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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해외 프로젝트 (2) (200/226)

200화 해외 프로젝트 (2)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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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차분하게 그를 보면서 말했다.

16560310842538.jpg“사회적 가치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16560310842543.jpg“사회적 가치요?”

16560310842538.jpg“네. 컬렉터 때부터 꾸준히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시설 확충에 뜻을 두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미술이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길 원합니다.”

미술은 있는 자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작품들은 일반인들이 사기 힘든 금액이다. 기본 백만 단위에서 시작해 천만, 억으로 계속 높아진다. 신인 작가의 작품도 일반인들에게는 버거운 금액일 때가 많다. 먹고 살기도 힘든 입장에서 미술은 사치품으로 느껴질 것이 당연하다. 지그시 보는 그의 눈빛은 나를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16560310842543.jpg“미술품은 사치품이에요. 돈이 있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 당연하죠.”

16560310842538.jpg“하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일반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16560310842543.jpg“그건 환상 아닌가요?”

착 가라앉은 그의 눈빛은 그 어떤 때보다 서늘했다.

16560310842538.jpg“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아무도 서머싯에서 하우저 앤 워스가 성공할거라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냈죠.”

16560310842543.jpg“내가 그런 걸 꿈꾸고 있다는 건가요?”

16560310842538.jpg“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16560310842543.jpg“아니요. 저는 그런 걸 꿈꾸는 것이 아닙니다. 한 대표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

굳어진 얼굴이, 그가 얼마나 기분이 상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민효성 작가의 해외 프로젝트는 날아갔다. 한마디로…… 망했다. * 강정휘는 뚫어져라 핸드폰을 봤고, 그 모습을 보면서 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

16560310842543.jpg“기다리시는 연락 있으세요?”

16560310869162.jpg“아니. 연락은 무슨.”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김승재에게 연락이 오지 않자 강정휘는 초조했다. 김승재에게 찾아갔을 때 너무 거만한 태도를 취했던 건 아닌지 후회가 됐다. 다시 찾아가서 자세를 낮추고 김승재를 설득해야 할까?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뒤로하고 그녀는 비서에게 물었다.

16560310869162.jpg”오늘 일정이 어떻게 된다고?”

16560310842543.jpg“이지연 고객님께서 오시기로 했습니다.”

16560310869162.jpg“그 양반은 그림도 안 사면서 자꾸 여기는 왜 와?”

16560310842543.jpg“그럼 일정 있으시다고 약속을 미룰까요?”

눈치를 보면서 비서가 물었다.

16560310869162.jpg“아니야. 만나주지 뭐. 그렇게 열 번 오면 한두 작품은 사니까.”

16560310842543.jpg“네. 알겠습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김승재가 들어와 저벅저벅 강정휘를 향해 걸어왔다. 놀란 비서가 김승재를 막아섰다.

16560310842543.jpg“이렇게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강정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16560310869162.jpg“괜찮으니까 나가봐.”

그 말에 비서는 인사를 하고 대표실을 나갔고, 김승재는 강정휘의 앞에 섰다.

16560310869162.jpg“얼굴 좋아 보이네?”

16560310897622.jpg“나쁠 건 없으니까.”

그녀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도도하게 김승재를 응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16560310869162.jpg“오늘은 그 천박한 아가씨가 안 보이네?”

16560310897622.jpg“그만뒀어.”

클럽에서 다른 여자에게 들이대는 김승재를 보고, 그녀는 강정휘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김승재도 슬슬 질려가던 터라 구태여 잡지 않았다. 비서가 연속해서 그만두자, 삼원 그룹에서도 더 이상 붙일 사람이 없어 김승재는 홀로 다니고 있었다.

16560310869162.jpg“멍청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똑똑했나 보네.”

16560310897622.jpg“그딴 이야기는 그만하고 안경 이야기나 하지. 그거 궁금하면서 왜 딴 이야기로 사람 신경을 거슬리게 하실까?”

그는 빈정거리면서 톡톡 검지로 강정휘의 이마를 건드렸다. 기분 나쁜 감정을 뒤로하고 그녀는 그를 보며 물었다.

16560310869162.jpg“그래서 결정이 뭔데?”

16560310897622.jpg“안경, 넘길게.”

마침내 안경을 손에 넣었다는 것에 그녀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16560310869162.jpg“약속대로 안경에서 얻는 수익의 반은 너한테 넘기지.”

16560310897622.jpg“아니, 반이 아니라 70%야. 안경에서 얻은 수익뿐만이 아니라, 네가 버는 모든 수익의 70%.”

16560310869162.jpg“뭐?”

환하게 폈던 강정휘의 얼굴이 확 굳어졌지만 김승재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16560310897622.jpg“안경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라고 속이면 나는 완전 닭 쫓던 개 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게 맞아. 안경은 그럴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16560310869162.jpg“웃기지 마. 이거 도둑놈 아니야……!”

벌떡 일어선 강정휘가 매섭게 노려보자 김승재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16560310897622.jpg“싫다면 어쩔 수 없고. 나는 다른 사람 찾으면 그뿐이거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김승재가 돌아섰다. 강정휘는 본능적으로, 이번에 김승재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붙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16560310869162.jpg“잠깐만!”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그녀는 달려가서 김승재를 막아섰다.

16560310897622.jpg“이야기 끝난 것 아니었나?”

16560310869162.jpg“60%, 줄게. 내가 버는 모든 수익의 60%.”

일단 안경을 손에 넣어야 해서 이런 불리한 계약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16560310897622.jpg“65%라면 받아들이지.”

이를 악문 강정휘가 잠깐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16560310869162.jpg“좋아. 이제…… 안경을 넘겨줘.”

16560310897622.jpg“미안하지만 아직 공증이 남아있어. 변호사 대동하고 약속잡자고.”

강정휘가 대답하지도 않았건만 김승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섰다. 그가 나간 문을 노려보면서 강정휘가 중얼거렸다.

16560310869162.jpg“저 자식이……!”

멍청한 김승재가 공증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증하면 어쩔 수 없이 김승재의 말대로 65%를 주어야 한다. 당한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화가 치밀었지만, 어쨌거나 곧 안경이 손에 들어올 거란 생각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16560310869162.jpg“이제 안경은 내 거야.”

그녀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 박 디렉터가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렸다. 제리 왕이 거절한 것을 알기에, 안 좋은 상황을 전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16560310842538.jpg“괜찮으니까 상황 말해주세요.”

1656031095354.jpg“대만의 갤러리 열 곳에 연락했지만 긍정적인 답이 온 곳은 없습니다.”

나와 신재범의 시선이 양 디렉터에게 가자, 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16560310953544.jpg“일본 갤러리 열다섯 곳 연락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준 곳은 없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민효성을 원하지 않았다. 아직 개인전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나는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16560310842538.jpg“수고 많았어요. 그래도 혹시 연락 오는 곳이 있을 수 있으니까,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656031095354.jpg“네.”

16560310953544.jpg“예.”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16560310842543.jpg“한 대표.”

고개를 돌리니 제리 왕이 서 있었다. 나는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16560310842538.jpg“제리! 해야 할 일은 잘 했어요?”

16560310842543.jpg“나쁘지 않았죠.”

민효성 작가 프로젝트를 거절했다고 해도 그와의 관계를 접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직도 그는 내 고객이었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입장이기에 동료이기도 했다. 내심 그가 무슨 일로 온 것인지 궁금했지만, 그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리고 싶지 않은 일 같았다.

16560310842538.jpg“다행이네요.”

신재범이 다가와 영어로 말했다.

16560310981227.jpg“대표실로 가서 이야기 나누시죠.”

16560310842543.jpg“좋아요.”

대표실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나는 다시 말했다.

16560310842538.jpg“오늘 홍콩으로 돌아가시는 거죠?”

16560310842543.jpg“네. 맞습니다.”

16560310842538.jpg“돌아가시면 밀린 일 처리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시겠네요.”

16560310842543.jpg“성실하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 있으니 그건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의 입가에 걸린 은은한 미소가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나는 어느 정도 되어야 직원들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까? 아직 만들어가는 입장이라, 제리 왕처럼 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다.

16560310842538.jpg“부럽습니다. 저도 곧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16560310842543.jpg“그거 기대되는데요?”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들어오라고 했다. 신재범이 차를 내려놓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제리 왕이 의아한 듯 물었다.

16560310842543.jpg“왜 비서를 따로 두지 않나요?”

16560310842538.jpg“갤러리 규모가 좀 더 커지면 두려구요.”

16560310842543.jpg“그렇군요.”

차를 한 모금 마신 그가 지그시 나를 보면서 말했다.

16560310842543.jpg“민효성 작가 해외 프로젝트는 정해졌습니까?”

16560310842538.jpg“아직 안 정해졌습니다. 계속 알아보고는 있지만 개인전을 아직 안 한 상태이다 보니 쉽지 않군요. 어쩌면 더 길게 기간을 잡고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6560310842543.jpg“포기할 생각은 없군요.”

16560310842538.jpg“네.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16560310842543.jpg“한 대표답네요.”

민효성의 작품은 언젠가 고가가 될 것이다. 그것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시기를 최대한 앞으로 앞당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작정이다. 그것이 안경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가 될 테니 말이다. 문득 지난번에 내가 제리 왕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16560310842538.jpg“지난번에 제가 멋대로 회장님의 생각을 말해서 죄송합니다.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16560310842543.jpg“알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2년 동안 갤러리 성장과 함께 나는 저소득층 문화시설에 열을 올렸죠.”

16560310842538.jpg“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16560310842543.jpg“그럼 알고 있겠죠. 사람들이 그걸 보고 뭐라고 했는지도.”

16560310842538.jpg“이미지 세탁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 알고 있습니다.”

한 달 월급보다 훨씬 비싼 그림을 사고 파는 것을 평범한 사람들이 좋게 받아들기는 쉽지 않다. 미술계에서 자선행사가 유독 많은 건 그럼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액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작품을 어려운 형편인 사람들이 소유할 수는 없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그래서 멀게만 느껴지는 작품을 언젠가는 보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도 그 안에는 깔려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마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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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310842543.jpg“그렇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16560310842538.jpg“진심이 무시받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요.”

16560310842543.jpg“왜 내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죠?”

16560310842538.jpg“보여주기 식의 시설이었다면 컬렉터 때부터 하지는 않으셨겠죠. 돈도 돈이지만 프로그램도 하나하나 신경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만드신 프로그램도 꽤 되구요.”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그는 꽤 놀란 듯 했다.

16560310842543.jpg“어떻게 알았습니까?”

16560310842538.jpg“홍콩 갤러리스트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제가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16560310842543.jpg“하지만 모두 보여주기 식이라고 생각합니다.”

16560310842538.jpg“회장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그러겠죠.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진심을 압니다. 저도 그중에 하나구요.”

감정이 격해진 그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감정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전화가 온 척 핸드폰을 들었다.

16560310842538.jpg“죄송합니다. 중요한 전화가 와서요. 통화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16560310842543.jpg“……그래요.”

나는 전화를 하는 척 대표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 가까운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재범이 다가와 입을 열려고 하자 나는 입을 검지에 가져갔다.

16560310842538.jpg“쉿!”

내 포즈를 따라하며 신재범은 입을 닫았다. 잠시 후. 나는 통화가 끝난 척 다시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16560310842538.jpg“전화가 길어졌네요.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16560310842543.jpg“아니요. 오래 전혀요.”

그는 언제 격한 감정을 느꼈다는 듯 차분해져 있었다. 소파에 앉는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16560310842543.jpg“민효성 작가, 문화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해 줄 수 있습니까?”

16560310842538.jpg“대표님이 세우신 시설 프로그램 참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16560310842543.jpg“네. 저희 갤러리 작가들을 돌아가면서 다 했지만, 외국 작가를 만나는 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요.”

그는 말하면서도 내 눈치를 봤다. 나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걸리는 듯했다.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지만 민효성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과연 그가 외국 어린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걸려서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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