로를 건넸다.

16567322533714.jpg“그런 관계로…… 조금 불편하겠지만 제 방에서 지내셔야겠습니다. 다른 방을 드리고 싶어도 이제 남아 있는 방이 없거든요. 시녀들이 쓰는 초라한 방이 있기는 하지만, 부인을 그런 곳에서 재울 수는…….”

16567322533703.jpg“아, 시녀들 방은 괜찮나요? 그럼 거기로 갈게요. 어차피 배관 고쳐질 때까지 며칠만 기다리면 되니까.”

16567322533714.jpg“…….”

16567322533703.jpg“괜찮죠?”

16567322533714.jpg“……일단 잠깐 산책 좀 다녀올까요?”

에드는 왜인지 갑자기 내게 산책을 권했다. 뭐, 급한 일은 없었으니 알겠다고 하자, 그가 마침 올라오고 있던 킬리안을 불러서는 외투를 가져오라고 명했다. 그 말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말도 뭐라고 속닥인 것 같았는데, 내 위치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킬리안이 가져온 외투를 입고서 정원을 한 바퀴 돌고 왔을 때, 나는 그로부터 새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16567322638538.jpg“죄송합니다, 황자비님. 시녀 방으로 짐을 옮겨 드리려고 했는데 마침 그곳에도 추가로 누수가 발생해서…….”

16567322533703.jpg“…….”

16567322638538.jpg“별수 없이 전하의 방에서 지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건물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온 사방에 배관이 퍼져 있는 걸까. 그것도 동시다발로 터져 나가는 약해 빠진 배관이……. 그런 의문을 가슴에 품은 채, 나는 결국 에드의 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 *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 침대는 멀쩡했기 때문에 에드와 한 침대를 사용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우린 마치 기숙사에 온 것처럼 침대 두 개를 나란히 두고서 눕게 되었다. 그 상태로 잠들 준비를 하려는데, 에드가 문득 물었다.

16567322533714.jpg“정말로 제 침대에서 안 자려고요?”

16567322533703.jpg“네, 그건 3년 정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라서요.”

16567322533714.jpg“아아, 하지만 혼자서 자면 새벽에 추울 텐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죠?”

16567322533703.jpg“전하께서요?”

16567322533714.jpg“……아뇨, 부인께서요.”

그가 찌릿한 시선으로 내게 눈치를 줬다. 기껏 걱정해주고 있는데 눈치 없이 분위기 깨지 말라는 듯이. 그러곤 목을 큼큼 가다듬으며, 내가 깨트린 분위기를 수습했다.

16567322533714.jpg“다음날 콜록거리기 싫다면 저를 쓰는 게 좋을 겁니다. 부인 옆에 멀쩡하게 놓여 있는, 이 남편을요.”

16567322533703.jpg“전하를…… 써요……?”

그가 당장에라도 19금 딱지를 붙여야 할 것만 같은 관능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본인의 이불을 들어 올리며 그곳으로 들어오라는 듯 내게 손짓했다.

16567322533714.jpg“부인의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기꺼이 생체 난로가 돼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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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7322533703.jpg“생체 난로요? 아아…….”

밤새 춥지 않게끔 나를 안아준다는 의미인 듯했다. 확실히, 그의 옆자리가 제법 따뜻해 보이기는 했다. 단추가 풀린 셔츠 사이로 살짝 보이는 그의 가슴팍과 복근도 무척이나 근사했다. 저 품에 안기면 필시 몸도 마음도 훈훈해질 터였다. 하지만―

16567322533703.jpg“괜찮아요. 전 북부에서 왔잖아요. 거기에 비하면 이곳 겨울도 그냥 좀 시원한 여름 수준인걸요.”

내가 그렇게 딱 잘라서 거절하자, 그가 비로소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흐음―” 하고,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소릴 내며 내 표정을 살폈다. 내 시선이 자꾸 제멋대로 그의 복근으로 향해서 곤욕스럽던 차였다, 그의 입술이 움직인 것은.

16567322533714.jpg“혹시 해서 묻는 건데…….”

16567322533703.jpg“……?”

16567322533714.jpg“부인께선 좀 더 과묵한 남자가 좋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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