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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화 새로운 꿈 (4) (182/226)

182화 새로운 꿈 (4)20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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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304971894.jpg“아니요. 백하진 작가를 제외하고 조 작가님하고만 따로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16560304971899.jpg“저하고만요?”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나를 봤다.

16560304971894.jpg“네. 신생이다 보니 불안한 부분이 있으시겠지만, 꼭 저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6560304971899.jpg“신생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제 이름만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못 될 겁니다.”

16560304971894.jpg“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과 전속 계약을 하고 싶은 겁니다.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건 안경에서 얻은 정보가 아닌 순전히 나의 감이었다. 지금 엄청난 몸값을 올리는 작가를 데려오는 것은 나도 쉽지 않다. 신생 갤러리에 그런 작가들이 올 리 만무하며, 온다고 해도 나 스스로도 부담감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조선웅은 그런 면에서 가능성이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작가였다.

16560304971899.jpg“……너무 갑작스런 제안이라 뭐라고 말을 하기가 어렵군요.”

16560304971894.jpg“이해합니다. 지금 당장 대답해 달라는 건 아닙니다.”

16560304971899.jpg“일주일 정도 말미를 주시면 대답드리겠습니다.”

16560304971894.jpg“네. 긍정적으로 답변 기대하겠습니다.”

  * 다영이 걱정스런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16560304999107.jpg“갤러리 대표들 모임이 내일이죠?”

16560304971894.jpg“응.”

내일 남정숙이 수장격으로 있는 모임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첫인상이 중요하기에 나도 긴장이 되었지만 애써 괜찮은 척 굴었다.

16560304971894.jpg“걱정할 것 없어. 유토피아 호텔 때문에 아주 밉게 보진 않을 거야.”

16560304999107.jpg“그건 오빠 생각이구요.”

16560304971894.jpg“밉게 봐도 별수 없지. 굽히고 들어가서 설득해야지.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당연할 테니까.”

내가 숙여야하는 상황이 속상한지 다영은 중얼댔다.

16560304999107.jpg“왜 괜히 갤러리는 한다고 해서……. 하여튼 힘든 일을 찾아서 해요.”

16560304971894.jpg“시작이 다 그렇지 뭐. 가고시안도 처음 갤러리 시작할 때 카스텔리한테 숙이고 들어갔잖아.”

레오 카스텔리, 그는 미술계의 대부로 통하는 엄청난 갤러리스트다. 현재 갤러리의 기틀을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작가가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대주면서, 작품이 팔리면 50% 내외의 가격을 갤러리가 가져가는 방법을 취했다. 작가가 그를 떠난 적은 있어도 그가 먼저 작가를 떠난 적은 없는 전설의 갤러리스트다. 래리 가고시안은 미술을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가고시안 갤러리’의 대표다. 그가 손을 대는 작가들은 다 대박을 터트려 별명이 ‘GO GO’다. ‘갤러리가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고시안 갤러리의 연매출은 1조 이상이다. 이런 가고시안도 처음 갤러리를 시작할 때 카스텔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얄밉다는 듯이 다영이 눈을 흘겼다.

16560304999107.jpg“말이나 못하면.”

16560304971894.jpg“말 못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16560304999107.jpg“그나마 내일 이수현 작가님도 온다니까 다행이에요.”

16560304971894.jpg“맞아.”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16560304999107.jpg“직원들은 어떻게 뽑을 거예요?”

16560304971894.jpg“일단 헤드 디렉터를 먼저 뽑고, 그다음에 나머지 뽑으려고.”

16560304999107.jpg“주춧돌 역할을 할 사람이니 중요하죠. 갤러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을 뽑아요.”

16560304971894.jpg“그러려고. 아무래도 미대 출신이 좋겠지?”

16560304999107.jpg“당연하죠.”

내가 미대를 졸업하지 않았으니 그런 사람을 직원으로 뽑으면 보완이 가능하다. 물끄러미 나를 보던 다영이 물었다.

16560304999107.jpg“오빠는 어떤 갤러리를 만들고 싶어요?”

16560304971894.jpg“근현대미술부터 고미술까지 다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들한테도 열려 있어서 미술관처럼 문화거점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다영이 동그랗게 눈을 떴다.

16560304999107.jpg“고미술까지요?”

16560304971894.jpg“응.”

메이저 갤러리 중에 고미술을 다루는 곳은 없었기에 다영은 멈칫했다가 물었다.

16560304999107.jpg“그림만 다룰 생각이죠?”

16560304971894.jpg“아니. 도자기도 다룰 생각인데.”

다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16560304999107.jpg“메이저 갤러리에서 고미술 그림 다루는 거 봤어요? 도자기 전시하는 것 봤냐구요!”

16560304971894.jpg“기획전인 경우에 하기도 하잖아.”

16560304999107.jpg“그건 드문 경우구요!”

분통을 터트리는 다영을 나는 달랬다.

16560304971894.jpg“알아. 나도 갤러리 자리 잡기 전까지는 고미술품 다룰 생각 없어. 자리 잡으면 그때 새로운 라인으로 시작할 거야.”

아직 계획을 꺼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는데 너무 섣불렀다. 한숨을 푹 쉰 다영이 걱정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16560304999107.jpg“……일단은 현대미술에 최대한 집중해요.”

16560304971894.jpg“당연하지.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16560304999107.jpg“갤러리 오픈 전시는 진 회장님 소장품으로 진행되는 거 맞죠?”

16560304971894.jpg“응. 수익금을 전부 기부하는 자선 전시회로 꾸밀 거야.”

16560304999107.jpg“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요.”

16560304971894.jpg“고마워.”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다영의 진심을 알기에 나는 밝게 미소지었다. * 이수현까지 포함해 9명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남정숙이 내 옆에 서서 갤러리 대표들에게 나를 인사시켰다.

16560304971894.jpg“오픈 예정인 ‘감 갤러리’ 한지감 대표입니다. 유토피아 호텔 일을 가져오는 등 고생이 많았어요. 따듯한 마음으로 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60대 초반의 남자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댔다.

16560305083755.jpg“돈 되는 것을 끌고 왔으니 무조건 환영하라는 건지…….”

강한 부산 억양이 인상적인 그는 부산에서 가장 큰 갤러리인 라이트 갤러리의 대표, 심 회장이었다. 분명히 들렸을 텐데 남정숙은 미세한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16560305083759.jpg“저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그런 도움들을 베풀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 경매사, 아니 이제 한 대표죠. 자기 소개해요.”

16560304971894.jpg“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막내인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벌써 서른여섯, 어디 가서 나이로 지지 않았지만 평균연령 50대인 이곳에서는 아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말을 마치자 6명은 긍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유토피아 호텔에 그림을 판매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한 번에 그 정도 그림을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 회장을 비롯한 세 명은 얼굴은 나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는 듯 얼굴이 어두웠다. 충격적인 것은 그 세 명 중에 이수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심 회장을 내편으로 끌어들인다면 전반적으로 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심 회장에게 다가가 살갑게 굴었다.

16560304971894.jpg“여기 앉아도 될까요?”

16560305083755.jpg“여기 왜 이렇게 더워?”

정말 못마땅한지 그는 들은 척도 않으면서 딴청을 부렸다.

16560304971894.jpg“심 회장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부산 지역에서 단순히 갤러리를 키우는 일뿐만 아니라 문화 사업에 대한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구요. 아이들을 위한 소극장을 만드신 일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16560305083755.jpg“그 이야기는 또 어떻게 아셨대?”

얼굴 표정이 살짝 풀리면서 마음도 조금은 열린 모양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던가.

16560304971894.jpg“갤러리를 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떻게 심 회장님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16560305083755.jpg“좋은 자세야. 요즘 갤러리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런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해.”

그러면서도 그는 마지막 자존심인 듯 거리를 유지했다. 내 행동이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했다. 그 거리를 없애기 위해 나는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16560304971894.jpg“제가 갤러리에 대해 잘 모르니만큼 저를 도와줄 수 있는 헤드 디렉터를 뽑고 싶은데,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추천’은 받는다는 것은 상대의 안목과 경력을 믿는다는 말이었다. 또한 신생이라지만 나의 갤러리는 서울의 중심이다. ‘추천’을 통해서 심 회장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이 정도라는 과시 또한 할 수 있다. 애써 심 회장은 좋은 감정을 숨기려 말했다.

16560305083755.jpg“이런 늙은이 추천을 받아 뭐하려고 그래.”

16560304971894.jpg“심 회장님의 좋은 안목을 제가 빌리고 싶어서 그럽니다.”

16560305083755.jpg“흐음. 그럼 괜찮은 인물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연락해주겠네.”

16560304971894.jpg“네. 감사합니다.”

‘추천’이 마지막 거리마저 날려버리자, 그는 이것저것 갤러리를 운영할 때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말해주었다.

16560305083755.jpg“아직 소속 작가가 없으니까 컬렉터 소장품 전시회로 시작하는 것도 좋아.”

16560304971894.jpg“네.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16560305083755.jpg“자선 전시회는 필수인 거 알지? 좋은 일인 만큼 여러 유명 인사들을 불러모을 수 있지. 돈이 들어도 꼭 해야 하는 일이야.”

16560304971894.jpg“그렇죠.”

이미 진 회장의 컬렉션을 자선 전시회로 할 기획하고 있었으나, 나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맞장구를 쳤다. 기분이 좋아진 심 회장은 하회탈처럼 웃더니 사진을 함께 찍고 바로 SNS에 올렸다. 올린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댓글이 막 달리자 날 보는 그의 눈이 달라졌다.

16560305083755.jpg“역시 스타 경매사라 확실히 다르구만!”

16560304971894.jpg“심 회장님과 사진을 같이 찍어서 그렇죠.”

그때 이수현이 조용하게 방에서 나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심 회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수현을 따라 나갔다.

16560304971894.jpg“이수현 작가님!”

돌아선 그는 나를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16560305083755.jpg“한 경매사님.”

16560304971894.jpg“지금 가시는 건가요?”

16560305083755.jpg“아니요. 잠깐 바람 좀 쐬려고 나왔어요.”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그의 건강이 걱정됐다.

16560304971894.jpg“몸은 괜찮으세요?”

16560305083755.jpg“그럼요.”

16560304971894.jpg“자주 연락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16560305083755.jpg“아니요. 연락은 제가 드려야죠.”

16560304971894.jpg“오늘 제가 나와서 당황하셨죠?”

16560305083755.jpg“이야기 이미 들었는데 당황할 것이 뭐가 있어요. 오히려 봐서 반가웠습니다.”

반가운데 이수현의 표정은 왜 저러는 걸까? 의문을 가지는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16560305083755.jpg“다만…… 한 대표님을 보니 안 작가를 이제 더 좋은 곳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인 갤러리는 이수현과 안채령 덕분에 그 이름이 많이 알려졌고, 그 이후로 5명의 작가들이 이곳에 전속작가로 거쳐 갔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수현과 안채령이 있어 갤러리는 어떻게든 돌아갔지만, 안채령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많이 걸린 상태인 것 같다.

16560304971894.jpg“안 작가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는 이야기라도 했어요?”

16560305083755.jpg“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16560304971894.jpg“그런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걱정을 하세요. 안 작가가 들으면 서운해하겠어요.”

16560305083755.jpg“갤러리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드네요……. 제가 하기에는 벅찬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몇 번의 실패가 거듭된 입장에서 일이 버거워진 것 같았다.

16560304971894.jpg“작가님, 정 힘이 들어서 못하겠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작가님이 계속 갤러리 운영하셨으면 좋겠어요. 경제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작가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셨잖아요.”

감동했는지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16560305083755.jpg“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16560304971894.jpg“고맙긴요. 다른 사람들이 잘 못하는 어려운 일, 작가님이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사람에게 치인 경환이 투덜거렸다.

16560305200897.jpg“밥 사준다고 해서 나왔더니, 이런 데나 끌고 오고 말이야.”

16560304971894.jpg“그래서 코스 요리 5만 원짜리로 사줬잖아.”

16560305200897.jpg“이런데 끌고 올 줄 알았으면 안 먹었지!”

사기라도 당한 사람처럼 경환은 눈을 흘겼다. 경환과 내가 있는 곳은 대학생과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아트페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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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304971894.jpg“이게 형한테! 눈 똑바로 안 떠?”

16560305200897.jpg“형은 무슨. 옛날로 치면 결혼 못한 사람은 어른으로 치지도 않는댔어!”

16560304971894.jpg“지금이 옛날이냐?”

내가 눈을 치켜뜨자 경환은 꼬리를 내리며 넋두리를 했다.

16560305200897.jpg“나도 웬만하면 안 이래……. 맨날 미술품 보니까 일의 연장선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 아니야. 집에서 회사에서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16560304971894.jpg“채령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없어진 모양이다? 작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거면, 채령이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눈이 커진 경환이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16560305200897.jpg“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16560304971894.jpg“말이 안 되는지 되는지, 채령이한테 연락해 보면 알겠지.”

핸드폰을 드는 나를 경환이 말렸다.

16560305200897.jpg“형. 진짜 전화할 건 아니지?”

16560304971894.jpg“네가 오늘 밥값을 잘 하면 우리만의 비밀로 남겨줄게.”

경환은 억울했지만 내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혼한 지 2년이 됐지만 그는 아직도 사랑꾼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제는 공처가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려나.

16560305200897.jpg“알았어. 잘할게. 원하는 게 뭔데?”

16560304971894.jpg“어떤 관리가 필요한 작품인지 봐주면 돼.”

아무리 멋진 작품이라고 해도 작품이 오래 보존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일례로 컬렉터들이 백남준 작가의 작품의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관련 부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환을 데려온 것이다. 손실여부를 안경이 알려주긴 하지만, 그것이 작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까지 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협박에 마음이 상했는지 경환은 심드렁했다.

16560305200897.jpg“신인 작가 그림 중에 뭐가 있겠어?”

16560304971894.jpg“있을 수도 있지.”

16560305200897.jpg“형 정도면 이미 뜬 작가 데려올 수 있잖아.”

16560304971894.jpg“이미 뜬 작가보다 뜰 작가를 데려오는 게 수익이 남지.”

경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6560305200897.jpg“돈도 많은 사람이…… 아주 탐욕스러워!”

16560304971894.jpg“맞아. 나 탐욕스러워. 그런데 돈보다도 말이야, 그런 작가를 처음 발굴한 사람이 되고 싶어.”

돈이 돈을 번다고, 내가 돈에 집착하지 않아도 돈이 저절로 굴러든다. 뉴욕에서 성공을 거두고 많은 돈이 굴러들어왔고, 임차인들에게 매월 받는 돈이 쌓이다 보니 8채였던 건물은 금세 10채가 됐다. 사실 더 건물을 살 수 있을 만큼 현금은 풍족했지만 일일이 관리하기도 어려워서 10채로 끝내기로 했다. 이상하게 돈에 집착하던 골동상 때보다 돈이 더 쉽게, 더 많이 들어온다. 물론 다다익선이라고 돈이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 행동의 목적이 돈이 아닌 작가에 초점이 맞춰진 것뿐이다. 그런 작가를 찾고 싶어 나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그림을 봤지만 내 눈을 사로잡는 그림도, 최고가가 높은 그림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지친 경환이 피로함을 토로했다.

16560305200897.jpg“형. 이제 볼 만큼 봤잖아. 가자.”

16560304971894.jpg“알았어. 하나만 더 보고.”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나는 그림 앞에 섰다. 캔버스 가득 알록달록한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크릴로 그려졌다.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순수함이 나를 잡아 끌었다. [ 0 | 진 | 1,000,000,000원 | 민효성, 2020년대 | 없음. ] 내가 원하는 그림이 드디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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