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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화 다시 나에게로 (1) (222/226)


222화 다시 나에게로 (1)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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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을 만드는 데 투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가 옆에 놓았던 가방을 들어올려 보여주었다.

난데없이 가방을 만드는 데 투자해 달라고?

나와 신재범이 동시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데도 그는 ‘해줄 거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례한 불쾌한 것도 잠시 의문이 들었다.

그는 왜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 걸까?

마치 같이하려면 하고, 마음에 안 들면 꺼지라는 사람같이.

신재범이 그에 대해서 가져온 보고서를 떠올리면서 나는 이 상황을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최근의 작품들은 다 그에 관련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일단 거기에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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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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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조사는 좀 하고 오셨네요.”

그제야 그는 약간의 흥미를 내비쳤고, 신재범이 눈치 빠르게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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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라기보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작가님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워낙 묵직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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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위해 하는 말인 걸 알지만 기분이 좋군요.”

으쓱 어깨를 올리는데 입꼬리도 함께 올라갔다.

하지만 팔짱을 낀 것을 보니 완전히 마음을 연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어쩌면 마음을 열지 않으려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것은 그가 우리와 같이 갈 수 있는지 평가해보는 시험대이니 말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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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백을 만들길 원하는 건 재활용을 위해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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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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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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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봤습니다. 얼마 전에 에코백이 131번 이상 사용해야 환경보호의 효과가 있다는 기사를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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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관심이 있나 보네요?”

어느새 팔짱은 풀리고 그의 몸은 앞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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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만큼은 아니지만 있죠. 이제 환경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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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문제죠! 그래서 나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백을 만들려고 해요.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재활용을 하고,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방법으로 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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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투자해주었으면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는 고개를 마구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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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투자가 필요해요.”

스윽 신재범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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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금액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일단 알아는 보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시죠.”

적당히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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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안서를 주시고, 개발하시는 분들과의 미팅을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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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믿고 투자하지 못하겠다는 건가요?”

그가 불쾌함을 드러내며 팍 인상을 썼고,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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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저 믿으십니까? 제가 이 자리에서 백억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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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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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님을 설득해야 할 갤러리스트이고, 작가님은 우위적 입장에 있는 작가이기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씀하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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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기보다…….”

창피함을 느낀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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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에서 제안해 주신 걸 압니다. 꼭 이루고 싶은 일 때문에 그러신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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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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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가님을 얻고 싶어서 투자를 결정하는 건, 되레 그 일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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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고민하던 그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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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이 일은 저에게 작품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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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가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제야 희미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떠올랐다.

이제 왜 그가 작가들의 신뢰를 받는지 조금은 알거 같다.

그의 순수함이 작가들을 끌어들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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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죠. 오늘 밤까지 기획서는 보내드리겠습니다. 미팅은 일주일 내로 가능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신재범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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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일정상 그때까지 이곳에 있기는 어렵습니다. 화상 회의로 진행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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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삐거덕거리던 시작과 달리 끝은 훈훈했다.

*

강정휘 갤러리 근처에 차 하나가 서 있었다.

그 차 속에는 이수지의 수행원이 있었지만 이수지는 없었다.

이수지가 강정휘 갤러리를 주시하라며 수행원에게 일을 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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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일을 도대체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야!”

부아가 치미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흩트렸다.

강정휘가 휘청이고 있건만, 그녀에게 안경인지 뭔지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는 이수지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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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운이 몇 번 좋았던 거지.”

돈을 끌어들이는 요술램프 같은 물건은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김승재에 관한 앙심으로부터 시작된 일이기에,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수지를 직간접적으로 말리고 있지만, 늘 그렇듯 이수지는 그녀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보스이다 보니 그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하기가 싫어 은근슬쩍 전문적으로 흥신소에게 의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다가, 도끼눈을 부릅뜬 이수지의 얼굴만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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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행원이지, 흥신소 직원이냐고!”

짜증 섞인 눈으로 갤러리를 응시하는데, 강정휘를 태운 자동차가 주차장에서 나왔다.

멀리서 보기에도 강정휘의 표정이 썩어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운전석에 있는 비서가 강정휘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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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다.”

중얼거리면서 수행원은 강정휘를 태운 차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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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 봤자 강정휘 집이겠지.”

그녀의 예상대로 강정휘의 집 앞에서 차가 멈추자 강정휘가 내려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수행원은 빠르게 사진으로 찍었다.

이 관장이 반드시 사진으로 보고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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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도 집으로 가겠지.”

벌써 삼 일도 넘게 본 일상이었기 때문에, 사진 보고만 아니었으면 안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수지는 강정휘가 비서를 통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비서의 행적도 반드시 확인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수행원은 강정휘의 비서를 뒤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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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갤러리로 돌아가는 길인데?”

갤러리에 놓고 온 물건이 있는 걸까?

강정휘의 비서가 눈치채지 못하게 멀리 차를 대고 비서의 행동을 지켜봤다.

갤러리에 들어갔다 나온 비서의 손에는 종이백이 들려 있었지만, 보통 물건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비서가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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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뭔데 저래?”

어쩌면 이수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잠시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세차게 저어서 그런 생각을 쫓아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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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일이지.”

택시를 탄 비서는 10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공원 근처에서 내렸다.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렸고, 잠시 후 그 누군가가 나타났다.

바로 김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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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하가 여기 왜……?”

갤러리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이 김태하에게 전해졌고, 그는 비서에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거래의 현장이었다.

봉투를 받은 비서는 재빠르게 차에서 내려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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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김태하에게로 넘어갔다?”

물건이 이수지가 생각하는 안경이 맞을까?

저 물건은 김태하 본인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한지감을 위한 것일까?

혼란스러운 가운데도 조금은 또렷해진 것이 있었다.

이수지의 예상이 정말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서류를 들고 박물관 연구원 3명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연달은 회의에 나는 지쳤지만 밝게 그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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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제가 박물관까지 가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어려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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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저희가 당연히 와야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수석 연구원 고지신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내심 신재범의 존재를 불편해했다.

슬쩍 신재범을 본 그녀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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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디렉터님이 굳이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관장이었지만 신재범은 갤러리스트에 불과하기에 이 회의에 낄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듯했다.

박물관 연구원에게 갤러리스트는 장사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또한 신재범이 고미술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신재범은 나와 가장 합을 잘 맞출 수 있는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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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디렉터님은 제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에 동석합니다.”

고지신이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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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나왔으니 말하는 건데요. 신 디렉터님이 이 회의에 참석하셔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갤러리스트시고, 한 관장님처럼 고미술을 잘 아시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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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할지는 알고 계시죠.”

연구원들의 얼굴이 단체로 굳어졌다.

이를 대변하듯 고지신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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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요? 박물관은 연구를 하는 곳이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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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설마 그걸 모르겠습니까. 저는 다만 박물관이 가진 역할을 더 극대화하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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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여유롭게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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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연구만 하는 건 아니죠. 현대에 들어와서는 교육의 측면도 빼놓을 수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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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학예사들이 직접 도슨트를 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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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입되는 인원이 전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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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고지신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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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저는 갤러리스트라 현실적인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진성 박물관의 유일한 수입원은 관람비입니다. 관람객의 유입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박물관의 수익도 떨어지죠. 그렇다면 가장 먼저 인원 감축을 고려해야 합니다.”

모두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돈으로 유물을 평가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막상 밥줄과 연관되면 예민해지는 것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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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 감축의 계획은 없으니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실 건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일이 장기화되면 저로서는 박물관을 운영하기 어렵죠.”

나는 신재범을 보았고, 그는 이어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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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소장품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은 박물관의 가치 중에 하나입니다. 대표님은 그 부분을 신경 쓰시는 겁니다.”

입술을 잘근 깨문 고지신이 마지못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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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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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인 굿즈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특별기념행사를 제외하고는 굿즈를 전혀 안 파셨더라구요.”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긴장하던 고지신은, 막상 그다지 급진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자 쉽게 순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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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판매를 하는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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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물관 안에 작은 샵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니 홍보도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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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방법이네요.”

요즘은 잘만 만들면 박물관 굿즈도 완판되는 시대다.

소장품인 훌륭한 컨텐츠가 있기에, 얼마든지 새롭게 가공할 수 있다.

박물관 회의가 끝나고 신재범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핸드폰을 확인한 신재범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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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우드 작가가 전속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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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거 다행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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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그런데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사비로 백억을 투자하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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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놀고 있는 돈이 있기도 하고, 플라스틱 백 기획안을 보니까 좋더라구요. 또 백을 기획하는 과정들은 사진, 영상 자료로 남아서 나중에 크리스가 작품으로 쓴다고 했으니까 기대해 보자구요.”

신재범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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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럼 전 나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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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재범이 나가고 나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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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뉴욕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중이다.

국내 갤러리 3곳, 박물관 1곳, 해외 갤러리 3곳이라 정말 보고가 밀려들고 처리해야 할 일이 어마무시하게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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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뉴욕 간 보람이 있었어.”

의미 있는 환경 프로젝트에 투자도 했고, 크리스 우드라는 유명 작가도 얻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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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김태하 관리부장님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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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들어오시라고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그가 오는 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고 종이백을 든 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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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먹을 것 샀어?”

김태하는 가끔 간식거리를 사다주곤 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종이백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책상에 올려놨다.

손바닥만 한 길이의 물건이 헝겊으로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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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

아무 생각 없이 헝겊을 펼치던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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