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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검은 그림자 (1) (70/226)

70화 검은 그림자 (1)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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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비서는 이를 악문 채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트렸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강정휘 때문에 귀청이 나갈 지경이었다.

16560263682626.jpg[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어! 근데 안경 벗는 방법 하나 못 알아냈다는 것이 말이 돼? 일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1656026368263.jpg“죄송합니다……. 대표님”

16560263682626.jpg[죄송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당장 알아내라고!]

앞에 있었으면 무릎 꿇어서 이 입을 막았겠지만 지금은 전화상이니 그럴 수도 없었다.

1656026368263.jpg“반드시 내일까지 알아내겠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믿어 주십시오.”

16560263682626.jpg[네 입으로 뱉었으니까 반드시 내일까지 알아내. 이번에도 못 알아내면, 넌 해고야!]

뚝, 전화가 끊기자 김 비서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1656026368263.jpg“하아……. 하아…….”

16560263682651.jpg“성질은 통화가 끊기기 전에 내야 하는 거 아닌가?”

날카로운 김 비서의 시선이 꽂힌 곳에는 의자에 몸이 꽁꽁 묶인 서인범이 있었다. 김 비서가 위협적으로 그에게 다가섰다.

1656026368263.jpg“입 다물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16560263682651.jpg“그게 나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의자를 강하게 흔들면서 김 비서가 악을 썼다.

1656026368263.jpg“네가 안경을 어떻게 벗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거잖아!”

거친 김 비서의 태도에 겁을 먹을 만한데도 서인범은 덤덤했다.

16560263682651.jpg“웃기는 소리하지 마. 네가 왜 이런 취급을 받는지 말해줄까? 네가 그딴 인간을 위해서 일하기 때문이야. 네가 선택한 거지.”

흥분한 김 비서가 서인범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 가격으로 인해 서인범은 몸의 중심을 잃으면서 옆으로 쓰러졌고, 주먹이 스친 입술이 터졌다. 김 비서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1656026368263.jpg“언제까지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지켜보지.”

바로 돌아선 김 비서가 바닥에 던졌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계획의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 돌이켜 보면 검은 그림자가 내게 본격적인 접근해 온 것은 금요일 오후였다. 평화로운 날이었다. 도록 작업이 막 시작된 터라 정신은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조직에서 제대로 된 일을 배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근현대 파트의 20개 정도 되는 작품의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일을 맡았다. 작가의 이름, 출생과 사망년도, 국적, 작품의 제목, 재질, 크기, 제작년도, 어디에 사인이 되어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위탁 신청에서 작성했던 부분과 실제 다른 부분이 있는지는 않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다.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일어섰을 때였다. 우리 팀의 전화가 울렸다. 모두 정신이 없는 것 같아 내가 전화를 받았다.

16560263703761.jpg“탑 옥션 근현대 미술팀, 한지감 인턴입니다.”

16560263703765.jpg[거기가…… 미술품 판다는 데야?]

말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질 만큼 나이 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16560263703761.jpg“비슷합니다.”

16560263703765.jpg[고동(골동의 옛 이름) 가게 같은 건가?]

16560263703761.jpg“네. 하지만 저희는 물건을 직접 사진 않고, 대신 판매해 드립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떠올라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했다.

16560263703765.jpg[아…… 그렇군. 판매하고…… 싶은 고동이 있는데 말이야. 자네가 와 줄 수 있나?]

옥션이란 시스템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16560263703761.jpg“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서면 심사를 신청하는 형식이 있어요. 그걸 써서 보내 주시면 저희가 검토하고 연락드립니다.”

16560263703765.jpg[홈…… 홈페이지……? 요새 사람들이 하는 콤퓨타로 들어가면 되는 건가……?]

16560263703761.jpg“네. 맞아요.”

16560263703765.jpg[어떻게 콤퓨타를 모르면 고동도 못 파는 세상이 된 건지…….]

난감해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16560263703761.jpg“자녀분들에게 말씀해 보시면 어떨까요?”

16560263703765.jpg[애들이 없소. 가끔 오는 복지사 선생에게 부탁을 해 봐야지……. 근데 그 신청인지 뭔지, 많은 거 써야 하는 건 아니지? 평생 모은 거라 50점도 넘거든.]

16560263703761.jpg“50점이면…….”

50점을 하나같이 복지사가 사진 찍고 위탁 신청을 할 수 있을까. 나 같이 골동상을 했던 사람도 그 정도 양을 일일이 사진 찍고, 여러 정보들을 써내려 가는 것은 어려웠다.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은데…….

16560263703765.jpg[자네가 와서 한번 봐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지?]

50점의 진위 여부와 어느 정도의 급의 물건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중 한두 점만 괜찮은 유물이 있어도 남는 장사였다. 속는 셈 치고 한번 가 볼 만하다.

16560263703761.jpg“혹시 자택이 어디신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16560263703765.jpg[여기는 경기 남성시…….]

할아버지의 자택은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내일 오전에 잠깐 들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먼저 장희정의 허락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탑 옥션이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니 말이다.

16560263703761.jpg“네. 방문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16560263703765.jpg[아이구…… 고마워.]

16560263703761.jpg“다시 연락드릴 수 있게 번호 좀 불러 주시겠어요?”

할아버지의 번호를 적고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강민수가 세상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16560263757209.jpg“그렇게 마음대로 집에 방문을 해도 되나? 회사란 곳은 어디까지나 원칙이 있고 시스템이 있는데.”

혼잣말인 척 은근슬쩍 말을 놓는다. 동갑이니까 사실 말을 놓아도 상관없는데,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닌 강민수라서 기분 나쁘다. 나는 못 들은 척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락을 맡기 위해 장희정의 자리를 봤지만 비워져 있었다. 그래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서정선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16560263757213.jpg“응. 지감 씨. 무슨 일이야?”

16560263703761.jpg“팀장님, 방금 전에 컴퓨터도 잘 모르시는 할아버지가 전화해 오셔서, 50점 정도 되는 유물을 위탁 신청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자녀분들도 없고 대신해 줄 분이 없는 것 같아서 내일 제가 잠깐 가서 확인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16560263757213.jpg“당연히 괜찮지. 50점 중에서 괜찮은 한두 점만 걸려도 로또잖아.”

역시 서정선은 말이 통한다.

16560263703761.jpg“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16560263757213.jpg“잘 확인하고 와.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더 잘 알지?”

평생 유물을 모았다고 해도 그중 진품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하순호가 장문식에게 사들인 대다수의 유물이 위조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진품이어도 구매할 때 골동상이 말한 것과 다른 질 낮은 유물인 경우도 많다.

16560263703761.jpg“잘 알죠.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6560263757213.jpg“감사는 무슨.”

내 얼굴을 살핀 서정선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16560263757213.jpg“근데 요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내일 모처럼 휴일인데 좀 쉬어야지.”

16560263703761.jpg“오전에 빨리 갔다가 쉬면 되죠.”

16560263757213.jpg“그래. 파이팅!”

자리로 돌아간 나는 약이 오른 강민수에게 보란 듯이 웃어 주었다. 얼굴이 붉어진 강민수가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나는 산뜻한 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할아버지는 정말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셨고, 기분 좋게 통화가 끝났다. 통화를 끝내고 나는 바로 메신저에 있는 메모장에 할아버지의 이름, 핸드폰 번호, 주소 등을 남겼다. 손으로 쓴 메모는 가끔 잃어버려서 이제부터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버릇을 들이기로 했다. 다시 사무실을 훑어보니 어느새 자리로 돌아온 장희정이 보여,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16560263703761.jpg“선배님.”

16560263703765.jpg“네. 지감 씨.”

간단하게 아까 자리를 비워 직접 서정선에게 허락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씨익 장희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16560263703765.jpg“잘했어요. 아직은 인턴이니까 일일이 그렇게 보고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16560263703761.jpg“네.”

16560263703765.jpg“50점 중에 로또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16560263703761.jpg“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미소 짓던 장희정이 무언가 갑자기 생각난 듯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16560263703765.jpg“잠깐……. 오전에 계속 걸려왔던 전화가 그 할아버지였나?”

16560263703761.jpg“무슨 전화가 왔었어요?”

16560263703765.jpg“전화를 받으면 그냥 끊어버리더라구요. 팀장님, 현아 씨, 나까지 한 번씩 당했어요.”

16560263703761.jpg“통화를 하는 것이 망설여지셨나 봐요.”

16560263703765.jpg“이런 경우 꽤 있어요. 우리가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밖에서 보기엔 문턱이 높아 보이잖아요.”

나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갤러리에 처음 들어설 때,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그 중압감을 잊을 수 없다. 그 장소가 말하는 것 같았다. 이곳은 아무나 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 보니 그렇게 문턱이 높진 않았다. 어쨌거나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16560263703765.jpg“아참! 세부사항 확인 어디까지 했어요?”

16560263703761.jpg“소진열 화가까지 했습니다.”

16560263703765.jpg“진행이 빠르네요. 다음 주 화요일까지 끝내는 거 무리 없겠죠?”

16560263703761.jpg“그럼요.”

16560263703765.jpg“반드시 3번 이상 확인하고, 김현아 씨랑 강민수 씨랑도 바꿔서 확인해 보세요. 물론 나도 확인할 거지만, 최대한 완벽하게요. 두 분 것도 꼼꼼하게 봐 주구요. 확인 제대로 안 하고 그대로 인쇄 들어가면 나중에 일일이 수정 스티커 붙이느라 정말 죽어나요.”

16560263703761.jpg“네.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가다가 우연히 다영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웃었지만 다영은 쌩하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요 며칠 저렇게 찬바람이 쌩쌩 분다. 왜 저러지? 내가 뭐 잘못했나? *

16560263703761.jpg“다영아! 정다영!”

이렇게 큰 목소리로 부르는데도 들리지가 않은지 다영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긴 다리를 이용해 큰 보폭으로 달려가 다영을 막아섰다. 그제야 다영은 걸음을 멈췄다.

16560263703761.jpg“정다영, 내가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못 들었어?”

16560263840283.jpg“못 들었어요.”

16560263703761.jpg“정말? 완전 크게 불렀는데?”

16560263840283.jpg“요새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시무룩한 다영의 반응에 나는 문득 걱정이 되었다. 위탁을 2점 받은 것이 다영을 이렇게 시무룩하게 만든 걸까?

16560263703761.jpg“이번에 위탁 많이 못 받은 거 때문에 그래? 그래도 2점 받았잖아.”

16560263840283.jpg“그것도 그렇구요…….”

16560263703761.jpg“다른 건 뭔데?”

고개를 푹 숙인 다영이 중얼거렸다.

16560263840283.jpg“오빠는 팀에 벌써 잘 적응한 것 같은데, 전 못 그런 거 같아서요. 장희정 선배랑 정말 친하던데요?”

16560263703761.jpg“내가 장희정 선배랑 친하다고?”

오 장관에게 그림을 위탁받은 이후 장희정이 내게 친근하게 대해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무와 관련 없는 말을 주고받진 않았다. 그러니 친하다는 말하긴 좀 애매하지 않나?

16560263703761.jpg“글쎄. 그리고 너도 잘 적응했잖아. 정연주 선배가 너 예뻐하는 것 같던데.”

16560263840283.jpg“……잘해 주세요…….”

힘없는 다영의 반응에 나까지 덩달아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부러 가볍게 말했다.

16560263703761.jpg“괜히 엄살 부리는 것 봐. 잘하면서.”

16560263840283.jpg“어리광…… 부리고 싶었나 보죠.”

16560263703761.jpg“아! 참. 내일 오후 2시쯤 괜찮아?”

16560263840283.jpg“왜요?”

16560263703761.jpg“장희정 선배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는데, 뮤지컬 티켓을 공짜로 받았거든.”

16560263840283.jpg“뮤지컬 티켓을…… 공짜로 줬다구요?”

어쩐지 다영의 얼굴이 더 어두워진 것 같다. 왜 그러지?

16560263703761.jpg“응. 남친이 뮤지컬 쪽에서 일해서 얻었다고 하더라구. 2장 있는데 같이 갈래?”

16560263840283.jpg“아. 남친이 그쪽에서 일하신대요?”

16560263703761.jpg“그렇대.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안 간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다른 사람 알아보고.”

다른 사람 알아보겠다는 뻥을 쳤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일단 다른 것도 아니고 뮤지컬을 남자랑 가는 건 정말 싫었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꺼낼 만한 여자는 다영뿐이다.

16560263840283.jpg“알아볼 다른 사람도 없지 않아요?”

16560263703761.jpg“어떻게 알았어?”

16560263840283.jpg“어떻게 알긴요. 내가 오빠 생활 반경을 뻐언히 아는데.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야겠네요.”

다영이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 환한 웃음으로 주변을 밝혔다. 며칠 만에 본 그 미소가 퍽 반가웠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전화를 건 할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싶었지만 바퀴에 펑크가 나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할아버지의 집은 동네의 외딴 곳에 있었다. 할아버지의 집으로부터 다른 건물까지 이동하는 데 차로도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16560263703761.jpg“이런 곳에서 사시면 위험하지 않나?”

치안도 치안이지만 나이가 나이시니만큼 갑자기 아프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세 번 눌렀지만 답이 없었다.

16560263703761.jpg“박삼동 님, 탑 옥션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내가 지금 움직이기가 힘들어. 문은 열려 있으니까 그냥 들어와.’ 남의 집 문을 그냥 열고 들어가다니……. 근데 묘하게도 이 흔치않은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김세안 화가를 만나러 갔을 때도 이랬다. 나는 천천히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16560263703761.jpg“이런 경험을 또 하게 될 줄이야.”

현관까지 꽤 넓은 공간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휑했다. 아무래도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보니 여기까지 돌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현관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단출하게 몇몇 가구들이 있긴 했지만 휑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16560263703761.jpg“탑 옥션 한지감입니다. 어디 계세요……?”

신발을 벗으려 할 때였다. 누군가가 나를 제압하더니, 축축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나는 격하게 버둥거렸지만, 손수건에 마취제라도 묻어 있었는지 이내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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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앞에는 김 비서와, 아버지와 연세가 비슷해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입술이 터진 채로 의자에 묶여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 비서가 저벅저벅 다가와 날이 선명한 칼을 내 목에 대고 그 남자를 봤다.

1656026368263.jpg“안경을 벗는 방법을 당장 말해! 안 그럼 한지감은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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