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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싸움 (3) (129/226)

129화 싸움 (3)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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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5189286.jpg“‘예술가의 초상’에 대한 이상한 말이 돈대요.”

16560285189292.jpg“무슨 말?”

16560285189286.jpg“가작이라는 소문이요…….”

16560285189292.jpg“…….”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곧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금방 감이 잡혔다. 그런 내 표정을 살핀 다영이 물었다.

16560285189286.jpg“누가 그랬는지 짐작이 가요?”

16560285189292.jpg“응. 강정휘인 것 같아. 강민수랑 손잡은 모양이더라구.”

16560285189286.jpg“강정휘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오빠를 괴롭히는 거예요?”

16560285189292.jpg“그건…….”

나도 모르게 안경의 존재를 고백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안경의 존재를 아는 것은 결과적으로 다영을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다영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 위험한 사람은 나 하나로 충분하다.

16560285189286.jpg“왜 말을 하려다가 말아요?”

16560285189292.jpg“……내가 고깝겠지.”

16560285189286.jpg“겨우 그런 이유로 사람을 이렇게 괴롭힌다구요?”

16560285189292.jpg“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인간이야. 걱정하지 마. 당하고만 있진 않을 테니까.”

16560285189286.jpg“알았어요. 조심해요. 오빠.”

16560285189292.jpg“말해줘서 고마워. 가볼게.”

16560285189286.jpg“네. 조심해서 가세요.”

나는 싱긋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탔지만, 문이 닫히자마자 인상을 썼다. 다영을 안심시키기 위한 웃음이었기 때문이다. 강민수처럼 나도 편법을 동원해야 할까. 상대방에서 이미 룰을 어겼으니 내가 어긴다고 할 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민수처럼 편법을 쓴다면 나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 부분이 걸렸다. * 집 안으로 들어서자 강 회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1656028521653.jpg“어서 와요.”

16560285189292.jpg“잘 계셨습니까?”

1656028521653.jpg“덕분에 잘 있었어요.”

경상도 억양이 강하면서도 말씨는 부드러운 특유의 말투가 반가웠다. 곁에 있는 비서실장과도 인사를 나누고 소파에 앉았다.

1656028521653.jpg“쌍룡검 기사 봤죠?”

16560285189292.jpg“네. 홍보팀에서 일을 정말 잘하셨던데요.”

1656028521653.jpg“돈을 들였으니 그만큼 홍보가 되어야죠.”

16560285189292.jpg“맞는 말씀입니다.”

쌍룡검을 낙찰받고 경매장을 나서면서 강 회장이 인터뷰를 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고 그 이후 전시가 될 때까지 거의 한 달 동안에 걸쳐서 기사가 쏟아졌다. 슬쩍 나를 본 강 회장이 말했다.

1656028521653.jpg“최근에는 쌍룡검의 영향력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버려서 별 의미가 없어졌지만 말이에요.”

주인탁 교수와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을 의미한다는 것을 나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16560285189292.jpg“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1656028521653.jpg“역시 우연의 일치가 아닌 한 선생 작품이죠?”

나는 무마용 웃음을 지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16560285189292.jpg“모른 척 좀 해주십시오.”

1656028521653.jpg“한 선생이니까 그렇게 하죠. 위탁한다고 연락해서 놀랐죠?”

16560285189292.jpg“네. 놀랐습니다.”

골동상을 할 때도 강 회장은 한 번도 물건을 판 적이 없었다.

16560285189292.jpg“판매를 결정하신 이유를 여쭤 봐도 됩니까?”

1656028521653.jpg“새로운 유물을 들여놓기 위해서는 비우는 것이 필요하더군요.”

16560285189292.jpg“다른 골동상을 통해서 처분하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요.”

1656028521653.jpg“생각을 안 해봤던 건 아니지만, 한 선생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해서요. 왜, 싫어요?”

16560285189292.jpg“싫긴요. 영광입니다. 저희 탑 옥션은 다른 곳에 비해 그 절차가 까다로운 편인데, 이렇게 결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체적으로 몇 점을 위탁할 것인지 이야기가 되어 있진 않았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16560285189292.jpg“정확히 어떤 유물을 위탁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1656028521653.jpg“말로 백번 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겠죠. 수장고로 가죠.”

강 회장을 따라 수장고로 가니 판매할 작품을 꺼내놓은 것이 보였다. 묵죽도와 청화백자 두 점 모두 좋았지만,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화성능행도였다. [ 2,500,000,000원 | 진 | 3,500,000,000원 | 1790년대 | 소장자 판매 결정 ] 화성능행도는 말 그대로 왕이 화성에 행차할 때 그려진 그림이었고, 이 시기 왕은 정조였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행사들을 그림으로 그려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가로 50cm, 세로 150cm 정도 되는 그림 8폭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홀린 듯 바라보면서 말했다.

16560285189292.jpg“8폭 모두 남아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네요.”

1656028521653.jpg“그렇죠. 8폭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국내외 다해 봐야 4점밖에 없으니 말이에요.”

16560285189292.jpg“파셔도 괜찮겠어요? 아까운 작품인 것 같은데…….”

1656028521653.jpg“한 선생도 참, 물건 파는 사람이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그림에 빠져 나의 본문을 잃고 있었다.

16560285189292.jpg“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근데 정말 괜찮으세요?”

1656028521653.jpg“아깝죠.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더 좋은 유물을 들여놓기 위한 선택이에요.”

나는 깍듯이 인사하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16560285189292.jpg“좋은 물건 위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면감정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1656028521653.jpg“이 중에 위조품은 없죠?”

16560285189292.jpg“없습니다.”

수장고에서 나오면서 강 회장은 나를 빤히 보았다.

1656028521653.jpg“무슨 걱정 있어요?”

고객 앞에서 걱정이 있는 얼굴을 했다니, 스페셜리스트로서 실격이었다.

16560285189292.jpg“죄송합니다.”

1656028521653.jpg“혼내는 것이 아니라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예요. 말해 봐요.”

나는 고민하다 추상적으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16560285189292.jpg“이기고 싶은 싸움이 있습니다.”

1656028521653.jpg“그런데요?”

16560285189292.jpg“상대가 편법을 쓰면서까지 이기려고 듭니다.”

1656028521653.jpg“그럼 한 선생도 편법을 쓰면 되잖아요.”

16560285189292.jpg“그런데 그러자니 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1656028521653.jpg“하하하. 하하하!”

큰 소리로 웃는 강 회장의 모습에 나는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물었다.

16560285189292.jpg“너무 도덕책 같은 고민인가요?”

1656028521653.jpg“아니요. 옛날 생각이 나서 웃었어요.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16560285189292.jpg“아닙니다. 괜찮습니다.”

1656028521653.jpg“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꼭 따내고 싶은 사업이 있었는데 상대 기업에서 로비를 하는 바람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거죠. 로비를 할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도강그룹의 수장인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했다.

16560285189292.jpg“어떻게 하셨습니까?”

1656028521653.jpg“로비를 했어요. 그것이 꼭 필요했거든요. 그때 나도 한 선생하고 같은 고민을 했어요.”

16560285189292.jpg“결정을 내리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1656028521653.jpg“‘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난데없는 질문은 그가 결정을 내린 이유인 모양이다.

16560285189292.jpg“앙갚음. 복수 같은 느낌이 듭니다.”

1656028521653.jpg“그렇죠. 그런데 누군가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말에는 복수와 함께 형평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이에요.”

16560285189292.jpg“……듣고 보니 그러네요.”

당한 만큼 돌려준 거지, 그 이상을 되갚아준 것은 아니다.

1656028521653.jpg“그래서 나도 딱 상대가 한 만큼만 돌려주기로 했어요.”

16560285189292.jpg“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1656028521653.jpg“사업을 따냈죠.”

싱긋 가볍게 웃는 강 회장을 보면서, 나는 강만수에게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 자리에서 일어난 서정선이 밝게 외쳤다.

16560285324856.jpg“밥 먹으러 가자!”

그 말에 백 책임, 장희정, 내가 일어섰다. 그때 이수지의 수행원에게 전화가 와서 받았다.

16560285189292.jpg“네. 한지감입니다.”

16560285347064.jpg[지감 씨, 점심시간에 차 한잔 할 수 있어요?]

16560285189292.jpg“네. 가능합니다.”

달갑지는 않았지만 대강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짐작이 갔다. 통화를 마치자 장희정이 물었다.

16560285347076.jpg“지감 씨, 점심 따로 먹어야 해요?”

16560285189292.jpg“그건 아닌데 식사를 빨리 해야 할 것 같네요.”

점심을 빨리 먹고 근처 카페에서 이수지의 수행원과 만났다. 수행원이 사무적인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16560285347064.jpg“점심시간 방해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관장님 말리느라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한지감 씨도 관장님과 만나는 것보다 나랑 만나는 것이 낫죠?”

16560285189292.jpg“당연하죠.”

이수지에게 한 거짓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대면할 때마다 속이고 있다는 찜찜함이 느껴져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시간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홀짝 음료를 마신 그녀가 물었다.

16560285347064.jpg“왜 왔는지 안 물어봐요?”

16560285189292.jpg“‘예술가의 초상’ 때문에 오신 것 아닙니까?”

16560285347064.jpg“맞아요. 돗자리 깔아도 되겠어요.”

이수지라면 그 멋진 그림을 자신의 미술관에 걸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했을 것이다. 구입 가격 선을 정하던 도중에 가작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고, 불안한 나머지 연락을 취한 것이리라.

16560285189292.jpg“관장님 뵌 지가 햇수로 3년인데, 모르는 것이 이상하죠.”

16560285347064.jpg“가작이에요?”

수행원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표정을 살폈고, 나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16560285189292.jpg“믿고 싶은 대로 믿으세요.”

미간을 찌푸린 수행원이 항의했다.

16560285347064.jpg“그게 스페셜리스트가 할 말이에요?”

16560285189292.jpg“진작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말하면 어떤 근거냐고 물으실 거고, 전 이미 있는 보증서를 들 수밖에 없겠죠. 그럼 더 확실한 근거를 요청하실 거잖습니까. 분명 전 설명을 했는데 어느 순간 변명처럼 돼 있겠죠. 그게 싫습니다.”

얼마 전 ‘예술가의 초상’이 영국에서 회사로 들어왔을 때 진작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감정위원들도 모두 같은 감정을 했다. 이해한다는 듯 수행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85347064.jpg“지감 씨가 어떤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요. 그래요, 그럼 근거 다 빼고 묻죠. 정말 진작 맞아요?”

16560285189292.jpg“맞습니다. 진작도 아닌 걸 제가 왜 위탁을 받았겠습니까.”

16560285347064.jpg“알겠어요. 그럼 나도 관장님께 그렇게 전할게요.”

16560285189292.jpg“네. 꼭 좀 전해주세요.”

일어설 준비를 하던 수행원이 돌연 멈추고 나를 봤다.

16560285347064.jpg“지감 씨. 정말 관장님이 그렇게 별로예요?”

16560285189292.jpg“이미 답을 아는 질문을 왜 하시는 겁니까?”

16560285347064.jpg“인간적으로는 별로일 수 있지만, 관장님이 가진 배경은 엄청나잖아요.”

16560285189292.jpg“엄청나죠. 하지만 그것이 연인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단호한 나를 보면서 수행원이 픽 웃었다.

16560285347064.jpg“잘 알겠어요. 그만 일어서죠.”

  * 일주일 후. 회의실 앞에 들어선 강민수가 낮은 한숨을 뱉으며 문을 두드렸다.

16560285389311.jpg“들어오세요.”

김도균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민수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낸 과제를 보고 경매 순서를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결정을 듣는 자리였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김도균과 달리 서정선은 무표정했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빴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자신을 다독이는데, 김도균이 입을 열었다.

16560285389311.jpg“강민수 씨가 낸 과제 잘 봤습니다. 고미술품과 근현대미술품을 따로 하지 않고 섞어서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더군요.”

16560285389318.jpg“감사합니다.”

강민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만다 우 사건 이후 그는 회사에서 항상 겉돌았고, 말도 안 되게 지방대 출신 한지감이 관심의 중심이 됐다. 이제 그 자리를 되찾아올 때가 된 것이다. 이어진 말은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16560285389311.jpg“하지만 서 팀장과 회의한 결과, 이런 순서로는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것이라 기대했기에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강민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6560285389318.jpg“이유가…… 뭡니까?”

서정선이 처음 입을 열었다.

16560285324856.jpg“방금 총괄님이 설명하셨잖아.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어렵다고.”

16560285389318.jpg“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16560285324856.jpg“천천히 가격이 올랐다 내려왔다를 반복해야 하는데, 강민수 씨가 작성한 경매 순서는 그렇지가 않아.”

16560285389318.jpg“그 부분이 관심을 더 유도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서정선이 얕은 한숨을 쉬자 결국 김도균이 끼어들었다.

16560285389311.jpg“신선한 부분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놓쳤다고 저도 서 팀장도 판단했어요.”

16560285389318.jpg“알겠습니다…….”

강민수는 비틀거리면서 회의실을 나섰다.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공을 들여서 잠도 자지 못하고 만든 경매 순서가 부정당했다. 그것도 지방대를 나온 한지감보다 못하다니…….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멍하니 앉아 있는데, 한지감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6월 메이저 경매 순서를 한지감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기필코 한지감을 회사에서 쫓아내고 자신의 자리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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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선과 김도균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를 물끄러미 봤고, 부담을 참지 못하고 나는 나지막이 물었다.

16560285189292.jpg“저……. 왜 부르신 건지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부드럽게 서정선이 말했다.

16560285324856.jpg“경매 순서, 지감 씨가 하는 걸로 결정했어.”

16560285189292.jpg“정말입니까?”

환하게 웃는 나를 보며 두 사람은 약속한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6560285324856.jpg“당연히 정말이지.”

16560285389311.jpg“축하해요. 한지감 씨.”

16560285189292.jpg“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매의 순서를 만드는 것은 경매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더 기뻤다. 서정선이 부드럽게 물었다.

16560285324856.jpg“이번에 경매 참여했던 것이 순서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될 거야.”

16560285189292.jpg“네. 그럴 것 같습니다.”

16560285324856.jpg“하길 잘했지?”

16560285189292.jpg“네!”

16560285324856.jpg“경매할 때 느낌 어땠어?”

16560285189292.jpg“무섭지만 재밌었습니다.”

김도균이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16560285389311.jpg“꼭 놀이기구를 탄 감상 같군요.”

16560285189292.jpg“네. 정말 놀이기구를 탄 느낌이었습니다. 엄청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더라구요. 조금이라도 정신을 팔았다가는 실수할 것 같았습니다.”

문득 경매대 위에서도 평온했던 서정선이 떠올랐다.

16560285189292.jpg“팀장님은 긴장 안 되십니까?”

16560285324856.jpg“긴장은 되지만 심장이 조여드는 정도는 아니야. 기분 좋은 긴장감 정도? 말하고 보니까 지감 씨가 말한 것처럼, 무섭지만 재밌다는 느낌이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16560285189292.jpg“저는 심장을 조여드는 긴장입니다.”

16560285324856.jpg“너무 약한 척하는 거 아니야?”

16560285189292.jpg“정말입니다.”

16560285324856.jpg“하긴 나도 초반에 그랬지. 하지만 하다 보면 어느새 긴장감조차 어느새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긴장감을 즐기는 모습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나에게 그런 날이 올까? 특별 경매에 보조 경매사로 참여하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모험이었다.

16560285189292.jpg“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16560285324856.jpg“지감 씨가 결정만 한다면 그런 날이 빨리 오도록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16560285189292.jpg“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16560285324856.jpg“경매사, 하고 싶은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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