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신인 작가 경매 (2) (132/226)

132화 신인 작가 경매 (2)2021.10.04.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영이 물었다.

16560286343796.jpg“그래서 신인작가 후원 경매 VIP를 누구로 할 건데요? 도강그룹 강 회장? 현성 미술관 이 관장? 그것도 아니면 화이트 백화점 권 대표?”

나는 빨대로 아이스 초코를 쪽쪽 빨아마시면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16560286343806.jpg“셋 다 아니야.”

16560286343796.jpg“그럼 누군데요?”

셋 다 아니라는 말에 다영은 더 궁금해하면서 조바심을 냈다.

16560286343806.jpg“너도…… 본 사람이야.”

16560286343796.jpg“나도 본 사람이요? 누구지?”

도저히 감을 잡지 못하는 다영에게 나는 힘없이 말했다.

16560286343806.jpg“이서 법률사무소 윤재홍 대표의 딸, 윤이서 사모님…….”

16560286343796.jpg“엥? 윤재홍 대표도 아니고 그 딸이라구요? 그때 그…… 나 변호사 부인 맞죠?”

16560286343806.jpg“응.”

16560286343796.jpg“전업주부라고 하지 않았어요?”

16560286343806.jpg“그렇긴 하지만 인맥이 엄청나잖아.”

다영이 입을 다문 채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16560286343796.jpg“인맥은 무시 못할 테지만, 매력도가 높은 VIP는 아니에요. 무슨 뜻인지 알죠?”

16560286343806.jpg“알아.”

16560286343796.jpg“그분이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요?”

16560286343806.jpg“그게 최선이라서……. 도강그룹 강 회장님은 고미술의 밤이나 원래 있었던 모임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꺼리고, 현성 미술관 이 관장은 이용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가 안 되겠고, 화이트 백화점 권 대표님은 다음 주가 되어야 들어오셔…….”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다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86343796.jpg“아……. 그러니까 윤이서 사모님이 최선의 선택이 된 상황이군요.”

16560286343806.jpg“그렇지……. 하지만 난 다른 분이 아니라 윤이서 사모님이 미술품에 가지는 애정으로 봤을 때 나쁜 선택이라고 여기지 않아.”

16560286343796.jpg“서 팀장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16560286343806.jpg“아쉬워했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잘 만나서 설득해보라고 하셨어.”

맞다고 테이블을 치며 다영은 과장된 몸짓으로 나를 위로했다.

16560286343796.jpg“맞아요.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겠어요. 첫 시작이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16560286343806.jpg“그래. 그래야지.”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얕은 한숨을 쉬었다. * 윤이서의 집 앞에 선 나는 긴장된 상태로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윤이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16560286399894.jpg“지감 씨, 잘 지냈어요?”

16560286343806.jpg“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16560286399894.jpg“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 것 빼곤 잘 지냈어요.”

나는 손에 들려있는 작은 오동나무 상자를 내밀었다.

16560286343806.jpg“별건 아니지만 받아주십시오.”

16560286399894.jpg“이게 뭐예요?”

16560286343806.jpg“백자청화합(白磁靑畵盒)입니다.”

합(盒)이란 음식을 담는 그릇 중에 뚜껑이 있고 둥글넙적한 형태를 말한다. 옛날 밥그릇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내가 오늘 가져온 것은 지름이 23cm로 다른 도자기와 비교했을 때 크진 않지만, 최고 사천만 원까지도 받을 수 있는 비싼 물건이다.

16560286399965.jpg

16560286399894.jpg“어머. 이런 걸 내가 받아도 되나?”

그렇게 말하면서 상자를 보는 윤이서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16560286343806.jpg“당연히 받을 자격 있으시죠. 매번 좋은 정보를 대가 없이 주시지 않았습니까.”

조선웅 작가 때를 비롯해, 내가 알기 어려운 정보들을 그녀는 여러 번이나 아낌없이 제공해주었다. 눈을 가늘게 뜬 그녀가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봤다.

16560286399894.jpg“아무래도 이거 뇌물 같은데?”

16560286343806.jpg“오늘 부탁을 드리러 온 것은 맞지만, 이건 순수한 제 선물입니다. 받아주세요.”

16560286399894.jpg“알았어요. 여기 앉으세요.”

거실에 있는 소파에 자리 잡고 나는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16560286343806.jpg“이번에 탑 옥션에서 준비하는 새로운 경매가 있습니다.”

16560286399894.jpg“새로운 경매요?”

16560286343806.jpg“네. 기존의 그림을 사들이는 형태에서 한발 나아가서, 작가를 후원하는 형태입니다. 후원자분들을 위한 커뮤니티도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내 설명을 들은 윤이서는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16560286399894.jpg“재밌는 경매네요. 신선해요. 그 경매에 참여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건가요?”

16560286343806.jpg“네. 맞습니다.”

갸우뚱한 윤이서가 의아하게 나를 보았다.

16560286399894.jpg“참여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내가 후원자가 된다 한들 매력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텐데요.”

16560286343806.jpg“사모님의 사회적 지위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래서만은 아닙니다. 미술품을 진정으로 사랑하시는 분이니 신인 작가의 좋은 후원자가 되어 주실 거라 생각해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16560286399894.jpg“알았어요. 좋은 선물도 받았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참석해서 저도 마음에 드는 신인작가를 후원해야겠네요.”

16560286343806.jpg“감사합니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모아서 세상에 제대로 보이고 싶었다. 갤러리는 2차 시장이기에 갤러리에서 위탁받지 않은 이상, 첫 거래되는 작품을 받을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경매를 통해서 첫 거래되는 작품을 옥션에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이라 규모가 크진 않겠지만 사람들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나 궁금했다. * 나는 서정선에게 윤이서를 작가 후원 경매의 VIP로 모셨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녀는 특유의 부드러운 말로 나를 다독였다.

16560286455342.jpg[지감 씨, 수고 많았어. 어려운 일은 없었어?]

16560286343806.jpg“잘 응해주셔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16560286455342.jpg[지감 씨가 부탁하니까 어렵지 않게 들어준 거겠지. 지난번에 보니까 순해 보여도 성격 장난 아니던데.]

나 변호사를 잡겠다고 아들을 데리고 우리 회사까지 왔던 윤이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들 앞에서는 부드럽게 굴었지만, 나 변호사만 남았을 때 그녀의 분노는 회의실을 뚫고나와 사무실을 울렸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16560286343806.jpg“네. 한 성격 하시죠. 그래도 전 이해는 돼요.”

16560286455342.jpg[지금 자기 고객이라고 편드는 거야?]

16560286343806.jpg“편든다기보다, 그럴 상황이었잖아요.”

서정선은 금방 수긍했다.

16560286455342.jpg[하긴 내가 그 상황이라도 정말 화나긴 했을 거야. 이제 회사로 돌아오는 건가?]

16560286343806.jpg“갤러리 몇 곳에 들러서 아예 제안을 하고 오려고 합니다.”

16560286455342.jpg[추진력이 대단하네. 다른 사람이면 들어오라고 하고 다음에 같이 가겠지만, 지감 씨니까 혼자가게 해주는 거야. 알지?]

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16560286343806.jpg“알죠. 좋은 소식 갖고 회사로 돌아가겠습니다.”

16560286455342.jpg[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전화가 끝나자 나는 곧바로 리아 갤러리로 향했다. 건조한 얼굴을 한 정 회장이 나를 맞았다.

16560286399894.jpg“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가 원하는 대답을 가지고 왔나요?”

16560286343806.jpg“원하는 답은 아니지만 흥미를 끌 만한 답을 가져 왔습니다.”

정 회장의 얼굴이 싸하게 굳었다.

16560286399894.jpg“한지감 씨가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내 흥미는 끌기 어려워요.”

16560286343806.jpg“일단 들어보시고 말씀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6560286399894.jpg“그래요. 들어나 보죠.”

나는 신인작가 후원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소파에 푹 기대있던 정 회장의 몸은 점점 앞으로 나왔다. 기획안이 정 회장의 흥미를 끈 것이다.

16560286399894.jpg“이거 웬만하면 괘씸해서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매력적이군요. 신청하면 다 받아주는 건 아닐 테고, 어떤 조건이 있죠?”

16560286343806.jpg“심사를 거치겠지만 처음 진행되는 경매인 만큼 까다롭진 않을 겁니다. 단, 갤러리에서 한 명의 작가만을 추천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16560286399894.jpg“두 명은 어때요? 애초에 이 경매가 만들어진 것이 내 덕분 아닌가?”

정 회장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특별대우를 바랬다.

16560286343806.jpg“죄송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16560286399894.jpg“이러면 30점을 받아가긴 어려울 텐데?”

특별대우를 받을 수 없다면 나도 그림을 받아갈 수 없다는 협박 모드다.

16560286343806.jpg“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럼 위탁은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가방을 들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붙잡아야한다고 생각했는지 정 회장은 덥석 내 팔을 잡았다. 내가 왜 그러냐는 듯 보자 그녀는 그제야 손을 뗐다.

16560286399894.jpg“미안해요. 지감 씨가 정말 가버릴 것 같아서 내 마음이 급했네요. 이렇게 하죠. 다른 갤러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지는 기회인 만큼 15점 위탁할게요.”

16560286343806.jpg“옥션에 거래되는 작가로 열 점, 맞습니까?”

16560286399894.jpg“네. 맞아요. 옥션에 거래되는 작가로 열 점.”

신인 작가 경매가 제대로 자리 잡기만 한다면 우리 회사가 아닌 정 회장이 아쉬운 입장이 된다. 그러기에 지금 관계를 잘 잡아 두려는 것이다. 씨익,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16560286343806.jpg“좋은 결정 감사드립니다.”

비록 30점은 아니었지만 이걸로 다른 갤러리 영업까지 뛸 수 있었기에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었다. * 남 회장이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16560286512476.jpg“지감 씨 봐서 반갑긴 한데, 어째 좀 불안하네요.”

16560286343806.jpg“제가 그림 더 내놓으라고 할까 봐서요?”

16560286512476.jpg“아니에요?”

16560286343806.jpg“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당황한 남 회장이 눈을 껌벅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었다.

16560286512476.jpg“미안하지만 옥션에서 거래되는 작가 중에 위탁할 만한 작품이 없어요.”

16560286343806.jpg“옥션에서 거래되지 않은 신인 작가는 어떠십니까?”

16560286512476.jpg“신인 작가요?”

16560286343806.jpg“네.”

신인 작가 후원 경매를 설명해주었고, 남 회장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16560286512476.jpg“정말 신인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네요. 갤러리마다 추천할 수 있는 작가의 제한이 있나요?”

16560286343806.jpg“갤러리마다 한 작가를 추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16560286512476.jpg“아……. 그렇군요. 추천 작가 수가 좀 아쉽네요.”

시무룩한 남 회장의 표정이 정말 아쉬워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6560286343806.jpg“하지만 리아 갤러리에서는 두 명의 작가를 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16560286512476.jpg“좋긴 한데 이유가 뭐죠?”

16560286343806.jpg“남 회장님 덕에 이 경매를 열 수 있는 힌트를 얻었거든요.”

동그란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16560286512476.jpg“제 덕에요?”

16560286343806.jpg“네. 지난번에 별 이유 없이 저를 도와주셨지 않으셨습니까. 도우면 돌아온다고 말이죠. 그래서 후원 경매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호탕하게 웃었다.

16560286512476.jpg“그 말은 내가 항상 하는 말이라, 나를 아는 옥션 사람들은 한 번씩 들었을걸요? 경매를 기획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지감 씨 능력이 뛰어나서인 것 같은데,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 우리 갤러리한테만 두 자리를 줘도?”

16560286343806.jpg“네. 후회하지 않습니다. 남 회장님 덕에 힌트를 얻기도 했고,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을 받았지 않습니까. 분명히 약속드렸죠. 작은 일이라도 행동으로 보답드리겠다구요.”

남 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16560286512476.jpg“정말 빨리 보답했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16560286343806.jpg“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

16560286512476.jpg“고마워요. 다음에 또 도움이 필요하면 꼭 연락해요.”

16560286343806.jpg“감사합니다.”

흐뭇하게 웃는 남 회장을 따라 나도 함께 웃었다. * 다음 날. 오전 근무를 끝내고 팀원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던 서정선이 물었다.

16560286455342.jpg“지감 씨, 이번에 위탁한 작품이 총 몇 점이지?”

16560286343806.jpg“64점입니다.”

아버지 10점, 남정숙 갤러리 15점, 리아 갤러리 15점, 드림 갤러리 10점, 터너가 위탁한 ‘예술가의 초상’ 1점, 강 회장 3점, 그밖에 소장자들에게서 10점을 위탁받아 얻어낸 결과였다. 놀란 장희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16560286399894.jpg“그렇게 많이 했어요?”

16560286343806.jpg“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강민수와의 싸움에서 지면 회사에서 나갈 상황이라 그랬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16560286399894.jpg“이번에 사고 좀 치겠는데!”

16560286399894.jpg“진짜 많이 했다.”

백 책임과 장희정이 흥분한 분위기를 내는데도 서정선의 표정은 어쩐지 걱정스러웠다.

16560286455342.jpg“갤러리까지 돌면서 좀 무리한 거 아니야? 누가 보면 이번이 마지막인 줄 알겠어.”

16560286343806.jpg“전력을 다해보고 싶어서요.”

물을 마신 장희정이 끼어들었다.

16560286399894.jpg“이번에 강민수 씨도 많이 했다던대.”

백 책임이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16560286399894.jpg“50점 넘게 위탁받았다고 하더라고. 누가 보면 지감 씨랑 강민수 씨 경쟁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16560286399894.jpg“하하하. 그러게요.”

백 책임은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사실이었기에 웃음이 나지 않았다. 빨리 다른 주제로 지나가고 싶은 마음도 모른 채 장희정이 맞장구를 쳤다.

16560286399894.jpg“팀장님, 지감 씨랑 강민수 씨 인센티브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두 사람이 위탁받은 것이 전체 메이저 경매에 출품된 전체에서 반이 넘잖아요.”

16560286455342.jpg“낙찰 결과가 좋으면 총괄님께 말씀드려 볼게.”

서정선의 말에 장희정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16560286399894.jpg“한지감 씨, 인센티브 받으면 거기 내 지분 있는 거 알죠? 한턱 거하게 사야 해요!!”

16560286343806.jpg“네. 그럼요.”

나를 보며 서정선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6560286455342.jpg“이번에 지감 씨 보조 경매사도 하기로 했어.”

16560286343806.jpg“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려구요.”

보조 경매사를 하면서 경매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로 결정했다. 눈앞에 백 책임이 있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었다.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지, 아니면 안 쓰는 척하는 건지 백 책임은 희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탕비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다영은 나에게 아이스 초코를 타 달라고 재촉했다.

16560286343796.jpg“빨리 타 봐요.”

16560286343806.jpg“그러게 급하면 네가 타서 마셔!”

부루퉁한 답에도 다영은 전혀 기죽지 않고 말했다.

16560286343796.jpg“그럴 수야 없죠.”

16560286343806.jpg“뭐가 그럴 수가 없어. 네가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나도 우리 집에서는 귀한 아들이거든!!!”

16560286343796.jpg“누가 뭐래요. 그냥 전 맛있는 아이스 초코를 먹고 싶을 뿐이에요.”

16560286343806.jpg“타는 법 가르쳐 줬잖아.”

16560286343796.jpg“알죠. 컵에 핫초코 넣고 반만 물을 넣어서 완전히 저은 후에 거기에 얼음을 넣으라고.”

타는 법을 저렇게 꿰고 있으면서 타 달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16560286343806.jpg“잘 아네! 그대로 하면 같은 맛이 나온다니까!!”

16560286343796.jpg“안 나와요.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핫초코를 계속 사놓으면서 오빠한테 타 달라고 하죠. 그 덕분에 공짜로 마시고 있잖아요.”

16560286343806.jpg“야! 이 정도는 나도 살 수 있거든!!”

16560286343796.jpg“알죠. 그래서 제가 매번 발빠르게 사서 채워놓는 거잖아요.”

16560286343806.jpg“쳇. 입으로만 안다고 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빠르게 아이스 초코를 타서 다영 앞에 대령했고, 다영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16560286343796.jpg“잘 마실게요!”

쌩하니 아이스 초코를 들고 다영이 가버렸다. 어이가 없어 멍하니 있는데 강민수가 들어오더니 나를 기분 나쁘게 쓰윽 훑었다.

16560286652551.jpg“60점 넘게 위탁받으셨다구요.”

16560286343806.jpg“네.”

보란 듯이 나는 강민수에게 웃어보였다. 그는 이를 앙다물더니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16560286652551.jpg“대형 갤러리에다가 아버지까지 동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지방대를 나와서 그런지 페어플레이를 몰라.”

혼잣말인 것처럼 중얼거리는 것이 기분을 더 상하게 했다. 이게 진짜! 말이면 다인 줄 아나!!

16560286343806.jpg“뭐라구요?”

16560286679897.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