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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싸움 (4) (130/226)

130화 싸움 (4)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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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5549517.jpg“경매사, 하고 싶은 생각 없어?”

16560285549522.jpg“…….”

경매사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 그 자리에 내가 선다.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굳어버릴 것 같다. 표정을 본 서정선이 달래듯이 말했다.

16560285549517.jpg“당장 경매사가 되라는 건 당연히 아니야. 그건 회사에서도 원하지 않아. 보조 경매사를 하면서 몇 년 뒤에는 경매사가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겠냐는 거지.”

나를 가만히 보던 김도균이 말을 꺼냈다.

16560285549532.jpg“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됩니다.”

16560285549522.jpg“……원치 않는다기보다…… 사실 저는, 저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걸 힘들어합니다.”

조심스런 고백이었지만 서정선도 김도균도 놀라지 않았다. 서정성은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16560285549517.jpg“나도 그랬어.”

16560285549522.jpg“팀장님도요?”

긴장감마저 즐긴다는 사람이 시선이 집중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16560285549517.jpg“정말이야. 지감 씨. 지 팀장님한테 물어봐. 경매하는 날 일주일 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 호가를 잘못 불러서 분위기를 망친 적도 많고. 강요하려는 건 아니지만 지감 씨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서 그래. 앞으로 계속 보조 경매사도 해 줬으면 하고.”

16560285549522.jpg“……생각 좀 해 보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16560285549517.jpg“6월 프리뷰 전까지만 말해줘. 부탁할게.”

16560285549522.jpg“네.”

회의실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왔다. 요즘 시선이 집중되어 머리가 하얘지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내가 보조 경매사가 아닌 경매사가 될 수 있을까. 당장 경매사가 되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부담스러워졌다. 그때 나를 향하는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강민수가 한껏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6월달 메이저 경매의 순서를 나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강민수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이건 처음부터 내 것이었다. 그러니 일말이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없다. 더욱이 그에게는 내가 갚아주어야 할 것들이 있지 않은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 대로 돌려주겠다. 나는 보란 듯이 웃어주었고, 강민수는 흠칫하며 더 나를 노려봤다. 그런 것에 일일이 반응해 줄 시간이 없기에 무시하고 갚아줄 방안을 생각했다. 소문은 차치하더라도, 물량에 있어서 지금 나는 현저히 뒤쳐져 있다. 물량에서 강민수를 따라잡으려면 갤러리와 손을 잡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떤 갤러리든 강정휘처럼 전폭적으로 나를 밀어주긴 어렵다. 그러니 적어도 세 개의 갤러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내가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갤러리 대표는 강정휘와 임병규뿐이니 활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유리문 밖으로 나가 조선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16560285578076.jpg[지감 씨, 오랜만이에요!]

예전과 달리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16560285549522.jpg“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16560285578076.jpg[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언제가 괜찮아요?]

16560285549522.jpg“식사도 좋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16560285578076.jpg[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16560285549522.jpg“리아 갤러리 정 회장님과 자리를 마련해주실 수 있을까요? 위탁을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얼마 전 리아 갤러리 전속 작가가 된 조선웅의 입장에서는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16560285578076.jpg[네. 만들겠습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지감 씨 부탁인데, 어떻게든 되게 해야죠.]

흔쾌한 답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무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16560285549522.jpg“무리하시진 않으셔도 됩니다.”

16560285578076.jpg[그 정도는 이제 저한테 무리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조선웅과의 통화가 끝났고, 이번에는 진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난데없이 물었다.

16560285605692.jpg[부탁할 거 있어?]

부탁하려 연락한 것이기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16560285549522.jpg“어떻게 아셨어요?”

16560285605692.jpg[연락 잘 안 하다가 하니까 알았지.]

16560285549522.jpg“연락을 잘 안 하다뇨. 지난주에도 전화드렸는데요?”

16560285605692.jpg[시연이는 거의 매일 전화한다.]

16560285549522.jpg“제가 이 비서님은 아니잖아요.”

수화기 너머 노여운 음성이 들려왔다.

16560285605692.jpg[부탁하는 녀석이 말대답을 하고, 기본이 안 되어 있어!]

16560285549522.jpg“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오.”

16560285605692.jpg[빨리 부탁할 거나 말해!]

16560285549522.jpg“제가 물량 공세를 해야 해서요. 예전에 알고 지내셨던 갤러리와 연결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기왕이면 옥션에서 다루는 작가가 많은 리아 갤러리나 남정숙 갤러리 같이 대형 갤러리면 좋겠어요.”

기가 막힌다는 듯 얕은 한숨이 들려왔다.

16560285605692.jpg[내가 미술계 인사들하고 연 끊은 지가 벌써 5년이 넘었어. 근데 이제 와서 그림 달라고 연락을 하라고?]

16560285549522.jpg“난감한 부탁이란 것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급해서 그래요.”

16560285605692.jpg[왜 급한 건데?]

16560285549522.jpg“이번에 물량 공세에서 지면 나가야 하거든요.”

16560285605692.jpg[지면? 누구랑 내기했어?]

진 회장에게 딱히 숨길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16560285549522.jpg“네. 저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아! 이 비서님한테는 말하시면 안 돼요. 회사 사람들은 알면 안 되거든요.”

16560285605692.jpg[말도 못할 일을 뭐하러 벌여?]

16560285549522.jpg“자존심을 자꾸 건드리잖아요. 이미 판은 벌어졌고,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해요. 도와주세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진 회장이 말했다.

16560285605692.jpg[전화는 돌려보지. 된다는 단언은 할 수 없어.]

16560285549522.jpg“네. 감사드립니다.”

16560285605692.jpg[연락 좀 자주 하고!]

16560285549522.jpg“네!”

통화를 끝내고 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탕비실로 가서 다영을 불러냈다. 잠시 후, 동그란 눈을 한 다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16560285648398.jpg“할 말이 뭐예요?”

16560285549522.jpg“드림 갤러리랑 연결 좀 시켜줘. 부탁할게.”

심각하게 꺼낸 말이 무색하게, 다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16560285648398.jpg“난 또 뭐라고. 긴장했잖아요.”

16560285549522.jpg“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

16560285648398.jpg“이미 대표님께 말씀드려 놨어요. 괜찮은 시간 확정되면 말씀해주시기로 하셨어요.”

16560285549522.jpg“정말?”

놀란 나를 보며 다영은 픽하고 웃었다.

16560285648398.jpg“그럼 정말이죠. 내가 오빠한테 거짓말이라도 할까 봐서요?”

16560285549522.jpg“아니……. 이렇게까지 신경 써 줄지 몰라서…… 고맙고, 놀라기도 했고.”

16560285648398.jpg“오빠가 항상 나 도와줬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돕는 것이 당연하죠. 아, 도희한테 연락 좀 해봐요.”

16560285549522.jpg“도희는 왜? 혹시 리아 갤러리 들어갔어?”

16560285648398.jpg“아니요. 리아 갤러리는 떨어졌어요. 대신 남정숙 갤러리에 들어갔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16560285549522.jpg“거기 메이저 갤러리잖아.”

16560285648398.jpg“네. 원하는 대로 대표적인 곳에 갔어요.”

박도희가 잘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강민수와의 관계 때문에 좀 꺼려졌다.

16560285549522.jpg“근데 강민수랑 썸 타는 관계 아니었어?”

16560285648398.jpg“깨진 지가 언젠데? 오빠도 참 느려요.”

16560285549522.jpg“아…… 그래? 그럼 셋이서 같이 만나는 거 어때?”

16560285648398.jpg“둘이 만난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 이거죠?”

16560285549522.jpg“응. 네가 있으면 분위기가 좀 더 잘 돌아갈 것 같은데에.”

씨익 웃는 다영의 표정 때문에 나는 긍정적인 답을 기대했다.

16560285648398.jpg“안 돼요.”

16560285549522.jpg“왜?”

16560285648398.jpg“오빠. 저도 위탁 받아야 해서 바쁘거든요? 우리가 공생하는 관계지, 희생하는 관계는 아니잖아요.”

16560285549522.jpg“그거야 그렇지만…….”

16560285648398.jpg“그럼 잘 만나길 바랄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영은 쌩하니 탕비실에서 나갔다. * 리아 갤러리로 들어선 나는 직원에게 다가갔다.

16560285549522.jpg“탑 옥션 한지감입니다. 회장님과 뵙기로 약속이 되어있습니다.”

16560285704561.jpg“이쪽으로 오시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나는 회장실로 들어섰다. 짧은 숏커트 머리에 건조한 인상을 풍기는 60대 여자, 정 회장이 나를 보고 악수를 청했다.

16560285704561.jpg“정명은입니다. 반갑습니다.”

16560285549522.jpg“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285704561.jpg“앉으시죠.”

16560285549522.jpg“네.”

반듯한 자세로 앉은 정 회장이 입을 열었다.

16560285704561.jpg“조 작가를 통해서 연락을 주셨더군요.”

16560285549522.jpg“네. 혹시라도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16560285704561.jpg“불쾌하기보다 궁금했습니다. 기자회견을 연 것이 한지감 씨 아이디어라고 들었거든요.”

정 회장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16560285549522.jpg“조 작가님께 들으셨나 봅니다.”

16560285704561.jpg“아니요. 백 작가한테 들었어요. 술 마시더니 술술 불더군요. 백 작가나 조 작가 두 사람이 벌인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그 뒤에 이렇게 젊은 분이 있을 거라 생각하진 못했죠.”

16560285549522.jpg“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16560285704561.jpg“그렇다고 말하기는 꽤 많은 일을 하셨던데요. 골동상으로 있으실 때부터 손님들에게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16560285549522.jpg“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정 회장이 말했다.

16560285704561.jpg“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많은 작품을 위탁받고 싶다는 말은 조 작가에게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죠?”

16560285549522.jpg“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10점 이상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6560285704561.jpg“원한다면 30점까지도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도 그냥 해줄 수는 없죠.”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물었다.

16560285549522.jpg“원하시는 부분을 여쭤 봐도 될까요?”

16560285704561.jpg“이예린 작가라고, 지난달에 우리 갤러리에서 처음 개인전을 연 신인작가가 있어요. 그 작가의 그림 3점이 그 안에 포함되길 바라요.”

‘이예린’.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십중팔구 옥션에서 다뤄진 적 없는 작가다.

16560285549522.jpg“이예린 작가가 옥션에서 다뤄진 적이 있습니까?”

16560285704561.jpg“없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죠.”

한 번도 옥션에서 다뤄진 적 없는 작가를 다루는 것은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없다. 옥션의 문턱은 생각보다 훨씬 높고, 그에 맞는 검증이 필요하다. 정 회장은 신인작가에게 옥션에서 다루는 작가라는 프리미엄을 주려는 것이다.

16560285549522.jpg“회사로 돌아가 논의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16560285704561.jpg“그래요.”

  * 다음 미팅을 위해 움직이면서 이예린 작가의 도록을 확인했다. 아직 현대 미술을 보는 눈이 없어서인지 확 빨려들어간다거나 어떤 감정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눈길을 잡아 끄는 무언가는 있었다. 비록 그 느낌이 강력하진 않지만 말이다. 재능 있는 작가라는 사실은 잘 알겠지만, 경력도 짧고 인지도도 없다. 서정선에게 이런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라면 검증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예린의 작품을 옥션에 세울 수 없다면 30점도 날아간다. 정 회장은 사정을 말한다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 같지는 않았다. 얕은 한숨이 나왔다.

16560285549522.jpg“하아…….”

16560285788193.jpg“땅 꺼지겠어요오. 오빠.”

고개를 돌리니 박도희가 서 있었다.

16560285549522.jpg“도희야. 오랜만이다.”

16560285788193.jpg“네. 정말 오랜만이에요.”

여전히 박도희는 굴곡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예전만큼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진 않았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제법 전문적인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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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5549522.jpg“너. 제법 갤러리스트 티가 난다?”

16560285788193.jpg“그렇죠오.”

박도희가 어깨를 으스댔다.

16560285788193.jpg“오빠도 이제 제법 스페셜리스트 티가 나요.”

16560285549522.jpg“난 인턴 때도 그랬어.”

16560285788193.jpg“그렇게 믿고 싶으면 어쩔 수 없죠오. 이거 제 거죠?”

앞에 있는 커피를 가리키며 박도희가 말했다.

16560285549522.jpg“응. 시켜 놓으라며.”

꿀꺽 꿀걱 음료를 마시면서 박도희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16560285788193.jpg“아. 살 것 같다.”

16560285549522.jpg“오늘 바빴나 보다?”

16560285788193.jpg“네. 커피 한잔 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어요. 그러니까 빨리 말해 봐요. 무슨 일 때문에 불렀어요?”

16560285549522.jpg“갑자기 연락해서 이런 이야기하기 좀 그런데, 갤러리 그림 위탁해줄 수 있나 해서.”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박도희가 고민했다.

16560285788193.jpg“옥션에서 다뤄지는 작가들로 위탁해드려야 하는 거잖아요.”

16560285549522.jpg“그렇지.”

16560285788193.jpg“그럼 제 선에서 위탁드릴 수 있는 건 2점 정도밖에 없어요.”

16560285549522.jpg“혹시 남 회장님을 뵐 수 있을까?”

박도희는 난감함을 표했다.

16560285788193.jpg“오빠. 그건 좀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저 여기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잖아요.”

16560285549522.jpg“그렇지. 미안하다.”

16560285788193.jpg“미안할 것까진 없구요.”

다 막혀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빨대를 휘적거리던 박도희가 관심 없는 척 말했다.

16560285788193.jpg“민수 오빠는 잘 지내요?”

16560285549522.jpg“둘이 끝난 거 아니야?”

16560285788193.jpg“네. 끝났어요오. 그래도 가끔 궁금하긴 해요.”

문득 왜 끝났는지 궁금해졌다.

16560285549522.jpg“근데 왜 끝났어?”

16560285788193.jpg“자신감 넘치던 사람이 자꾸 작아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격지심이 나오는데, 계속 못 만나겠어서요……. 여기에 오빠 책임 있는 거 알죠?”

계속 빨대를 휘적거리면서 나를 흘겨봤다.

16560285549522.jpg“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16560285788193.jpg“오빠가 너무 주목 받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온라인 팀에서도 잘 적응을 못하는 것 같고…….”

16560285549522.jpg“주목 받고 싶으면 자기가 잘하든가.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팀에서 적응 못한 건 나 때문 아니야.”

끝났다면서도 박도희는 강민수 편을 들었다.

16560285788193.jpg“아만다 우의 유작은 이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다잖아요.”

16560285549522.jpg“난 그 말 안 믿어. 만약 그랬다고 해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맞아.”

16560285788193.jpg“잘났어, 정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16560285549522.jpg“이러다 싸우겠다. 강민수 이야기는 그만하자.”

16560285788193.jpg“쳇. 부탁하러 와서 자기 마음대로야.”

16560285549522.jpg“그래. 미안하다.”

입을 삐죽거리던 박도희가 내 앞에 있는 이예린의 도록을 봤다.

16560285788193.jpg“리아 갤러리 이예린 작가 도록은 왜 들고 있어요?”

16560285549522.jpg“위탁해달라고 갔다가 얻어 왔어. 이 작가, 옥션에서 다룰 수 있을까?”

16560285788193.jpg“2-3년 후면 모르지만, 당장은 어렵지 않겠어요? 수상경력도 없고, 인지도도 낮고, 경력도 짧고, 스타성도 없고.”

16560285549522.jpg“그렇지…….”

16560285788193.jpg“온라인 경매라면 모를까.”

16560285549522.jpg“맞아…….”

하지만 온라인 경매로는 정 회장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쳤다. 이거면 정 회장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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