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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신비한 안경 (1) (1/226)

1화 신비한 안경 (1)2020.12.02.

1화 신비한 안경 (1)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나무함. 그걸 보는 순간, 묘한 느낌이 나를 이끌었다. 한 번도 골동품을 보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궁금증이 일어 함을 열었다. 동그란 테로 된 안경이 들어있었다.

1656024188954.jpg“안경?”

나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안경을 썼다. 그 순간 온몸을 타고 강한 전기가 흘렀다.

1656024188954.jpg“흐헙……!”

눈앞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1단계 ‘구매가격’이 제공됩니다.] 그러더니 바로 숫자가 뜨기 시작했다. [ 15,000,000원 ] [ 4,500,000원 ] 물건마다 가격이 보였다.

1656024188954.jpg“이…… 이거 뭐야?”

이상한 귀신에 홀린 것일까? 어쩌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분명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내 일상은 단조로웠는데 말이다. * 가게 앞에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가게 간판을 보았다. 명품 골동상. 이것이 가게의 이름이었다. 요새는 대부분 갤러리, 화랑 같은 이름을 쓰는데 아버지만 고집스럽게 저 이름을 고집하신다. 물론 내 가게가 아니라 아버지의 가게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가게, 이 한지감의 가게가 될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1656024188956.jpg“와, 가게 이름이 명품골동상이구나!”

해맑은 경환이 녀석은 박물관에 온 미취학 아동처럼 신나 있었다. 그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은 토요일. 분명 평화로운 휴일이 되었어야 하는데, 한 시간 전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한 통이 날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가게 창고를 정리하다가 허리를 다쳐 입원하셨다고 했다. 당장 병원으로 가겠다는 나에게, 아버지는 가게 창고 정리를 부탁, 아니 명령하셨다. 다음 주면 또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기에 공간을 비워둬야 한다는 것. 문을 따고 들어가려는데 경환이 앞장서려는 것을 보고 뒷덜미를 잡아 끌었다. 한때 유도를 배웠던 나에게, 10cm나 작은 녀석을 제압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1656024188956.jpg“왜 그래, 형? 일 도와준다니까.”

1656024188954.jpg“무슨 일을 도와준다는 거야. 이게 무슨 이삿짐 옮기는 건 줄 알아?”

1656024188956.jpg“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되잖아.”

그러고는 내 손에서 벗어나더니 기어코 안으로 들어갔다. 망둥이 같은 놈! 경환이 저 녀석은 대학후배이자 현재는 내 룸메이트다. 좋은 녀석이지만 가끔씩 이렇게 쓸데없는 친절을 베풀곤 한다. 경환이 먼저 들어가고 나는 뒤따라 들어섰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익숙하고도 낯선 느낌이 들었다. 분청사기, 괴석도, 복숭아형 백자연적, 필통 할 것 없이 세월과 사연을 지닌 물건들이 나를 맞았다.

1656024188956.jpg“와, 멋지다!”

앞서 들어온 경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기저기 둘러봤다. 예스럽고 고풍스런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나는 이 분위기가 싫었다. 2019년인데 이곳만 조선시대 같았다. 벌써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1656024188954.jpg“아우…… 답답해.”

나는 애꿎은 티셔츠 목을 몇 번 늘였다. 경환의 시선은 한 도자기에 머물러 있었다. 호리병 모양의 분청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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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4188956.jpg“이걸 분…… 분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

1656024188954.jpg“분청사기. 이건 모란을 선음각한 거야.”

1656024188956.jpg“오올, 역시 골동품집 아들! 이런 건 얼마나 해?”

1656024188954.jpg“그건 물건대장 봐야 알아. 난 그냥 유물이 어떤 종류인지 정도만 아는 거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는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1656024188956.jpg“정말 가게 물려받을 생각 전혀 없는 거야?”

1656024188954.jpg“응. 전혀 없어. 난 심미안도 감식안도 없어.”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난 골동품과는 전혀 맞지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맞춰갈 생각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니 아버지께 조금 죄송했다. 5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족은 아버지와 나 이렇게 둘뿐이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 아버지는 내심 내가 가게를 물려받기를 바라신다. ‘지감’이라는 특이한 이름에는 그 뜻이 담겨 있다. 지인지감(知人之鑑). 여기서 두 글자를 따서 지감이라고 지으셨다. 본래 사람을 잘 알아보는 능력이란 뜻이지만, 아버지는 사람도 물건도 잘 알아보라고 이렇게 지으셨다고 했다.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안 좋은데 경환이 눈치 없이 말했다.

1656024188956.jpg“이런 멋진 물건을 보면서 살면 좋을 거 같은데? 마음도 편안하고.”

1656024188954.jpg“모르는 소리하지 마. 골동품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않아. 홀리지.”

1656024188956.jpg“홀린다고?”

1656024188954.jpg“그래, 홀려. 너 같으면 이런 것들을 차 한 대 값이나 집 한 채 값에 구입하겠어?”

경환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1656024188956.jpg“아니.”

1656024188954.jpg“그럼, 그렇게 큰 돈을 주고 구입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

1656024188956.jpg“돈이 많아서 자랑하려는 거 아니야?”

1656024188954.jpg“물론 그런 것도 있지. 근데 그건 부수적인 이유야.”

1656024188956.jpg“그럼 진짜 이유가 뭔데?”

1656024188954.jpg“이 유물들이 사람을 홀리거든. 사랑에 빠지는 거랑 비슷한 증상이 나와. 곁에 두지 못하면 눈에 어른거리고, 그래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지.”

1656024188956.jpg“거의 중독 수준이네.”

1656024188954.jpg“맞아. 중독이지. 심미안은 차라리 없는 게 나아. 특히 돈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적어도 단원처럼 매화를 사려고 주머니를 탈탈 터는 일은 없을 거 아니야.”

들어본 이름이 나와서 반가운지, 경환이 눈을 빛내며 되물었다.

1656024188956.jpg“단원? 김홍도 말하는 거야?”

1656024188954.jpg“응. 단원이 말년에 엄청 궁핍했던 거 알지?”

1656024188956.jpg“……김홍도가 궁핍했어?”

1656024188954.jpg“정조가 죽은 이후 김홍도의 불행이 시작되었지. 너무 예쁨을 받았던 게 독이 돼서 시기와 질투도 듬뿍 받은 거야.”

항상 모든 건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1656024188954.jpg“정조가 살아 있었을 때는 그가 우산이 되어 주었지만, 정조가 죽고 나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고 몰락이 시작됐어. 아들 학비가 없어서 친구한테 부탁할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지.”

1656024188956.jpg“근데?”

1656024188954.jpg“어느 날 시장에서 분재된 매화를 본 거야. 너무 아름다웠지만 김홍도는 수중에 돈이 없었어. 그때 마침 그림을 그린 사례금 삼천 냥이 도착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 맞다. 바로 그거다.

1656024188954.jpg“그 돈이면 집안을 돌보고, 아들 학비도 대고 할 수 있었겠지만, 김홍도는 이천 냥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매화를 사 오지. 그러고는 신이 나서 술판을 벌였는데, 그러느라 팔백 냥이 사라졌어. 남은 이백 냥으로 음식하고 땔감을 샀지만, 기껏해야 며칠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어.”

1656024188956.jpg“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야?”

1656024188954.jpg“이 요물 같은 유물에 홀리면 그렇게 돼.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라.”

1656024188956.jpg“형은 왜 악담을 하고 그래!”

투덜거리던 경환이 창고 문을 보고 걸음을 옮겼다.

1656024188956.jpg“여기가 창고지?”

문을 열려는 경환을 나는 다시 제지했다.

1656024188954.jpg“문부터 열면 어쩌자는 거야.”

1656024188956.jpg“왜? 정리해야 한다며.”

1656024188954.jpg“손부터 닦아야 해.”

1656024188956.jpg“면장갑 끼고 옮기면 되는 거 아냐? ‘가품진품’ 프로그램에서 보면 감정할 때 다 면장갑 끼던데?”

1656024188954.jpg“표면에 손상을 주지 않으려면 그게 제일 좋지. 근데 면장갑을 끼면 잘못하다가 손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어. 그럼 손상만으로는 끝나지 않지. 물건이 날아가는 거니까.”

1656024188956.jpg“아……. 그렇구나.”

그제야 경환은 내가 왜 그렇게 돌아가라고 했는지 좀 알아차린 거 같았다.

1656024188954.jpg“제발 부탁이니까 그냥 지켜만 봐. 골동품 창고 정리는 일반 창고 정리랑 달라. 자칫 잘못했다가는 몇백 년 세월 동안 버텨 온 유물이 한 번에 날아가는 수가 있거든. 그리고 그건 고스란히 경제적인 손실로 이어지지. 1억 2억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야.”

1656024188956.jpg“억……?”

1656024188954.jpg“그래, 억! 그러니까 오늘 얌전히 있다가 가.”

1656024188956.jpg“알았어.”

경환이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처럼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손을 씻었다. 손에 있는 기름기나 먼지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손을 다 씻고 나서는 수건으로 손을 닦아냈다. 완전히 수분을 없애야 한다.

1656024188956.jpg“왜 이렇게 손을 깨끗이 닦아?”

1656024188954.jpg“손에 물기나 기름기가 있으면 미끄러지기도 하고, 표면에 손상이 갈 수도 있어.”

슬쩍 내 얼굴을 본 경환이 물었다.

1656024188956.jpg“형, 긴장했어?”

1656024188954.jpg“당연히 긴장했지. 유물 만질 때는 온 신경을 다 집중해야 한다고. 아주 조심조심 다뤄야 해.”

진짜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1656024188954.jpg“오래된 것들은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거든. 충격을 받으면 당장 표시가 나는 게 아니라 한 달 후나, 심하면 일 년 후에 나타날 수도 있어.”

1656024188956.jpg“헉……. 그 정도야? 살이 덜덜 떨리네. 난 확실하게 빠져 있을게.”

경환이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표정을 보니 웃음이 나면서 긴장이 좀 풀렸다.

1656024188956.jpg“역시 과대. 형 진짜 똑똑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 보니까 완전 달라 보인다!”

1656024188954.jpg“똑똑하긴 무슨, 시험도 못 보는데…….”

씁쓸한 미소가 얼굴에 스쳤다. 내 나이 서른, 아직도 취직을 못하고 편의점 알바생으로 살고 있다. 얼마나 막 살았으면 이 나이까지 빌빌거리나 싶겠지만, 전혀 막 살지 않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전교권에서 놀았다. 서울대는 못 가도 당연히 상위권 대학에 갈 거라 기대했다. 문제는 수능 날 터졌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완전히 수능을 말아 먹었다. 부모님은 내년을 기약하자면서 나를 위로하셨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큰 시험이 있을 때마다 같은 증상이 반복된 것이다. 어떡해서든 이 시험 공포증을 극복하려 명상에서 상담까지 안 해 본 것이 없었지만,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결국 난 점수에 맞춰 지방대를 갔다. 지방대 꼬리표를 달고는 취업이 어려웠고, 그래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시험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해 포기해야 했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당일날 무산되어 버리기에 소용이 없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나는 지쳐버렸고, 이제는 이 문제를 해결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알바나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자꾸 잡생각이 올라왔지만, 창고 앞에서 나는 머리를 비워냈다. 잘못했다간 몇 억을 내 손으로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창고로 들어갔다. 찬 공기가 느껴졌다. 유물은 온도와 습기에 민감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창고의 온도와 습기가 조절될 수 있도록 해 놓으셨다. 20도 정도의 온도에 습도 50%. 도기와 서화에 맞춘 것이었다. 창고 안은 도자기와 서화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도 벽면 한편에 짜놓은 도자기 보관함은 반 이상 비어 있었다. 우선 도자기를 옮기고 나면 공간이 생길 것이다.

1656024188954.jpg“그럼 시작해 볼까.”

일단 도자기 보관함까지 길을 내었다. 그리고 보관함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도자기를 하나 들어올렸다. 양손으로 아랫부분을 잡고 천천히 정신을 집중해서 옮겼다. 몇 번이나 그렇게 하자 드디어 빽빽했던 창고에 공간이 생겼다.

1656024188954.jpg“5개 정도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공간을 만들어내고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나왔다. 그런데 소파에 앉아 있는 줄 알았던 경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1656024188954.jpg“어디 갔지?”

그때 경환이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1656024188956.jpg“형, 다 끝났어?”

1656024188954.jpg“응.”

1656024188956.jpg“목마르지? 음료수 마셔.”

경환이 시원한 캔을 내밀었다.

1656024188954.jpg“고마운데, 여기선 못 마셔.”

1656024188956.jpg“설마 여기서는 아무것도 먹고 마시면 안 되는 거야……?”

1656024188954.jpg“물은 마실 수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1656024188956.jpg“왜 그러는 건데?”

경환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1656024188954.jpg“음식이나 음료는 해충을 불러들이거든. 그리고 음식이나 음료가 묻은 손으로 잘못 물건을 만졌다가는 손상시킬 수도 있고.”

1656024188956.jpg“와……. 정말 여기는 골동품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구나.”

1656024188954.jpg“맞아.”

다른 골동품 가게들을 보면 이렇게까지는 안 하는 거 같은데, 아버지는 유독 골동품에 대해서만은 엄격하셨다. 7살 때 한번 가게 안에서 과자를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가 얼마나 화를 내셨던지, 아직도 그 번뜩거리던 눈동자가 훤하다. 가게 근처에서 경환과 함께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창고를 정리하느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것인지, 배가 차고 나니 맥이 탁 풀렸다.

1656024188954.jpg“하아, 졸리다.”

1656024188956.jpg“졸리면 안 되지. 오늘 ‘쇼 미 더 랩’ 하는 날인데! 같이 봐야 할 거 아니야.”

1656024188954.jpg“난 관심 없거든.”

1656024188956.jpg“아, 좀 같이 보자.”

나와 달리 음악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경환은 맨날 이렇게 같이 보자고 성화다.

1656024188954.jpg“이따 봐서.”

새침하게 말하고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다.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으려는데 주머니에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1656024188954.jpg“뭐야. 왜 없어?”

아무래도 가게에 두고 온 거 같았다.

1656024188956.jpg“핸드폰 없어?”

1656024188954.jpg“응”

1656024188956.jpg“식당에 두고 왔어?”

1656024188954.jpg“가게에 두고 온 거 같아. 먼저 가. 난 핸드폰 가지고 갈게.”

1656024188956.jpg“왜? 같이 가면 되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경환은 초조해 보였다. 지금 출발하면 프로그램 시작할 시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하기 때문이었다.

1656024188954.jpg“너 지금 빨리 가고 싶어 하는 거 되게 티 나거든?”

1656024188956.jpg“아…… 아니야.”

1656024188954.jpg“빨리 가 임마. 우리가 연인도 아니고.”

1656024188956.jpg“그럼 먼저 갈게. 빨리 와.”

1656024188954.jpg“알았다.”

나는 재빨리 돌아서 지하철 계단을 올라왔다. 몸을 쓴 탓인지 노곤한 게, 지금 들어가서 눈 붙이면 딱일 거 같았는데 아쉬웠다. 가게 앞에 도착한 나는 열쇠를 꺼내 문에 꽂으려고 했다. 근데 너무 어이없게도 문이 그냥 열리는 것 아닌가.

1656024188954.jpg“분명히 문 닫고 갔는데…….”

거기에 더해 안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도둑이 든 것이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넘어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향해 돌진했다.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자, 놈은 멈추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나는 주먹을 옆으로 비껴 내며 놈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꼬꼬마 시절에 배웠던 유도 기술이다. 그런데 그 순간 역으로 기술이 들어왔다. 놈은 내게 잡히지 않은 다른 팔로 내 목을 졸랐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죽장갑을 낀 놈의 손이 점점 안으로 향했다. 내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스스로 벗어나는 게 안 된다면 다른 외적인 요인을 이용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온몸에 힘을 준 뒤, 한쪽 벽으로 몸을 밀어붙였다. 쿵!

1656024188954.jpg“으윽……!”

놈의 신음 소리와 함께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1656024188954.jpg‘조금만 더……!’

다시 한번 벽으로 밀어붙이려는 순간, 놈이 다른 팔로 내 어깨를 찍었다.

1656024188954.jpg“아악!”

갑작스런 통증으로 내 팔의 힘이 풀리자 놈은 재빨리 달아났다. 잡으려 했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걸을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서야 현기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참담한 가게의 모습과 마주했다.

1656024188954.jpg“아…… 진짜 아버지한테 뭐라고 하지…….”

망가진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분청사기, 복숭아형 백자연적, 필통이 산산이 부서졌고, 괴석도는 가운데 부분이 찢어지고 구겨졌다.

1656024188954.jpg“하아…….”

푹 한숨을 쉬고 벽에 기대는데 이상한 게 엉덩이에 걸렸다.

1656024188954.jpg“아, 뭐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엉덩이에 걸린 물건을 빼냈다.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나무함. 그걸 보는 순간, 묘한 느낌이 나를 이끌었다. 한 번도 골동품을 보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궁금증이 일어 함을 열었다. 동그란 테로 된 안경이 들어 있었다.

1656024188954.jpg“안경?”

나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안경을 썼다. 그 순간 온몸을 타고 강한 전기가 흘렀다.

1656024188954.jpg“흐헙……!”

갑자기 눈앞에 이상한 것이 나타났다.

1656024188954.jpg“이…… 이거 뭐야?”

처음 나타난 건 한 줄짜리 설명이었다. [1단계 ‘구매가격’이 제공됩니다.] 그러더니 바로 숫자가 뜨기 시작했다. [ 15,000,000원 ] [ 4,500,000원 ] 가게 안에 있는 모든 물건 위로 숫자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상한 귀신에 홀린 것일까? 어쩌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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