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3화 그가 원하는 것 (3) (213/226)


213화 그가 원하는 것 (3)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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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게 뭐야? 왜 미션 실패야……?”

건물 벽을 보면 원래 정보가 보이는데, 지금은 아무 정보도 뜨지 않았다.

미술 작품을 볼 때만 메시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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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왜 미션 실패야!”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다 문득 남정숙 갤러리 건물이 이미 팔려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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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정수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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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정휘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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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숙 갤러리 건물, 사고 싶습니다. 원하시는 가격에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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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어쩌죠? 그 건물은 이미 다른 분께 팔았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거길 바랐지만, 다른 사람에게 팔린 것이 맞았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 걸 겨우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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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구에게 팔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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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갤러리 한지감 대표에게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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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요? 내가 있는데 왜 한지감한테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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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건 소유자인 제 마음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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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감이 얼마 준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더 줄게요.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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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번복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그 건물을 원하시면 진작에 연락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정수일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강정휘는 눈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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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전화를 끊은 거야?”

화가 난 그녀는 다시 정수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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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눈앞에 있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날아간 것 같아 비명은 처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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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감. 내 걸 감히 빼앗아?”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다.

*

일을 하는데 밖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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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나는 일어서 사무실에서 나갔고, 거기에서 난리를 피우는 강정휘와 그녀를 제지하는 신재범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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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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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 누가 무서울 것 같아!”

갤러리에 있던 고객들이 얼굴을 찌푸리는 것들이 보였다.

이게 무슨 영업 방해인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지만, 고객들을 의식해 나는 애써 화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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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휘 대표님.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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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큰 도둑 나오셨네.”

이를 악문 강정휘가 표독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기가 막혔지만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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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가셔서 대화 나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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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자신이 이곳에 대표라도 되는 듯 강정휘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런 강정휘를 보면서 신재범은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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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그냥 경찰 부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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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마침 강정휘가 얼마나 약이 올랐는지 보고 싶었던 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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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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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어요. 이따가 말씀드릴게요.”

미소로 신재범을 안심시키고 나는 사무실로 가서 강정휘와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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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굉장히 나빠지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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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악에 찬 강정휘를 보면서 나는 얄밉게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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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요. 안경 정보를 어떻게 보는 건지 알려드릴 테니 다시 찾아오지 말아달라고 했고, 강 대표님은 알았다고 했죠. 그런데 지난 유토피아 파티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너어무 자주 오셔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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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걸 빼앗아가지만 않았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

정말 자신의 걸 빼앗겼다고 생각하는지 그녀는 핏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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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진도, 대표님도 경쟁에서 밀린 걸 빼앗겼다고 착각하네요. 너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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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까짓 게 무슨 이야기하는지 나는 관심 없어. 빨리 남정숙 갤러리 건물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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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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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미션 실패했다고!”

역시 미션 때문이었다.

강정휘 때문에 건물을 사들인 것은 아니지만, 물먹였다는 것이 고소했다.

고소함을 뒤로하고 궁금한 걸 먼저 확인할까 머리를 굴렸다.

미션을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내심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어볼 필요도 없이, 눈이 뒤집힌 강정휘가 악을 쓰면서 궁금한 부분을 긁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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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단계로 되돌아가 버렸어! 겨우 부동산에 진입했는데!”

아. 실패하면 단계가 유지되지 않고 전 단계로 돌아가버리는구나.

그럼 미션을 다시 성공하면 다시 한 단계 올라가는 거겠네.

그런데 만약 미션을 다 실패해서 1단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해서 머리를 굴리는데, 강정휘가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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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미션을 실패한 책임을 왜 나한테 돌리는데?

난 물건을 넘긴 거고, 책임을 져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런데 강정휘는 내가 물건을 팔았고, 그렇기에 책임져야 한다고 단단히 착각했다.

정말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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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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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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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갖고 싶었으면 정수일이 원하는 걸 해줬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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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곡을 찔린 강정휘는 자리에서 부르르 몸을 떨었고, 나는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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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탓이 아니라 멍.청.한. 강 대표님 탓이에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제야 강정휘는 자신이 나에게 소리를 지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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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이 돌았었나 봐.”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주 수상하다.

느낌이 산뜻하지 않지만, 일도 많고 더 이상 강정휘에게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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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면 그만 가주시죠. 누구와 달리 저는 시간이 바쁜 사람이라 쓸데없는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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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시간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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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드리죠.”

잠깐 노여워하는 눈빛이 스쳤지만 강정휘는 다시 저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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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숙 갤러리 건물, 원하는 만큼 값을 치를 테니까 나한테 팔아. 갤러리를 꼭 거기서 할 필요는 없잖아.”

아아. 원하는 것이 이거였구나.

강정휘는 어쨌거나 다시 건물을 사면 회복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갑자기 저 자세를 취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나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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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요. 저는 꼭 거기서 갤러리 해야겠어요. 이만 가보시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고, 떠밀리듯 강정휘가 일어섰다.

그러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꿇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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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도와줘. 한 대표…… 제발…….”

손까지 싹싹 비는데 짜증이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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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렇게 나오시면 정말 경찰 부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분명 건물을 팔 의사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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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푹 한숨을 쉬는데 김태하와 관리 직원 두 명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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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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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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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김태하의 눈짓에 관리 직원 두 명이 빠르게 움직여 강정휘의 양팔을 잡아 들고 옮겼다.

끌려나가면서도 강정휘는 포기하지 않고 버둥거리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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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도와줘!”

하여간 사람 질리게 하는 데는 재능이 있다.

강정휘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나는 그제야 한숨을 놓았다.

푹 한숨을 쉰 김태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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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처리됐는지 확인하고 보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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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부탁드려요.”

김태하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우자 신재범이 다가왔다.

얼굴에 강정휘가 왜 저러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붙어 있었다.

그건 양 디렉터와 박 디렉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으나, 둘 다 고객을 상대하고 있었기에 일단 신재범에게만 설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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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디렉터님,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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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소파에 앉아 나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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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가 남정숙 갤러리 건물을 매입하고 싶어 했거든요. 제가 가로챘다고 생각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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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에 무릎까지 꿇었다구요? 대표님은 남정숙 갤러리를 보존하기 위한 거지만, 그쪽은 그런 것도 아닐 텐데요. 도대체 왜 매입하고 싶어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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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통 이해가 안 가요.”

나는 정말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을 지었고, 신재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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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돈 벌었다고 으스대더니 왜 또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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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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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건물 소유자가 팔 것 같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니,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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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요?”

나는 싱긋 웃으면서 오늘 어제 정수일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비싼 정장을 빼입은 정수일이 나를 보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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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결정은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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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탁은 해드릴 수 없습니다. 갤러리스트의 양심을 걸고, 예술을 더럽히는 일은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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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굳어진 정수일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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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갤러리 한쪽에 대표님이 기증해주신 작품을 전시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움찔 당황하더니 이내 무표정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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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시를 해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 미세탁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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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세탁 때문에 자리를 원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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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제가 왜 그런 제안을 했겠습니까?”

그는 무언가 변명하는 사람처럼 말이 빨라졌고, 그런 그를 지그시 보면서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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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위를 얻고 싶은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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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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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없어도 갤러리의 대표를 통하면 돈세탁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갤러리의 이사라고 하면, 대표님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사회적 지위가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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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미 성공했습니다. 대표님이 버시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죠. 100명이 넘는 사원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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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성공하셨죠. 하지만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사회적 지위는 없습니다.”

나는 그의 사무실을 일부러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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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이 과할 정도로 많죠. 지난번 대표님을 뵌 사무실은 대기업에 있을 법한 규모였습니다. 또한 회의실과 복도에 작품들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이 걸려있더군요.”

불쾌감을 느낀 그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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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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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마련하는 대신, 대표님이 원하시는 사회적 지위를 충족할 수 있는 다른 요건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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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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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고민해보시죠. 하루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나는 싱긋 웃으며 회의실을 나왔고, 오늘 아침에 정수일에게 전화가 왔다.

그가 나에게 했던 질문을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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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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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했습니다. 한 대표에게 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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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결정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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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전시뿐만 아니라 자선 행사에도 초대될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미술계에서 열리는 자선행사는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만 초대받는다.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 초대받으면 참석자 전체의 사회적 지위가 낮게 평가될 수 있기에, 정수일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초대받지 못한다.

나는 지겹도록 가는 행사였지만 정수일에게는 한 번이라도 가고 싶은 행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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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속전속결로 계약은 체결되었다.

궁금해하는 신재범에게,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정수일이 어떤 조건으로 받아들였는지 설명했다.

그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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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정수일의 욕망을 정확하게 파악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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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한 말 덕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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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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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시잖아요. 겸손이 지나칩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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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맨날 하는 일이니까 그렇죠. 관찰력이 뛰어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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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 편이죠. 건물 문제도 해결되었으니까 남정숙 갤러리 직원들을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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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표님이 젊으시다 보니 반발심을 갖는 직원들도 있을 겁니다.”

남정숙 갤러리의 직원들은 5명 빼고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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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죠.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치니까요. 내일 직원들 모이라고 김 디렉터에게 전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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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신재범이 인사를 하고 사무실에서 나갔다.

직원들을 잘 설득하고 끌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남정숙 갤러리를 지켜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 뿌듯함은 나 혼자만의 감상이었던 모양이다.

다음 날, 직원들을 보기 위해 갔을 때 남정숙 갤러리의 직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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