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작가 선정 (1) (138/226)

138화 작가 선정 (1)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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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서정선이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16560288567819.jpg“빨리 왔네.”

16560288567824.jpg“고객을 기다리게 할 수 없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16560288567819.jpg“제리 왕. 홍콩 분이셔.”

16560288567824.jpg“네. 알겠습니다.”

태연한 척 웃어 보이고 회의실 앞에 섰지만 문고리를 잡는 손이 살짝 떨렸다. 제리 왕이 나를 직접 보고 보고 싶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고객은 그림 자체에만 관심 있지, 위탁받은 스페셜리스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안으로 들어서니 건장한 체격의 남자 제리 왕이 보였다. 104번 패들을 들고 있던 바로 그 남자였다. 김도균이 일어서 영어로 나를 소개했다.

16560288567837.jpg“‘예술가의 초상’ 담당 스페셜리스트인 한지감 사원입니다.”

그가 일어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16560288567841.jpg“제리 왕이라고 합니다.”

16560288567824.jpg“한지감입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지만 제리 왕은 나를 빤히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난감해하는 것을 눈치챈 김도균이 끼어들었다.

16560288567837.jpg“왜 만나고 싶다고 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16560288567841.jpg“나를 서울까지 오게 한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었습니다.”

씨익 웃으면서 그는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16560288567841.jpg“‘예술가의 초상’은 예전부터 소장하고 싶은 그림이었지만, 소장자를 찾지 못해 어쩔 도리가 없었죠. 그러다 터너 씨가 소장자라는 것을 겨우 알아냈는데 난데없이 서울이란 도시의 경매에 출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는 최대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16560288567824.jpg“당황하셨겠군요.”

16560288567841.jpg“맞아요. 많이 당황했어요. ‘예술가의 초상’을 사러 한국에 오다니,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강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미술 경매의 거점지는 홍콩이다. 홍콩에는 중국 본토의 부호들을 비롯해 대만, 홍콩의 자산가까지 모인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전 세계에서 15위 정도 하는 작은 시장이었다. 그러니 ‘예술가의 초상’을 사러 한국에 오는 것은, 한정식을 먹으러 일본으로 향하는 기묘한 느낌일 수밖에 없다. 따스한 미소를 지며 그의 말에 동의하며 사정을 설명했다.

16560288567824.jpg“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를 보고 실망하셨을까 봐 걱정입니다. 터너 씨의 지인은 여기 있는 총괄이고, 저는 펑크 난 약속에 대타로 나가 어쩌다 위탁받은 겁니다. 운이 좋았죠.”

16560288567841.jpg“글쎄요. 이런 말이 있죠. ‘기회는 한 번 놓치면 다시 만나기 힘들다.’ 기회는 잡는 자의 것이에요.”

16560288567824.jpg“리카싱의 말, 저도 좋아합니다.”

리카싱은 자산이 한국 돈으로 약 31조인 어마어마한 홍콩 갑부이다. 제리 왕이 동그란 눈으로 물었다.

16560288567841.jpg“리카싱을 알아요?”

16560288567824.jpg“홍콩 최고 갑부 중 한 분인데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거점지이지 않습니까.”

만족스러운 듯 제리 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16560288567841.jpg“좋은 자세군요. 언제 한번 홍콩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갑에서 명함을 꺼낸 그가 나에게 건넸고, 나도 명함을 그에게 주었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성사된 만남은 막을 내렸다. 제리 왕을 배웅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김도균이 입을 열었다.

16560288567837.jpg“지감 씨. 아주 야망 있는 사람이더군요.”

16560288567824.jpg“네?”

16560288567837.jpg“언젠가 홍콩에 있는 옥션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가느다랗게 뜬 눈이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당황한 내가 손사래를 쳤다.

16560288567824.jpg“아닙니다. 저는 탑 옥션이 좋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탑 옥션이 홍콩에 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16560288567837.jpg“곧 그렇게 될 겁니다.”

놀란 내가 물었다.

16560288567824.jpg“곧이요?”

16560288567837.jpg“네. 대표님께서 요새 해외 출장이 잦으신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다.”

16560288567824.jpg“아…… 그렇군요.”

16560288567837.jpg“아마 초반 몇 년은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겁니다.”

16560288567824.jpg“그래도 자리 잡는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사업인 것 같습니다.”

16560288567837.jpg“그렇죠.”

엘리베이터에 탄 그가 말을 이어갔다.

16560288567837.jpg“참. 경매사 하고 싶다고 서 팀장에게 말했다면서요.”

16560288567824.jpg“네.”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16560288567837.jpg“서 팀장에게 많이 배우세요. 지감 씨를 예뻐하니 잘 이끌어줄 겁니다.”

그의 표정은 걱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덤덤했다.

16560288567824.jpg“걱정 안 되십니까?”

16560288567837.jpg“뭐가요?”

16560288567824.jpg“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말입니다.”

16560288567837.jpg“걱정 안 돼요. 무엇이든 한지감 씨가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늘 잘해왔지 않습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그는 덤덤하게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데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 내가 해낼 거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쁘고,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다. * 한지감이 김도균과 훈훈한 마음을 나누는 그 시각, 강정휘 갤러리의 대표실에서는 강민수가 징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16560288653687.jpg“한지감이 낙찰자를 산 것이 분명해요.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서울에서 그림이 팔백억에 팔리겠어요?”

누가 봐도 강정휘는 짜증이 잔뜩 난 얼굴이었지만, 강민수는 자신의 감정에 빠져 보지 못했다. 화를 간신히 참으며 강정휘가 말했다.

16560288653692.jpg“그래요. 이상하네요. 그래서 결국 회사에서 나오기로 했어요?”

16560288653687.jpg“네. 그렇게 됐어요.”

16560288653692.jpg“언제까지요?”

16560288653687.jpg“6월 말까지요.”

현재 6월 중순이기에 말까지는 2주 정도 남아 있었다. 어쨌든 그때까지 강민수는 이용가치가 있기에, 강정휘는 어떻게 한지감에게 타격을 줄지 머리를 굴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강민수는 한숨을 쉬며 한풀이를 계속 했다.

16560288653687.jpg“후임자도 뽑아야 할 테니 7월 말까지 다니겠다고 하니까, 팀장님이 뭐라는 줄 아세요?”

하나도 알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물었다.

16560288653692.jpg“뭐랬는데요?”

16560288653687.jpg“후임자 뽑지 않을 거라서 괜찮다고요. 반년 넘게 제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위탁받았는데, 어떻게 월급 값도 못한 사람 취급을 할 수 있죠?”

16560288653692.jpg“속상했겠네요.”

강정휘의 말은 감정이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가 속이 상하든, 그래서 죽을 것 같든 그녀의 알 바가 아니었다. 강민수는 일회용처럼 쓰다 버리면 되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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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8653687.jpg“네……. 정말 속상합니다. 저 퇴사하고 바로 이곳으로 출근하면 되죠?”

16560288653692.jpg“……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강정휘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강민수는 다르게 알아들었다.

16560288653687.jpg“바로 출근하면 업계 사람들 보기 좀 그러니까, 한 달 정도 있다가 출근하면 될까요?”

그것이 강정휘를 터지게 했다.

16560288653692.jpg“하하하. 탑 옥션에 쫓겨났으니 나 보고 널 건사하라는 거야?”

16560288653687.jpg“대표님…….”

처음 보는 강정휘의 모습에 강민수는 멈칫했다. 그를 살벌하게 노려보면서 강정휘는 본성을 드러냈다.

16560288653692.jpg“난 너 같은 떨거지 받아줄 생각 없어. 한국대를 나오면 뭐하니. 지방대 나온 한지감도 못 이기는데. 쓸모라고는 없어서.”

16560288653687.jpg“쓰……쓸모가 없다구요?”

16560288653692.jpg“그래. 쓸모가 없어. 그러면서 한국대 나왔다고 으스대는 거, 쪽팔리지도 않아?”

16560288653687.jpg“…….”

16560288653692.jpg“꼴도 보기 싫으니까 빨리 내 공간에서 사라져! 그 징징거리는 말, 한마디만 더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충격받은 강민수가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한껏 열이 오른 강정휘는 에어컨 앞에 서서 몸을 식혔다.

16560288653692.jpg“내가 네깟 놈 하소연이나 들어주려고 여기 있는 줄 알아? 나, 강정휘야.”

몸의 온도가 내려가자 약간의 아쉬움이 찾아들었다.

16560288653692.jpg“2주 동안 뭘 할 수도 있었는데……. 아니야. 저딴 놈은 뭘 시켜도 깽판을 쳐놓으니까.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지.”

빨리 손에 넣고 싶지만 시간이 아무리 길어진다고 해도 안경을 포기할 순 없다. * 경매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사무실로 들어선 나는 경매팀 사람들을 향해 밝게 인사했다.

16560288567824.jpg“좋은 아침입니다.”

16560288740259.jpg“한 책임님, 좋은 아침이에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지만 이제 직급은 책임으로 올라갔다. 톡톡 책상을 두드려 고개를 돌리니 장희정이 있었다.

16560288567841.jpg“한 책임님. 세원 갤러리에서 신인 작가 후원 경매 신청서를 보냈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16560288567824.jpg“세원 갤러리에서요?”

16560288567841.jpg“네.”

세원 갤러리는 나와 척을 진 임병규가 대표로 있는 곳이었다. ‘신인 작가 후원 경매’의 책임자가 나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지원을 하다니, 의아한 일이다.

16560288567824.jpg“네. 알겠습니다. 확인할게요.”

16560288567841.jpg“네.”

16560288567824.jpg“선배님. 둘이서 말할 때는 예전처럼 해주세요.”

16560288567841.jpg“이렇게 하는 것이 편합니다.”

싱긋 웃은 장희정은 다시 일에 몰두했다. 편하다니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점심이 되자 나는 다영과 둘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16560288740308.jpg“책임 되니까 기분이 어때요?”

16560288567824.jpg“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네. 왜, 부럽냐?”

16560288740308.jpg“부럽지만 저는 저만의 속도가 있으니까요. 오빠는 초고속 승진한 거잖아요.”

경매팀에서 2년 전과 직급이 다른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다. 한마디로, 선배들을 제치고 고속 승진을 했다.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위탁받은 것도 한 가지 이유였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신인 작가 후원 경매’가 제대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16560288567824.jpg“‘신인작가 후원경매’가 예상보다 잘되는 바람에 이렇게 됐지.”

16560288740308.jpg“이제 10명의 작가를 뽑아야 하는 시기 아니에요?”

16560288567824.jpg“그렇지. 3월 메이저 경매랑 텀이 별로 차이나지 않으니까 빨리 해야지.”

한해에 딱 두 번 4월과 10월에 하고 각 갤러리에서 한 명의 작가를 추천받아 심사한다. 다영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16560288740308.jpg“이번엔 몇 곳이나 심사를 넣었어요?”

16560288567824.jpg“122곳.”

16560288740308.jpg“허억……. 그렇게나 많이요?”

16560288567824.jpg“응.”

100곳이 넘는 갤러리에서 심사 요청을 하지만 그중에 10명의 작가만이 선택받는다. 이렇게 많은 갤러리에서 ‘신인 작가 후원 경매’에 침을 흘리는 이유는,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작가들이 이제는 제법 시장에서 알아주는 작가로 성장했고, 몇몇은 스타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이돌로 비유하자면 ‘신인 작가 후원 경매’는 탑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그 당시 차선의 선택이었던 윤이서의 VIP 역할이 컸다.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인 이서 법률사무소의 윤재홍 대표와 친분을 가지길 원했던 자잘한 재계 인사들이 모였고,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질투한 이수지가 뛰어들면서 굵직굵직한 재계 인사들도 함께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신인 작가 후원 경매’는, 이제 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하고 싶은 그런 커뮤니티가 되었다. 그 덕분에 경합은 더욱 치열해졌고, 낙찰가는 점점 올랐다. 담당자로서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일일이 검토해야 하기에 쉽지가 않다.

16560288567824.jpg“그 122곳 중에 세원 갤러리도 있어.”

16560288740308.jpg“정말요?”

16560288567824.jpg“응.”

16560288740308.jpg“신청서 봤으면 그림도 봤겠네요.”

16560288567824.jpg“봤는데 잘 모르겠어. 직접 가 봐야 하나?”

16560288740308.jpg“오빠. 임병규 대표하고 껄그럽잖아요. 뭣하러 그래요.”

16560288567824.jpg“그래도 그림이 좋으면 가야지.”

서면 심사를 통해 웬만큼 걸러낸 이후, 직접 가서 미팅을 한다. 그림을 실제로 보면 얼마나 오를 작품인지 보였고, 그래서 함께할 작가인지 아닌지 선별이 가능했다. 안경의 능력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30명을 최종 후보 명단에 두고 결과적으로는 10명을 뽑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너그러운 말을 하는 나를 다영이 흘겨봤다.

16560288740308.jpg“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정말이네.”

16560288567824.jpg“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16560288740308.jpg“그러잖아요. 일도 잘 풀리고 재산도 잘 불어나고, 그러니까 이렇게 너그럽지.”

16560288567824.jpg“또 그 이야기냐?”

내가 구입한 상가 근처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지하철역이 만들어지기로 결정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상가를 팔면서 나는 엄청난 이익을 취했고, 돈을 보태 강남에 있는 건물 하나를 매입했다. 입을 내민 채 다영이 툴툴거렸다.

16560288740308.jpg“아니 그런 고급 정보를 알면 나한테는 귀띔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16560288567824.jpg“진짜 지하철역 생길지 몰랐거든?”

16560288740308.jpg“그래요. 그렇다고 치자구요.”

16560288567824.jpg“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래.”

책임이 되고, 부동산으로 제법 큰돈도 만지게 되었다. 또한 ‘신인 작가 후원 경매’의 담당자였기 때문에 업계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그것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내가 고꾸라지면 그 사람들은 언제라도 돌아설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하지만 다영과 이렇게 투닥거리는 건 똑같았고, 변하지 않은 이런 관계가 마음의 안전망이 되어 주었다.

16560288740308.jpg“오늘 또 외근 가요?”

16560288567824.jpg“응. 경기도 외곽에 있는 갤러리에 가게 됐어.”

16560288740308.jpg“갤러리 이름이 뭔데요?”

16560288567824.jpg“가인 갤러리. 들어봤어?”

16560288740308.jpg“아니요. 처음 들어보는 곳이에요.”

16560288567824.jpg“나도.”

16560288740308.jpg“작가 그림이 꽤 마음에 들었나 봐요?”

‘신인 작가 후원 경매’를 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갤러리로부터 그림 위탁을 받는 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옥션에서 다뤄지는 작가는 한정적이고, 그러기에 대형 갤러리의 신인 작가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들어본 적 없는 갤러리의 작가는 그림이 정말 좋지 않은 이상 서면 심사에서 대부분 탈락된다.

16560288567824.jpg“매일 전화를 해서 꼭 와달라고 하는데, 안 갈 수가 없겠더라구”

16560288740308.jpg“그런 거에 좌지우지되면 어떻게 해요. 가면 더 착 달라붙어서 거절하기 힘들게 만들걸요?”

16560288567824.jpg“그럼 싹둑 잘라내야지. 내가 그렇게 우유부단하지는 않잖아.”

16560288740308.jpg“그거야 그렇죠.”

16560288567824.jpg“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곳에서 어떤 작품을 만날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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