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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퇴우이선생진적첩 (3) (22/226)

22화 퇴우이선생진적첩 (3)2021.01.20.

16560248433317.jpg“미안하시라고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그저 저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장님도 마찬가지이신 것 같아서요.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고 싶어서 판매를 하지 않으시는 것 아닙니까?”

잠시 유동진의 눈빛이 일렁이다 이내 차분해져서 말했다.

16560248433324.jpg“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닙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전 아버지 같은 안목이 없습니다.”

16560248433317.jpg“하지만 팔지 않는 이유엔 아버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는 술잔을 한 번에 비워내고 약간 취기가 오른 얼굴로 말했다.

16560248433324.jpg“그저…… 죄스러워서 그렇습니다. 제가 산 물건이라면 차라리 쉽겠죠. 제 마음대로 사들인 물건이라면, 팔 때도 제가 결정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께 물려받은 물건이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16560248433317.jpg“이해합니다.”

유동진이 어떤 감정을 느낀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만약 내가 골동상의 길을 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가게의 물건을 처분할 때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을 것 같았다.

16560248433324.jpg“무시해 보려고도 했지만 잘 되지 않더군요. 아버지는 기분이 좋으신 날이면 호떡 같은 간식거리를 사 오셨어요. 저한테 간식을 물리고 집에 있는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설명하셨습니다. 이게 누구의 그림이고 왜 좋은 그림인지.”

그는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16560248433324.jpg“어린 저는 간식이 더 중요해서 아버지 설명은 흘려버렸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꿈꾸는 것 같은 표정은 아직도 선해요.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어요. 아버지는 정말 그림을 좋아하셨어요.”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림인데도, 소중한 사람에게 소중했던 것이기에 팔지 못했다. 그것이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들을 밀어내는 것으로 느껴졌을 터였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16560248433317.jpg“저라도 사장님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16560248433324.jpg“그래서 팔지 못합니다. 안 파는 게 아닙니다. 팔지 못하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솔직히 해주신 분께 더 이상 물건을 팔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열었다. * 나는 호텔 스위트룸 문 앞에 서 있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이런 곳에 오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도망가고 싶었다. 저 안에 있는 성난 이수지가 날 보면 씩씩댈 것이 분명했다.

16560248433317.jpg“그래 뭐. 욕먹으면 되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벨을 눌렀다. 1초도 안 돼서 문이 열리더니 수행원이 나왔다. 수행원은 왜 이제 왔냐고 야속하게 나를 보며 끌어당겼다.

16560248462864.jpg“어서 들어오세요!”

소파에 썩은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이수지가 보였다.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 있는 미소가 섬뜩했다. 차라리 인상을 쓰지.

1656024846287.jpg“사 일 만에 연락이 되네?”

16560248433317.jpg“죄송합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이건 거짓말이고, 쪼이기 싫어서 핸드폰을 꺼놨다.

1656024846287.jpg“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가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어야 할 거야.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릴 거니까……!”

이수지가 이를 악물었다. 백퍼센트 진심이다. 오늘밤 나는 산에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는 건가?

16560248433317.jpg“‘퇴우이선생진적첩’ 못 샀습니다.”

이수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싸늘해졌다.

1656024846287.jpg“내가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도 사야한다고 했을 텐데?”

16560248433317.jpg“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면목이 없습니다. 그 대신…….”

1656024846287.jpg“그 대신 뭐?”

16560248433317.jpg“‘퇴우이선생진적첩’을 현성 미술관에 장기 대여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1656024846287.jpg“장기 대여?”

이수지의 차가운 눈길이 조금 풀렸다.

16560248433317.jpg“네. 일단 기간은 1년입니다.”

이수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렸다.

1656024846287.jpg“장기 대여라…….”

16560248433317.jpg“구매한 것은 아니지만 본래 생각하신 목적 자체는 이룰 수 있습니다. 현성 미술관에 ‘퇴우이선생진적첩’을 걸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악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까 같은 썩은 미소가 아닌 흥미를 담은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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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024846287.jpg“그래. 그렇지. 대여면 현성 미술관에는 걸 수 있지.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지만.”

16560248433317.jpg“그 부분에 있어서는 죄송합니다.”

1656024846287.jpg“일단 가 봐. 대여를 할지 말지는 고민이 필요하니까.”

16560248433317.jpg“네, 알겠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서 스위트룸을 나왔다. 나와서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쉴 수 있었다.

16560248433317.jpg“다행히 목숨은 보전했네.”

  *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다영을 만났다. 지난번 이수지에 대한 정보 제공의 답례와 내 한풀이를 위한 술자리였다. 다영이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놀리는 투로 말했다.

16560248490519.jpg“와! 그럼 오빠, 오늘 죽을 뻔했네요?”

16560248433317.jpg“야! 정말 죽을 뻔했어. 장난이 아니었다고!!”

턱 다영이 내 손을 잡았다.

16560248490519.jpg“지금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그럼 됐지! 잘될 거예요.”

발랄한 다영의 태도에도 나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16560248433317.jpg“아니야. 아직 안심하긴 일러.”

16560248490519.jpg“왜요? 일단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면서요. 그 정도면 죽이진 않겠지.”

16560248433317.jpg“네가 이수지의 섬뜩한 눈빛을 못 봐서 그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포영화처럼 핸드폰 벨이 울렸다. 발신인은 이수지 수행원이었다.

16560248490519.jpg“얼른 받아요.”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를 눌렀다.

16560248433317.jpg“여…… 여보세요?”

16560248462864.jpg[네. 결정됐습니다. 대여를…….]

수행원이 침을 꼴깍 삼켰다. 바로 이야기해 주면 되지, ‘60초 후에 발표합니다!’도 아니고 왜 이렇게 뜸을 들여! 참다못해 나는 재촉했다.

16560248433317.jpg“네.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16560248462864.jpg[대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 정말 다행이다.

16560248433317.jpg“좋은 결정입니다.”

16560248462864.jpg[원래 약속한 구매가 아니기 때문에, 인센티브는 50억의 2%인 1억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이것도 감지덕지였다.

16560248433317.jpg“네 알겠습니다.”

16560248462864.jpg[이후부터는 저희 쪽에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16560248433317.jpg“네.”

통화가 끝나고 나서 비로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16560248433317.jpg“하아…….”

그런 나를 보면서 다영이 픽 웃었다.

16560248490519.jpg“거봐요. 내가 뭐랬어요. 잘될 거라고 했잖아요.”

16560248433317.jpg“그래. 네 덕분이다.”

그제야 나는 웃으며 건배를 청했다. 허공에서 맥주잔이 짠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꿀꺽꿀꺽 삼킨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짜릿했다. 성공의 맛이었다.

16560248433317.jpg“캬아!”

16560248490519.jpg“아주 신났네. 신났어.”

16560248433317.jpg“그래, 나 신났다. 죽다 살아났는데 신나는 게 당연하지!”

16560248490519.jpg“그래도 좀 아쉽겠다. 구매하진 못했으니까 인센티브가 제대로 안 나오겠죠?”

16560248433317.jpg“응. 훅 깎였어. 10분의 1도 안 돼.”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인센티브가 없는 것보다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애초에 내가 약속했던 것은 구매였으니 말이다.

16560248490519.jpg“역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군요.”

16560248433317.jpg“그래도 예상치 못한 소득이 있어서 좀 위로가 된달까?”

16560248490519.jpg“예상치 못한 소득이요?”

16560248433317.jpg“그런 게 있어. 참, 지난주에 면접 봤다며?”

16560248490519.jpg“언제 물어봐 주나 했네. 합격했어요!”

다영이 어깨를 올리며 한껏 으스댔다.

16560248433317.jpg“와 정말? 축하해!”

16560248490519.jpg“작은 갤러리예요. 대표님이랑 실장님, 그리고 저밖에 없어요. 그래도 잘해보려구요!”

16560248433317.jpg“그래. 일단 시작을 했다는 게 중요하지.”

16560248490519.jpg“작은 곳이라서 좀 아쉽긴 하지만, 두루두루 다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16560248433317.jpg“오. 전문 인재 필 나는데? 나도 할 말 있는데.”

16560248490519.jpg“뭔데요?”

16560248433317.jpg“나, 탑 옥션에서 감정위원으로 일하게 됐어.”

다영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16560248490519.jpg“진짜요? 언제부터 일해요?”

16560248433317.jpg“내일부터?”

16560248490519.jpg“뭐야. 계약은 이미 했어요? 왜 진작 말 안 했어요?”

16560248433317.jpg“네가 침울하게 있길래 그랬지.”

16560248490519.jpg“쳇!”

16560248433317.jpg“언제부터 일해?”

16560248490519.jpg“다음주부터요. 말 안 한 건 서운하지만, 난 쿨한 사람이니까 용서해 드릴게요.”

16560248433317.jpg“아유 감사합니다.”

새초롬한 다영의 표정이 웃겨서 깔깔거리고 웃었다. 다영도 덩달아 웃었다.

16560248490519.jpg“월급 타면 소고기 사 드릴게요!”

16560248433317.jpg“꼭 약속 지켜라!”

16560248490519.jpg“그럼요.”

  * 다영과 헤어지고 나는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는 아버지가 계셨다. 아버지는 솔로 정성스레 도자기를 쓸고 계셨다.

16560248433317.jpg“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아버지는 그제야 시계를 보시고 놀라셨다.

16560248628168.jpg“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도자기를 보다 보니까 늦어졌다. 근데 넌 여기 왜 왔냐?”

16560248433317.jpg“그냥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곳에 온 목적은 명확했다. 가게 한쪽에 자리 잡은 백자필통을 보기 위해서였다. 백자필통이 바로 예상치 못한 소득이었다. 유동진의 회사 직원에게 제값을 치르고 저 물건을 사서 오늘 올라왔다. 이수지한테 곧바로 가지 않고 먼저 가게로 와서 저 물건을 내려놓았다. 그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그 뿌듯함 때문인지 물건이 눈에 밟혀 이곳으로 온 것이다.

16560248628168.jpg“그냥 온 게 아닌데?”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16560248433317.jpg“네?”

16560248628168.jpg“백자필통 보러 온 거 아니냐.”

16560248433317.jpg“아…… 아니에요.”

아버지가 날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16560248628168.jpg“골동상이 골동품에 빠지는 게 뭐 잘못된 일이라고 부정을 해?”

16560248433317.jpg“그게 아니라…….”

16560248628168.jpg“나 먼저 갈 테니까 천천히 보다 가라.”

아버지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 텅 빈 가게 안에서 나는 백자 필통을 뚫어져라 보며 생각했다.

16560248433317.jpg“왜 굳이 부정했지?”

내가 생각해도 이상했다. * 다음날, 나는 오전에 가게에서 일하다 탑 옥션으로 넘어갔다. 로비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려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16560248655609.png“한지감 감정사님?”

16560248433317.jpg“네.”

고개를 돌리니 아나운서 같은 단정한 외모의 소유자가 서있었다.

16560248655609.png“전화로 인사드렸던 정연주입니다.”

16560248433317.jpg“한지감입니다.”

16560248655609.png“바로 수장고로 가시죠.”

정연주의 안내를 따라 지하 1층으로 갔다. 카운터를 지나 복도로 진입하자 10개가 넘는 큰 문들이 나타났다. 영화에서 나오는 은행 금고처럼 두꺼운 양문형 철제문이었는데, 문고리는 돌릴 수 있도록 원형 안에 십자 모양의 손잡이가 있었다. 하지만 미술 시설임을 보여주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사뭇 은행 금고와는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직원이 두 번째 문 앞에 서더니 비밀번호를 눌렀다.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무래도 문이 무거워 보여서 도와줘야 할 것 같았다.

16560248433317.jpg“도…….”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정연주가 능숙하게 문을 열었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16560248655609.png“하실 말씀 있으세요?”

16560248433317.jpg“아…… 아니요.”

말이 좀 늦게 나왔으니 망정이지, 빨리 나왔더라면 민망했을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기가 느껴졌다. 방 가득 고미술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16560248655609.png“먼저 이 분청사기부터 봐 주시면 됩니다.”

16560248433317.jpg“네.”

귀얄기법으로 장식된 편병이었다. 높이는 20cm, 몸통 지름은 높이와 비슷하고 두께는 10cm 정도다. [ 20,000,000원 | 진 | 20,000,000원 | 1490년대 ] 편병은 둥근 모양의 도자기의 앞뒤를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다. 좁은 구연부와 굽을 제외하면 두툼한 방석 같은 모양이다. 당연 눈길을 끄는 것은 귀얄기법이다. 귀얄기법은 인화나 상감 같은 장식기법 중 나중에 사용됐다. 인화나 상감이 15세기 초중반에 유행했다면, 귀얄기법은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에 많이 사용되었다. 귀얄은 넓고 굵은 붓을 말하며, 귀얄기법은 귀얄로 백토를 바르는 기법이다. 이 위에 물고기를 그리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귀얄기법 자체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편병은 다른 문양은 없이 귀얄기법만 쓰였다. 좋은 물건이었지만 위탁자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것 같았다. 최고가가 위탁자가 구매한 가격이다. 그 말인즉슨 경매에서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고미술품 투자에서 어려운 부분이다. 일반 공산품은 물가 상승과 함께 가격이 오르지만 고미술품은 그렇지 않다. 10년 전에 샀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격이 올랐을 거라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시장 가격은 10년이 지나도 오르지 않고, 그래서 샀을 때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되레 마이너스가 된다. 나는 정연주에게 망설임 없이 말했다.

16560248433317.jpg“진품이네요. 다음은 뭐죠?”

16560248655609.png“산수도입니다.”

가로 50cm 세로 80cm 정도 되는 화폭에 산세와 물줄기가 어우러졌다. [ 3,000,000원 | 진 | 7,000,000원 | 1880년대 ] 안타깝게도 낙인은 찍혀 있지 않았고 관서도 없었다.

16560248433317.jpg“작자미상이네요.”

16560248655609.png“네.”

하지만 위탁자의 수익성은 이 작품이 더 좋을 듯했다. 그 뒤로도 20점 가까이 되는 도자기, 서화, 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미술품을 보았다. 3분의 1 정도가 가짜였다. 한 작품 한 작품을 온전히 마주하느라 진이 빠졌다. 진위감정만 하면 되기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이었다.

16560248655609.png“감정사님, 많이 힘드시죠? 물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수장고라…….”

16560248433317.jpg“괜찮아요. 한 작품만 더 보면 된다고 했죠?”

16560248655609.png“네! 잠시만요.”

정연주가 탁자 위에 화첩 하나를 내려놓았다.

16560248655609.png“단원의 풍속도첩이에요.”

그녀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진작이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기대와 달랐다. [ 500,000,000원 | 위 | 700,000,000원 | 2010년대 ]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위탁자는 오억을 주고 샀고, 누군가는 칠억에 살 것이라는 정보에 기가 막혔다. 그림을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겉면만 보고 가짜라고 말할 수 없기에 조심스레 화첩을 넘겼다. 그림을 보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생생한 인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안경이 없었더라면 단원의 그림이라고 확신했을 작품이다. 어쩐지 이 그림, 낯설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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