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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감정위원 (1) (120/226)

120화 감정위원 (1)2021.09.06.

상황을 지켜보던 지 팀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저벅저벅 김도균에게로 걸어갔다.

16560281445571.jpg“총괄님, 고미술 감정위원 중 교수 6명 전원이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도균이 굳어진 얼굴로 되물었다.

16560281445578.jpg“6명 전원이요?”

16560281445571.jpg“네.”

16560281445578.jpg“알겠습니다. 가 보세요.”

16560281445571.jpg“네.”

김도균은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해지를 요구한 교수들이 각자 꺼내든 이유는 다를 테지만, 진짜 이유가 아니라 여기는 것이다. 나는 그 진짜 이유가 주인탁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뒤통수를 세게 때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온몸이 떨리는데 이를 악물어 애써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이 배후에 주인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용히 일어서 유리문 밖으로 나가 성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반복될 뿐,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들어와 나는 서정선에게 다가갔다.

16560281445601.jpg“팀장님, 급하게 소장자 만날 일이 생겼는데 나가봐도 될까요?”

16560281445611.jpg“응. 다녀와, 지감 씨.”

16560281445601.jpg“네. 감사합니다.”

성 교수가 확인해 줄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랐다. * 성 교수의 사무실에는 그가 없었다.

16560281445601.jpg“수업 중이신 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드는 그때, 성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16560281445601.jpg“교수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는데 안 계시네요? 수업 중이세요?”

16560281469967.jpg[……아니요.]

16560281445601.jpg“그럼 오늘은 강의가 없는 날인가요?”

16560281469967.jpg[그게 아니라…… 휴직했어요.]

주인탁이 배후에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16560281445601.jpg“어디 계십니까?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16560281469967.jpg[나중에 보죠. 여기 학교에서 2시간은 걸리는 곳입니다.]

16560281445601.jpg“아니요.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16560281469967.jpg[지감 씨…….]

16560281445601.jpg“말씀 안 해 주시면 계속 사무실 앞에서 기다릴 겁니다.”

16560281469967.jpg[하아…….]

낮은 한숨을 쉰 성 교수가 자신이 있는 곳을 말해 주었다. 경기도에 위치한 낚시터였다. 나는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고, 한적한 낚시터 끄트머리에 있는 성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16560281445601.jpg“교수님.”

16560281469967.jpg“왔네요. 지감 씨도 참 고집 강해요.”

16560281445601.jpg“죄송합니다. 꼭 오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16560281469967.jpg“왜 휴직계를 냈는지,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죠?”

16560281445601.jpg“네…….”

가라앉은 목소리로 성 교수가 말했다.

16560281469967.jpg“예상하는 그거 맞아요. 주인탁 교수가 학과에 압력을 행사했어요. 갑자기 연구비가 반토막 나고, 멀쩡히 진행되던 강의가 폐강됐죠.”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 때문에 누군가 다쳤다니…….

16560281445601.jpg“……죄송합니다. 교수님. 저 때문에…….”

성 교수가 힘이 빠진 나를 위로했다.

16560281469967.jpg“그럴 것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주인탁 교수가 이렇게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16560281445601.jpg“원고를 써주신 다른 교수님들도 다……?”

16560281469967.jpg“그렇다고 소식 들었어요. 아마 그분들은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스스로가 한심해 고개를 떨궜다. 한 방 먹였다고 생각했던 오만이 이렇게 돌아왔다. 그것이 나에게 돌아왔다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텐데…….

16560281469967.jpg“아직 소식이 옥션까지 가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알았어요?”

16560281445601.jpg“고미술 감정위원 중 교수이신 분들이 전부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16560281469967.jpg“정말 치졸하게 굴었네요. 지감 씨가 난감해질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교수 중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16560281445601.jpg“말이 금세 퍼지겠죠. 제가 난감해지는 건 괜찮습니다. 제가 벌인 일이니까요.”

나를 물끄러미 보던 성 교수가 말했다.

16560281469967.jpg“지감 씨가 잘못한 건 없어요. 그러니까 죄책감 느낄 필요도 없어요.”

16560281445601.jpg“아니요. 제가 오만했습니다……. 그냥…… 전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인탁에게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요.”

16560281469967.jpg“그래서 멋지게 보여줬잖아요.”

16560281445601.jpg“그래서 성 교수님을 비롯한 원고를 주신 분들이 다치고, 교수 신분인 감정위원들이 계약 해지를 통지해서 회사를 곤란하게 만들었죠.”

16560281469967.jpg“잘못한 건 주인탁 교수예요.”

그의 위로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16560281445601.jpg“죄송합니다. 교수님……. 다 되돌려 놓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곳에서 일어섰다. * 강민수는 자신의 자리에서 한지감을 노려봤다. 서정선이 이번 경매 순서를 시험사마 해보라는 과제를 한지감에게 주었다고 한다. 이번 과제를 잘하면 6월 메이저 경매 순서는 그가 맡게 될 거란다. 자신이 받아야 할 관심을 모두 가져가 버린 한지감이 노엽고 또 노여웠다. 하지만 한지감이 일어서면서 강민수는 보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렸다.

16560281445611.jpg“경매 순서 벌써 정한 거야?”

16560281445601.jpg“아니요…….”

16560281445611.jpg“그럼?”

조용히 한지감은 사표를 내밀었고, 그녀는 움찔 놀랐다.

16560281445611.jpg“이…… 이게 뭐야……?”

16560281445601.jpg“사표입니다…….”

16560281445611.jpg“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잖아. 왜 사표를 내냐고. 지감 씨, 무슨 일 있어?”

당황한 서정선의 목소리가 컸기에, 경매팀 모두는 ‘사표’라는 단어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신경은 그곳에 가 있었지만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차마 그쪽을 보진 못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지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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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1445601.jpg“……죄송합니다. 제가 맡았던 일은 제대로 인수인계하고 나가겠습니다.”

16560281445611.jpg“지감 씨……. 내가 보조 경매사 생각해 보라고 해서 그래?”

16560281445601.jpg“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16560281445611.jpg“죄송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말고 이유를 말해봐.”

보다 못한 김도균이 와서 서정선은 말렸다.

16560281445578.jpg“서 팀장. 나중에 이야기하죠. 한지감 씨는 이만 자리로 돌아가세요.”

16560281445601.jpg“네…….”

어깨를 떨어트린 채 한지감이 힘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은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이 상황을 받아드릴 수 없는 서정선은 김도균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16560281445611.jpg“총괄님. 이유를 이야기 안 하는데, 그냥 돌아가라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16560281445578.jpg“서 팀장, 진정하고 차분해진 이후에 이야기해요.”

16560281445611.jpg“지금 차분할 상황이 아니잖아요. 잘 회사를 다니다가 갑자기 그만둔다는데…….”

16560281445578.jpg“조금 진정하고 있다가 이야기해요. 알았죠?”

16560281445611.jpg“네. 알겠습니다.”

김도균이 돌아서자 서정선은 자리에 앉아 머리칼을 흩트렸다. 모두 이 상황을 혼란스러워했지만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강민수였다. 그는 씨익 웃으면서 이 기쁜 소식을 강정휘에게 알렸다.

16560281584302.jpg‘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지감이 사표를 냈습니다.’

그에게 강정휘는 자신의 또 다른 연줄이었지만, 강정휘 입장에서 그는 그저 하나의 정보원에 불과했기에 아무것도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용당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는 정보를 넘기며, 강정휘와 자신의 관계가 더 공고해졌다고 여겼다. *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먼저 일어나 사무실을 나왔다.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궁금한 눈초리를 받는 것보다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훨씬 나았다.

16560281584307.jpg“오빠. 같이 가요.”

돌아보니 다영이 총총거리며 달려왔다.

16560281445601.jpg“같이 안 갈 건데.”

16560281584307.jpg“왜요?”

16560281445601.jpg“물어볼 거잖아. 왜 그만두냐고.”

아까 서정선이 탕비실로 다영을 불러내는 것을 봤다. 사무실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다영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16560281584307.jpg“안 물어볼 테니까 가요. 점심 먹으러.”

16560281445601.jpg“그럼 서 팀장님한테 할 말이 없지 않나?”

16560281584307.jpg“물어봤는데 말 안 했다고 하면 되죠.”

16560281445601.jpg“오오. 그렇게 넘어가시겠다?”

16560281584307.jpg“네. 그러니까 빨리 가요.”

작은 손으로 나를 잡아끄는 것이 귀여워 못 이기는 척 따라갔다.

16560281445601.jpg“뭐 먹으러 가는데?”

16560281584307.jpg“제가 딱 정해 놨죠.”

다영이 나를 데려 온 식당은 국밥집이었다. 나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16560281445601.jpg“왜 하필 순대국밥이야?”

16560281584307.jpg“오빠가 좋아하잖아요.”

16560281445601.jpg“그런 이유 때문에 온 거 아니잖아.”

순대국밥은 나에게 초심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골동상으로 시작할 때 다영과 자주 먹었던 음식이니 말이다.

16560281584307.jpg“마음이 허한 것 같아서 따듯한 음식 먹고 달래라고 온 거예요. 옛날이야기 꺼내면서 초심을 떠올려라, 이런 이야기하려는 거 아니거든요.”

16560281445601.jpg“마음이 허하긴. 그리고 4월에 국밥이 웬 말이냐?”

16560281584307.jpg“아직 쌀쌀하거든요.”

투털거리면서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뜨끈한 국물이 온몸을 데우는 기분이 든다. 다영에게 뭐라고 한 것이 무색할 만큼 맛있게 국밥을 먹었다. 국물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쯤 집요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다영이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16560281445601.jpg“안 물어본다며.”

16560281584307.jpg“그거 말고 딴 거 물어볼 거예요. 나 때문은 아니죠?”

애써 침착한 척하고 있었지만 다영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니 괜스레 장난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고개를 푹 떨구고 나지막이 말했다.

16560281445601.jpg“맞아. 너랑 이렇게 보는 거 정말 힘들어…….”

16560281584307.jpg“저…… 정말 나 때문이에요……?”

다영의 얼굴이 점점 새하얘지는 것을 보니, 더 이상의 장난은 매를 부를 것 같았다.

16560281445601.jpg“너 때문이겠냐? 그럼 이렇게 마주 보고 밥 먹지도 못하지.”

16560281584307.jpg“아이씨! 놀랬잖아요! 진짜 나 때문인 줄 알고!”

16560281445601.jpg“너무 자의식 과잉 아니야?”

눈을 치켜세운 다영이 무서워 나는 재빠르게 꼬리를 내렸다.

16560281445601.jpg“내 말은, 정말 너 때문 아니라는 그런 뜻이지이.”

16560281584307.jpg“왜 갑자기 애교는 부리고 그래요?”

16560281445601.jpg“네가 무서워서.”

16560281584307.jpg“정말 무서우면 왜 그러는지 말해 봐요. 오빠, 이 일 좋아하잖아요.”

16560281445601.jpg“좋아하지.”

16560281584307.jpg“그런데 왜 그만두려고 해요?”

물을 마시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16560281445601.jpg“다영아. 이런 말 알지? 사랑하니까 보내 준다는 말. 지금 내가 그래.”

16560281584307.jpg“그게 무슨 개소리예요.”

16560281445601.jpg“허헛! 연장자에게 이 무슨 무례한 태도냐.”

16560281584307.jpg“장난 그만하구요.”

장난으로 넘어갈 수 없어, 나는 진지한 민낯을 드러내기로 했다.

16560281445601.jpg“지금은 말 못해.”

16560281584307.jpg“맨날 말 못한대……. 그럼 언제 말해 줄 수 있는데요?”

16560281445601.jpg“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거야.”

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 주인탁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16560281469967.jpg“한지감이 사표를 냈다구요?”

강정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아하게 말했다.

16560281693995.jpg“네. 눈치가 빠른 친구라 금방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16560281469967.jpg“이거 좀 아쉬운데요. 옥션에 직접 가서 알아듣게 말을 하려고 했는데.”

16560281693995.jpg“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감정위원들에게 이유도 던져 주지 않으셨잖습니까.”

16560281469967.jpg“하여간 요즘 애들이란…… 끈기가 없어요, 끈기가.”

격하게 공감한다는 듯 강정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16560281693995.jpg“고생을 해보지 않은 세대라 그런지 버틴다는 의미를 모르더군요. 조금만 성미에 안 맞으면 일을 그만두고 말이에요.”

16560281469967.jpg“맞아요. 별것도 아닌 것들 고용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할 일이지, 무릎 좀 꿇었다고 그만두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16560281693995.jpg“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그런 일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16560281469967.jpg“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분을 만나, 이거 아주 기분이 좋군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은 정작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주인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16560281469967.jpg“덕분에 감정위원이 옥션을 압박하는 데 얼마나 좋은지 알았습니다.”

16560281693995.jpg“감정을 받지 않고는 올릴 수가 없으니까요.”

감정위원을 다 그만두게 하라는 아이디어는 강정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주인탁은 옥션의 시스템에 대해 잘 몰라, 그런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좌절하고 있을 한지감을 생각하니 강정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동안의 모욕을 생각하면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 극한으로 한지감을 몰아붙여 스스로 안경을 가져오게 만들 것이다. 그러려면 주인탁을 이용해 상황을 더 휘저어야 한다.

16560281693995.jpg“한지감이 탑 옥션을 그만둔다고 해서 다행이긴 한데, 다시 미술계에 얼신거릴까 봐 걱정이에요.”

16560281469967.jpg“역시 강 대표는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시는군요.”

16560281693995.jpg“어른이니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한지감은 사라져야 할 암적인 존재죠. 저는 교수님이 공익을 위해 그 암적인 존재를 제대로 도려내셨으면 좋겠어요.”

놀잇감을 발견한 뱀처럼 주인탁의 눈이 반짝거렸다.

16560281469967.jpg“어떻게 말이죠?”

16560281693995.jpg“제대로 된 사과를 받으셔야죠. 한지감도 요즘 애들이니, 무릎을 꿇으면 자존심이 상해 다시 이쪽 업계에 얼씬도 안 하지 않겠어요?”

16560281469967.jpg“그거 아주 괜찮은 방법이군요.”

흐뭇한 미소가 주인탁의 얼굴에 번질 때였다. 주인탁의 수행원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귓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16560281469967.jpg“한지감이 찾아왔습니다.”

16560281469967.jpg“한지감이?”

16560281469967.jpg“네.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16560281469967.jpg“들여보내.”

16560281469967.jpg“네.”

수행원이 가자 주인탁이 말했다.

16560281469967.jpg“한지감이 대표님을 봐서 좋을 건 없으니, 잠시 저 방에 가 계시죠.”

16560281693995.jpg“네. 그러겠습니다.”

강정휘가 방에 들어가고, 잠시 후 한지감과 수행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인탁이 말했다.

16560281469967.jpg“자네가 여기 웬일인가.”

한지감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16560281445601.jpg“제가 본의 아니게 교수님의 심기를 어지럽혔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16560281469967.jpg“본의 아니게? 글쎄.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데 말이야.”

한지감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16560281445601.jpg“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16560281469967.jpg“글쎄. 딱히 진심처럼 느껴지진 않는데.”

16560281445601.jpg“교수님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6560281469967.jpg“회사 말단인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16560281445601.jpg“이번 특별 경매 프리뷰에 교수님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공개되기 전, 교수님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간절하게 매달리는 한지감을 보는 주인탁의 입꼬리가 들썩였다.

16560281469967.jpg“정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가지.”

16560281445601.jpg“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16560281469967.jpg“피곤하니 이만 가 봐.”

16560281445601.jpg“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90도로 인사한 한지감이 나가자, 방에 있던 강정휘가 나왔다.

16560281693995.jpg“무릎 꿇리시지 그러셨어요. 몰릴 대로 몰려서 금방 할 눈치던데.”

16560281469967.jpg“내 집에서 하는 건 금방 잊혀지지 않겠어요. 회사에서, 사람들 보는 데서 해야 정말 치욕적이지.”

씨익, 주인탁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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