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6화 보조 경매사 (2) (116/226)

116화 보조 경매사 (2)2021.08.28.

16560279709271.jpg

16560279709279.jpg“그럼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겠군요. 염두에 둔 사람이 있어요?”

16560279709284.jpg“네. 있습니다. 한지감 씨가 어떨까요?”

최근 한지감을 대하는 김도균의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졌기에, 서정선은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거라 기대했다.

16560279709279.jpg“……글쎄요.”

기대와 다르게 어두워진 김도균을 보고 서정선은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16560279709284.jpg“걸리시는 부분이라도 있으신가요?”

16560279709279.jpg“걸린다기보다는, 아직 회사에 들어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요.”

16560279709284.jpg“저도 그 부분이 살짝 걸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끄러미 서정선을 보면서 김도균이 물었다.

16560279709279.jpg“이번 경매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각하시고 있는 건가요?”

16560279709284.jpg“이번 경매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서정선의 입가에 걸린 의뭉스런 미소가 더 멀리까지도 고려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16560279709279.jpg“좀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도록 하죠.”

16560279709284.jpg“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회의실을 나가 각각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김도균의 시선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지감에게 닿았다.

16560279709279.jpg‘경매사라.’

현재 탑 옥션에서 모든 경매는 서정선이 주관하고 있다. 그녀가 잘 해내고 있어 다행이지만 다른 경매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경매 보조 경매사로 서는 것은, 단발성인 아닌 경매사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김도균은 탐탁지 않았다.

16560279709279.jpg‘경매사보다는 스페셜리스트에 집중하면 좋겠어.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번 시선이 몰렸을 때 당황하던 한지감의 모습이 떠올랐다. 단순한 당황이 아니라 트라우마적 반응이라 의심이 되었다. 그래서 황덕현이 한지감을 경매사로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치는데도 은근슬쩍 넘어갔었다.

16560279709279.jpg‘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보조 경매사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로 인해 경매가 망쳐지는 것도 문제지만, 한지감이 상처받진 않을지 걱정이 되는 마음도 컸다. * 면도를 마치고 입고 나갈 옷을 세팅하는데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16560279736742.jpg“들어와.”

문을 열고 경환이 들어왔다.

16560279736745.jpg“형. 오늘 어디 가?”

16560279736742.jpg“내가 말 안 했나? 오늘 이 관장이랑 저녁 먹어.”

갑자기 경환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16560279736745.jpg“저녁을 단둘이서 같이 먹는다고? 형. 이수지 좋아해?”

16560279736742.jpg“좋아하긴 무슨…….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괜한 소리하지 마.”

16560279736745.jpg“글쎄. 과연 이수지도 그렇게 생각할까?”

장난기 어린 경환의 모습에 나는 픽하고 웃었다. 그걸 보고 경환은 특종을 잡은 기자처럼 눈이 커졌다.

16560279736745.jpg“어? 이거 뭐야?”

16560279736742.jpg“뭐긴 뭐야. 네가 기력을 회복한 거 같아서 좋아서 그렇지.”

16560279736745.jpg“정말이지?”

16560279736742.jpg“그래. 정말이다.”

눈을 가늘게 뜬 경환이 나를 슬쩍 떠봤다.

16560279736745.jpg“이수지랑 진지해져도 형한테 나쁠 건 없지 않아? 잘하면 현성 사위가 될 수도 있잖아.”

16560279736742.jpg“거기가 어떤 곳인데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냐?”

16560279736745.jpg“그 정도야?”

16560279736742.jpg“재벌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현성은 특히 특권 의식이 엄청 강해. 어찌저찌 결혼을 하더라도, 가족이 되진 못해.”

경환이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

16560279736745.jpg“이수지 관장의 언니가 일반인하고 결혼하지 않았나?”

16560279736742.jpg“결혼했다가 못 버티고 3년도 안 돼서 이혼했지.”

16560279736745.jpg“아. 맞다.”

그제야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경환을 보면서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16560279736742.jpg“무엇보다, 이수지랑 같이 살고 싶진 않아.”

16560279736745.jpg“왜? 예쁘잖아. 우리 채령이보단 아니지만.”

16560279736742.jpg“예쁜 건 좋지만, 이수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랑 살면 난 신경 쇠약 걸려서 죽어.”

16560279736745.jpg“그래. 죽을 수야 없지.”

나가려던 경환이 그제야 생각이 난 듯 나를 봤다.

16560279736745.jpg“형. 나 서류 전형 붙었어. 다음 주에 면접 보러 갈 거야.”

16560279736742.jpg“잘됐다. 골동품 관리, 내가 정리해준 거 잘 외워. 추천해준 책도 읽고 가고.”

16560279736745.jpg“그래야지. 머리가 나빠졌는지 잘 외워지지가 않아서 걱정이야.”

16560279736742.jpg“완벽할 필요는 없어. 그쪽에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려는 거니까.”

16560279736745.jpg“알았어. 형. 고마워.”

경환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수지에게 전화가 왔다.

16560279736742.jpg“네. 관장님.”

16560279821329.jpg[꼭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야겠어?]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압박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굴었다.

16560279736742.jpg“관장님에 대한 제 존경의 표시입니다.”

16560279821329.jpg[말이나 못하면……. 오늘 약속 잊지 않고 있지?]

16560279736742.jpg“네. 지금 나갈 준비하고 있습니다.”

16560279821329.jpg[그래. 이따가 봐.]

16560279736742.jpg“네. 이따 뵙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지막에 이수지의 목소리가 야릇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16560279736742.jpg“설마…….”

눈치가 있는 인간이라면 내가 관심이 없다는 것쯤을 알아차렸겠지. 암, 그렇고말고. * A호텔 로비로 들어선 나는 바로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16560279821364.jpg“한지감!”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다영이 거친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16560279736742.jpg“다영아. 여기서 무슨 약속 있었어?”

16560279821364.jpg“아니요. 오빠 보러 온 거예요.”

16560279736742.jpg“날 보러?”

날 보러 왔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의아하게 보는데,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두 팔로 목을 감싸 당겼다.

16560279736742.jpg“야……. 이게 뭐…….”

황당해서 보는데 귓가에 대고 다영이 속삭였다.

16560279821364.jpg“오빠. 좋아해요.”

그러더니 다영은 언제 목을 감쌌냐는 듯 떨어져나갔다. 내가 뭐 잘못 들었나?

16560279736742.jpg“뭐라고?”

16560279821364.jpg“들었잖아요.”

16560279736742.jpg“그러니까…… 너 지금 나한테 고백……한 거야?”

16560279821364.jpg“맞아요. 저 그만 가볼게요.”

화악 얼굴이 달아오른 다영이 도망치듯 가버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멍해진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

16560279821329.jpg“내 이야기 듣고 있는 거야?”

험악한 이수지의 목소리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16560279736742.jpg“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몸이 안 좋아서요.”

16560279821329.jpg“어디가 안 좋은데?”

꾀병이 이수지의 화를 풀리게 했다. ‘다영이에게 고백을 받아서 머리가 제정신이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6560279736742.jpg“감기 몸살인 거 같아요. 메이저 경매 끝나고 나서도 일이 있어서 못 쉬었거든요.”

16560279821329.jpg“진 회장 때문이지?”

아직도 강민수에게 정보를 받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이수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16560279821329.jpg“강민수에게 더 이상 정보 안 받아. 내가 누군데, 강민수 아니면 정보 줄 사람이 없을까 봐?”

16560279736742.jpg“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16560279821329.jpg“그런 걸로 해줄게.”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이수지가 와인글라스를 돌렸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머리가 복잡해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는데, 이수지는 정말 느릿느릿하게도 밥을 먹는다. 나는 참다못해 말했다.

16560279736742.jpg“관장님, 제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먼저 일어나 봐도 될까요?”

16560279821329.jpg“안 돼. 할 말 있어.”

16560279736742.jpg“그럼 지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16560279821329.jpg“뭐 그러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수지는 여유만만하게 글라스를 한 번 돌렸다. 글라스를 돌리는데 왜 내 머리가 도는 것 같이 느껴질까.

16560279821329.jpg“오늘부터 1일로 하자.”

16560279736742.jpg“1일이요?”

도대체 무슨 1일을 말하는 거야. 무슨 일 시킬 생각인가. 의아해하는 나를 보면서 이수지가 기가 차다는 듯 픽 웃었다.

16560279821329.jpg“연기는 그 정도 했으면 됐어. 나 좋아하는 거 알아. 그러니까 만나 주겠다고.”

16560279736742.jpg“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16560279821329.jpg“그래서 그렇게 강민수에게 질색을 했던 거잖아. 내 곁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싫으니까.”

16560279736742.jpg“…….”

사람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으면 아무 말도 안 나온다더니, 지금의 내가 딱 그랬다. 강민수를 질색했던 것은 이수지 곁에서 얼쩡거려서가 아니라 정보를 넘겼기 때문이다. 뭔가 오해한 것 같다는 말을 하려는데, 이수지가 자기 멋대로 말을 늘어놨다.

16560279821329.jpg“쉬운 결정은 아니었어. 알겠지만, 같은 신분끼리 만나는 것이 여러모로 좋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수지 관장님.

16560279821329.jpg“결혼은 약속하지 못하지만, 일단 한번 만나 보자.”

일 때문에 만나는 것도 싫은데, 사귀는 사이로 만난다고? 정말 끔직하다. 이것이 악몽이 아니고 무엇이 악몽이겠는가. 하지만 이수지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나 너 소름끼치게 싫어’라고 말할 순 없다. 같은 업계에 있는 이상 이수지는 계속 마주쳐야 할 뿐 아니라, 현성이란 거대세력을 입고 있는 존재지 않는가. 어떻게 한다…….

16560279821329.jpg“그러니까 오늘부터…….”

16560279736742.jpg“저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수지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더니, 못 들을 것을 들을 사람처럼 나를 봤다.

16560279821329.jpg“……내가 아는 사람이야?”

16560279736742.jpg“아닙니다.”

16560279821329.jpg“그럼 누구…….”

누구라고 할 사람이 없어서, 나는 다른 말로 이수지의 입을 막아버리기로 했다.

16560279736742.jpg“제 행동이 분명하지 않았다면 그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만 가 보겠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레스토랑 룸에서 나왔다. 이수지가 소리 지르면서 쫓아오면 어떻게 하나 떨었는데,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뛰었다. 택시에 타고 나서야 나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멍하니 지나가는 창밖 풍경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영과 호텔 로비에서 만났던 것은 불과 한 시간 전이다. 방금 전 나는 이수지에게서 고백을 받았다.

16560279736742.jpg“한 시간 만에 두 사람에게 고백을 받은 거야?”

내가 대학생이었다면 이 사실이 몹시 흡족스러웠을 테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사람은 친한 동생이자 회사 동료이고, 다른 한 사람은 회사의 주요 고객이자 업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거절한 이상 이수지와 불편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다영과도 어색해질 일만 남았다. 매력이 너무 많은 내 죄다.

16560279736742.jpg“왜 이렇게 된 거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흩트렸다.

16560279931023.jpg

  * 침대에서 한참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나는 것을 택했다. 잠들었다가도 다영과 이수지의 고백이 번쩍 떠올라 잠이 깼다. 그러기를 열 번도 넘게 반복하다 보니 아침이 되었다. 부스스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16560279736742.jpg“앞으로 어떻게 하지?”

이수지에게 찍힌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다영은 매일 회사에서 보는 얼굴 아니던가. 불편하고 민망한 감정이 드는데, 이상하게도 다영이 목을 감쌌던 감촉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16560279736742.jpg“왜 그럴까?”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나는 지금 혼란스럽고, 내일 다영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16560279736742.jpg“근데 당장 내일 출근해야 하고…….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16560279736742.jpg“일단 씻자. 씻고 생각하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 머리를 말리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16560279736742.jpg“누구지?”

액정에는 김도균의 이름이 떠 있었다. 평소 잘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일 뿐더러, 휴일에는 연락한 적이 거의 없었기에 본능적으로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16560279736742.jpg“한지감입니다.”

16560279709279.jpg[지감 씨. 미안한데 지금 바로 차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 줄 수 있어요?]

16560279736742.jpg“네. 가능합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16560279709279.jpg[지금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차에 타서 다시 연락 줄래요?]

16560279736742.jpg“알겠습니다.”

바로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직 축축한 머리가 걸렸지만,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부엌에서 부스스한 눈으로 물을 마시는 경환이 보였다.

16560279736745.jpg“형. 어디 가?”

16560279736742.jpg“응. 갑자기 일이 생겨서.”

16560279736745.jpg“잘 다녀와.”

구두를 구겨 신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차를 타고 주차장을 나서면서 김도균에게 전화를 걸었다.

16560279736742.jpg“차 탔습니다.”

16560279709279.jpg[소장자분이 원래 런던에 거주하시는데, 일본에서 지인분 만나고 잠깐 한국에 들르기로 한 상황이에요. 출구 B로 가서 먼저 맞아 줄래요?]

16560279736742.jpg“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총괄님은 언제쯤 도착하시나요?”

16560279709279.jpg[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16560279736742.jpg“그럼 공항에서 식사 대접하면서 대기하면 될까요?”

16560279709279.jpg[네. 그래 주세요. 미안해요. 이런 일로 연락하고 싶지 않았는데, 가족들하고 여행 왔다가 새벽에 갑작스럽게 연락받았거든요. 하필 팀장들은 연락이 안 되고, 지감 씨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어요.]

해외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성향 차이 때문인지 그는 휴식시간을 방해한 것을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차라리 잘된 상황이었다. 머리가 복잡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일을 하는 것이 나았다.

16560279736742.jpg“아닙니다. 마침 별다른 일도 없어서요.”

16560279709279.jpg[고마워요. 소장자 정보는 핸드폰으로 보낼게요.]

16560279736742.jpg“네.”

  * 인천공항에 도착한 나는 김도균이 보낸 소장자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은 아론 터너, 50대 남자로 사진 속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영국신사였다. 나는 급하게 종이와 펜을 사서 그의 이름을 영어로 크게 썼다. 핸드폰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게이트 앞에서 아론 터너를 기다리는데 김도균에게 전화가 왔다. 어쩌면 혼자가 아니라 김도균과 함께 터너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16560279736742.jpg“네. 총괄님.”

16560279709279.jpg[지감 씨……. 정말 미안한데, 못 갈 것 같아요.]

16560279736742.jpg“네?”

내 귀가 잘못된 거겠지?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은 내 귀가 잘못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16560279709279.jpg[아버지가…… 쓰러지셨어요.]

수화기 너머 들리는 거친 숨소리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머리가 새하얘지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렸다.

16560279736742.jpg“김세안 화가님, 위독하신 겁니까?”

16560279709279.jpg[아직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에요. 지감 씨는 지금 터너에게 집중해요.]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도 그는 스페셜리스트의 본분은 잊지 않았다.

16560279736742.jpg“……제가 해야 할 일은 뭡니까?”

16560279709279.jpg[터너 씨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을 소장하고 있어요.]

한때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알려졌던 바로 그 작품이다. 면접 볼 때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놀라서 얼어붙어 있는데, 메시지가 떴다. [미션 : 24시간 내에 아론 터너에게 ‘예술가의 초상’을 위탁받으면 마지막 단계인 5단계 정보가 공개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