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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달항아리 백자 (2) (4/226)

4화 달항아리 백자 (2)2020.12.09.

강정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16560242713085.jpg“25억이라…….”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제야 나는 현실을 인식했다. 숫자로만 봐서 25억이라는 액수가 인지가 안 되었는데, 25억이면 강남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 아니던가. 35억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어 나는 그게 어떠한 금액인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기껏 전화 한 통 받고 방문한 자리에서 도자기 하나를 25억이나 주고 살 리가 없는 것이다. 강정휘의 얼굴을 살핀 아버지가 무마하듯 천천히 말했다.

16560242713091.jpg“가격은 천천히…….”

16560242713085.jpg“정말 실망입니다.”

강정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심장이 쪼그라들 정도로 심상치가 않았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아버지는 태연히 대처했다.

16560242713091.jpg“이 물건은 그 정도 가치를 지닌 물건입니다. 손님.”

하지만 강정휘는 단호했다.

16560242713085.jpg“아니요. 그 이상을 지닌 물건이죠.”

응……? 그녀는 홀린 듯 물건을 보면서 말했다.

16560242713085.jpg“35억으로 하죠.”

헉! 35억! 35억이 나왔다. 안경이 알려준 숫자가 틀리지 않은 것이다. 나는 흥분했지만 아버지는 당황하셨다.

16560242713091.jpg“35억이요? 너무 과한 금액입니다.”

16560242713085.jpg“아니요.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시계를 봤다. 어느새 2시 11분을 지나 12분으로 향하고 있었다. 35억의 제한 시간은 12분까지였다. 12분이 지나면 강정휘가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 나는 다급해졌다.

1656024271312.jpg“아버…… 아니 사장님.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시는 분이 가격을 치르시겠다는 건데, 계속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 순간 아버지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어 하시는지 정확히 알 수가 있었다.

16560242713091.jpg‘그 입 다물라.’

그 눈빛이 너무 무서워 나는 딴청을 부렸다.

16560242713085.jpg“호호호, 직원분 말씀이 맞아요. 오래 골동상을 하신 분께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요. 골동품의 가격을 제대로 받는 건, 그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에게 있다고요. 제가 저 물건의 가치를 알아본 거고, 그 가치만큼 대가를 치르기 원하는 것뿐이에요.”

아버지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16560242713091.jpg“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 그런데 감정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으십니까?”

큰돈이 오가는 거래에는 아무래도 감정사가 따로 필요하다.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물건과 돈이 오고간 이후 가짜라고 하면 그만큼 난감한 게 어디 있겠는가.

16560242713085.jpg“감정은 물건을 가져간 이후 따로 받죠. 이번 주 내로 계좌로 넣어드리겠습니다. 그 이후 물건을 가져가는 걸로 하죠.”

잠시 고민하던 아버지가 대답했다.

16560242713091.jpg“알겠습니다.”

아버지가 계좌 번호가 적힌 명함을 강정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강정휘도 명함을 주고 가게를 나섰다. 나는 아버지의 턱짓에 따라 그녀를 배웅하러 나갔다.

16560242713085.jpg“어머, 굳이 나올 필요 없는데?”

1656024271312.jpg“배웅해 드리고 싶어서요. 좋은 물건의 주인이 되셨으니 아껴 주셨으면 해서요.”

16560242713085.jpg“당연한 거죠. 참, 다음 주 화요일에 저희 전시회장에서 오프닝 리셉션을 하는데 와주실 수 있나요? 고미술상 분들은 어떤 시각으로 그림을 보실지 궁금해서요.”

나는 당황했지만 웃는 얼굴로 말했다.

1656024271312.jpg“그럼요. 아버지 모시고 가겠습니다.”

16560242713085.jpg“그래요.”

강정휘가 차에 오르자 미끄러지듯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나는 얼른 가게로 돌아와 달항아리를 봤다. 메시지가 떠 있었다. [미션을 성공했습니다.] 부르르,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1656024271312.jpg‘정말 맞아……! 맞다고!’

내가 본 35억이란 숫자가 현실이 되었다. 억대 퀴즈쇼 마지막 단계를 맞힌 사람처럼 엄청난 쾌감이 찾아들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에는 안경이 있었다. 도둑이 들었던 날 내가 썼던 안경. 안경인지 안경 귀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엄청난 도움이 되는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다시 달항아리를 보니 메시지가 이어졌다. [미션에 성공하였기에 2단계 ‘진위여부’가 제공됩니다.] 진위 여부 제공. 이건 골동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위조품을 사면 10억을 주고 샀더라도 쓰레기가 된다. 아무리 비싼 돈을 사고 주식을 사더라도 그 회사가 망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물론 위조품인 걸 알고도 속여서 파는 골동상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안경이 이런 거까지 알 수 있는 걸까? 진위 감정에 절대적인 건 없다. 아무리 노련한 골동상도 진위에 대해서 100%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진위 감정에서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진품, 위조품, 그리고 불명.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을 때 불명이란 감정을 내놓았다. 근데 정말 이게 가능하다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달항아리를 보았다. 일단 내가 판 첫 번째 물건이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가짜라면 나는 35억짜리 가짜를 판 게 되지 않겠는가. [ 3,500,000,000원 | 진 ] 오호... 진짜구나.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두계약을 해서 구매가격이 35억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1656024271312.jpg“휴우, 다행이다.”

나는 긴장을 풀면서 고개를 돌렸다. 청색으로 당초무늬가 그려진 청화백자당초문병이 눈에 들어왔다. [ 15,000,000원 | 위 ] 뭐……? 위조품이라고! 1500만 원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산수도와 청자광구병을 봤다. 제발, 위조품이 아니길 바라면서. [ 4,500,000원 | 진 ] [ 5,000,000원 | 진 ] 그제야 나는 마음을 놓았다. 정말 다행히도 당초문병을 제외한 대부분은 진품이었다. 1500만 원이 쓰라리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가 곁에 있는 이상, 이제 아버지는 위조품을 구매할 리가 없을 테니까. 가게 안을 다 둘러보고 나서야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들어왔다. 방금 전 35억의 매출을 올린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얼굴이 그늘져 있었다.

1656024271312.jpg“아버지. 왜 그러세요?”

16560242713091.jpg“글쎄 말이다. 좋으면서도 뭔가 찜찜하구나.”

1656024271312.jpg“찜찜할 게 뭐가 있어요. 아버지가 가격 올린 것도 아니고, 사는 사람이 값 더 주고 사갔는데.”

16560242713091.jpg“보통 이런 큰돈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이렇게 급하게 결정하지 않는다. 몇 번이고 물건을 보러 오고, 감정사까지 대동해서 찬찬히 보고 결정하지. 지금은 너무 급한 느낌이 들어.”

찜찜한 느낌을 풀어드리려 부러 가볍게 말했다.

1656024271312.jpg“하지만 유물에 홀려서 누구한테 뺏길까 봐 급하게 결정하는 사람들도 꽤 있잖아요.”

16560242713091.jpg“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지금 경쟁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저분은 이 달항아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다. 나 같은 골동상들은 딱 보면 알아.”

1656024271312.jpg“티가 안 나는 거 아닐까요? 그게 아니면 왜 괜히 사 가겠어요.”

내 말에 그제야 아버지는 굳은 인상을 푸셨다.

16560242713091.jpg“하긴…… 네 말도 맞구나. 그건 그렇고 네가 그렇게 전화까지 돌렸을 줄은 몰랐다.”

1656024271312.jpg“좋은 물건이 있는데 이대로 묻혀버리면 너무 아까워서요.”

16560242713091.jpg“잘했다. 좋은 자세야.”

아버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내가 35억이란 숫자 앞에서 간절해졌다는 걸 모르셨으니까.

1656024271312.jpg“뭘요…….”

열심히 배워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았다. 콕콕, 양심이 찔렸지만 애써 덤덤한 척했다. * ‘강정휘 갤러리’ 정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오프닝 리셉션에 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가 아닌 나 혼자였다. 하필이면 오늘 아버지는 선약이 있었다. 그럼 공손히 거절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아버지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셨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오게 된 것이다. 아버지가 빈손으로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오는 길에 10만 원짜리 꽃다발도 샀다. 여자친구한테도 안 했던 꽃다발 선물을 손님하게 하게 될 줄이야. 꽃다발을 든 손이 축축했다. 긴장한 탓이었다. 오랜만에 정장을 입어서인지 어색해서 몸이 굳었다. 화이트 톤에 깔끔하고 고급스런 외관은 보이지 않은 장벽을 느끼게 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여긴 너 같은 일반인들이 들어오는 곳이 아니야.’하고.

1656024271312.jpg“왜 평범한 사람들한테 갤러리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지 알겠다.”

어깨를 쭉 펴고 애써 당당한 자세를 만들었다. 옆 건물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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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키와 넓은 어깨.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수트 광고 같달까? 캬아아…… 취한다. 조각 같은 외모는 아니지만 인기는 꾸준히 있었다. 심지어 공시생일 때도. 자아도취로 애써 긴장감을 털고 정문으로 들어섰다. 근데 검은 정장을 입은 험상궂은 남자가 앞을 막는 것이 아닌가.

165602427966.jpg“한지감 씨 맞습니까?”

어깨가 떡 벌어지고 체격이 좋은 것이, 과거에 운동을 했을 거 같았다. 큰 덩치 때문에 어디 가서 기죽는 편은 아닌데 왠지 엄청난 포스에 눌리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1656024271312.jpg“네.”

165602427966.jpg“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먼저 뵙길 청하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1656024271312.jpg“아. 네.”

그러더니 사람들이 다 들어가는 정문이 아닌 후문 쪽으로 데려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강정휘 대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맞았다.

16560242713085.jpg“어서 와요, 지감 씨!”

1656024271312.jpg“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꽃다발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16560242713085.jpg“뭐 이런 걸 사왔어요. 앉아요.”

1656024271312.jpg“네.”

소파에 앉으면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브라운 톤에 엔틱 가구로 치장되어 있었다. 우리 가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라니. 기가 죽었다. 강정휘가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을 이어갔다.

16560242713085.jpg“지감 씨 덕분에 매일 아름다운 도자기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해요.”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애써 담담한 척 말했다.

1656024271312.jpg“아닙니다. 대표님이 물건 보는 눈이 좋으신 건데요.”

16560242713085.jpg“다음번에 또 좋은 물건 부탁해요.”

1656024271312.jpg“혹시 찾으시는 물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그녀는 구미에 맞는 물건이 나타난다면 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찾는지 알아두는 게 좋았다.

16560242713085.jpg“아참, 최근에 관심 가는 게 있긴 한데.”

강정휘의 말에 내 눈이 반짝였다.

1656024271312.jpg“어떤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16560242713085.jpg“안경이요. 아니, 애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까요. 혹시 가게에 안경 있어요?”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세상에 안경이 내가 쓴 그것 하나뿐인 것도 아니건만 괜히 찔렸다.

1656024271312.jpg“아…… 안경이요?”

16560242713085.jpg“네, 안경이요.”

어쩐지 강정휘의 눈빛이 날카로워진 거 같았다.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의 눈빛처럼 말이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대응했다.

1656024271312.jpg“제가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가게 물건을 다 알고 있지 못해서요. 내일 들어가서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16560242713085.jpg“그래요. 꼭 연락 줘요.”

언제 그랬냐는 듯 강정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갸우뚱했다. 왜 취향이 갑자기 도자기에서 애체로 바뀌었을까. 막 사들이는 단계인가? 고미술 수집을 처음 시작하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사들인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의 취향이 자리 잡으면 체계가 생겨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테이블에 찻잔 두 개가 놓였다. 고개를 돌리니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담한 여자가 회색 치마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백자같이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볼은 붉었다. 꼭 복숭아 같았다. 한마디로 귀여운 여동생 같은 느낌? 강정휘가 우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16560242713085.jpg“고마워. 다영 씨. 잘 마실게.”

16560242850292.jpg“네, 대표님.”

여자의 목소리가 어딘지 낯익었다. 어디서 들었지? 기억의 조각을 이어붙일 새도 없이 여자는 재빨리 사무실에서 나가버렸다. 차를 한 모금 마신 강정휘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16560242713085.jpg“맞다. 지감 씨가 갤러리로 전화 걸었을 때 전화 받은 사람이 정다영 씨예요. 아직은 인턴이지만.”

1656024271312.jpg“아, 그렇군요.”

그때 들었구나.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 목소리를 들을 때는 이런 느낌일지 몰랐다. 그런 거에 신경 쓸 여력도 없었고, 목소리가 정말 건조해서였다. 하지만 저 사람이 그날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달항아리에 대해 강정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을 것이고, 35억도 물거품이 되었을 거다. 감사인사라도 해야 할까?

16560242713085.jpg“아까 다영 씨 소개시켜줄 거 그랬다. 알면 되게 신기해했을 텐데.”

1656024271312.jpg“다음에 제가 먼저 인사드려야겠네요.”

16560242713085.jpg“아참, 이번 전시는 좀 특별해요. 이수민 작가 첫 개인전이거든요. 초현실주의 작가여서, 소품들을 중간중간에 배치했어요. 그중에 아시는 분한테서 특별히 공수한 연적도 있어요. 대대로 내려온 유서 깊은 물건이라더군요.”

1656024271312.jpg“아…… 연적이요.”

16560242713085.jpg“이따 한번 봐주세요.”

어차피 나는 봐도 구매 가격과 진위 여부밖에 모른다. 하지만 골동품 가게 직원으로서 나는 이런 말을 해야 했다.

1656024271312.jpg“네, 그러겠습니다.”

그러곤 한껏 밝은 영업용 미소를 지었더랬다. 어떤 덫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 오프닝 리셉션이 시작되기 전 나는 전시회장을 둘러보았다. 현대 미술 갤러리라고 해서 고고하고도 도도한 느낌을 예상했다. 하지만 전시회장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중간 중간 유리 케이스에 이상한 소품들이 들어가 있었다. 한쪽 눈알이 빠진 토끼 인형, 영국 왕실에서나 쓸 것 같은 찻잔세트, 손전등, 그리고 강정휘의 말대로라면 연적도 있다고 했지. 도무지 무슨 조합인지 알 수 없는 조합이었다. 굳이 표현할 단어를 찾자면 기괴하다는 단어가 가장 적절할 듯했다. 한참 뒤에서야 끄트머리에 있는 유리케이스에서 연적을 발견했다. 백자에 코발트 안료로 대나무 그림을 그린 연적이었다. 지름이 10cm 정도 되는 아담한 사이즈였다. 빛깔이 영롱하고 형태가 가지런한 것이 아주 고급스럽고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느낌적인 느낌 외에도 한 가지 근거가 더 있었다.

1656024271312.jpg“저런 파란색이면 분명 비쌀 거야.”

조선시대 코발트 안료는 금값보다 비쌌다. 중국이 아라비아에서 수입한 것을 조선에서 다시 수입했다. 그러다 보니 도자기는 도공들이 만들어도 그림은 전문 화가들이 그렸다. 코발트 안료를 낭비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코발트 안료를 회교권에서 수입했다하여 회청(回靑)이라고 불렀다. 너무 비싸서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채굴을 시도했지만, 철분이 섞여서인지 검게 발색되었다. 이 국내산을 당시에 토청(土靑)이라 불렀다. 그러니 이런 푸른 발색이 날 정도면 상당히 고가의…… 응? [ 500,000원 | 위 ] 뭐야? 위조품이라고? 이게?! 나는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봤지만, 케이스에 담겨 있어서 자세히 보는 건 불가능했다. 애초에 내 손에 쥐어진다 해도 왜 가짜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1656024271312.jpg“분명 대대로 내려온 물건이랬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머리가 아파 고개를 돌리고 연적에서 거리를 두었다. 쿵! 짜라랑, 무언가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뒤돌아보니 유리 케이스는 엎어지고 커다란 꽃 장식이 떨어져 있었다. 그 앞에 반쯤 넋을 놓은 정다영이 멍하게 서 있었다. 꽃 장식을 옮기다 유리 케이스를 세게 친 모양이었다. 상사로 보이는 남자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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