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2화 오픈 리셉션(1) (192/226)

192화 오픈 리셉션(1)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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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오픈 당일. 출장 뷔페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지고, 스탠딩 바를 세팅하니 그럴듯한 모습을 갖춰졌다. 여기에 샴페인 등 음료를 나를 서버까지 도착하자 정말 파티장 같은 느낌이 났다. 신재범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갤러리 안을 둘러봤다.

1656030822029.jpg“저희가 준비했지만 정말 멋진데요?”

16560308220294.jpg“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이 바로 갤러리스트로서의 첫 시작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날이었다.

1656030822029.jpg“기분이 어떠세요?”

16560308220294.jpg“설레는데 떨리네요. 신 디렉터님은 안 그러시죠?”

1656030822029.jpg“아니요. 저도 떨려요. 이렇게 새로 오픈하는 갤러리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거든요. 처음이 아니래도, 고객들에게 갤러리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인데 어떻게 떨리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16560308220294.jpg“디렉터님 말씀이 맞네요.”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돌려 고개를 돌리니 진 회장이었다. 나는 밝은 표정으로 진 회장을 맞았다.

16560308220294.jpg“회장님, 빨리 오셨네요?”

16560308220319.jpg“내 컬렉션인데 당연히 빨리 와야지.”

한 발짝 뒤에서 신재범도 진 회장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1656030822029.jpg“오셨어요.”

어려워서 어색한 웃음이 났고, 진 회장은 그걸 못마땅하게 봤다.

16560308220319.jpg“내가 그렇게 불편해? 나만 보면 그렇게 어색하게 웃어?”

1656030822029.jpg“그게 아니라…….”

나는 자연스레 끼어들어 너스레를 떨었다.

16560308220294.jpg“회장님이 이러시니까 우리 헤드 디렉터님이 불편해하시잖아요.”

16560308220319.jpg“내가 뭘 어쨌다고!”

1656030822029.jpg“아……아니요. 전 저언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쩔쩔매는 신재범을 보면서 나는 싱긋 웃고 말했다.

16560308220294.jpg“디렉터님이 이렇게 노력하시는데 예쁘게 좀 봐주세요. 저 디렉터님 정말 필요하단 말이에요. ‘감 갤리러’ 기둥이시거든요.”

그 말에 신재범은 부끄러운 미소 지었고, 그 모습이 보기 싫다는 듯 진 회장은 돌아서 갤러리 안을 돌아봤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조선웅 작가의 작품 앞에서 멈춰 지그시 바라봤다. 한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여태까지 그가 만났던 사람들의 사진을 모아 재구성해서 조선웅의 얼굴을 나타내는 작품이었다. 그 인연들이 지금 현재 그를 만들었다는, 정체성에 관한 작품이다. 백하진과 작업할 때 그는 주로 전쟁을 소재로 작업했다. 이번에 독립하면서 그는 자신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가 될 것일지 고민했다. 나는 그런 고민을 작품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진 회장이 불평하듯 중얼거렸다.

16560308220319.jpg“이거 너무 크구만.”

16560308220294.jpg“넓은 곳에서 보면 좋은 작품인데, 공간을 조금밖에 할애하지 못해서 그렇죠.”

16560308220319.jpg“그러니까. 누가 바득바득 사라고 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

16560308220294.jpg“하지만 오늘 이 작품이 가장 먼저 팔릴 거예요.”

진 회장이 코웃음을 쳤다.

16560308220319.jpg“안 팔려! 내 컬렉터 인생을 걸고 말하는데!”

16560308220294.jpg“그럼 내기할까요? 팔리는지, 안 팔리는지?”

16560308220319.jpg“그래, 해! 내가 이기면 전명자 작가 ‘나비와 여인’ 시리즈 그림 주는 거야!”

16560308220294.jpg“드렸잖아요.”

조선웅와 민효성의 작품을 사자 나는 바로 전명자의 작품을 진 회장의 집으로 바로 보내주었다.

16560308220319.jpg“그러니까 다른 작품 구해서 보내달라고!”

16560308220294.jpg“네. 알겠어요. 그러죠. 그 대신 제가 이기면 조선웅 작가님하고 민효성 작가님 작품 하나씩 더 사세요.”

16560308220319.jpg“그러지 뭐.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진 회장은 토라져서 고개를 훽 돌렸다. * 6시가 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권미애, 신현숙, 이수지까지 예전 고객들은 물론이고, 남정숙, 심 회장을 비롯한 갤러리 대표들과 리아 갤러리의 정명은 회장도 참석했다. 또한 컬렉터로 유명한 배우 이가현과 우하나도 매니저를 대동하고 왔다. 두 사람 다 신재범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신재범이 나를 그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1656030822029.jpg“저희 대표님이십니다.”

16560308220294.jpg“와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308269691.jpg“갤러리가 너무 예쁘네요.”

이가현의 말에 우하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16560308269691.jpg“정말요. 뉴욕에서 경매사로 활동하셨죠?”

16560308220294.jpg“네. 알아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사실을 이가현은 몰랐는지 눈을 깜박였다.

16560308269691.jpg“어머……! 그 경매사님이시구나! 몰라뵀어요. 경매하시는 영상 봤는데, 정말 멋지더라구요.”

16560308220294.jpg“감사합니다.”

그때 김도균과 황덕현, 그리고 이 비서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16560308220294.jpg“손님이 오셔서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16560308269691.jpg“네. 가보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두 배우의 눈에서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아쉬움을 남긴 상태가 여러모로 좋다. 이미지 관리는 갤러리스트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는 그 갤러리의 얼굴이니 더욱 그렇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황덕현에게 다가갔다.

16560308220294.jpg“대표님!”

황덕현이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았다.

16560308292471.jpg“이렇게 보네요.”

그동안 황덕현을 만나려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16560308220294.jpg“그러게 말입니다. 이 비서님, 잘 지내셨어요?”

1656030829248.jpg“네. 전 잘 지냈습니다.”

16560308220294.jpg“진 회장님 통해서 안부를 들어서 오랜만에 봤는데도 어제 본 것 같네요.”

이 비서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1656030829248.jpg“저도 그런 느낌이 듭니다!”

김도균이 장난스레 인상을 썼다.

16560308319699.jpg“나는 안 보이냐?”

16560308220294.jpg“왜 안 보이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도균 총괄님.”

16560308319699.jpg“다영 씨는 같이 가자고 했더니 쑥스럽다고 빼던데.”

16560308220294.jpg“네. 제가 오지 말라고 했어요.”

내 유명세 때문에 여자친구인 다영은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만은 피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그러라고 했다.

16560308292471.jpg“다른 직원들은 바빠서 이따가 오기로 했어요.”

16560308220294.jpg“네. 안 오셔도 괜찮아요. 마음만으로 충분합니다.”

오해하지 말라는 듯 김도균이 말했다.

16560308319699.jpg“핑게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바빠서 그래.”

16560308220294.jpg“알죠. 곧 12월 메이저 경매가 있잖아요. 바쁘신데 괜히 신경 쓰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아서 그래요.”

나는 싱긋 웃으면서 황덕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16560308220294.jpg“화환 잘 받았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6560308292471.jpg“신경 쓴 게 아니라 아부예요. 곧 탑 옥션과 함께하는 갤러리가 될 텐데, 그때 잘 봐달라구요.”

즉 옥션에 다루는 작가들이 생기면 옥션에 위탁해달라는 그런 말이다.

16560308220294.jpg“아부는 대표님이 아니라 제가 해야죠. 조선웅 작가랑 민효성 작가 잘 부탁드립니다. 꼭 옥션의 벽을 넘고 싶어요.”

옥션에서 다루는 작가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16560308292471.jpg“스타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어요. 요새 스타가 너무 뜸하지 않습니까.”

딴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말의 서브 텍스트를 나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부탁할 게 아니라 조선웅과 민효성을 스타로 만들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16560308220294.jpg“그럼요. 반드시 스타로 만들 겁니다.”

톡톡 누가 어깨를 건드려 고개를 돌리니 신재범이었다.

1656030822029.jpg“이제 시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16560308220294.jpg“네.”

나는 세 사람에게 인사를 자리를 떠나 사람들 앞에 섰다. 백 명이 넘는 인원이 있는데도 꽉 차 보이지 않을 만큼 갤러리의 규모는 컸다. 나는 이 갤러리를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만들어 보일 것이다.

16560308220294.jpg“‘진 컬렉션’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감 갤러리’ 대표 한지감입니다. 갤러리 오픈 리셉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짝짝짝. 시선이 모임과 동시에 박수가 쏟아졌다. 예전에는 부담스러웠던 것들이 이제는 편안했다.

16560308220294.jpg“첫 전시를 진 회장님 컬렉션으로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이라면 진영대 회장님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진 회장님이 구매한 그림의 작가 중에 저희가 모르는 이름은 없죠. 그만큼 미술품을 보시는 눈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서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16560308220294.jpg“‘진정한 컬렉터는 그림을 계속 사들인다’라고 하죠. 저는 진 회장님이 바로 그런 컬렉터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진 회장님은 계속 그림을 사셨습니다. 그런 진 회장님의 컬렉션을 저희 갤러리 첫 전시로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진 회장을 양손으로 공손히 가리키며 마지막 대사를 날렸다.

16560308220294.jpg“진정한 컬렉터, 진 회장님을 모시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수가 터져 나왔고 환호성도 이어졌다. 뜨거운 열기를 느끼면서 진 회장은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쑥쓰러워하면서도 그런 시선들을 즐기며 소감을 말했다. 워낙 말을 잘하는 탓에, 따로 준비가 없었는데도 자연스러웠다.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왠지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소개하는 시간이 끝나자 참석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파티를 즐겼다. 뒤늦게 온 탑 옥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인사할 곳이 많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수지와 마주쳤다.

16560308220294.jpg“관장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308374142.jpg“오랜 인연이 있는데 와야지.”

이수지가 음식을 보고 나쁘지 않다는 듯 말했다.

16560308374142.jpg“돈 좀 썼네?”

16560308220294.jpg“귀한 분들 모시는 자리인데 신경 좀 썼죠.”

16560308374142.jpg“마음에 들어.”

16560308220294.jpg“마음에 드는 작품은 없으세요?”

16560308374142.jpg“하나 있어. 선영주 작가 그림 얼마야?”

16560308220294.jpg“십억입니다.”

생각보다 비싼지 고민하는 표정을 보고, 나는 조심스레 말을 붙였다.

16560308220294.jpg“이 관장님이 사시는 거니까 제가 받을 몫 깎아서라도 드리고 싶지만, 자선 행사라서요.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세요.”

16560308374142.jpg“알았어. 그러지.”

16560308220294.jpg“조선웅 작가 작품은 어떠세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16560308374142.jpg“백하진 작가랑 같이한 거면 모를까.”

16560308220294.jpg“지금은 브랜드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지만, 반드시 뜰 겁니다. 특히 저 작품은 조선웅 작가가 독립하고 만든 첫 작품이에요. 상징적인 의미가 있죠.”

국립미술관에 팔면 정말 좋겠지만 현성 미술관도 나쁘지 않았다. 현성 미술관은 사립 미술관 중에 가장 크고, 양질의 작품들이 있기에 의미가 있었다. 눈동자를 굴리며 궁리하던 이수지가 시원스럽게 말했다.

16560308374142.jpg“알았어. 살게.”

16560308220294.jpg“정말이죠?”

16560308374142.jpg“그럼. 내가 한입으로 두말하는 거 봤어?”

16560308220294.jpg“계약서는 비서님 통해서 전달하면 될까요?”

16560308374142.jpg“그래.”

어딘지 모르게 이수지는 유해진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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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308374142.jpg“로비에 있는 작품도 조선웅 작가 작품이지?”

16560308220294.jpg“네. 그렇습니다.”

16560308374142.jpg“패기가 넘치네.”

조선웅은 갤러리 오픈을 축하하는 의미로 조형물을 만들었다. 거대한 남자의 모습을 한 조형물에는 국내 곳곳의 모습과 전 세계 상징물들이 프린트된 타일이 ‘感’ 자를 만들었다. 한국 최고 갤러리를 넘어 세계적인 갤러리가 되겠다는 나의 야망을 투영해 조선웅이 작품을 만들어 주었다. 이수지가 다른 사람하고 인사하러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나는 그녀의 수행원에게 접근했다.

16560308220294.jpg“관장님 뭐 좋은 일 있으세요?”

16560308432959.jpg“……네. 무슨 일인지는 말 못해드려요.”

난감한 수행원의 표정에서 직감적으로 남자 관계임을 느꼈다.

16560308220294.jpg“신분 차이가 많이 나요?”

흠칫 놀란 수행원이 어떻게 알았냐는 듯 나를 봤다.

16560308432959.jpg“혹시 소문 돌았어요?”

16560308220294.jpg“아니요. 그냥 찍은 거예요.”

16560308432959.jpg“놀랐잖아요……!”

수행원은 화를 내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행여라도 들을까 주변을 살폈다.

16560308220294.jpg“죄송해요. 잘되길 빌게요.”

16560308432959.jpg“빌지 마세요. 잘돼도 문제니까.”

16560308220294.jpg“네. 알겠어요.”

싱긋 웃고 돌아서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16560308220294.jpg“김승재가 알면 한바탕 소용돌이치는 것 아닌가?”

김승재가 이수지 주변을 계속 맴돈다는 이야기가 미술계에 떠돌아다녔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처지에 어떤 일이 발생돼도 상관없기는 했지만, 일단 이수지는 고객이었고 상황에 떠밀려 동성애자로 속였다는 미안함이 있어 신경이 쓰였다.

16560308220294.jpg“알아서 잘하겠지.”

그때 신재범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1656030822029.jpg“김세안 화가님 오셨습니다.”

16560308220294.jpg“정말요?”

1656030822029.jpg“네.”

온다는 이야기가 없었기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재범을 따라가자 거짓말처럼 김도균과 함께 있는 김세안이 보였다.

16560308220294.jpg“선생님, 어떻게 오셨어요?”

16560308269691.jpg“한 경매사가 갤러리를 연다는데 어떻게 안 오겠나?”

16560308220294.jpg“선생님……. 정말 감동입니다.”

나도 모르게 덥석 김세안을 안았고, 그는 당황하면서도 좋아했다.

16560308269691.jpg“한 경매사, 뉴욕에 있었더니 스킨십이 과감해졌구나.”

16560308319699.jpg“한지감, 사람들이 본다. 그만해.”

포옹이 길어지자 김도균이 눈치를 줬고, 나는 바로 포옹을 풀었다. 서운한 듯이 김도균이 툴툴거렸다.

16560308319699.jpg“쉬라는 아들 말은 안 들으시고 이러시기예요?”

16560308269691.jpg“너무 쉬다 보니 더 힘든 것 같아서 그래.”

16560308319699.jpg“서 있기도 힘들어하시면서. 얼른 가요.”

16560308269691.jpg“힘들기는, 오랜만에 미술인들 봐서 힘이 난다!”

확실히 김세안의 체력은 힘들어 보였지만 그는 계속 있고 싶은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미술계 사람들을 보니 반가운 건 당연했다. 같은 업계에 있다고 다 친한 것도 아니고, 친하다고 해서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도 아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아한 가면을 쓰고 있을 뿐 이곳도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총성 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사람들만의 공감대가 있다. 지금 활동을 하지 못하는 김세안으로서는 이런 자리가 고플 수 있었다.

16560308220294.jpg“그럼 선생님, 제 사무실에서 잠깐 쉬시는 것은 어떠세요?”

16560308269691.jpg“괜찮다.”

16560308220294.jpg“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나는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김도균은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김세안과 함께 사무실로 갔다.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16560308269691.jpg“정말 유명 인사들이 많이 왔네요.”

고개를 돌리니 리아 갤러리 정 회장이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운 이유는 내가 조선웅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16560308220294.jpg“헤드 디렉터님이 발이 넓으셔서요.”

16560308269691.jpg“겸손하기까지 하네요.”

빈정거리는 말투에 기분이 상했지만 지는 기분이 들어 티내지 않았다.

16560308220294.jpg“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308269691.jpg“조 작가는 잘 있어요?”

16560308220294.jpg“작품 만드느라 정신이 없으시죠.”

16560308269691.jpg“그래요? 꼭 잘돼야 할 텐데요. 조선웅 작가는 브랜드가 약해서.”

자기가 뭔가 브랜드가 약하다 뭐다 입을 놀리는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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