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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나까마 (10/226)

10화 나까마2020.12.23.

늦은 밤, 나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16560244398702.jpg“내일 단원의 그림을 보러 간다고?”

16560244398708.jpg“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아버지한테 말했다.

16560244398708.jpg“물론 아직 단원의 그림일지는 확실하진 않지만요. 강정휘는 꽤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아버지의 얼굴에 먹구름이 꼈다. 강정휘의 개인 감정사로 일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이다.

16560244398708.jpg“아버지. 강정휘가 저 이용하는 것처럼 저도 이용하는 것뿐이에요.”

16560244398702.jpg“안다. 그래도 마음이 좋지 않아.”

16560244398708.jpg“단원의 그림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만약이지만 정말 단원의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라면 아주 비싸겠죠? 10억? 20억? 그 정도 될까요?”

16560244398702.jpg“어떤 그림인지, 인장이나 관서가 있는지에 따라 당연히 달라지겠지만 보통 단원의 작품은 1억이 넘지 않는다.”

16560244398708.jpg“네? 1억이요?”

기대와 다른 액수라서 실망감이 컸다. 아버지가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나는 쭈구리가 되어 고개를 숙였다.

16560244398708.jpg“죄송합니다…….”

16560244398702.jpg“돈으로 그 작품을 평가하면 안 된다.”

16560244398708.jpg“아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낮아서……. 왜 그런 거예요?”

16560244398702.jpg“문화재 반출이 되지 않다 보니 고미술 쪽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어. 또 시장에 나온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아. 단원의 작품이 많기도 하고, 단원의 것으로 전해지는 작품도 많은 탓도 있어. 그중 진짜 단원의 작품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16560244398708.jpg“하긴 단원은 당대에도 유명했으니 그 그림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죠.”

16560244398702.jpg“수요는 많은데 작품은 없을 때 가짜가 만들어지지. 흥선대원군의 작품도 그렇지 않니.”

16560244398708.jpg“그렇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흥선대원군은 난을 잘 치기로 유명했다. 그가 친 난은 그의 호인 석파가 붙어 ‘석파란(石坡蘭)’이라 불렸다. 흥선대원군이 살아 있는 당시에도 ‘석파란’의 절반가량은 가짜였다. 하지만 단원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으니, 흥선대원군 본인이 직접 나서서 가짜 양성(?)에 한몫을 했다는 점이다. ‘석파란’이 유명해지자 여기저기에서 그림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바빴고, 그래서 서화가들을 시켜 자신의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하고 글씨와 낙관만 직접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진위여부를 가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16560244398708.jpg“어쨌든 충격이네요. 단원의 그림이면 당연히 비쌀 줄 알았는데…….”

16560244398702.jpg“그러니 문화재 해외 유통을 풀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냐. 국내에서만 유물이 돌아서는 값이 올라가지가 않아. 이런 이야기하면 장사꾼이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하지. 그래, 장사꾼이어서 그런 게 맞아.”

아버지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16560244398702.jpg“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낮은 가격은 낮은 가치로 평가돼. 그게 참 싫으면서도 고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경매에서 몇십 억에 낙찰되었다고 하면 다시 보잖니…….”

나는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16560244398708.jpg“하지만 아버지도 해외에 빼앗긴 유물들 보면서는 분노하시잖아요.”

16560244398702.jpg“그건 빼앗아간 거니까 그런 거지.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간 거면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 그런 물건들은 오히려 해외에 우리나라의 미를 선전해 줄 거다. 그리고 해외에서 관심을 가지면 그 관심이 국내에까지 이어지지. 크리스티에서 청화백자가 36억 원에 거래되고 관심이 쏟아졌지. 선순환이 되는 거야.”

예전엔 아버지의 이런 생각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업계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으니 다르게 느껴졌다. 아직 아버지의 생각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16560244398708.jpg“근데 아버지. 단원은…….”

16560244398702.jpg“아. 그렇지. 풍속화? 산수화? 아니면 화훼영모도?”

16560244398708.jpg“아…… 이야기를 안 해주더라구요.”

아버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꼭 의심하는 범인을 볼 때 표정처럼. 나는 죄지은 것도 없건만 움찔했다.

16560244398702.jpg“어떤 그림인지 이야기도 안 했다?”

16560244398708.jpg“아마 나까마(거간꾼)인 거 같아요. 강남 노부인에게서 샀다고 하더라구요.”

16560244398702.jpg“배우자 먼저 가서 마음 약해진 사람을 꼬여내서 아도 친 것(거래할 때 남은 제품 전부를 매매함)이겠지.”

아버지는 영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으셨다.

16560244398702.jpg“그래서야 지금 조언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원의 그림은 생생해. ‘서당’만 봐도 그렇지. 훈장 앞에 있는 아이가 울고 있어. 서안 앞에 떨어진 회초리가 혼났다는 걸 알려주지. 지켜보는 아이들은 대부분 고소해하지만, 겁에 질린 아이도 있어. 그 아이도 숙제를 해오지 않은 거지.”

16560244398708.jpg“진짜 생생하네요.”

16560244398702.jpg“풍속화에서만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게 아니야. 묘접도인 ‘황묘농접’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 고양이가 호기심에 차서 나비를 바라보고 있지. 단원이 대단한 건 사실적 묘사 때문만이 아니야. 보는 사람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어.”

16560244398708.jpg“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알 거 같아요.”

16560244398702.jpg“하지만 아직 그림을 많이 보지 않았으니 이런 것들이 현장에서 보이진 않을 거야. 일단 색이 떠 보이는지 아닌지만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난 색이 떠 보인다는 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아버지 말로는, 근래에 그려진 것들은 색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겉돌면서 묘하게 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위작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16560244398708.jpg“보였으면 좋겠는데…….”

정말 보고 싶었다. 그걸 보는 것이 내 능력이 한 걸음 나아간 증거가 되어줄 거라 생각했다. 시무룩해진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버지가 툭툭 어깨를 두드렸다.

16560244398702.jpg“나도 1년 넘게 안 보였어. 금방 보일 테니 걱정하지 마라.”

따스한 아버지의 미소를 보면서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멀지 않은 곳에 내가 찾는 트럭이 있었다. 식자재 운송에 쓰일 것 같은 하얀 트럭 옆에 떡하니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골동품 삽니다. (서화, 도자기, 고서 환영)’  

16560244398708.jpg“왜 다른 데도 많은데 지하 주차장이야?”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내게 선택권이 있진 않았다. 트럭 가까이 다가가니 시트에 편히 기대있는 50대 초반의 남자가 보였다. 똑똑 창문을 두드린 이후에야 그는 인기척을 느끼고 나왔다. 쓰윽 남자가 나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16560244482335.jpg“한지감?”

아는 사이도 아닌데 ‘씨’는 좀 붙이지. 짜증 났지만 겉으로는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16560244398708.jpg“네.”

16560244482335.jpg“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

힐끗 나를 보는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한껏 얕보였음을. 그래, 마음대로 얕봐라. 나는 그림만 보면 그뿐이니까.

16560244398708.jpg“그림 보고 싶습니다.”

16560244482335.jpg“성격도 급하긴. 일로 와.”

남자가 차 뒤편으로 가면서 말했다.

16560244482335.jpg“이런데서 본다고 물건 의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업자들끼리 호텔 룸에서 보는 것도 그렇잖아. 카페에서 보기도 그렇고. 무슨 말인지 알지?”

아주 편하게 말을 까면서 뒷문을 열었다. 안에는 서화, 도자기, 고서 할 거 없이 골동품이 꽉 차 있었다. 내 눈이 찌푸려졌다. 택배 회사에서나 쓸 노란색 플라스틱 박스에 스티로폼으로 가득 채워서 골동품을 넣어두었다. 우리 가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짐칸에 올라가 액자 하나를 들어올렸다. 가로 1m에 세로 80cm 정도 되는 사이즈였다.

16560244482335.jpg“정말 귀한 작품인데, 강 대표랑 첫 거래라서 보여주는 거야. 시장에 있는 김홍도 작품 중에서 이 정도 크기 드물다.”

뭘 저렇게 뜸을 들이는지 짜증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이 되었다. 가격을 떠나서 단원의 숨겨진 작품을 찾아낸 거라면 그 의미가 크니까 말이다 남자가 액자를 돌려 보여주는 순간 꼴깍 침을 삼켰다. 그림은 바둑 두는 모습을 그린 풍속화였다. 그 위로 메시지가 떴다. [ (10)30,000,000원 | 위 | 100,000,000원 ] 위작이다. 기대감으로 빵빵했던 마음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구매가격 앞에 ‘(10)’ 이건 또 뭐야? 짜증나서 가만히 있는데, 남자는 그것이 그림에 빠져든 거라 생각한 듯했다.

16560244482335.jpg“죽이지? 바둑 두는 두 명이 싸우고 있잖아. 한 사람은 몸이 바둑판을 넘어올 정도로 화가 났고, 다른 한 명은 그런 공격적인 태도에 밀려 어깨를 뒤로 뺐지.”

남자는 푹 빠져서 열변을 토했다.

16560244482335.jpg“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면서 키득거리는 사람도 있어. 단원 특유의 생생함이 살아 있는 작품이지.”

남자의 말대로 그림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잘 그렸다. 단원의 풍속화에서 보았던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안경 없이 감식안 없는 내 눈으로 봤다면 영락없이 단원의 그림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봤다면 한눈에 단원의 그림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16560244482335.jpg“아. 그리고 이미 봤겠지만, 여기 딱 인장이 있는 거 보이지?”

붉은 인장에 선명하게 ‘丹邱’라고 찍혀 있었다. 단구, 단원이 말년에 사용했던 호이다.

16560244482335.jpg“뭐 단구가 단원이 말년에 사용한 호라는 건 모르진 않을 테고.”

번들거리면서 말하는 게, 내가 모르는 걸 선심 쓰듯 알려주는 폼이다. 내가 그림을 모르지만 그 정도는 알거든!

16560244398708.jpg“이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려는 바로 그때였다. ……보였다. 미묘하게 떠있는 부자연스런 색채들이!! 아버지가 말했던 그 떠 보인다는 게 바로 이거구나! 그래 이거였어!!!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16560244482335.jpg“이보다 더 훌륭할 순 없겠지?”

남자는 내 태도를 작품에 대한 찬사로 여긴 모양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16560244398708.jpg“훌륭하네요.”

16560244482335.jpg“첫 거래니까 싸게 줄게. 원래 큰 거 두 장은 받아야 하는데 한 장으로. 어때?”

16560244398708.jpg“1억 말씀하시는 거죠?”

16560244482335.jpg“그래.”

남자는 이 거래가 성사될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16560244398708.jpg“그렇군요.”

뭐라고 아작아작 씹어줄까, 그 고민을 하면서 안을 둘러봤다. 트럭 안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위조품이었다. 위조품을 저렇게 당당하게 팔 정도면 진짜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연이어 물건에서 메시지가 떴다. [ (10)30,000,000원 | 진 | 10,000,000원 ] [ (10)30,000,000원 | 위 | 50,000,000원 ] 이것들도 다 앞에 ‘(10)’이 붙는다. 그리고 구매 가격은 모두 삼천만 원이다. 트럭 안에 ‘(10)’이 붙은 물건들을 다 세어봤다. 딱 10개였다. 그제야 ‘(10)’의 뜻이 뭔지 알 거 같았다. 10개를 삼천만 원에 아도쳐서 산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가짜 단원 그림을 나한테 일억에 팔려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다 무언가가 눈에 딱 들어왔다. [ (10)30,000,000원 | 진 | 3,000,000,000원 ] 뭐야. 최고 30억에도 팔 수 있는 도자기잖아. 나는 남자에게 들키지 않게 슬쩍 훑어보였다. 고려 청자였다. 표주박 형태의 주전자로 크기는 30cm 정도 됐고, 국화 무늬가 전반에 있었다. 아랫부분 중앙에는 학과 구름무늬가 있었다. 거기에다 받침대인 승반까지 함께 있었다. 주전자는 높은 학식을 갖춘 학자처럼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불행히도 스티로폼에 싸여 플라스틱 박스에 있지만 말이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곳은 고고한 학자가 있을 곳이 못 된다. 그러니까 나는 이 학자를 구해내야겠다! 하지만 어떻게? 저 그림을 사지 않고 이 청자만 사겠다고 하면 의도가 훤히 보일 텐데.

16560244482335.jpg“젊은 사람이 화끈하지 못하게 왜 이렇게 고민이 길어?”

남자가 다 들리게 구시렁거렸다.

16560244398708.jpg“그림 사죠.”

16560244482335.jpg“그래. 이렇게 시원하게 나왔어야지!”

16560244398708.jpg“대신 하나 더 얹어 주시죠. 진짜 같은 가짜요.”

남자는 당황한 듯 움찔했다. 어라, 이 자식. 지 물건 중에 가짜 많은지는 아나 보네?

16560244482335.jpg“여기 어디 가짜가 있어?”

16560244398708.jpg“저 청자 가짜잖아요. 승반까지 있는 진짜가 어딨다고……. 촌스럽게 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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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주박 형태의 주전자가 승반까지 있는 건 드물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가품일 수밖에 없다. 진품에 승반까지 있다면 어마어마한 귀중품이 된다. 바로 지금 저 주전자처럼. 고민하던 남자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16560244482335.jpg“그냥 줄 순 없고…… 10만 원만 쳐줘. 나도 돈 주고 가져온 거라.”

10개에 3천만 원으로 후려쳐서 산 주제에……. 욕이 튀어나왔지만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16560244398708.jpg“그러죠. 뭐.”

30억을 받을 수 있는데 10만 원쯤이야. 인심 쓰지 뭐. * 일주일 후 강정휘의 사무실에서는 청자 판매가 이루어졌다. 강정휘가 돈 때문에 날 고용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판매가 이루어질지는 몰랐다. 탁자에 올려진 청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강정휘에게 보이기 전 아버지에게 먼저 보였는데 정말 귀중한 물건이라고 했다. 청자가 쇠퇴기로 접어드는 13세기 양식을 대변해 주는 유물이었다. 또한 승반까지 있는 것이 정말 드물고, 비슷한 유물이 보물로 지정된 사례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 대단한 유물이 이렇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돈이 최고인 아껴주지도 않는 주인에게 있는 것보단, 이렇게 가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게 나을 것이다. 사무실에는 나를 제외한 세 명이 있었다. 한 명은 당연히 이 사무실의 주인 강정휘이고, 두 명은 청자를 원하는 구매자와 개인 감정사였다. 감정사는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장갑을 끼고 확대경으로 청자 이곳을 뜯어봤다. 구매자는 스물여덟, 즉 나보다 두 살 어렸지만 이 정도의 물건은 쉽게 살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상대였다. 바로 현성 그룹의 막내딸 이수지인 것이다. 그녀, 이수지의 인상은 도도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도도함을 넘어서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을 거 같은 오만함을 갖고 있었다. 시원스런 이목구비의 소유자인데도 좋은 성격으로 보이지 않은 건 그 때문이리라. 보라색에 가까운 자주색 원피스에 숨이 막힐 것 같은 굵은 벨트가 오만한 인상을 더 굳히는 거 같았다. 긴 감정을 마치고 개인감정사가 이수지의 귓가에 나직이 속닥거렸다. 이수지는 도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강정휘에게 물었다.

16560244595667.jpg“그래서 얼마를 원하신다구요?”

16560244595673.jpg“30억도 받을 수 있는 도자기지만 저희 ‘관계’를 생각해서 28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수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16560244595667.jpg“29억으로 하죠. 오늘 내로 돈 보내겠습니다…….”

오. 역시 재벌가라 그런지 아주 시원시원하구만. 그런 생각을 하는데 그만 이수지와 눈이 딱 마주쳤다. 은근슬쩍 시선을 피했지만 이수지의 시선은 계속 내게 머물렀다. 내가 뭐 잘못했나? 등에서 식은땀이 폭발했다.

16560244595667.jpg“이 사람인가요? 청자 찾아낸 게?”

16560244595673.jpg“찾아냈다기보다…….”

강정휘가 말하려는데 이수지가 손을 들었다. 듣기 싫으니 그만하라는 것이다. 강정휘는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닫았다. 이야. 현성 파워가 세긴 세구나. 딸뻘인데도 강정휘가 벌벌 떨고. 이수지는 빤히 나를 보며 말했다.

16560244595667.jpg“이 사람을 좀 빌리고 싶어요.”

응? 나? 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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