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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화 강정휘의 미션 (2) (217/226)


217화 강정휘의 미션 (2)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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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 : 일주일 안에 도이리 작가의 ‘고독’을 4억 이상의 가격으로 진영대에게 팔면 2단계 정보가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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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진영대야……!”

강정휘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와는 과거의 연이 있었지만 현재 감정이 좋지 않을뿐더러, 예전의 그라면 모를까 현재의 그는 4억 가까이 되는 작품 값을 지불하기 어려웠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데, 사무실 바깥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이런 소란을 일으킬 존재는 한 사람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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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승재야?”

분노를 억누르며 그녀는 대표실 문을 열었다.

예상처럼 김승재가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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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식으로 자꾸 나 홀대할 거야?”

당장이라도 쫓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강정휘는 이를 악문 채로 문을 열어 주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김승재는 문이 닫히기도 전에 소리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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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언제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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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들어와야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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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내 앞으로 들어온 돈이 고작 천만 원이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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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벌어들였으니까 준 거잖아.”

당당한 강정휘의 태도에 눈이 돌은 김승재는 그녀를 벽으로 몰아세워 멱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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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가 멀쩡하게 운영된다는 건, 적어도 5억 이상의 수익이 매달 발생한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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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야 그렇지. 하지만 수익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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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강정휘의 멱살을 잡고 흔들자 간신히 참고 있던 강정휘의 화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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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안 되는데 뭐 어쩌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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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속이고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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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라도 보여줘? 안 그래도 계속 미션을 실패해서 나도 미칠 지경이라고!”

강정휘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자 김승재는 일단 멈췄지만, 불신의 눈은 그대로였다.

신뢰가 없는 관계였기에 갈등은 예견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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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션을 계속 실패하고 있는 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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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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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도 아니고, 미술품에서 실패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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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가 높아져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단 말이야! 작가도 자기 작품인지 모르는 위조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러는 너는 미션 도와달라고 했을 때 제대로 도와줬어?”

강정휘가 도움을 청했을 때 그도 물러섰기에 순간 멈칫했지만 다시 뻔뻔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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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도와줘야 하는데? 나는 안경을 주는 걸로 할 바를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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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강정휘는 기가 막혀 실소가 터졌다.

거의 실성한 듯이 웃는 그녀를 보고 김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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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잖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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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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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망구가 보자보자 하니까……!”

분노 조절에 실패한 김승재의 주먹이 강정휘의 얼굴을 강타했다.

맞아서 바닥에 쓰러졌지만 강정휘는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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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줄 아는 거라고는 폭력밖에 없지. 재벌로 태어났으면 뭐해. 돈을 벌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벌떡 일어선 강정휘가 순식간에 김승재를 밀쳐냈고, 무게 중심이 흔들린 그가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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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게……!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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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돈을 벌고 싶어? 그럼 나한테 협조해. 그래야 네가 그렇게 원하는 돈을 벌 수 있어!”

고용인에 불과한 존재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것이 김승재의 분노를 부채질했지만,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이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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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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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회장에게 저 그림을 사는 조건으로 돈을 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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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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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미션이야. 진 회장은 저 그림을 살 정도로 돈이 없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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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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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가격을 들은 김승재가 인상을 쓰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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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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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내 돈 받고 싶으면 돈 마련해!”

조급해진 강정휘가 눈을 부릅떴고, 그녀를 지그시 보던 김승재가 사납게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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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마련하지. 그 대신 반드시 미션에 성공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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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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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션 성공하지 못하면 안경은 내가 가져갈 거야. 그렇게 알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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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강정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고, 김승재가 문을 쾅 닫고 대표실에서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강정휘는 뭐가 이익이 될지 계산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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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여길 뜨면 그만이야.”

그럼 갤러리를 잃게 되겠지만, 미션에 도전할 기회는 계속 주어질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엄청난 부를 이룰 수 있다.

*

인터폰을 받자 윤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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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하 관리 부장님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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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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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책상에서 일어서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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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무슨 일이지?”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윤 비서와 김태하가 들어왔다.

윤 비서는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는 20대 중반 여자로, 같이 일한 지는 10개월이 조금 넘었다.

인수한 갤러리가 많아지면서 비서를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채용하게 되었다.

그녀는 상고를 졸업한 이후 바로 취직해서, 나이는 어렸지만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김태하를 보고 장난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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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로 이 누추한 곳에 다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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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곳이라뇨.”

내가 김태하를 보면 이렇게 장난을 친다는 것을 잘 아는 윤 비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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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준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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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김태하가 고개를 젓는데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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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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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차가 세팅되자 나는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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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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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승재가 강정휘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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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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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신경을 안 씁니까.”

안경이 넘어간 뒤로 나는 더 이상 강정휘와 김승재를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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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제 안경은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니까. 다시 준다고 해도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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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경이 돌아왔을 때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완고한 김태하의 입장에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도 그는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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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휘와 김승재의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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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미션을 실패하니까 그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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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휘가 또 전화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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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전화를 씹고 있긴 한데, 왠지 곧 또 연락이 올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드네.”

물끄러미 나를 보던 김태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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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안해하시는 이유가 사실은 안경을 원하기 때문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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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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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입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흔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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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건물 관리는 잘 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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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잘 돼야죠. 관리부 인원이 10명이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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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건 아니죠. 제가 소유한 건물이 그 정도 되지 않습니까. 남정숙 갤러리만 뚝 떨어져 있어서 관리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내 상가 건물들은 모여 있어 그렇게 관리하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남정숙 갤러리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차분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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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직원은 그쪽으로 출근하고, 저도 이틀에 한 번씩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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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주시고 있네요. 말씀하시는 것도 많이 느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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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도 말 돌리시는 것이 많이 느셨습니다.”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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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허락이 떨어지자 윤 비서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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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곧 회의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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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다시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김태하가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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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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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행동이 급해요. 천천히 가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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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시간을 뺐으면 안 되죠.”

그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 대표실에서 나가는데, 거리가 느껴져 살짝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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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서 나오니 신재범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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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님. 왜 이쪽으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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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로 가려다가 김태하 부장 나가는 거 봐서요. 제가 혹시 알아야 할 게 있나 하구요.”

남정숙 갤러리, 가인 갤러리 모두 김태하 부장이 시설을 관리하다 보니, 에로 사항이나 문제점들을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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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온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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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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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형이요, 너무 쓸데없이 격식을 차려요. 밖에서 만나면 반말하고 편하게 하면서, 왜 사무실에서는 둘이 있을 때마저 격식을 차리는지 모르겠어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나를 보면서 신재범이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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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알 것 같은데요. 대표님도 저한테 말 안 놓으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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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저보다 연세가 있으시니까 당연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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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이 많은 사람한테만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표님, 한참 어린 직원들에게도 존댓말하시잖아요.”

정곡을 찔려서 나는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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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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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성격이 그러시니 주변에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이겠죠.”

그러고 보니 다영은 아직도 나한테 말을 놓지 않았다.

이거 좀 충격이다.

*

회의가 끝나고 나는 사무실로 돌아왔고, 신재범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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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계약한 작가들이 갤러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헤드 디렉터님이 신경 좀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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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살피겠습니다. 그런데 가인 갤러리 전시 신청이 1년 이상 밀려있어서 걱정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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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시기와 전시 시기의 기간이 긴 것은 좋지 않죠. 변수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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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동안에 작가를 접는 사람들도 생기고, 드물긴 하지만 유명해져서 펑크가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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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으로는 6개월 전에 신청을 받는 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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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나는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뉴욕 센트럴 갤러리 인수를 논의하고 있었지만 신재범이 자신의 의견을 말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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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센트럴 갤러리 인수하는 거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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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쉽게 서지 않아서 말입니다. 다시없을 기회 같기도 하고, 독이 든 성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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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면서 그가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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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뉴욕을 선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뉴욕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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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전후로 한국 메이저 갤러리들이 뉴욕으로 진출했지만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5년 안에 철수했죠.”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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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여태까지 대표님은 해외 갤러리에서 현지화 전략을 선택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하고, 중심에 둔 것은 현지의 작가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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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속 작가들이 계약된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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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야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셨기 때문 아닙니까?”

신재범의 눈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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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한국 작가들을 보여주는 건 갤러리가 자리 잡은 이후라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센트럴 갤러리도 인수한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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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동의하지만 센트럴의 전속 작가들이 우리를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미국 사회는 생각보다 배타적입니다. 대표님도 겪어보셨으니 잘 알지 않습니까.”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이 모여서 살아가지만, 주류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 엘리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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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지 작가들이 거부감을 느낄 거라 여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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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직접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진 않겠지만, 그 부분이 큰 문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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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 본 적 없는 일인데 다시 생각해 봐야겠군요.”

신재범이 사무실에서 나가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수익과 관리 초점에 두고 생각하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갤러리는 결국 작가 장사다.

작가를 데리고 오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

진 회장에게 전화가 온 것은 그때였다.

오랜만의 전화였기에 나는 반가운 마음에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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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회장님. 잘 지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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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잘 못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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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으세요?”

그가 깊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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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휘가 나를 찾아오더니, 뜬금없이 그림을 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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