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화 작가 선정 (2) (139/226)

139화 작가 선정 (2)2021.10.20.

가인 갤러리라는 간판이 보이자 나는 차를 세우고 내렸다. 초라한 상가 한쪽에 위치한 그곳은, 갤러리라기보다는 작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 정도로 보였다.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한 걸음 뒤에서 보는데, 벌컥 문이 열리더니 50세 남자가 나를 보고 달려왔다.

165602889271.jpg“탑 옥션 한지감 책임님 맞으시죠?”

16560288927107.jpg“네. 맞습니다. 이수광 사장님이신가요?”

165602889271.jpg“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16560288927107.jpg“저도 영광입니다.

이수광과 악수를 하고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작은 규모에 숨이 탁 막혔다. 3명 남짓한 작은 공간이라 그림을 4작품밖에는 걸 수 없었다. 이 일을 하고 나서 작은 갤러리를 꽤 가봤지만, 이렇게 규모가 작은 곳은 처음이었다. 내 표정을 본 그가 뒷머리를 긁으며 민망해했다.

165602889271.jpg“많이 좁죠?”

16560288927107.jpg“조금 작네요.”

165602889271.jpg“제 주머니 사정상 이곳도 감지덕지라서요. 집 보증금을 빼서 여길 얻었어요.”

16560288927107.jpg“그럼 어디서 지내세요?”

165602889271.jpg“사무실에서 지내고 있어요.”

얼굴 전체가 노란 것이, 건강도 안 좋아 보였다. 주제를 바꿔야 할 것 같아 작가의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16560288927107.jpg“다 이수현 작가님의 작품인가요?”

165602889271.jpg“네. 그렇습니다. 다 제가 그린 그림이죠.”

16560288927107.jpg“네……?”

다 자신이 그렸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황스러웠다. 내 표정을 본 이수광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165602889271.jpg“이수현은 제 예명입니다. 아무도 제 그림을 갤러리에 걸어주지 않아서 이렇게 제가 직접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16560288927107.jpg“아……. 그렇군요.”

그가 왜 그토록 ‘신인 작가 후원 경매’에 간절했는지 알 것 같았다.

16560288927107.jpg“비용이 부담스러운 만큼 갤러리를 빌려서 개인전을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165602889271.jpg“2년 정도 그렇게 했지만, 기간이 한정된 탓인지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개인 갤러리를 만들자고 결심했죠.”

16560288927107.jpg“그랬군요.”

제대로 보기 위에 나는 그림 앞에 섰고, 금방 메시지가 떠올랐다. [ 0 | 진 | 1,000,000,000원 | 2010년대 | 가격 폭등 예정. ] 이 그림의 최고가가 10억 원이라고? 어째서? 화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인데, 붓의 터치감이 고흐를 연상시켰다는 것 외에는 다른 특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 때문에 이 그림은 그다지 독창적이지 못한 아류로 보였다. 그런데 어째서 가격이 폭등한다는 거지?

165602889271.jpg“그림이…… 별로인가요?”

문득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빠르게 표정을 풀었다.

16560288927107.jpg“집중해서 보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고흐를 좋아하시나 봐요?”

165602889271.jpg“네. 좋아합니다. 사물 속에 있는 본질을 끌어낸 화가잖아요.”

16560288927107.jpg“그렇죠.”

그것이 고흐를 영혼의 화가라고 부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165602889271.jpg“선생님도 고흐를 좋아하시나요?”

16560288927107.jpg“전 그렇게까지 고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뇨. 그냥 한 책임이라고 불러주세요.”

165602889271.jpg“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대강 얼버무려 버릴까 하다가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16560288927107.jpg“술에 의존했잖아요. 물론 그 당시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압생트에 중독되어 영감을 느꼈다는 것에서 면죄부를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라면, 지금 예술가들이 영감을 위해 대마초나 마약을 하는 것도 용인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같은 이유로 나는 오원 장승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도 그림을 배우지 않았는데도 천부적 재능이 있는 그의 천재성이나 작품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세창의 말처럼 오원은 그림에 있어 못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만취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나는 도무지 곱게 볼 수 없다. 누군가는 그런 걸 예술가의 고뇌로 포장하지만 나는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술과 마약에 기대서 무언가 얻길 바란다면 그건 예술이 아닌 요행 아닌가. 어떤 예술도 성실함 속에서 탄생한다. 화가이자 사진가였던 척 클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165602889271.jpg‘영감은 아마추어나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당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수광은 나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165602889271.jpg“선생…… 아니 한 책임님은 곧으신 분이군요. 맞아요. 많은 예술가들이 그런 유혹을 느끼죠. 약쟁이가 되는 것보다 무명 화가로 끝나는 것이 더 두려우니 말이에요.”

16560288927107.jpg“작가님께서는 어떻게 그 유혹을 이기셨습니까?”

165602889271.jpg“대마초의 힘을 빌린다면 그건 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마초의 것이죠. 유혹을 느낀다고 모두 거기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에요. 저 같은 화가들이 더 많습니다.”

싱긋 웃는 그의 모습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 다음 날. 김도균과 함께 근현대미술팀이 모였다. ‘신인 작가 후원 경매’의 서면 심사를 위해서였다. 서류를 보며 김도균이 물었다.

16560288985398.jpg“세원 갤러리 윤세빈 작가님 작품, 어떻게 봤습니까?”

가장 먼저 의견을 말한 사람은 백 책임이었다.

165602889271.jpg“‘또 다른 세계’라는 작품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작품이 아닌 작가를 뽑는 후원인 만큼,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 말에 서정선은 반론했다.

16560289014366.jpg“‘또 다른 세계’는 윤세빈 작가의 가장 최근 작품이고, 발전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서면 심사로 걸러내는 것보다는 직접 보고 와서 결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직접 보는 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내가 가야 했기에, 김도균이 나를 보고 물었다.

16560288985398.jpg“그럼 결국 한 책임이 결정해야겠군요.”

결국 공은 나에게 돌아왔고 모두의 시선 또한 나를 향했다. 시선이 몰리는 느낌 때문에 약간 움찔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답했다.

16560288927107.jpg“저도 ‘또 다른 세계’라는 작품은 인상적으로 느꼈기에, 직접 보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도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16560288985398.jpg“담당자인 한 책임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군요. 참. 이번 주만 해도 10개 갤러리를 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만큼 세원 갤러리는 다른 사람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16560288927107.jpg“아니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세원갤러리 임병규와의 껄끄러운 사이를 알고 있기에 김도균이 배려한 것이란 걸 알지만, 같은 업계에 있으면서 언제까지나 얼굴을 안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16560288985398.jpg“정말 괜찮겠어요?”

16560288927107.jpg“네. 괜찮습니다.”

16560288985398.jpg“그럼 한 책임이 가도록 해요.”

그때 서정선이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16560289014366.jpg“아! 한 책임. 어제 다녀온 갤러리는 어땠어?”

16560288927107.jpg“‘가인 갤러리’ 말씀하시는 거죠?”

16560289014366.jpg“그래.”

그림 자체가 좋지는 않았지만, 특이사항에서 봤듯이 곧 가격이 폭등할 그림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뜬다는 이야기다.

16560288927107.jpg“후보 30인에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모두 의아한 표정이 얼굴에 스쳤고, 서정선이 대표해서 물었다.

16560289014366.jpg“그림이 그렇게 좋았어?”

16560288927107.jpg“그림 자체가 굉장히 좋지는 않았지만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경매가 너무 대형 갤러리 위주인 점이 걸립니다.”

16560289014366.jpg“확실히 그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만약 10인에 뽑히면 분명히 떨어진 다른 갤러리에서 컴플레인 들어올 것 같은데…….”

말을 한 서정선을 비롯해 김도균과 다른 팀원들까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그림이 비싸질 것을 알고 있고, 그렇기에 포기할 수가 없다.

16560288927107.jpg“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접 봤을 때 느낌이 왔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간절히 부탁했고 그런 나를 본 김도균이 말했다.

16560288985398.jpg“최종 명단이 아니니 포함시키도록 하죠.”

마지못해 서정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89014366.jpg“네. 알겠습니다. 지감 씨 믿으니까 이러는 거야. 알지?”

16560288927107.jpg“네. 압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우르르 사람들이 나가면서 서류를 정리하는 김도균과 나만 남았다. 얼른 인사를 하고 나가야지.

16560288927107.jpg“수고하셨습니다.”

16560288985398.jpg“‘가인 갤러리’ 이수현 작가 포함시킨 진짜 이유가 뭐야?”

김도균의 말이 나를 붙잡았다. 이제 김도균은 둘만 있을 때는 나에게 반말을 쓴다.

16560288927107.jpg“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16560288985398.jpg“나한테까지 그렇게 넘어가려고 들면 서운해.”

나도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돈을 벌어주는 안경이 있는데 그 안경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16560288927107.jpg“느낌이 왔습니다.”

16560288985398.jpg“무슨 느낌?”

16560288927107.jpg“뜰 것 같다는 느낌이요. 그게 이번 작가 후원 경매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이수현 작가 반드시 뜹니다.”

16560288985398.jpg“행여나 불쌍해서 도와주자는 차원은 아니겠지?”

가느다랗게 눈을 뜬 김도균을 보고 긴장했던 나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16560288927107.jpg“일에 그렇게 사적인 감정 가져올 정도로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만약 정말 도와주고 싶은 감정이 전부라면 다른 방법을 찾았겠죠.”

그제야 김도균은 싱긋 웃었다.

16560288985398.jpg“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노파심에 확인해 본 거야. 은근히 마음이 여려서 말이야.”

16560288927107.jpg“제가요?”

16560288985398.jpg“맞잖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김도균은 회의실에서 나갔고, 홀로 남은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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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88927107.jpg“내가 마음이 여리다고?”

여린지는 모르겠지만 복잡한 인간인 것은 맞다. 안경의 존재가 나를 더 그렇게 만든다. 문득 이수현의 그림 가격이 왜 폭등하는지 궁금해졌다. 작가의 그림이 폭등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경제 호황일 때 전반적으로 그림 가격이 상승하면서 얻어걸리는 식으로 주목을 받는 작가도 있고, 권위 있는 대회에서 수상을 하면서 그림 가격이 뛰기도 한다. 또한 찰스 사치처럼 스타 소장자에게 들어가면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거의 없는 경우였지만, 외국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처럼 일부러 작가가 문제를 일으켜 스타로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16560288927107.jpg“그 어떤 것도 해당이 안 될 것 같은데…….”

갸우뚱거리면서 나는 회의실을 나가는데 경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유리문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16560288927107.jpg“응. 경환아.”

1656028910534.jpg[형. 잠깐 밖에서 차 한잔 할 수 있어?]

16560288927107.jpg“당연하지.”

  * 테이블에 놓인 핫초코와 쿠키, 환하게 웃는 경환의 미소가 의심스럽다.

16560288927107.jpg“웬일이냐? 돈 아깝다고 카페에서는 지 음료수도 안 사먹는 놈이 핫초코에 쿠키까지?”

1656028910534.jpg“내 건 안 사도 형 건 사야지이. 형같이 좋은 집주인이 어딨다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건 명확한 뇌물이고, 먹는 순간 나는 발목이 잡힌다!

16560288927107.jpg“무슨 일인지 빨리 말해.”

1656028910534.jpg“일은 무스은. 그냥 고마움의 표시라니까.”

16560288927107.jpg“그럼 먹기만 하고 네가 부탁하는 건 안 들어줘도 되지?”

그러자 경환이 입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1656028910534.jpg“하여튼 한 번을 안 속아주지!”

16560288927107.jpg“얼른 말해봐. 뭔데?”

1656028910534.jpg“이번에 신인 작가 경매한다면서……. 거기 우리 채령이 신청할 수 없나 하고.”

16560288927107.jpg“그러면 그렇지.”

나는 얕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16560288927107.jpg“경환아. 마음은 알겠는데, 채령이는 기본 자격이 안 돼.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여야 가능하단 말야.”

1656028910534.jpg“하지만 채령이 그림 좋잖아.”

경환의 말대로 채령의 그림은 좋았고, 분명한 메시지도 가지고 있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문화 중 지향해야 할 문화와 지양해야 할 문화를 함께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동양화, 그중에서도 풍속화라 그런지 채령을 전속 작가로 원하는 갤러리는 없었다.

16560288927107.jpg“좋지. 하지만 이건 원칙이야.”

1656028910534.jpg“형이 담당자잖아. 어떻게 할 수 없어?”

16560288927107.jpg“이건 담당자 재량으로도 안 되는 거야. 채령이 그림, 내가 몇 점 더 사줄게.”

1656028910534.jpg“됐어……. 채령이 형이 사주는 거 부담스러워해……. 억지로 사주는 것 같다고.”

16560288927107.jpg“억지로 사는 거 아니야. 나 스페셜리스트이기 전에 골동상이었어. 손해 볼 짓은 안 해. 지금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채령의 그림은 언젠가 인정받는 날이 올 거야. 그날을 위해서 지금 투자하는 거고.”

그제야 경환의 표정이 밝아졌다.

1656028910534.jpg“고마워. 알았어.”

경환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채령의 그림은 언젠가 고가가 된다. 그게 단발성인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 이수지가 이를 악물며 눈을 치켜세웠다.

16560289163675.jpg“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1656028916368.jpg“내가 뭐?”

이수지 앞에 앉은 모델 같은 남자가 손가락을 보며 귀찮아했고, 그것이 이수지를 폭발시켰다.

16560289163675.jpg“이혼합의서에 당장 사인하라고!”

1656028916368.jpg“누가 이혼이 싫대? 위자료를 줘야 이혼을 하지.”

그 남자는 이수지의 남편이자 삼원 그룹 막내인 김승재였다. 1년 전 그룹 차원에서 성사된 계약 결혼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이 발표되자 언론은 재계 비주얼 커플의 탄생이라며 칭송을 마지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성격이 다 개차반이어서 파국은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악에 찬 이수지가 말했다.

16560289163675.jpg“위자료? 바람피운 사람이 누군데 내가 위자료를 줘!”

1656028916368.jpg“외롭게 만든 사람도 잘한 건 없지 않나?”

김승재는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 똑바로 이수지를 봤다.

16560289163675.jpg“이게 정말, 해보자는 거야!”

이수지를 말리려 수행원이 급하게 뛰어들어와 김승재에게 말했다.

16560289192308.jpg“이만 가보시고 변호사 통해서 말씀하시죠.”

1656028916368.jpg“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요. 급이 맞아야 이야기를 하지.”

이것이 김승재의 주특기인, 혼잣말인 것처럼 열받게 하는 것이었다.

16560289163675.jpg“급? 그읍!”

16560289192308.jpg“관장님 제발 참으세요……. 직원들이 다 듣겠어요.”

흥분하는 이수지를 수행원이 겨우 몸으로 막았고 그사이 김승재는 냉큼 관장실을 나갔다. 이수지가 거친 숨을 뿜어내다 울음이 터졌다.

16560289163675.jpg“내가 어쩌다 저런 쓰레기랑 결혼을 해서……. 한지감이 남자만 좋아하지 않았어도…….”

16560289192308.jpg“관장님…….”

한지감의 성적 취향을 알고 있는 수행원으로서는 몹시 양심이 찔렸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수지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일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수지와 수행원은 꿈에도 몰랐다. 이미 간 줄 알았던 김승재가 관장실 앞 벽에 기대 이 말을 다 듣고 있을 줄은……. 그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1656028916368.jpg“한지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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