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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싸움 (2) (128/226)

128화 싸움 (2)20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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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4835131.jpg“저에게도 경매 순서를 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드물게 서정선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상대가 강민수였기 때문이다.

16560284835136.jpg“강민수 씨는 본인 팀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는 움찔했지만 이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16560284835131.jpg“저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안을 반드시 채택해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한지감 씨와 같은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16560284835136.jpg“강민수 씨는 아직 경매에 대해 더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해. 그래서 이 기회는 주지 못하겠어.”

서정선은 단호했고, 이 팀장은 자신의 자리에서 이 광경을 지켜볼 뿐 관여하지 않았다. 자신의 팀이라고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강민수는 차가운 반응에 당황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16560284835131.jpg“다시 한번…….”

16560284835136.jpg“내가 분명히 말한 것 같은데.”

팽팽한 긴장감이 사무실을 감쌌다. 처음 보는 냉랭한 서정선의 반응에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때 김도균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16560284835158.jpg“서 팀장. 기회를 한번 줘보는 게 어때요?”

16560284835136.jpg“한지감 씨는 보조 경매사 경험을 하기도 했고, 지난번 제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했기에 기회를 준 겁니다.”

그 뜻인즉슨, 강민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본 자격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천천히 김도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84835158.jpg“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군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같은 과제를 강민수 씨도 수행하게 하는 겁니다.”

김도균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서정선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16560284835136.jpg“알겠습니다. 하지만 과제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회는 없는 걸로 하죠. 지감 씨도 과제를 잘해서 이런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요.”

16560284835158.jpg“그러는 것이 좋겠군요. 강민수 씨, 들었죠?”

16560284835131.jpg“네.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잡은 기회가 좋은지 강민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는 듯 서정선이 날카롭게 말했다.

16560284835136.jpg“이번 주까지 해서 제출하세요.”

16560284835131.jpg“네.”

그제야 강민수는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문득 이것도 위탁 경쟁에 들어가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때 경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유리문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16560284862275.jpg“응. 경환아.”

16560284862281.jpg[혀엉. 나 곧 작품 운송하러 가는데 너무 떨려.]

경환은 오늘 나와 함께 출근했다.

16560284862275.jpg“설마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거야?”

16560284862281.jpg[그런 건 아닌데…… 그냥 긴장이 엄청 되네…….]

16560284862275.jpg“너무 떨지 마. 오늘은 그냥 보고 배운다고 생각해.”

16560284862281.jpg[알았어. 형이랑 통화하니까 진정이 좀 된다. 고마워]

통화를 마친 나는 경환의 새로운 시작에 일조했다는 사실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나는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룸으로 들어가자 김태하가 환한 미소와 함께 나를 맞아주었다.

16560284862275.jpg“형. 일찍 오셨네요?”

16560284892686.jpg“너 만나는데 당연히 일찍 와야지. 배고프지? 밥 금방 나올 거야.”

맛있는 음식이 차려지고 나와 김태하는 서둘러 허기를 채웠다.

16560284862275.jpg“관리인 일은 좀 어떠세요?”

16560284892686.jpg“좋아. 힘들 일도 없고, 가족들도 편안해하고. 사는 것이 요즘 같기만 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16560284862275.jpg“에이. 상가 주인 앞이라고 너무 부풀리시네요.”

16560284892686.jpg“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상가 임차인들한테 물어보든가.”

부풀린 것이겠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16560284862275.jpg“아참. 전 주인분은 잘 계세요?”

16560284892686.jpg“꼴사납게 잘 있어. 나는 아직도 그 사람 방 구해준 돈 아깝다.”

팔환은배는 보물로 지정되면서 3월 메이저 경매에서 4억이란 높은 가격에 팔렸다. 아무리 가치를 몰랐다고 하나 팔환은배의 이전 소장자였기 때문에, 나는 전 건물주에게 작은 방을 구해줬다. 나 편하자고 한 일이었지만, 김태하는 쓸데없는 데 돈을 썼다 여기는 것 같았다.

16560284862275.jpg“마음 편하자고 한 건데요.”

16560284892686.jpg“그 인간이 팔환은배 알고 뭐라고 한 줄 알아? 그거 팔았으면 카지노 다시 갈 수 있는데 아깝다고 입맛을 다셨어. 그 사람은 얼마를 주든 간에 상가 판돈 날린 것처럼 그렇게 날려버릴 거라고. 요새도 돈만 생기면 동네 도박판 기웃거린다더라.”

나는 김태하의 술잔을 채워주면서 달랬다.

16560284862275.jpg“더 이상은 신경 안 쓸 거예요. 마지막으로 여쭤본 거니 화 푸세요.”

16560284892686.jpg“화는 무슨……. 좀 흥분해서 그래.”

김태하는 민망한 듯 웃으면서 술잔을 비워냈다.

16560284862275.jpg“제가 부탁드린 건 좀 알아보셨어요?”

16560284892686.jpg“그럼. 알아봤지.”

씨익 웃으면서 그는 은근슬쩍 뜸을 들였다.

16560284862275.jpg“뜸들이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16560284892686.jpg“강정휘에게 붙었어. 고객들이 판매하려는 작품은 다 강민수에게 위탁시키고, 갤러리 내에서 가지고 있는 작품까지도 다수 넘긴 모양이더라.”

숨을 고른 그가 말을 이어갔다.

16560284892686.jpg“뿐만 아니라 그림 사려는 사람들에게 탑 옥션에 나올 거라고 계속 흘리고 있대. 그래서 지금 강정휘 갤러리에 그림이 없대. 직원들이 강정휘 미쳤다고, 강정휘 갤러리가 아니라 강민수 갤러리라고 하더라.”

16560284862275.jpg“역시 그렇게 된 거군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민수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다영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김태하에게 강민수 동선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16560284892686.jpg“내기했다면서? 네가 불리한 상황이지?”

16560284862275.jpg“그렇죠. 갤러리가 붙으면 물량에서 제가 현저히 뒤처지죠. 현재로써는 ‘예술가의 초상’이 유일하게 비빌 구석이네요.”

16560284892686.jpg“지감이 너도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물량 딸리지 않게 해. 저쪽에서 반칙을 하는데 너만 정직할 필요 없잖아.”

16560284862275.jpg“강민수랑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생각은 하고 있어요.”

나는 다른 곳이 아닌 탑 옥션에서 김도균과 같은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고 싶다. 그걸 막는 장애물이 있다면 치울 것이다.

16560284892686.jpg“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 자식도 하려면 정정당당하게 하든가. 강정휘 뒤에 숨어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16560284862275.jpg“지방대 출신이 주목을 받는 것이 못마땅했나 봐요.”

16560284892686.jpg“그럼 자기가 더 잘하든가. 하지만 지감아. 같은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물러서지는 마라.”

16560284862275.jpg“네. 그럴게요.”

이기고 싶어 계속 신경을 세우고 있었더니 목이 말랐다. 목을 축이고 나서야 고마움을 전할 수 있었다.

16560284862275.jpg“강민수 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쉽지 않으셨을 텐데, 수고 많으셨어요.”

16560284892686.jpg“갤러리에 있었던 것이 몇 년인데 친한 사람 하나 없을까 봐. 결정적으로 다들 강정휘에게 불만이 쌓여 있어서, 술 한잔 샀더니 술술 나오더라.”

16560284862275.jpg“건물 관리하시는 것도 바쁘실 텐데 따로 부탁드린 게 죄송해서 그러죠. 주인탁과 강정휘가 만나는 것도 확인해 주셨잖아요.”

감정위원 6명이 계약을 해지했을 때, 한 가지가 걸렸다. 주인탁은 옥션에 대해 무지하고 시스템을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감정위원들에게 손을 뻗칠 생각을 했을까. 강정휘와 연관성이 있을 것 같아 지난번에도 김태하에게 부탁했다.

16560284892686.jpg“바쁠 것 하나 없으니까, 또 부탁할 일 있으면 말만 해!”

16560284862275.jpg“정말 든든하네요.”

자신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주는 김태하를 보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6560284892686.jpg“강정휘는 왜 이렇게까지 너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냐…….”

16560284862275.jpg“안경을 손에 넣을 때까지 계속 그럴 사람이잖아요.”

16560284892686.jpg“그래. 그럴 사람이지.”

강정휘의 술수를 여태까지 방어해 왔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강정휘가 죽을 때까지 이건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죽어서도 끝나지 않을 일이다. 다른 누군가가 안경을 존재를 아는 순간, 나는 표적이 될 것이다. 이걸 끝내는 방법은 안경을 넘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16560284892686.jpg“설마 강정휘에게 안경 넘겨야 하나 고민하는 건 아니지?”

16560284862275.jpg“어쩔 수 없이 안경을 누군가한테 넘겨야 한다고 해도 그 대상이 강정휘는 아니에요.”

16560284892686.jpg“그래. 그런 물건이 강정휘 같은 사람한테 들어가면 안 돼.”

16560284862275.jpg“그래야죠.”

16560284892686.jpg“나는 그 안경이 너한테 들어가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16560284862275.jpg“하하. 형, 자꾸 이렇게 비행기 태우실 거예요?”

웃는 나를 보며 김태하가 정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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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4892686.jpg“괜히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야. 다른 사람이었다면 돈에 눈이 돌아 괴물이 되었을 거다.”

16560284862275.jpg“글쎄요. 저도 그 괴물 중 하나 아닐까요? 골동상 때 돈 엄청 긁어모았어요.”

16560284892686.jpg“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았잖아. 그걸로 못된 짓을 하지도 않았고. 결국 돈도 되지 않는 옥션에 들어갔지.”

16560284862275.jpg“제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요.”

단호하게 김태하가 고개를 저었다.

16560284892686.jpg“돈 맛을 한번 본 사람들은 자신이 뭘 하고 싶었는지도 잊어버린 채 돈만 외쳐. 강정휘의 고객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어서 내가 잘 안다. 넌 정말 잘 하고 있어.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칭찬해줘.”

울컥한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참았다. * 강정휘 갤러리 대표실. 고상을 떠는 강정휘 앞에 촐싹거리는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새길 출판사 회장 안성미였다.

16560284979059.jpg“강 대표가 웬일로 나를 불렀어?”

16560284979065.jpg“안 회장님 뵙고 싶어서 연락드렸죠.”

16560284979059.jpg“입에 발린 말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안성미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안성미는 재벌들 사이에 끼고 싶었지만, 준재벌에는 들 수 있어도 재벌에 끼진 못했다. 기업 규모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문제는 그녀의 가벼운 입 때문이었다. 사적으로 들은 민감한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닌 전력 때문에, 재벌가 사람들 중에서는 안성미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 많았다. 서운하다는 듯 강정휘는 표정을 지었다.

16560284979065.jpg“입에 발린 말이라뇨. 진심이에요. 잘 지내시나 계속 궁금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연락 못 드렸어요.”

16560284979059.jpg“앞으로 자주 연락하면 믿어줄게에.”

16560284979065.jpg‘내가 너한테 연락을 왜 하니? 연락? 꿈도 꾸지 마.’

목적이 있어 안 회장을 부른 것이었기에 강정휘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16560284979065.jpg“가만 보면 짓궂으셔. 어떻게 지내셨어요?”

16560284979059.jpg“책 내느라 정신없지 뭐.”

그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강정휘는 안다. 안 회장은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고의 분량도 모른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회장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16560284979065.jpg“그러셨구나.”

16560284979059.jpg“강 대표는 어떻게 지냈어?”

16560284979065.jpg“저는 그림 파느라 정신없죠.”

16560284979059.jpg“괜찮은 그림 있으면 추천해 봐.”

16560284979065.jpg“마침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이따 잠깐 보고 가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강정휘는 안 회장이 그림을 살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안 회장과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녀가 그림을 샀던 건 한 번뿐이었다. 그것도 신인작가의 백만 원짜리 그림 말이다. 사지도 않을 거라면서 안 회장은 의심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16560284979059.jpg“그림 때문에 나한테 연락한 거 아니야?”

16560284979065.jpg“그럼 보지 않으셔도 되구요.”

16560284979059.jpg“그렇게 말하니까 또 보고 싶네. 밀당이 장난 아니야. 호호호!”

16560284979065.jpg“호호호!”

억지로 웃는 강정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얼른 목표를 이루고 안 회장을 쫓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정휘는 말을 꺼냈다.

16560284979065.jpg“그 이야기 들으셨어요? 탑 옥션 6월 경매에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이 나온대요.”

16560284979059.jpg“그게 뭔데?”

재벌들 사이에 끼고 싶어서 갤러리 주변을 얼쩡거리면서도 유명한 그림을 모르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인상이 구겨지는 것을 간신히 미소로 덮으며 말했다.

16560284979065.jpg“한때 가장 비싼 작품으로 유명했죠. 2018년에 한화로 천억 정도에 팔렸잖아요.”

16560284979059.jpg“무슨 그림이 그렇게 비싸?”

16560284979065.jpg“그러니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죠.”

16560284979059.jpg“난 전혀 몰랐네. 어떤 그림인지 구경이나 하러 프리뷰 가야겠다.”

16560284979065.jpg“시간 맞으면 같이 가요. 그 작품이 우리나라 옥션에서 판매되다니 기분이 묘해요. 듣기로는…….”

강정휘가 말을 하다 말자 안 회장은 궁금함을 내비쳤다.

16560284979059.jpg“무슨 말을 하다 말아?”

16560284979065.jpg“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안 하는 것이 낫겠어요.”

슬쩍 빼는 모습에 궁금함은 배가 됐다.

16560284979059.jpg“무슨 이야기인데 그래? 나한테만 살짝 해 봐.”

16560284979065.jpg“정말 안 회장님만 알고 계셔야 해요.”

16560284979059.jpg“걱정하지 마. 아무한테도 말할게. 나 입 무거운 거 알잖아.”

16560284979065.jpg“런던에 있는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예술가의 초상’이 도난당했대요.”

안 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16560284979059.jpg“그럼 도난품이 옥션에 나온다는 거야?”

16560284979065.jpg“어떻게 도난품을 옥션에 내보내겠어요. 도난품이 아니라…… 가작인 것 같아요.”

16560284979059.jpg“가작? 어떻게 그게 가능해?”

16560284979065.jpg“소장자가 오해로 신고한 거라고 도난을 취소하고, 똑같은 모작을 그려서 탑 옥션에 위탁한 거죠. 그게 아니면 소더비하고 크리스티를 뒤로하고 왜 한국에 있는 탑 옥션을 택했겠어요.”

그럴듯한 이야기에 안 회장은 완전히 홀렸다.

16560284979059.jpg“그래. 맞네, 맞아! 근데 이런 이야기는 사람들하고 나눠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잖아. 그 그림이 한두 푼도 아닌데…….”

16560284979065.jpg“확실한 이야기도 아니고, 괜히 난감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서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죠?”

16560284979059.jpg“그럼 이해하지. 아무한테도 말 안 해. 걱정 마.”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입이 근질거리는 표정이었다. 안 회장 성격이라면 대표실을 나가는 순간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떠들어댈 것이고, 그러면 하루도 되지 않아 ‘예술가의 초상’이 가짜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갈 것이다. * 시간을 확인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서정선 앞에 섰다.

16560284862275.jpg“팀장님, 외근 다녀오겠습니다.”

16560284835136.jpg“그래. 잘 다녀와.”

다른 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다영이 쫓아 나왔다.

16560284862275.jpg“너도 외근하러 가?”

고개를 저으며 다영이 주변을 살폈다.

1656028509164.jpg“아니요. 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16560284862275.jpg“뭔데?”

1656028509164.jpg“이 실장님에게 아까 전화가 왔는데, ‘예술가의 초상’에 대한 이상한 말이 돈대요.”

16560284862275.jpg“무슨 말?”

1656028509164.jpg“가작이라는 소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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