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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누구의 그림인가 (13/226)

13화 누구의 그림인가2020.12.30.

[ 800,000원 | 진 | 5,000,000원 ] [미션 : 24시간 내에 이 그림이 육대가 중 누구의 작품인지 혼자의 힘으로 알아내면 4단계 정보가 공개됩니다.] 육대가 중 한 명이라고? ‘삼원 삼재 육대가’라는 말이 있다. ‘삼원 삼재’는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삼원’은 화원 출신 전문 화가인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을 말하고, ‘삼재’는 사대부 출신 문인 화가인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를 꼽는다. 더러 공재 대신 관아재 조영석을 넣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미션에서 언급한 ‘육대가’는 대표적인 근대 한국화 화가를 말하는 것으로, 이 여섯 명은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 의재 허백련, 심산 노수현, 심향 박승무이다. 근데…… 이 그림에는 치명적인 흠이 있다. 바로…….

16560245231703.jpg“화제, 인장, 관서도 없네요……?”

화제(畵題)란 그림에 써넣은 각종 글귀이다. 인장은 화가의 호를 새긴 도장으로 누가 그림을 그렸는지 보여준다. 관서는 작품을 완성한 뒤 이름, 그린 장소, 제작 연월일 등의 내용을 적은 기록을 말하는데, 화제와 인장을 포함하기도 한다. 여자가 민망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16560245231708.jpg“네……. 다른 곳에도 몇 군데 가 봤는데, 다들 그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만 하시더라구요……. 역시 잘 모르시겠나요?”

아마 정말 모르진 않았을 거다. 골동상은 진위 여부에 생존이 달려 있다. 진위 여부를 파악할 때 인장과 관서, 화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진작을 가려낼 수는 없다.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짜를 생산해내는 한 골동상은 가짜 인장 1000개 정도가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기에만 목을 맬 수는 없다. 결국 진위를 확인하려면 그림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다만 작자미상의 그림, 더 정확히 말하면 인장, 관서, 화제 등으로 화가를 짐작할 수 없는 그림은 상품성이 떨어진다. 그러니 골동상의 입장에서는 별 가치가 없는 일이 되는 것이고, 그러기에 십중팔구 잘 모르겠다는 말로 이 손님을 돌려보냈으리라. 문제는…… 난 정말 모르겠다는 거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영업용 미소와 함께 산뜻하게 말했다.

16560245231703.jpg“어쩌죠? 인장이나 관서가 없는 그림은 사장님이 보셔야 하는데, 지금 안 계셔서요. 내일 다시 오셔야 할 거 같네요.”

16560245231708.jpg“아…… 그런가요.”

여자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난 이 그림을 누구의 그림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그림을 오랫동안 봐야 한다.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그래 봐야 실물을 따라가진 못한다.

16560245231703.jpg“혹시 괜찮으시다면 오늘 하루는 이 그림을 저희가 맡아도 될까요? 그림 상태를 봤을 때, 습한 환경에 오래 접촉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내일 오셔서 찾아가시는 데 문제없도록, 보관증을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16560245231708.jpg“보관증이요……?”

여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16560245231703.jpg“네. 손님의 소유지만 저희가 잠시 맡아 두었다는 걸 증명하는 보관증입니다.”

가게의 소유가 아니지만 물건을 보관하게 되었을 때는 그 관계를 서류로 명확히 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송사에 엮어들어 가는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손님 물건을 맡아 두었는데 한참 후에 와서 그것과 비슷한 고가의 물건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손님이 잠시 맡겨둔 물건이나 다른 상인이 위탁한 물건을 마음대로 팔아버리는 그런 경우였다. 잠시 고민하던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16560245231708.jpg“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보관증을 받은 여자가 내일 오전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조용한 가게 안에서 나는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16560245231703.jpg“산 사이로 작은 길이 나 있네.”

자세히 보니까 위에서 3분의 1 지점에 아주 작은 배와 사공이 있다.

16560245231703.jpg“아! 길이 아니라 강이구나!”

그림을 쭉 훑어보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하단부에 있는 나무들의 잎사귀 색이 미묘하게 달랐다. 가장 큰 나무는 전반적으로 초록색이지만 위쪽은 갈색이 가미되어 있었다. 옆에 있는 나무는 잎사귀가 노랬고, 또 다른 나무는 잎사귀가 갈색이었다.

16560245231703.jpg“잎사귀가 노래지는 시기……. 가을! 그래 맞아, 가을이야.”

누가 그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가을 배경을 그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뭔가 희망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누가 그렸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나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훌쩍 넘기도록, 누가 그렸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16560245231703.jpg“뭐야……. 벌써 밤 9시잖아.”

밝았던 주변은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피곤하다며 바로 퇴근하셨기에, 나는 홀로 가게에 있었다. 그동안 나는 육대가의 기준작을 찾아내려 골몰했다. 기준작은 감정할 때 잣대가 되기에 가장 중요하다. 만약 위작이 기준작이 된다면 진작들이 위작이 되고 또 다른 위작이 진작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시기별 기준작을 찾아내도 도무지 어떤 그림과 비슷한 건지 나로서는 너무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변명을 하자면, 가을 배경의 산수도는 이당을 제외한 다섯 명의 대가들이 다 그렸다. 갑자기 울컥 화가 치솟았다.

16560245231703.jpg“아니……. 도대체 왜 관서도 인장도 없는 건데! 아이 씨, 젠장……!”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16560245260095.jpg“오줌 마려……. 아! 깜짝이야!”

새벽, 화장실 가던 경환이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좁은 거실에 불을 끈 채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16560245260095.jpg“형……. 거기서 뭐해?”

16560245231703.jpg“글쎄. 나, 뭐하는 걸까?”

내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핸드폰 화면에는 보관 중인 그림 사진이 떡하니 떠있었다.

16560245260095.jpg“설마 그 그림 때문에 그러는 거야?”

16560245231703.jpg“응…….”

나는 울상이 되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16560245260095.jpg“그냥 내일 가서 아저씨에게 여쭤 봐. 그럼 되잖아. 쉬운 길이 있는데 왜 자꾸 어려운 길로 가려고 해?”

그 쉬운 길을 택하면 4단계로 못 넘어가니까 그러지, 임마! 정말 소리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할 게 뻔했다.

16560245231703.jpg“……빨리 화장실이나 가라.”

16560245260095.jpg“형. 아직 시간 있으니까 눈 좀 붙여. 그러다가 건강 상해.”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가라고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경환이 화장실로 들어갔고, 나는 시계를 봤다. 벌써 새벽 5시다. 제한 시간이 24시간이니, 이제 4시간이 채 남지 않은 것이다.

16560245231703.jpg“왜 난 정말 모르겠지? 바본가? 하아…….”

푹 한숨이 새어나왔다. 피로가 몰려와 벽에 등을 기댔다. 눈이 자꾸만 감겨왔다.

16560245231703.jpg“자면 안 되는데…….”

그리고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16560245231703.jpg“근데…… 어디서 본 거 같단 말이야…….”

그렇게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 * 화들짝 놀라 깨어 보니 어느새 출근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가게에 갔다. 그림이 나를 맞아주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16560245231703.jpg“결국 아버지께 여쭤 봐야겠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16560245231703.jpg“근데 정말 어디서 많이 봤는데…….”

끙끙거리며 머릿속을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푹 한숨을 쉬고 창밖을 보았다. 푸른 녹음을 자랑하던 나뭇잎이 어느새 노래졌다.

16560245231703.jpg“이제 가을인가? 여름이 가버렸네.”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계절이 가는지도 몰랐다. 잠깐만, 계절! 그때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쳤다.

16560245231703.jpg“그래, 심전! 사계산수!”

얼른 핸드폰으로 사계산수를 검색했다. 그중 가을 편을 찾아냈다.

16560245231703.jpg“구도가 비슷해!”

정말 구도가 비슷했다. 산 사이로 흐르는 강, 강에 있는 배와 사공, 하단부에 있는 나무의 잎사귀가 물든 것까지 같았다.

16560245231703.jpg“그래! 이거야!”

육대가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버지 덕에 친숙한 심전의 작품조차 생각이 안 났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건 아니다. 이 그림은 미묘하게 심전의 그림과 달랐고, 심전은 육대가 중 한 명도 아니다.

16560245231703.jpg“방작(倣作)인가?”

방작은 임모에서 한 단계 발전된 것이다. 임모는 그대로 옮겨 쓰거나 그리는 것을 말하고, 방은 원본에서 영감을 받아 자기만의 독창성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16560245231703.jpg“스승의 것을 임모하다가 방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심전의 제자일 가능성이 크겠네.”

육대가 중 심전의 제자는 두 명으로, 청전 이상범과 심산 노수현이다. 두 사람을 아꼈던 심전은 자신의 호를 나누어 ‘田’은 청전에게 주었고 ‘心’은 심산에게 주었다. 이제 후보는 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16560245231703.jpg“그래서 도대체 누구 건데?”

두 사람의 초기 작품을 찾아보았다. 1920년대 초 그려진 심산의 ‘강촌모경’과 청전 ‘산수’는 거의 비슷했다. 내 눈에는 같은 사람이 그린 것처럼 보였다. 이제 시간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16560245231703.jpg“정말 미치겠네……!”

조급함을 내려놓고, 눈앞에 있는 그림을 핸드폰 화면에 있는 ‘강촌모경’, ‘산수’와 각각 대조해 보기로 했다. 먼저 심산의 ‘강촌모경’과 그림을 번갈아 보았다. 잘 모르겠다. 그 다음에는 청전의 ‘산수’와 그림을 비교해 보았다.

16560245231703.jpg“청전의 ‘산수’와 이 그림 모두 나무를 앞에 그렸어.”

반면에 심산의 ‘강촌모경’은 나무를 뒷부분에 배치했다. 바로 그때였다. 청전의 ‘산수’와, 눈앞에 펼쳐 놓은 산수화가 머릿속에서 포개어졌다.

16560245231703.jpg“이 그림은 청전이 그린 거야……!”

나는 확신하면서도 숨을 죽이고 메시지가 뜨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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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을 성공하셨습니다. 4단계 메시지인 작가와 연대가 제공됩니다. 물건에 따라 두 정보 중 하나만 제공되기도 합니다.] [ 800,000원 | 진 | 5,000,000원 | 청전 이상범/1910년대 ]  

16560245231703.jpg“예스!”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미션을 성공한 것도 기뻤지만, 내 힘으로 작가를 알아냈다는 성취감이 더 컸다. 숨이 벅차올라 거친 숨을 토해내는 데 때마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16560245231703.jpg“아버지!”

나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어제 온 손님이 가져온 그림과 미션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6560245315632.jpg“잘했구나! 정말 잘했어! 쉽지 않았을 텐데…….”

나는 해맑게 미소 지었다. 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16560245315632.jpg“지능의회 불능언전(只能意會 不能言傳).”

16560245231703.jpg“마음으로만 깨달을 수 있으며 말로는 전할 수 없다는 말이죠.”

16560245315632.jpg“골동에 잘 어울리는 말이지. 지식이 많아도 오늘같이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 하지만 한번 깨달으면, 그건 온전히 네 것이 된다. 아무도 뺏어갈 수 없을 거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가짜 김홍도 그림을 보고 색이 떴다는 걸 느꼈을 때도 그렇고, 청전의 작품이란 걸 알아낸 지금도 특정한 지식을 떠올리고 단번에 알아챈 것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희열을 느끼며 나는 아버지께 말했다.

16560245231703.jpg“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어요. 계속 그 순간들을 느끼고 싶어요.”

이 모든 순간들이 쌓이고 쌓인다면 언젠가는 이 업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6560245231708.jpg“실례합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림의 주인인 여자 손님이 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나는 문을 부드럽게 열어주며 밝게 말했다.

16560245231703.jpg“들어오세요!”

여자는 눈치를 보더니 아버지를 보고 말했다.

16560245231708.jpg“어제 말씀하셨던 사장님이신가요?”

16560245315632.jpg“네.”

16560245231708.jpg“아. 그럼 이제 누구 그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직접 말하라는 듯 내게 엷은 미소를 지으셨다.

16560245231703.jpg“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 탑 옥션 대표 사무실, 황덕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16560245373098.jpg“그러니까 아버지가 아닌 한지감이 설명했다는 거지? 그 그림이 청전의 것이라고?”

그 반응에 이 비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16560245373103.jpg“분명히 아버지인 사장이 말해줬을 겁니다. 어제 제 동생이 갔을 때 분명히 한지감 씨 입으로 그랬습니다. 인장하고 관서가 없는 작품은 사장이 와야 확인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16560245373098.jpg“흐응,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황덕현은 이 비서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 비서는 억울해졌다.

16560245373103.jpg“대표님, 왜 제 말을 안 믿으십니까? 저 거짓말 한 거 없습니다. 누가 봐도 한지감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16560245373098.jpg“뭐 그거야 차차 알아 가면 되는 거고.”

16560245373103.jpg“차차 알아가다니요? 제 동생까지 동원해서 이렇게 확인했지 않습니까?”

16560245373098.jpg“그래, 확인했지. 한지감이 그림만으로 청전이란 걸 알아냈잖아.”

16560245373103.jpg“그니까 분명히 사장이 말해줬을 거란 말입니다.”

황덕현이 고개를 들어 이 비서를 봤다.

16560245373098.jpg“이 비서.”

16560245373103.jpg“네.”

16560245373098.jpg“청전의 그림이란 걸 알아낸 게 한지감 혼자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됐지만, 그건 이 비서의 주장도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이 비서는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라고. 그것도 대표 앞에서.”

16560245373103.jpg“대표님도 근거가 없지 않습니까.”

16560245373098.jpg“난 꽤 정확한 근거가 있는데?”

16560245373103.jpg“그게 뭡니까?”

16560245373098.jpg“촉!”

이 비서는 어이없는 나머지 얕은 한숨을 쉬었다.

16560245373103.jpg“대표님!”

16560245373098.jpg“촉 무시하지 마. 어떨 때는 너무 맞아서 소름 돋는 게 촉이니까. 그리고 내 촉이 틀리더라도, 이 비서의 의견과 대표인 내 의견이 동등한 무게를 가질 수는 없지. 안 그래?”

납득한 이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16560245373103.jpg“그건 그렇습니다.”

16560245373098.jpg“지금 납득한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 엄청 짜증 나지?”

16560245373103.jpg“아…… 아닙니다. 대표님.”

16560245373098.jpg“다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빨리 출세해. 그 첫걸음으로 나도 꼼짝 못할 만한 그런 그림을 위탁받아 와. 알았어?”

16560245373103.jpg“네…….”

탑 옥션의 모든 직원들은 위탁 영업을 했다. 메이저 경매에는 약 200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 메이저 경매만 일 년에 네 번이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온라인 경매까지 달마다 진행하면서 출품 양이 더 늘었기에, 위탁 영업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16560245373103.jpg“대표님,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16560245373098.jpg“뭐?”

16560245373103.jpg“그 그림 말입니다. 원래부터 인장하고 관서가 없었습니까?”

16560245373098.jpg“아니지.”

이 비서의 눈이 커졌다.

16560245373103.jpg“그럼 이번 일 때문에 자르신 겁니까?”

16560245373098.jpg“설마. 내가 그런 짓 할 사람으로 보여?”

16560245373103.jpg“아…… 아닙니다.”

16560245373098.jpg“그런 사람으로 보였구만. 이거 유감이네.”

16560245373103.jpg“그런 게 아니라…….”

황덕현이 장난을 지워내고 진지하게 말했다.

16560245373098.jpg“아마 예전에 그림을 소유하고 있던 외국인이 잘랐을 거야.”

16560245373103.jpg“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합니까?”

이 비서가 격한 반응을 보이는데도 황덕현은 태연했다.

16560245373098.jpg“문화재 환수운동이 격해지면 많은 해외 소장자들이 그런 선택을 해. 해외에 있는 문화재 중에서 전시회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문화재 환수운동 때문에 소장자에게 못 돌아간 경우가 종종 있지.”

16560245373103.jpg“네. 시민단체들이 움직이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16560245373098.jpg“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해외 소장자들은 문화재를 숨기거나 한국에 대한 표식을 잘라내. 그래야 자기 것을 안 뺏기니까. 이번 그림도 그중에 하나인데, 소장자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흘러흘러 내 손에 들어온 거지.”

16560245373103.jpg“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건 처음 들었습니다.”

이 비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문화재 환수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들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속이 시원했었다. 그런데 이면에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은 몰랐다.

16560245373098.jpg“방식이 거칠어도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든 찾아오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최대한 선을 지켜주는 게 맞는 걸까?”

16560245373103.jpg“잘 모르겠습니다.”

16560245373098.jpg“전자를 선택한다면 이미 드러난 문화재는 되찾을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문화재는 점점 어둠속으로 사라지겠지. 후자를 선택한다면 문화재가 숨어들 확률도 적고 전시에 대한 협조도 잘 이루어지겠지만, 문화재를 되찾을 확률은 낮아져.”

16560245373103.jpg“…….”

잠시 정적이 흐르는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덕현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16560245373098.jpg“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김도균이 들어왔다. 황덕현이 이 비서에게 말했다.

16560245373098.jpg“이제 그만 나가 보도록.”

이 비서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갔다. 김도균이 상기된 표정으로 숨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16560245465345.jpg“스카이 옥션을 비롯한 모든 옥션 회사, 그리고 각종 갤러리하고 골동상들이 군침 흘릴 이야기라는 게 뭐야?”

황덕현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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