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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홍도관의 주인 (1) (157/226)

157화 홍도관의 주인 (1)2021.12.01.

점심을 먹고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고 리틀 포레스트로 향했다. 제법 더워진 날씨 덕에 아이스 초코를 시키고,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여태까지 신의를 생각한다면 강 회장에게 판매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홍도관이 대만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천 회장의 수행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중국어로 말했다.

16560295720835.jpg“탑 옥션 한지감입니다.”

1656029572084.jpg[회장님께서는 한국 고미술품을 위탁하실 의사가 없으십니다.]

16560295720835.jpg“그런 조건 없이 홍도관을 사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1656029572084.jpg[아무 조건 없이요?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뭡니까?]

나는 솔직하게 상황을 말했다.

16560295720835.jpg“더 이상 회장님이 소장하신 고미술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656029572084.jpg[홍도관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거군요.]

이쪽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말했다.

16560295720835.jpg“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홍도관을 원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다만, 저는 홍도관이 원래 있었던 대만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그래서 연락드린 겁니다.”

1656029572084.jpg[그래요.]

수행원은 나의 말을 전혀 믿지 않은 모양이다.

16560295720835.jpg“제 말을 믿지 못하시는 모양인데, 상관없습니다. 조금만 조사해 보셔도 어떤 상황인지는 아실 테니까요. 제 말을 믿으시든, 믿지 못하시든 저는 오늘 저녁에 홍도관의 구매의사를 피력한 분을 만나러 갈 겁니다.”

목이 말라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16560295720835.jpg“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후 6시까지 연락을 주시지 않으면 그분께 파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1656029572084.jpg[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나는 물끄러미 핸드폰을 바라봤다. 과연 그때까지 연락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다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1656029575045.jpg“기다리는 연락 있어요?”

언제 왔는지 다영이 아이스 초코를 쪽쪽 빨아마시면서 내 앞에 앉았다. 다영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나왔다.

16560295720835.jpg“천 회장 수행원에게 마지막 통보를 했지. 살 거면 6시 전에 연락 달라고.”

1656029575045.jpg“맞다. 오늘 강 회장님 뵙기로 한 날이죠?”

16560295720835.jpg“응.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막상 천 회장이 산다고 해도, 강 회장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공감한다는 듯 다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9575045.jpg“그렇죠. 많이 도와주신 분인데…….”

16560295720835.jpg“그래서 심란해.”

1656029575045.jpg“심란할 만하네요. 그런데 오빠. 소더비나 크리스티에 위탁할 기회를 놓친 게 아쉽진 않아요?”

소더비와 크리스티 담당자에게 정중하게 메일로 거절했다. 오전의 상당한 시간들을 그 때문에 소비해야 했다.

16560295720835.jpg“중국 유물이라서 위험한 거 알잖아.”

1656029575045.jpg“그래도 거기 관계자들이랑 만날 수 있는 기회잖아요.”

다영은 소더비와 크리스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경매회사이기에, 옥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동경의 감정을 품게 된다. 배우들이 할리우드를 동경하는 것과 같다.

16560295720835.jpg“아쉽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강 회장님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고, 유물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1656029575045.jpg“와아! 완전 도덕책이네요.”

16560295720835.jpg“내가 좀 도덕적인 사람이라.”

으쓱 어깨를 올리는 나를 보면서 다영은 픽 웃었다.

1656029575045.jpg“아참. 이 관장에게는 전화 안 왔어요?”

16560295720835.jpg“어. 안 왔어. 무슨 일이지?”

이런 일이 이수지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다. 지난 번 김승재 파티에 들어가기 위해서 원하는 물건을 한 번 구해다 주기로 약속까지 한 상황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1656029575045.jpg“그러게요. 무슨 일인지 나도 궁금하네.”

16560295720835.jpg“연락 오더라도 내일 왔으면 좋겠다.”

1656029575045.jpg“이미 팔렸다고 오리발 내밀게요?”

16560295720835.jpg“응.”

이수지 성격에 난리는 치겠지만, 이미 팔렸다는데 어쩔 것인가. 그러다 문득 해결해야 하는 것이 떠올랐다.

16560295720835.jpg“아……. 맞다.”

1656029575045.jpg“왜 그래요?”

16560295720835.jpg“이 관장이랑 해결해야 할 것이 생각나서.”

1656029575045.jpg“뭐요?”

나는 낮은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16560295720835.jpg“사실 바로 잡기.”

1656029575045.jpg“아…….”

다영이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 소스케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넨 만큼, 더 이상 동성애자라는 말 뒤에 숨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이제 다영과 사귄다. 아직은 회사에 비밀로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자주 말하지 않는가. 비밀연애는 당사자들만 모르기 마련이라고. 이런 소문은 빨리 퍼지기 마련이다. 이수지에게 사실을 고백했을 때 얼마나 난리를 칠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 강 회장의 집 앞에 도착한 나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망설였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6시 51분. 애초에 약속한 시간에서 51분이나 지났다.

16560295720835.jpg“그래. 45분이나 지났잖아. 강 회장님께 팔자.”

양심은 좀 찔리지만, 관계를 생각했을 때 가장 편한 답안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천 회장의 수행원에게 온 전화라 나는 바로 받았다.

16560295720835.jpg“여보세요?”

1656029572084.jpg[천 회장님께서 홍도관을 구매하시겠다고 하십니다. 대신 원화로 1,200억 이상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1,500억까지 나가는 물건을 300억을 깎다니, 대단한 인간이다

16560295720835.jpg“그 금액에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1656029572084.jpg[정말입니까?]

16560295720835.jpg“네. 가격을 양보하는 대신, 하나만 약속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내 말을 들은 수행원이 답했다.

1656029572084.jpg[그거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16560295720835.jpg“그렇군요. 제가 지금 약속이 있어서요.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다시 하죠. 2시간쯤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1656029572084.jpg[네. 그러죠.]

1,500억에 홍도관을 팔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1,200억을 부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16560295720835.jpg“그래. 잘했어. 한지감. 문제는 강 회장님께 어떻게 말씀드리냐는 건데…….”

머리가 하얘져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약속시간이 되었기에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나를 본 강 회장은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16560295837299.jpg“어서 와요.”

16560295720835.jpg“오랜만에 뵙습니다.”

강 회장의 곁에 그림자처럼 서있는 비서실장과도 짧게 눈인사를 나눴다. 그런 나를 보고 강회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16560295837299.jpg“한 선생이 바빠서 얼굴 보기가 힘드네요.”

16560295720835.jpg“아무리 바빠도 회장님 뵐 시간이 없겠습니까. 부르시면 달려오겠습니다.”

16560295837299.jpg“말만이라도 듣기 좋아요. 이쪽으로 앉아요.”

소파에 앉자 과일, 한과, 차 등 한국식 다과상이 빠르게 차려졌다. 다과상을 가리키며 강 회장이 말했다.

16560295837299.jpg“저녁도 못 먹었을 텐데 허기 좀 달래요.”

16560295720835.jpg“감사합니다.”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입꼬리가 자꾸만 내려갔다. 결국 나는 차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고개를 조아렸다.

16560295720835.jpg“회장님께 홍도관을 드리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16560295837299.jpg“고개 들어요. 표정 보고 대강 예상은 했어요.”

평상시 같은 부드러움을 유지하려했지만 목소리와 표정에서 언짢음이 느껴졌다.

16560295720835.jpg“정말 죄송합니다.”

16560295837299.jpg“그쪽에서 돈을 많이 쳐주기로 했어요? 나라면 1,500억은 줄 수 있는데.”

1,200억과 300억 차이가 난다. 3억, 30억도 아닌 300억. 눈이 돌아갈 숫자였다. 역시 강 회장이다. 아마 상대가 천 회장이라는 것을 엄청난 정보력을 통해서 알아냈을 것이고,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이제라도 1,500억에 강 회장에게 팔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16560295720835.jpg“정말 죄송합니다. 안 될 것 같습니다.”

16560295837299.jpg“먼저 예약되어 있다는 원칙 때문인가요?”

16560295720835.jpg“그것도 그렇지만, 저는 홍도관이 대만에 돌아가길 원합니다.”

16560295837299.jpg“대만에 돌아간다고 해도 천 회장이 미술관에 홍도관을 공개할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럼 돌아간 의미가 없지 않겠어요?”

게다가 내가 왜 천 회장에게 판매하려는 것인지, 그 핵심적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놀라움을 뒤로하고 나는 차분하게 답했다.

16560295720835.jpg“그 부분에 있어서는 약속 받았습니다.”

아까 천 회장의 수행원에게 약속 받았던 부분이 이것이었다. 대만으로 홍도관이 돌아가길 바라는 건 단지 대만 사람이 이 유물을 소장하기 바라서는 아니다. 국보급 유물인 만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전시되길 원했다. 기부를 아닌 판매를 하면서 이러는 것이 좀 우습긴 하지만 말이다. 강 회장의 표정에 그늘이 졌다.

16560295837299.jpg“그렇군요.”

16560295720835.jpg“회장님. 이번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홍도관 정도의, 회장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실 유물을 반드시 가져오겠습니다.”

단순히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말이 아닌 진심이다. 하지만 이 말이 강 회장에게 전해질지는 미지수였다. 만약 전해지지 않는다면 여기서 강 회장이라는 큰 고객을 잃는 수밖에…….

16560295837299.jpg“한 선생의 말을 믿도록 하죠.”

16560295720835.jpg“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16560295837299.jpg“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런 기회를 주지 않았을 거예요. 한 선생이 그동안 나에게 보여준 신뢰가 있어서예요. 그런 만큼 나도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16560295720835.jpg“말씀하십시오.”

16560295837299.jpg“한 선생이 나에게 가져오기로 한 홍도관 정도의 물건, 한 달 내로 가지고 와줘요.”

한 달.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찾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다. 당황한 나를 보며 강 회장이 집요하게 물었다.

16560295837299.jpg“불가능한가요?”

16560295720835.jpg“……아닙니다. 하겠습니다.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295837299.jpg“그럼 믿고 기다리죠.”

내 입장에서 한 달은 너무한 처사였지만, 여태까지 나를 많이 도와준 강 회장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관용을 베푼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기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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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 나는 정장을 차려입고 가게로 향했다. 오늘 천 회장이 가게로 친히 와서 홍도관을 가져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게로 들어서니 아버지가 보였다. 이곳에서 일하던 시절이 생각나 묘한 기분이 들었다.

16560295720835.jpg“아버지. 일찍 나오셨네요?”

16560295905017.jpg“큰 손님이 오는데 깨끗한 상태에서 맞아야 하지 않겠냐.”

16560295720835.jpg“청소는 제가 하면 되는데요.”

물끄러미 나를 보던 아버지가 물었다.

16560295905017.jpg“괜찮냐?”

16560295720835.jpg“아아. 300억이요?”

16560295905017.jpg“그래.”

300억은 나에게도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16560295720835.jpg“당연히 안 괜찮죠. 1시간마다, 아니 10분마다 생각나요.”

16560295905017.jpg“지금이라도 강 회장에게 팔지 그러냐.”

16560295720835.jpg“아니요. 그래도 대만에 가는 것이 맞아요. 미술관 전시도 해주신다고 했구요. 그런데도 아직도 머릿속에 300억이 둥둥 떠다니네요. 저 완전 속물인가 봐요.”

자조어린 웃음을 짓는 나를 보면서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16560295905017.jpg“신념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 돈 앞에서, 현실 앞에서 신념은 많이 꺾인다. 그걸 지켜낸 네가 자랑스럽구나.”

16560295720835.jpg“아버지도 같은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셨을 거잖아요.”

16560295905017.jpg“글쎄다. 3억, 30억이면 그렇겠지만, 300억에도 그랬을지 모르겠구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빠르게 흘렀고, 천 회장과 약속한 10시가 되었다. 그는 정확히 그 시간에 수행원과 감정사로 보이는 남자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깍듯이 중국어로 인사를 했다.

16560295720835.jpg“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천 회장은 가볍게 목례를 하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1656029572084.jpg“물건을 보고 싶은데.”

16560295720835.jpg“여기 준비해 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있는 홍도관을 보고 그는 흥분해 감정사에게 턱짓을 했다. 옆에 면장갑과 돋보기를 준비해 놨음에도, 감정사는 자신의 전용을 가방에서 꺼내어 감정을 시작했다. 감정을 끝낸 그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1656029572084.jpg“진품입니다.”

천 회장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여태까지 본 그의 표정 중에 가장 밝은 모습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1656029572084.jpg“포장해.”

1656029572084.jpg“네.”

감정사가 포장하는 동안 나는 천 회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16560295720835.jpg“회장님 덕에 대만으로 물건을 돌려보내게 되어 기쁩니다.”

1656029572084.jpg“그건 나도 마찬가지일세.”

16560295720835.jpg“미술관에는 언제 전시하실 예정입니까?”

1656029572084.jpg“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은 없어.”

단호한 천 회장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16560295720835.jpg“분명 전시하신다고…….”

1656029572084.jpg“국립박물관에 기부할 생각이야. 이런 국보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나.”

기부할 물건을 1,200억에 산다. 사람들에게 쪼잔하게 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면에서는 배포가 큰 분이었구나. 새삼 천 회장이 달리 보인다.

16560295720835.jpg“어려운 결정이셨을 텐데, 정말 존경합니다.”

1656029572084.jpg“자네를 만나고 생각이 많았네. 외국 젊은이에게 옹색한 이로 비춰질 정도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건가 하고 말이야.”

16560295720835.jpg“기분을 상하게 해드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천 회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1656029572084.jpg“그래서 홍도관이 탐나면서도 연락하지 못했어. 대만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는 자네의 말을 들었을 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나더군. 내가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으니, 이제는 그걸 돌려줄 차례라고 말이야. 그렇게 기부를 결심했어.”

그때 포장을 마친 감정사가 조심스레 홍도관을 들었다. 천 회장을 마중하면서 나는 기대감을 담아 말했다.

16560295720835.jpg“다음에 대만에 가면 박물관에서 홍도관을 볼 수 있겠군요. 벌써 기대가 됩니다.”

1656029572084.jpg“홍도관도 보고 식사도 같이 하지. 대만에 오면 연락하게.”

16560295720835.jpg“네.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천 회장을 태운 차가 출발했다. 멀어져가는 차를 보면서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16560295720835.jpg“300억을 안 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네.”

하지만 그 뿌듯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점심에 이수지와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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